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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열린 7강은 2007토지학교 마지막 수업. 이승윤 강사의 강의가 마무리되자 수강생들이 박수를 치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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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논술 광풍이다. 대학마다 논술시험을 부활하고, 개념도 모호한 통합논술로 학생들을 뽑겠다고 한다. '사교육 효과 있나 없나'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신문에서는 서울 강남 논술 불패 신화가 깨졌다고 떠든다. 그래도 여전히 논술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고, 논술 시장은 연일 상한가다. 작년 말 모 일간지 국내 10대 뉴스 중의 하나가 프랜차이즈 논술 학원의 성공을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오로지 시험을 보기 위한,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동원될 때 우리 교육은 계속 불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대입 논술이 없던 시절, 논술선생님도 대학의 필독도서 목록도 없던 시절, 무작정 읽고 끄적거리던 그 시절이 행복했다. 그 시절 혼신의 힘을 다해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며 고쳐 썼던 연서(戀書)조차도, 나의 설명할 수 없는 유치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정돈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했으며, 결국 지금의 필체까지도 규정하게 됐다. 현란한 손놀림의 '핸드폰' 문자 세대에게는 웃기는 이야기다. 행복한 책읽기, 즐거운 책읽기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우리 아이들에게 베스트셀러를 사주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다. 베스트셀러가 곧 베스트 북은 아닐 뿐더러, 어른에게 좋은 책이 아이에게는 해독불가의 암호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훌륭한 문학 작품의 선택과 그의 적절한 활용은 아이에게 독서 이상의 즐거움과 교육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선 '토지'를 대상으로 문학작품의 교육적 활용방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토지'는 그 분량의 방대함 만큼이나 교육적 활용도가 높은 작품이다. 글씨기를 포함한 창작 교육이나 인물이나 플롯, 시점 등 구체적인 소설 교육의 측면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시 등의 장르 변용 양상에 대한 학습 활동에도 유용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현 중등 문학 교육 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문학 창작을 교육 대상으로 끌어 들인 것이다. 소설 창작 교육에 '토지'를 활용할 경우 우선 작가가 직접 말하고 있는 '창작 방법론'이 실제 '작품'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학생들과 함께 확인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토지'가 가지고 있는 소설 미학적 특징들을 창작 교육과 관련해 학습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소설 신문 만들기' 등의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학과 인접 예술과의 관계에 주목해 원작의 연극적 구성을 통한 장르 변용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토지'는 해방된 순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약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우리의 근현대사를 탐구하고 우리 민족의 여러 문화적 특징들을 학습하는 데에도 활용도가 높은 작품이다. '토지'는 한국의 근ㆍ현대사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유용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 '토지'가 다른 역사소설과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은 뚜렷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지'는 숱한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 무엇도 주인공이라 할 수 없다. 나아가 여러 이념과 사상들이 대립하고 있지만 '토지'는 정반합의 논리로 통일돼 어떤 하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공평한 시선으로 그 모든 것의 양면성을 심도 있게 그려 나간다. 이런 작가의 태도는 그 표면 뒤에 숨어 있는 좀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본질적인 문제란 역사의 표면에 드러난 어떤 하나의 사건을 통해, 한 영웅적 인물을 통해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화냐 보수냐, 사회주의냐 공산주의냐 혹은 동학이냐의 선택이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친일이냐 항일이냐의 양단 논법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고 긍정과 부정으로 평가하려는 시도 또한 표면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에 그칠 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라 할 수 없다. 요컨대 '토지'가 담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쟁점들은 학생들과 함께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데 유용한 테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영상 매체나 컴퓨터, 나아가 인터넷 등을 효과적으로 교수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매체의 발전에 기대어 소위 열린 교육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학 현상에 대한 기존의 정전 중심, 생산자 중심의 접근에서 탈피해 수용자 중심으로 접근해 가는 방법적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 못지않은 정보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적극적인 정보화 교육과 콘텐츠 개발로 문학 교육의 대상과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이 문학 작품의 하이퍼텍스트화 방안이다. '토지'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의 변용이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단일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문학사전'이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토지' 사전의 출간은 수용자인 독자들의 작품에 대한 정확한 독해를 위한 것이다. 만약 '토지'의 전문을 온라인상에서 제공하고 텍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하이퍼 링크를 통해 통신 공간의 다른 부분과 연결시켜 다양한 정보의 검색을 가능하게 한다면 작품의 이해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학 작품의 하이퍼텍스트화가 단지 통신공간에 존재하는 여러 정보들의 접속에만 닿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이다. 요컨대 문학 교육의 목표가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주어진 텍스트를 다양하게 읽고 해석하는 것이라면 다매체 환경의 조건들을 최대한 활용해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 가능하게 하는 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