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장마는 예년과 달리 이미 끝났다는 기상예보이고 보니 이제 더욱 기승을 부릴 더위와
싸울 수밖에 없다.
낮 동안 무더위에 기가 꺾여 있다가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니 엎치락뒤치락하며
잠 못 이룬 며칠 밤이 참으로 기억하기 싫다.
이상한 것은 이때쯤이면 열대야도 그렇고 밤낮 구분 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설상가상 잠을 설치기 일쑤인데 우리 아파트 단지엔 요즘 매미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떠난다. 매미도 떠난 걸까?
젊음은 바다로 향하고 나이가 좀 들었다면 산이나 계곡을 찾을 성싶다.
가족끼리 한번쯤 해외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탐방하며 더위에 맞서는 도전적 계획도
세울 수 있겠다.
이럴 때면 고향의 친구들은 끼리끼리 모여 안마당 평상에서 세숫대야에 시원한 샘물을 받아 발을 담가놓고 대청마루에 내놓은 TV로 런던 올림픽 중계를 보며 이 더위를 보내려 할지 모른다.
아내들이 함께 준비한 두부김치에 생 막걸리도 금방 동이 나고, 금 새 뛰어가 사들고 온 생맥주도 순식간에 바닥을 보일 것이다.
도회지에서도 올림픽 기간 동안 튀김 닭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갈 것 같으니 어김없이 닭들의
수난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마을 곳곳에 마련된 공원 한 모서리의 정자에 모여앉아 유난히 쏟아질 듯한 하늘의 별을
보며 “어따, 오늘따라 바람 한 점 없네그려.”하며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는 어르신이 많이 있다.
이렇게라도 해서 건강히 찜통더위를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하루 종일 틀어서인지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를 앞에 두고 조용한 내 집 아파트에서 족욕기의 물을 40도에 맞추어 놓고 오히려 이열치열 땀을 내는 역발상의 피서를 도모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눈을 감고 피안의 세계로 몰입한다.
올 들어 쉴 새 없이 너무 많이 사용된 내 뇌를 이때만이라도 잠시 쉬게 해줄 요량이다.
건강관리에 더욱 세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스노쿨링에 폭 빠진 아내를 겨우 달래 마나가하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 산책길이 남양군도를 이룬 한 점 작은 섬이다.
사이판으로 돌아와 일몰시간을 놓친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뙤약볕에 그을린 지친 살갗을 식힌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는 더위가 더위처럼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 (逸原)
첫댓글 사이판의 낙조. 감성과 정성으로 찍어신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