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 사자성어(29)>
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질 인(仁), 사람 자(者), 인자라 함은 ‘어진 사람’이라는 뜻이고, 없을 무(無) 대적할 적(敵), 무적이라는 말은 ‘대적할 사람이 없다’ 라는 의미이다 , 따라서 인자무적이라는 말은 “인(仁)을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도 대적할 사람이 없다” 라는 말이다.
맹자에 나오는 이 사자성어는 가훈(家訓)이나 경구(警句)로서 흔히 사용되는 구절이다. 옛날에 표구점이나 액자 파는 가게에 가면 인자무적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평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과 함께 걸려있는 것을 흔히 볼 수가 있었다.
이 구절을 “인자(仁者)에게는 적(敵)이 없다”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 너그러운 사람에게도 적은 있는 법이다. 오히려 인자라고 칭송받기 때문에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자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리더이기 때문에 결국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을 배푸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칼카타의 빈한한 동네에서 병자와 어린이를 위하여 일생동안 사랑을 배푼 테레사 성녀를 누가 대적할 수 있겠는가? 테레사 성녀의 일대기를 보면 본인의 병석에서도 자기에게 놓아줄 주사약을 마다하고 어린 병자에게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동양의 인(仁)을 실천한 테레사 성녀의 무한한 사랑은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인(仁은) 동양의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덕목이다.
특히 맹자에게 있어서는 인을 기반으로 한 사랑의 정치가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요체이다.
난세라 하더라도 따뜻한 사랑으로 뭉친 조직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김정은 식으로 폭정(暴政)을 일삼으면서 핵무기나 개발한다고 해서 나라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사랑의 네트워크와 국민생활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인자(仁者)가 베푸는 정치가 인정(仁政)이다. ‘네로’ 같은 폭군이 통치하는 정치가 폭정(暴政)이고, 무작정 세금만 가혹하게 걷어드리는 정치는 학정(虐政)이다.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의 유래이기도 한 인정(仁政)은 따뜻한 인간에게 기초한 정치를 말한다.
그러면 인의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일가?
맹자의 인의 정치는 간단하다.
①형벌을 가볍게 하라
②세금을 적게 걷어 들여라
➂기술개발을 통하여 백성들이 쉽게 농사질 수 있도록 하라
④백성들에게 효제충신(孝悌忠信)의 인간도리를 가르쳐라
*효제충신: 어버이에 대한효도, 형제끼리의 우애, 임금에 대한충성과 벗사이의 믿음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이렇게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아무리 강한 무기로 무장한 강대국이 쳐들어 온다고 해도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맹자의 철학을 요즘시대에 적용시킨다면, 국가의 권력을 최소화 하고 민생안정에 주력하며 나아가 윤리와 도덕을 실천하는 국민들이 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인의 정치가 시대와 공간을 추월한 아름다운 정치의 모습이다. 새로 정권교체가 된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인의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
공자가 주장한 인(仁)을 논어에 보면 서(恕)라는 말이 나온다. 배려한다는 뜻이다.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를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한다. 부부간에 다툼이 있을 때에도 자기만 옳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아량을 가진 남편이 너그러운 사람이다. 인(仁)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배려와 사랑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 따뜻한 배려와 존중은 사람의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어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아들 세명 중 두명을 전쟁에서 잃어버린 노모가 막내아들이 있는 군대 막사를 찾아가 장군에게 호소했다. 막내아들이 전사하면 집안의 대가 끊어지게 되므로, 부디 막내아들만은 고향으로 가게 해달라고 눈믈로 호소했다.
묵묵히 듣던 장군도 난처했다. 그래서 막내아들인 병사에게 물었다. “너는 고향에 가겠느냐?” 그런데 막내아들은 단호히 “자기는 여기 장군과 함께 남아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노모가 “아니 왜 그러냐”고 물었다. 막내아들이 말했다. “지난 해 여름 내가 다리에 병이 나서 절단할 지경에 처했다. 그때 장군이 몸소 입으로 고름을 뽑아내서 지금 건강하게 다니고 있다. 나는 이러한 장군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없다. 장군과 목숨을 같이 하고자 한다.”
이 말을 들은 노모도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간다. 그러나 노모의 마음만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사마천의 쓴 사기(史記)를 보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문으로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고 한다
자기의 마음과 사정을 헤아려 주고 배려해 주면 마음이 열리고 너무 고맙고 그런 사람과는 마음이 가까워진다. 마음이 가까워지다 보면 사람들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자기의 생명까지도 바치게 된다.
너그럽게 배려하는 사람은 넓은 마음과 강한 힘을 가지게 되므로 대적할 자가 없게 된다. 이를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고 한다.(2022.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