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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임상vs기는급여] 치경부마모증의 불소처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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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치경부 마모증의 불소처치와 관련해서 보험청구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곤욕을 치른 건 내가 아니라 건강보험 공단이었다. 치경부 마모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환자에게 마땅히 해줄게 없다. 충전을 해주자니 마모부위가 손톱으로 살짝 찍어놓은 정도밖에 되지 않아 얼마안가 탈락될게 뻔하다. 시린 증상을 덜어주기 위해 레진 본딩제를 도포해주자니 도포층이 칫솔질에 얼마나 견딜지 불안하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아마 말하려고 입을 열 때마다 아이스크림 베어 문 것처럼 이가 시리리라. 해줄 것이 없으니 내 최선의 정책은 약국에서 파는 시린 이 예방치약을 소개해 주는 것 정도. 그러다가 몇년 전 불소이온 투입장치를 구입했다. 장치를 구입하고 나서 진료 스트레스가 1/5은 줄어든 것 같다. 치근노출을 동반한 치경부 마모증은 물론이고 Crown 이나 Inlay 삭제 후에, 또 Resin 충전을 위한 와동 형성 후에 시린 증상을 예방할 목적으로도 쓰고 있다. 효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진료비도 착하다. 원칙적으로 보험진료 대상이다. 물론 가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진 않지만 어쨌든 환자한테 별 부담 없이 권할 수 있고 대부분 받아들인다. 가격대비 환자 만족도도 양호한편. 하지만 보험적용에 있어선 제약이 좀 있다. 보통 환자 당 5개치아의 처치 정도는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 청구하면 삭감 당(한다고들)한다. 하지만 모든 치과의사가 알고 있을 것이다. 치경부 마모증은 절대로 독야청청으로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을. 대부분 상하좌우 대칭적으로 다수의 치아가 이환되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환자나 공단 측과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충전처치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미한 마모부위를 개별적으로 모두 Air syringe test 한 뒤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를 골라서 불소이온 처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환자는 5개 이상의 다수치에 광범위한 시린 증상을 주소로 내원했다.
공단 쪽으로부터 민원발생에 대한 연락을 받은 우리는 순간 얼마나 쫄았던지. 혹시라도 과잉진단을 한건 아닌지 챠트기록을 뒤져보고, 환자에게 충분한 고지를 했는지 머릿속도 뒤져보고, 5개가 넘는 시린이 치료를 하고 진료비를 받은 다른 환자는 없었는지 다른 기록까지 뒤지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우리치과 쪽에서의 문제는 없었다고 확신하였고, 공단 쪽에서도 그 환자에 관한한 모든 청구를 받아주겠노라고 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이런 제한들은 심평원의 내부규제지침으로 되어있는 것인지 어떤지도 확인할 수 없는 채로 대부분 개업의들에게 심리적 억압기제(- -)로 작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주증상은 보험제도에 대한 분노, 내면으로 향한 분노인 우울감, 비급여 청구로 인한 도덕적 불편감, 공격적인 합리화 등등이다. 때로는 치과업이 적성에도 잘 맞고, 여성인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을 유지할 수 없는 더 없는 직업처럼 느껴지다가도 이렇게 환자나 관원 (- -:;)들과의 문제에 휩싸이게 되면 갑자기 우울해진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 빨리 죽을 것 같다. 보험재정을 아껴야 하는 공단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 아니지만 사실 10개가 시린데 5개만 보험청구를 받아준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게 무슨 고가 진료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환자들 케이스에 일일이 설명을 첨부해야 한단 말인가. 뭐라고 쓸까. 10개 시림? 사회적 신뢰의 차원에서 볼 때 가장 나쁜 것은 관행적으로 과잉청구하고 관행적으로 과잉 삭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행적인 탈세를 예상한 고율의 세제와 똑같은 구조다. 불신의 악순환이다. 닭과 달걀사이의 존재론이다. 신뢰를 어떻게 교육할 수 있으랴. 신뢰는 다만 신뢰의 경험으로 쌓아질 수 있는 사회적 재산일 뿐. 개인적으로 불신의 고리, 관에서 먼저 끊었으면 한다. 때로 속아 넘어가더라도 말이다. 치과의사들이 불신의 고리를 끊는다 해도 그건 그 실행 여부를 양으로 측정할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 투명한 신뢰사회로 가는 길. 관에서 손해 보는 셈 치고 위험부담을 먼저 감수했으면 한다. 잠재적인 위법자로 취급되는 일이란 무척이나 마음 불편하다. 장현주(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