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은퇴자입니다. 33년간의 교직생활 후 퇴직하고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자녀들은 결혼 후 모두 출가해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은퇴 후 부부 단 둘이서 지방에 거주하긴 외로울 것 같아 3년 전 광주광역시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수도권 집값이 높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기존 집을 처분해 생긴 목돈과 정년퇴직 수당을 합하니 원래 살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더군요.
매월 350만원 정도 연금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지역 문화센터와 대학 평생교육원을 다니며 현역 시절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을 받는다고 다들 부러워하지만, 공무원연금이 저의 유일한 소득원이다 보니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예순 넘어서부터는 병원 갈 일도 많아지고, 임플란트라도 하면 한번에 몇 백씩 깨지더라고요. 매달 고정비는 계속 나가는데 자녀 뒷바라지 하느라 모아둔 목돈은 없고, 보험도 많이 못 들어뒀는데… 이러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어 시간이 갈수록 더 불안해지네요. 100세 시대에는 은퇴 후에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데 그때까지 연금은 끊기지 않고 나올지, 저희 부부 사후에 자녀들 사이에 행여 불화가 생기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 가지고 너무 걱정만 앞서는 걸까요?

조선시대에는 집안 어른의 만 60세 생일이 되면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 하여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당시에는 예순을 넘기는 것이 곧 ‘장수(長壽)’를 의미했기 때문에, 친척과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을 기념했던 거죠.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고령화시대에는 “60세는 아직 청춘”이라 할 만큼 다들 몸과 마음이 젊습니다. 아직 한창은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죠. 따라서 이제는 은퇴 후에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은퇴∙금융∙보장∙상속자산 등에 대한 꾸준한 관리와 점검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1. 노후 의료비∙간병비 준비가 중요하다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출생부터 사망까지 지출하는 의료비는 약 1억 1896만원인데 이중 65세 이후에 지출하는 의료비가 6288만원 정도됩니다. 전 생애의료비의 절반 가량이 65세 이후에 지출되는 셈이죠.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고혈압, 만성요통, 관절증 등 보통 3.3개의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중병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안과, 내과, 치과, 신경과 할 것 없이 병원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젊었을 때는 의료비 지출이 없어 준비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사람들도 65세 이후 갑작스럽게 증가한 의료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과거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60대라면 이미 보장기간이 지나진 않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00세 만기 보험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이기 때문에 과거에 든 보험은 60세 만기, 길어야 80세 만기 상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고령화의 흐름에 따라 최근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살아가야 할 시간이 길고, 그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의료비를 자녀들에게 부담 지우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이외에 다른 금융자산이 없다면 보험을 통해 위험을 이전시키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2. 제한된 소득 안에서 지출을 최소화하라의뢰인의 경우 연금액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그 외에 추가적인 소득이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처럼 활발한 투자활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혹여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젊었을 때만큼의 소득활동을 하기도 힘든 나이죠. 따라서 제한된 소득 안에서 지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공무원연금을 수령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은 보전 받지만,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물품과 서비스의 물가상승률, 일명 '실버물가'는 평균치보다 높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2011년 한겨레신문과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한정란 교수팀에서 29개 노인 선호 품목의 물가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5.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시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4%)보다 1.4% 높은 수준인데요. 심지어 이 ‘실버 물가’의 체감치는 조사치보다 더 높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대형 마트나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저가(低價)로 구입이 가능하지만, 노인들은 이동성이 떨어지는데다 인터넷 이용도 적어 똑같은 물건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이 증가하면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고정 지출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금제나 기기값 등을 잘 따져보고 좀 더 저렴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통신비를 한 달에 2만원만 줄여도 1년이면 24만원, 10년이면 240만원의 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정부 정책의 변화도 고령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일례로 은퇴자의 경우, 그동안 자녀 직장인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인정돼 건강보험을 별도로 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금소득 연 4000만원 초과자 2만 1000명을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13년 8월부터는 매월 18만원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죠. 물론, 은퇴자에게 불리한 변화만 있는 건 아니지만 주변 상황 변화에 늘 관심을 가지고 유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상속은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자녀들이 사이 좋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만큼 부모에게 큰 기쁨은 없습니다. 부모 생전에는 부모가 자녀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죠. 하지만 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각자 생업으로 바쁜 자녀들 사이가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거기다 부모 사후에 유산을 가지고 다툼이라도 생기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전에 부모가 상속에 대한 문제를 잘 정리해둘 필요가 있는데요.
흔히 '상속'이라고 하면 자산이 수십억 원 이상인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부모의 현금자산 1~2천만원, 부모가 거주하던 주택 하나로도 자녀들 간에 분쟁이 생기곤 하죠. 이러한 재산다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자녀들과 재산상태와 재산분배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공유해야 합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면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선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최근 '종활(終活)'이 인기인데요. 유언장 작성, 입관체험, 간병 준비, 구체적인 상속 준비, 엔딩노트 작성 등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 종활에 해당합니다. 종활 관련 잡지까지 발간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고 하는데요. 일본 사람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곧 현재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방법이란 걸 일찍이 깨달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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