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전동에 있었던 경마장
지금 부산의 경마장은 강서구 범방동에 ‘부산경남경마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일제시대 때는 범전동에 경마장이 있었다. 부산 경마는
일제강점기 대구, 평양, 원산 등지에 경마가 등장할 시점과 때를 같이 한다.
1921년에 막이 오른 부산 경마는 부산진의 해안 매축지에서 해마다 열리다
1931년 범전동 일대에 ‘부산리경마장’을 개장했는데 당시 서면공립보통학교
(현 성지초등학교, 1921년 개교)와 주변 농민들의 반대가 거셌다고 한다.
그러다 1945년 9월 미군이 부산에 진주하면서 경마장은 부산미군기지
사령부가 되었고, 1956년 봄 미 하야리아 부대 동측 범전동 산2번지
일대 골짜기를 평탄하여 길이 360m의 미니 트랙을 설치하여 경마를 시작했다.
KRA(한국마사회)에서 파견된 진행요원과 서울에서 파견된 기수 7명과 현지
기수 3명, 조랑말 70여 마리로 경마를 열었는데 마차용 말도 포함되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말이 잘 달리지 못하면 마주(馬主)가 트랙에서 대나무
막대기로 매질을 하기도 했다.
1957년부터 100환짜리 마권(馬券)을 발행했는데 무려 3,800배의 대박이
터져 국내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입장객은 평일에 300~400명
정도였으나 휴일엔 1,500명이 넘어 서울의 경마를 능가하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던 부산 경마가 1957년 초여름에 돌연 중단됐다. 기수들이 폭력배들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철수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시절 전국에 들끓던 깡패들이
경마장을 점거하고 “술을 사라, 승부를 조작하라”며 행패를 부리고 폭력을
일삼자 서울 기수들이 줄행랑을 치고만 것이다. 그것으로 부산경마는 끝이었다.
[초창기 경마장의 경마 장면] [타원으로 보이는 경마장 트랙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