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에 큰 딸 보라가 중국에서 옵니다. 겨울 방학이 되어서 개학할 때까지 있으려고 집에 오는 겁니다. 아마 향후는 방학 때에 몽골로 와야 할 듯 합니다. 그러니 이번 겨울이 우리 가족에게는 매우 애틋하고 소중히 간직하고픈 시간입니다.
제 아내가 며칠 전부터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보라가 오면 잠시라도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합니다. 성경이는 그 말을 듣고 제주도에 가자고 하지만 제주도에 갈 비용은 벅차기에 저는 내심 정선 쪽으로 기차 여행을 구상중입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쉬는 여행을 함께 다녀온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그만큼 여유가 없기도 했고 한편 너무 융통성 없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목사의 가정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꼭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목사가 예수님이 아닐진대 목사의 가정도 귀중한 목양터로 인식하고 교회 성도들을 이해하듯, 우리 가정에게도 너그러울 필요도 있었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저희 부부는 오직 교회를 세우는데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중고등부 학생들을 데리고 강원도 홍천 대명콘도로 수련회를 갔습니다. 그것도 어느 집사님이 콘도의 방을 구해준 탓이었지만요, 가서 저는 엄청난 광경을 보고 놀랐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티를 안냈습니다, 촌 사람이라고 할까봐요, 스키를 타며 즐기는 인파가 인산 인해였던 것을 보고 세상은 이렇게 발전하는데 나는 딴 세상을 살았구나 하면서, 그 때부터 성도들의 가정이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여유롭게 즐기는 것에 대해서 매우 관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에게 관대한 뿐 저희 가정에게만은 예외였습니다. 그 돈 있으면 아이들 교육시키고 그 돈 있으면 교회를 위해 드려야지 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지나면서 결혼 22년이나 되었고 그동안 함께 어디를 쉬러 다녀온 기억이 없던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평소에 가족들과 함께 화목하게 잘 지내왔으면 되지, 뭘 또 어디가서 쉴 필요가 있는가 지금도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우리 가족 4명이 기차 여행이라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보라가 오면 시간을 내리라 지금 생각중이지만 실천에 옮겨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