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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스크랩 경기) 삼대를 이어오며 전통의 술을 빚고 있는 술익는 마을, 양평 지평양조장!
이모(심재순) 추천 0 조회 656 13.01.01 17:2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경기도 양평을 비롯하여 수도권에서 막걸리로 이름난 술도가인 전통과 맛을 간직해오고 있는 지평막걸리.

막걸리 향을 느껴보러 술익는 마을 지평으로 가을하늘을 이불삼아 뜬구름을 베게삼아 소풍을 떠났다.

용문에서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양평군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작은 고을인 지평면.

지평사거리에 내려 어디쯤 90여년의 전통을 간직한 지평막걸리 양조장이 있을까 했는데, 이정표가 없어 찾긴 쉽지 않았다.

슈퍼 쥔장에게 지평막걸리 어디가야 맛볼 수 있어요 물어보니, 우리집 냉장고에 있다고 한다.

어이 그게 아니고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인데요.

지평면을 한바튀 돌다가 하나로마트 뒷편에 특이한 건물이 있어 가보니 그곳이 바로 지평막걸리 양조장이라고 한다.

충북 진천의 덕산양조장이나 경북 예천의 용궁막걸리, 부산 금정산성막걸리처럼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단지 양조장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현대식 시설이 가득한 지평양조장.

지평막걸리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견학코스를 만들면 더 좋지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1925년에 처음 막걸리를 생산했으니 근 90여년이 흘러가는 세월동안 한곳에서 막걸리를 생산했는데,

전통의 멋보다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돌아가는 막걸리공장처럼 느껴져 아쉬움이 좀 남았다.

전통있는 술도가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현재 4대째 삼십대의 젊은 사장이 지평양조장을 맡고 있는데, 3대를 이어오며 가업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한다.

양평읍에서도 30여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지평면은 을미의병의 발상지였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북한군과 치열한 교전을 펼쳤던 곳.

예전에는 나름 규모와 위세가 있던 지평이었지만 근대에 들어와서 양근군과 지평군이 하나로 통합되어 양평읍으로 태어나면서,

지평면은 작은 고을이 되었다. 물론 그래서 더 고향의 맛이 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평하나로마트 뒷편, 지평중고등학교 옆에 자리한 지평양조장의 외관은 얼핏 보기에도 이색적이고 독특하다.

검은 지붕에 2층으로 지어진 지평양조장은 어릴적 자주 보던 동네방앗간의 모습과 닮았다.

방앗간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컨베이어벨트에서 쉼없이 돌아가던 기계소리가 가득했는데.

지평양조장이란 간판이나 이정표가 있었다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별다른 장식이 없이 수수해 보이는 양조장은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듯 싶다.

 

 

 

 

 

1925년부터 막걸리를 생산해왔다는 지평주조는 진천 덕산의 세왕주조와 어깨를 견주는 막걸리의 명가이다.

진천 덕산양조장이 커다란 술통모양의 건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반면 지평막걸리 본가는 그렇지는 않은듯싶다.

현재 진선미막걸리를 만들고 있는데, 쌀막걸리인 미와 밀막걸리인 진만 생산하고 쌀동동주인 선은 만들지 않는다.

지평막걸리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역시 몸에 좋고 맛도 좋아 선호하는 쌀막걸리인 미.

드라마 '술의 나라'와 '아들과 딸'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지평양조장. 나 이런 막걸리야 하면서.

 

 

 

 

 

지평막걸리의 상징과도 같은 커다란 버드나무는 잎이 무성하니 꼭 지평양조장의 수호신 같은 모습이다.

지평막걸리가 유명해진건 머리가 아프지 않고 숙취가 없기 때문이란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막걸리로 포천 이동막걸리와 함께 맛과 멋이 깃든 술을 만들고 있다.

감미료를 조금 쓰긴하지만 다른 첨가물들은 넣지 않기에 맛이 깔끔하고 부드럽다.

지평막걸리는 지평의 맑은 물과 손으로 직접 주조하는 손맛이 가미되어 그 향과 탁도가 탁월하다.

지평양조장은 처음 건물이 만들어질때부터 막걸리를 빚기 위해 지어졌는데,

구멍이 뚫린 천장으로는 술이 잘 익기 위해 공기가 잘 통하도록 했고 벽면은 오동나무로 만들어졌다.

막걸리가 잘 발효되고 맛이 좋도록 하기 위해 왕겨도 깔아두었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내부를 조금 보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안에는 작업시설이라 들어가면 안된다고 한다.

