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본문은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문득 기증중에 발견한 소아 혈액암 환자들을 보자니 왠지...
매년 골수 필요환자는 2만명이지만 기증희망자가 기증을 하는 경우는 천명도 되지 않는 현실에 있는 처지 입니다.
기증자가 우선적으로 홍보해주는게 어떤가 싶어서 그냥 미천한 실력으로 몇자 씁니다.
얼굴 쌩판 모르는 사람에게 골수 뽑아준거 - 자랑
병원에서 말년병장 놀이한거 - 안자랑
일주일동안 바늘구경만 열댓번한거 - 안자랑
골수뽑고 퇴원하고 서울구경 다닌거 - 자랑? 안자랑?
골수 기증자가 던갤러인거 - 존나 안자랑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인걸로 기억한다.
당시 군 휴가중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도 떼울겸 선행도하며 햄버거세트 쿠폰을 노린 헌혈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나의 눈에 조혈모세포 기증서약 광고가 들어왔다.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기초적인 서류 기재와 헌혈중에 약간의 혈액샘플 채취정도면 끝이었고, 그 뒤에 사은품으로 돌아오는 보상과 '설마하니 나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올 경우가 있겠냐'하는 생각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2010년 전역을 하게 되었고 복학을 하면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함 복학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나는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에 대한 기억도 까맣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2011년 봄 신학기가 시작되고 중간고사가 마무리 되던 5월초 나는 등교중에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에서 내가 까맣게 잊어버린 서약 사실까지 물어보면서 나에게 나의 유전정보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과 함께 기증의사를 권유하는 전화가 온 것이었다.
전화를 받은 순간에는 제대로 사태 파악을 못하였으나 통화가 지속되면서 점차 내가 기증 서약을 한 사실을 기억하였고, 그 내용 자체도 일치자가 나타났을때 기증을 해주겠다는 내용으로 사인을 하였다는것도 분명히 기억하였다.
일단은 잠깐 집안에서도 상의를 해봐야 할 내용이며 본인 혼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여 다음날 결정하겠다고 답변을 주었고 집으로 와서 부모님께 이 일에 대해 상의해 보았다.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당황해 하시던 모습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한마디는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던 대답이셨다.
"네가 사인을 했다는 것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니 약속을 지켜라"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코디네이터 선생님께 곧장 연락을 취하였고 기증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기증을 한다고 해서 곧장 기증을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수혜 환자의 상태나 치료과정에 맞춰서 해야한다는 것과 또한 아직 확실히 일치 한 것이 아니라 재차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렇게하여 시간은 금방 6월이 되었고 코디선생님께서 학교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주셨고 나는 학교 수업이 없는 시간에 맞춰 검사를 하게 되었다.
검사는 단순한 채혈과정이었지만 이 검사 결과로 인해 수혜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몇일 지나지 않아 검사결과가 나왔고 결과는 기증가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코디선생님은 세부적인 기증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두가지 기증방법을 제시해 주셨다.
첫번째, 뼈에서 직접 추출
이는 가장 고전적이지만 가장 간단한 시술방법이라고 하셨다.
전신 마취후 바늘로 뼈속의 조혈모 세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사전 조치없이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셨다.
두번째, 성분헌혈식
이것은 사전에 촉진제라는 주사를 4일간 접종한 후 성분 헌혈방식으로 조혈모 세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복잡하긴 하지만 마취같은 과정이 없고 또한 뼈에서 추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나도 마취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 성분헌혈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7월초 기증 전 건강검사 일정이 잡혔고 나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당시 방학이라 일정에 차질없이 진행되었던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처음 한양대 병원에서 코디선생님을 만나고 건강 검진 내내 일정과 방법과 기타등등의 정보를 알려주시고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주시면서 검강 검진은 금방 끝났고 나는 간만에 온 서울여정에 친구들을 만나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즐겼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건강 검진 결과도 정상이었고 기증일자가 7월 중순으로 확정됨과 동시에 우리집에는 이상한 소포가 날아왔다.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말씀하신 촉진제가 들어있던 박스였다.
