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칠보우체국 김천수 집배원 함박웃음을 배달합니다.
1990년 우체국 집배원으로 입사한 김천수(50)씨. 평소건강을 자부했다. 술과 담배를 무척이나 즐겼고 사람들과의 교제를 너무나 좋아했다. 하지만 갑자기 혈변이 보이면서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각종 조직검사 끝에 직장암 3기말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암 환자라니!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난의 그림자를 희망의 빛으로
“6년이 지난 뒤 알았어요. 1년 6개월이 고비라서 환자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라고 했대요. 아내는 제가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할까봐 시한부 인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거죠.” 하루 종일 항암 치료를 받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피부는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심신이 약해졌다. 몸무게는 73kg에서 57kg까지 빠졌다. ‘암 때문이 아니라 항암 치료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수술 6개월 뒤 그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10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릴까’하는 충동을 느꼈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종일 집에서 보냈다.
하루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웃음은 암도 물리친다’는 문구를 접했다. 그날 이후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절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동영상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웃기 시작했다.
나누는 삶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행복한 함박 웃음을 배달하는 정읍칠보우체국 김천수 집배원.
그 이후 본격적으로 웃음 치료를 배웠다. 6개월 뒤 그의 손엔 웃음치료사 1급 자격증이 쥐어졌다. 자격증을 받고 나니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우선 집 근처 경로당을 찾아 설레는 맘으로 어르신들에게 웃음 치료 강의를 시작했다. 첫 강의치고는 반응이 꽤 뜨거웠다. 이런 그의 강의는 점차 입소문을 탔다. 정읍 산내 늘푸른경로대학과 칠보 동부경로대학에서 그를 초청했다. “어르신들에게 웃음 강의는 물론 보이스피싱, 새주소도 함께 알려드리고 있어요. 무엇보다 우선 제 몸이 건강해졌고 행복해 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웃음에 단조로움을 느낄 때쯤 파티 마술에도 도전했다. 뜨거운 불이 장미로 변하고 쌀이 ‘뻥’ 소리와 함께 튀밥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어르신들은 마냥 행복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자연스럽게 호전되어 갔다. 과거 즐기던 술과 담배 값으로 빵과 바나나, 사탕을 사서 경로당이나 양로원에 제공했다. 최근에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국내외 아동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나눌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천수 집배원의 화려한 오색 마술쇼는 인기가 높다.
인생이란 드라마의 행복한 주연을 꿈꾸며 그렇게 암과 싸운지 6년. 암을 알게 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웃음을 배웠고 그 재능을 남에게 베풀 수 있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치료하고 웃음을 퍼뜨리며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찾은 자신의 삶과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암이여서 고마워’라고……. ‘집배원 월급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나눔에 다소 인색했던 그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본 뒤에야 나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돈이나 시간이 많다고 봉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제는 전북 암환우모임 회장으로 많은 이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조만간 ‘암이라서 고마워’(가제)라는 자서전도 출간할 예정이다.
▷마술쇼를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수첩을 꺼내든다. 희망적이고 좋은 습관들을 적다보면 어느덧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를 실천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불끈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불행의 감옥에 가두지 말고 행복이 온다는 믿음을 갖고 웃으며 살다보면 힘든 순간은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그를 보면서 진정한 행복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지만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즉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것. 모든 이들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 김천수 집배원의 사랑법이다.
<출처 : 전라북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