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자연 배경, 전통한옥·문화공간 어우러진 ‘전원카페’도시민 쉼터 적합 명불허전(名不虛傳). 발길을 이끈 건 ‘소문’이었고 감탄을 자아낸 건 ‘실체’였다. 한옥의 건축미는 먼 곳에서 바라다 볼 때 한층 눈 맛이 우러난다고 했던가. 적당한 크기의 대나무 동산을 뒤로 한 채, 한옥의 깊은 처마를 두르고 있는 ‘명지원’은 대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사람을 설레게 했다. 광주에서 광주호로 가는 길목, 담양 고서 덕촌마을에 위치한 명지원. 마을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덕분에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다행히 표지판들이 길을 이끌어줘 큰 불편은 없다. 오히려 번접한 세상사에서 비켜 앉은 모습이 찾는 이를 편안하게 해준다. 담 없이 키작은 수목으로 두른 200평의 너른 공간에 두 채의 한옥이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있고, 그 옆에 ‘갤러리 명지’와 야외무대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감싸듯 뒤편으로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사시사철 개방되어 있는 갤러리, 언제라도 누구나 무대에 올라서면 즉흥공연이 가능할 것 같은 아담한 야외무대, 전원카페이기 보다는 종합 문화공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명지원이다. 건물은 주인을 닮는다고 했다. 명지원을 둘러볼수록 주인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강봉규·명지선 부부. 명지원의 바깥주인과 안주인. 사진을 전공, 대학에 출강하던 남편 강봉규(67)씨는 지금은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명지선(57)씨 역시 성악을 전공,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경력을 접고 이제는 명지원의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부부의 내력과 명지원의 꾸밈이 일치한다. 사진작가인 강봉규씨를 위해 마련된 전시공간 갤러리와 명지선씨의 성악 공연이 언제나 가능한 야외무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명지원은 이곳을 찾은 ‘객’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부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봤죠.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의 무대를 지속할 수 있고 그리고 그 공간을 좀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결국 선택한 게 지금의 명지원입니다.” 지난 97년도, 광주시내 모처에 있던 전통한옥을 통째로 이곳으로 옮겨와 새로이 한 채를 덧붙여 지금의 명지원을 마련했다는 명지선씨.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역시 전체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전통차·전통즙이 주를 이룬다. 간단히 허기를 면할 수 있는 해물수제비와 동지팥죽·떡국도 명지원만의 별미. 갤러리와는 달리 잠시 ‘빈 무대’로 유지되던 야외무대가 다음 달부터는 다양한 공연으로 채워질 계획이다. 서서히 제 맛이 들어가는 가을, 명지원이 제 철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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