주사는 예전에 어머니께서 놓으신 전례가 있기때문에 촉진제 접종은 집에서 이루어졌다. 다만 촉진제가 메스꺼움과 두통, 어지럼증을 유발한다고 하여 접종 첫날 다소 긴장하였으나 의외로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졸림을 유발하여 평소 자지 않던 낮잠을 자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틀,사흘째 되는날은 약간의 두통과 숙취같은 울렁거림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렇게 촉진제 접종 나흘째 되는날은 기증 전날이기 때문에 다시 서울로 향하게 되었다. 다시 한양대 병원을 찾은 나는 난생 처음으로 환자복을 입어보고 병실에 눕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침대들이 모여있는 병실과는 다르게 1인실로 이루어져 있었고 개인 시설용품도 미리 제공되어 있어서 병실생활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기증 전날 저녁에 최종 촉진제 접종 및 혈액검사를 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려고 했으나 또다시 밀려오는 두통에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해가 뜬 상황에서 꾸벅꾸벅 졸며 혈액검사를 하고 식사를 하고 병원 꼭대기층에 있는 조혈모 세포 기증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세포 기증실에는 성분헌혈기와 비슷한 기계가 있었고 나는 기계옆에 놓여진 침대에 누워 양팔을 걷었다.
성분헌혈방식은 양팔에 각각 채혈, 수혈바늘을 꽂고 또 다른 혈관에는 작은 바늘을 꽂아 성분헌혈과정시 소실되는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칼슘을 공급하는 링거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의사 선생님은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으셨다. 쓰라린 통증이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적응이 되었고 기증과정이 시작됨과 동시에 의사 선생님은 안대를 주며 자는게 나을거라는 권유에 바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잠깐 눈을 떠 의사선생님께 진행상황을 물어보니 시간은 2시간 남짓 지나고 있었고 약 70퍼센트 정도 완료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비몽사몽 멍하니 꾸벅꾸벅 졸기를 몇번이나 하고나서야 끝이났다고 말씀하시고 채혈, 수혈 바늘을 뽑고나니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가끔 추출된 세포량이 부족해서 2차 추출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마 결과가 저녁식사 전에 나온다는 소리에 나는 그날 저녁까지 마치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잔뜩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병실로 돌아와 저녁 식사후 7시쯤 되자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찾아와 세포량이 충분하다고 2차는 필요없을거 같다는 말씀과 동시에 이제 이틀정도 편히 쉬다가면 된다는 소리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사나흘동안 바늘을 지겹도록 구경하다보니 헌혈을 자주하는 나도 당분간 바늘구경이 질릴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남은 이틀은 체내의 촉진제 약효가 모두 빠지고 몸도 추스릴겸 병실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한동안 병실에서 지내면서 주변 병실도 돌아보면서 어린 아이들이, 특히나 말도 못하는 아기들이 어디가 아픈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밤새 울기만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의 남은 이틀 동안 장마는 끊이지 않았고 떨어지는 빗소리와 새울음소리를 들으며 지금 2개월 남짓한 그동안의 행보에 대한 왠지모를 뿌듯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경험도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의 경험담을 쓰려고 했지만 그렇게 제대로 전달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행동이 내가 지금 건강하여 내가 다른사람에게 삶의 의지를 줄 수 있음과 동시에 어느 집안의 귀한 아들,딸, 가족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참 좋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2011. 07. 16
장마 후 찜통같은 부산의 한 방구석에서 RedSlut
P.S 디씨에 제출하는게 아니라 개드립이 없는거 양해 바란다.
또 언변이 없어서 글 이따구로 밖에 못써서 존나 미안하다.
그냥 요약할게 씨발 그렇게 존나 아픈거 아니니까 골수기증 해봐라 두번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