오랜 세월동안 건물의 모양새는 시대에 맞게 변모하긴했지만 기본적인 틀은 유지되고 있다.

 

 

 

 

 

지평양조장 옆에는 프랑스와 미국, 한국의 국기가 세겨진 기념비가 하나 있다.

- 자유를 위하여 - '1951년 2월 한국전 참전 유엔군 프랑스 육군의 전설적인 사령관,

몽클라르 장군께서 지평리 전투를 지휘하는 동안 이곳을 사령부로 삼다'라는 글귀를 각각 프랑스어와 영어로 옮겨놓았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 지평양조장이 치열하기로 유명했던 지평전투의 사령부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지평전투의 정점에서 유엔군사령부의 막사로 이용되었다니, 그들도 막걸리를 좀 마셨을라나.

전쟁의 피해도 입지 않고 이렇게 술도가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지평양조장 입구에는 전국 각지로 나가기 위해 쌓인 막걸리 박스들이 가득하다.

상자에는 KBS '백년의 가게'에 방영된 세월의 향을 빚는 지평막걸리란 문구가 눈에 띈다.

전화 한통이면 지평막걸리를 안방에서 맛볼 수 있다. 물론 지평양조장에서는 제조만 하고 판매는 하지 않는다.

내부를 좀 보려고 했지만 영업비밀인지 아니면 뭔가 특별함이 있는지 볼 수 없다고 해서 들어가진 못했다.

 

 

 

 

 

지평양조장의 건물은 옛것이지만 내부에는 현대식 주조 시설들이 들어가 있다.

전통과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조화한것 같다. 아무래도 옛날처럼 큰 항아리에서 만들기에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했기에 그런것 같다.

지평양조장이라면 입구에 커다란 술독 두서너개는 있어야 제맛일텐데.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눈요기거리라도.

입구에 서 있으니 지평막걸리의 시큼하면서도 아늑한 향이 밀려온다. 막걸리 맛 좀 보려했지만 다른 곳에 가서 먹어보라고 한다.

 

 

 

 

 

뒷편으로 돌아가니 숙소로 보이는 집과 누룩을 보관하는 용도로 보이는 낡은 건물이 있다.

뒤쪽에서 바라본 지평양조장의 건물은 낡긴했지만 예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술익는 마을에서 바라본 지평의 가을 하늘은 풍요롭고 한가하다. 감나무에서는 진한 주황색을 담은 홍시가 잘 익고 있다.

 

 

 

 

 

지평양조장을 나와 하나로마트 건너편에는 지평쌀막걸리를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작은 가게였는데, 들어가자마자 뭐 사실려고 하냐며 묻는다. 그냥 구경 한 번 해도 될까요 했더니,

조금 퉁명스런 말투로 지금 바쁘다고 한다. 사실 추석 대목이라 술을 구입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긴 했다.

반말이요, 다섯병이요 하면서 손님들은 술을 받아가기에 정신없다. 입구와 내부에는 막걸리를 담기 위한 말통들이 가득하다.

 

 

 

 

 

진막걸리인 오랜 전통을 간직한 생막걸리, 양평의 튼실하고 품질 좋은 쌀을 이용해 만든 쌀막걸리,

그리고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간 밀막걸리를 파는데, 제일 인기있는 것은 역시 쌀막걸리라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직접 통을 가져와서 술을 받아가기도 하는데, 한말에 29,000원, 반말에 16,000원이라고 한다.

물론 병에 들어있는 막걸리와 통으로 받아가는 막걸리는 맛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생막걸리 하나와 쌀막걸리 두통을 구입해서 생막걸리는 인근 보쌈집에서 싹 비워버렸다.

뽀얗고 누릿하면서도 달짝지근하고 향이 그윽한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전통을 담은 약주였다.

 

 

 

 

 

동네 주민들과 나들이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걸 보면 꽤 맛도 좋고 인기 많은것 같다.

마실 나온 동네 강아지들도 막걸리판매장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지평의 개들도 막걸리를 좋아하나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상큼한 깔끔한 맛의 지평막걸리. 처음에는 걸쭉하지만 뒷맛은 상큼하면서도 목넘김이 좋은 편이다.

막걸리 본연의 내음이 살아있으면서 톡 쏘는 향이 일품이다. 오랜 전통의 향을 간직한 잡내음 없는 깨긋한 맛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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