충무로는 오랜 옛날부터 영화쟁이들이 자리잡고 있던 곳입니다. 컬러 TV에 치인 가난한 영화인들이 차츰 물러가고 광고전성시대가 열리면서 70년대부터 광고쟁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78년도에 광고계에 발을 디딘 이후 20여년간을 광고쟁이로서 종사했었습니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전투같은 삶 속에 날밤을 새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주말이나 휴가같은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제 첫 휴가가 광고계 입사 5년 후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밤새는 일이 다반사다 보니 충무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깔깔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웬만한 솜씨로는 충무로에 식당 열 엄두조차 내서는 안되었지요.
극동빌딩 뒤편 좁은 골목에 쓰레기 하치장이 있었고 그옆에 다 쓰러져가는 하꼬방같은 식당이 있었는데 간판이 붙어 있을리 없는 이집의 주메뉴는 감자탕이었습니다. 당시 일반인들은 감자탕을 잘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장골목이나 가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나마 다양한 시장음식에 밀려 구석에서 핀 음지의 풀처럼 시큰둥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 감자탕집의 맛이 너무 훌륭했다는 겁니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집나간 영감님과 속썩이는 외아들 때문에 날마다 뚱한 얼굴로 만들기는 해도 감자탕의 맛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정이 많은 아주머니의 뭉텅뭉텅 집어주는 큰손, 큰 군대 짬밥통같은데 재료를 잔뜩 쌓아놓고 푹푹 끓여대는 감자탕, 기름이 잘잘 흐르는 아끼바리 쌀로만 지어 고봉으로 주는 하얀 쌀밥, 그런데 그게 다해서 500원 밖에 안되는 너무나 저렴한 가격, 점심때면 샐러리맨들까지 들이닥쳐 앉을 자리가 없어 쓰레기 더미 옆에 종이박스를 놓고 먹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가끔 낯익은 국회의원들도 와서 먹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집나간 영감님도 돌아오고, 속썩이던 아들도 식당일을 돕는 걸 보고 모두가 행복해했던 그런 정경이 있었습니다.
오리지날 감자탕엔 감자가 없다?
그 추억 탓인지 제가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고 애착이 가는 음식이 감자탕입니다. 여기와 보니 감자탕이 고춧가루 양념으로 시뻘건 음식이던데 원래는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감자탕에는 감자가 들어있지 않았답니다. 돼지 등골뼈로 만들었는데 그 뼈가 감자같다 해서 감자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도 굵은 감자를 넣고 끓여야 맛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원조 조리법은 된장양념으로만 하지만 입맛에 따라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매콤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캐네디언과 중국인들이 아주 즐겨먹는 것을 보고 캐나다에서 감자탕(猪骨湯)이 음식 한류열풍의 주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곳은 등골뼈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대신 중국시장이나 한인식품점에 가시면 돼지 목뼈를 파는데 값이 엄청 쌉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온가족에게 영양가 넘치고 구수한 맛이 넘치는 감자탕을 만들어 보심이 어떨지요.
■ 재료(4인 가족 기준)
돼지뼈(Neck Born) 1kg, 애기배추 2단, 깻잎 15~20장, 감자 큰것 5~6알, 파 3뿌리, 다진 마늘 5쪽, 국물용 야채(무 1/8개, 파 2뿌리, 마늘 5쪽, 생강 약간, 당근 1/3개)
■ 만드는 순서
1. 돼지뼈는 등골뼈가 좋으나 이곳선 구하기 힘들므로 목뼈도 좋다. 약 $30어치만 사면 넉넉하다. 돼지뼈는 반나절 찬물에 담궈 핏물을 뺀다.
2. 애기배추는 끓는 물에 1~2분 정도 데쳐 건져내고 찬물로 3회 정도 깨끗이 헹궈낸다.
3. 큰 솥에(부재료가 많으므로 큰솥이라야 함) 물을 반정도(1.5리터 정도) 붓고 끓인후 뼈를 넣고 한번 살짝 끓인다. 물을 버리고 다시 찬물을 붓고 국물용 야채를 넣고 1시간 정도 끓인다.
4. 끓이면서 위에 뜨는 거품을 계속 걷어낸다. 1시간 뒤 국물용 야채를 건져낸다.
5. 된장 2~3큰술, 고추장 1큰술을 넣고 마늘다진 것, 파 3뿌리, 다시다 약간해서 양념을 한후 애기배추 우거지, 감자, 깻잎을 반으로 썰어서 넣고 2시간 정도 더 끓인다.
5. 돼지뼈가 푹 무르면 완성! 좀 싱거우면 소금간을 한다.
6. 매운걸 좋아하시는 분은 고추장 1스푼 더넣고 매운 고춧가루 1~2스푼을 넣거나 고추기름을 넣고 끓여도 된다.
Gam-ja-tang(Potato Stew)
It’s interesting to see a large number of Canadians and especially Chinese Canadians enjoying this traditional Korean dish. Most of these stews served in restaurants in the Greater Toronto Area are red and spicy, because of the added red pepper concoction. Nevertheless, the original stew did not use as much red peppers. Also, originally, the stew did not contain potatoes. It came to be called 'potato stew' because of the main ingredient, the pork neck bone, looked somewhat like a potato.
°· Ingredients: 1 kg of pork neck bone, pair of baby Korean cabbages, 15~20 sesame leaves, 5~6 large potatoes, 3 green onions, 5 cloves of garlic. Also for the soup stock, 1/8 of turnip, 2 green onions, 5 cloves of garlic, small amount of ginger and 1/3 of carrot.
°· Direction:
1. One can purchase a good amount of pork neck bones for about 30 dollars. Immerse them in cold water for half day to draw the blood out.
2. Put cabbages into a boiling water for couple of minutes and then wash them with cold water.
3. Use a large enough pot to make the stew. Adding about 1.5 liter of water (this should come to about half the pot) and let it boil. Put the bones in and let them boil for few minutes. Throw the water out. Fill in the same amount of cold water, add the bones and the ingredients for the soup stock and let them boil for about an hour.
4. While boiling, regularly glean and throw away the messy and creamy bubbles that rise to the surface. After an hour, throw away the ingredients for the soup stock.
5. Add 2~3 tablespoons of soybean paste, 1 tablespoon of hot pepper paste, diced garlic, green onions, cabbages, potatoes, sesame leaves and cook for two h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