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이 세고 물이 그리 얕지 않아서,.게다가 조금 춥기까지 해서 수영은 별로 못했지만,. 그리스의 바다에 몸을 담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물안경을 이마에 걸치고 배영을 하며 얼굴 위에 떨어지는 햇살을 즐기다가 파도에 그만 물안경이 쓸려가 버렸다,. 내가 물속에서 노는걸 지켜봤는지 한 독일인 아저씨가(할아버지에 가까운) 내 일행 남자애한테 자진해서 스노클링 안경을 빌려주며 내 물안경을 찾아주라고 했다,.
결국,. 수영 잘하는 내 일행이 물안경을 찾아냈고,. 나는 그 독일인 아저씨한테 당케 쉔~ 을 연발했다,.히힛,.^^
다음날은 Perissa(Black Sand) Beach에 갔다,. Fira 버스 터미널에서 Perissa 왕복 버스표 2.8유로,. 25~30분 소요
10월초이긴 하지만 그리스의 정오는 수영을 해도 상관없을 날씨이다,. 끈적이지 않아 참 좋다,. 지중해성 기후가 이런거군,. 생각했다,.^^
Perissa 해변은 까만 자갈과 모래 알갱이가 화산재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 한다,. 맨발로 밟으니 무척이나 뜨거웠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니는게 다 보였다,. 바다 바닥이 판판한 돌로 되어 있었고,. 구름에 가리지만 않으면 햇살은 적당히 따가와서 토플리스로 살을 태우기에 딱이었다,.
배낭여행 떠나면서 꼭 하리라 다짐했던 것이 토플리스로 살태우는거,.^^
우선 주변의 서양인들을 보았다,. 아무 거리낌없이 상체는 벗은채 독서에 몰두하는 여인네도 있다,. 게다가 비수기라 사람도 별로 없고,. 동양인은 나와 일행 두 명뿐!!!
일행중에 한 명은 스물 아홉의 언니였고,. (여행이 넉달째로 접어든 언니였는데,. 이 언니는 그리스에서 터키로 간다고 했다,.) 또 한 명은 스물 세살의 남자애,. 이 남동생에게 말했다,. 나 소원이 하나 있어,. 궁시렁,. 나 토플리스로 살태우는게 소원이야(?),. 그리스에서 안하면 내가 어디서 해보겠냐,. 안그래?(눈물 한방울 찍-_-;;),. 니가 200미터 저쪽으로 가서 수영해주면,. 이 누나는 토플리스로 살태울거야,. 소원 성취하게 도와주면 안될까? ^^
그 남동생이 저 멀리로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언니와 나는 훌러덩 벗었음,.^^; 아흐~ 신난다~ 언니,. 넘 좋지? 응,. 히힛~
비수기의 그리스섬,. 한적하고 값싸고,. 너무 덥지 않고,. 넘넘 좋다,.
이 해변이 다 내 것인양,. 저 햇살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양,. 여유를 만끽했다,. 살아 살아~ 내 살들아~ 다 타라~ (진짜 까매졌다,.-_-)
두 시간뒤 남동생은 돌아왔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이 있다는 남동생에게서 고개내밀고 평영하는 것을 배웠다,. 윽,. 코에 바닷물이 들어가서 매웠다,.
저녁에는 IA(이아)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아는 절벽위의 하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과 일몰을 보기 위함이었다,. 하얀집에 파란 지붕,. 일몰을 지켜보면서,. 내 가슴이 송곳으로 콕콕 찌르듯 아파왔다,. 여행 떠나온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괴로워하며 나를 끼익 긁어내고 있다,. 아직 멀었나보다,. 내 안의 앙금,. 다 버리고 오자고,. 나를 찾아 떠나온 여행,. 위안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