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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직원의 휴대폰에 태백산 눈꽃산행 긴급 모집 문자 멧세지가 찍혔다.
예전에 직원이 KJ산악회를 통해 산행을 한적이 있었나 본데 주말에 비소식이 있으니
문자 멧세지가 왔다고 한다.
맞아. 이번 주말 금요일 부터 토요일까지 비가 온다는데
어차피 비가 와서 패러 글라이딩 하러 갈 수도 없고
태백산쪽은 강원도 니깐 비가 아닌 눈이 오겠지?
100대 명산 완주를 위해 준비 중 인데 이번 겨울에 한번은 설산 등반을 해보려 했었었다.
그중 설산등반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태백산은 1월달 눈꽃축제 할 때 가보려고 생각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KJ산악회 버스를 이용한 등반을 해보기로 맘 먹었다.
일전에도 KJ산악회 버스를 이용한 억새 산행을 생각해두었다가 아침잠이 많은 체질상 늦잠을 자는 바람에 놓친적이 있기에
예약은 하지 않고 새벽에 일찍 일어 나게 되면 가보기로 생각했다.
설마 여유 좌석이 한자리도 없을까? 하는 생각에...
아침 잠이 많아서 휴대폰 알람을 새벽 5시 40분에 맞춰 놓고 힘겹게 일어 났다.
일어나자 마자 면도하고 세수하는 동안 커피 포트에 뜨거운 물을 끓이고
세면 끝난 후 써모스 보온 물병에 뜨거운 물을 채워 넣었다.
집을 나와 보니 캄캄한 하늘에는 비가 주룩 주룩 내린다.
이 곳은 지금 비가 오지만 필시 태백산에는 눈이 내릴거야.
동네 24시간 차돌이 김밥집에서 치즈, 쇠고기 김밥 두줄을 즉석에서 말아서
도시락포장으로 배낭에 챙겨 넣고 오늘 점심은 준비 완료.
언제 김밥 아닌 맨밥에 김치, 야채 등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서 가보노...
차를 신매 지하철 역 부근 안전한 장소에 주차 하고 지하철 승강장에 도착하니 6시 30분 조금 넘는다.
범어역 1번 출구로 빠져 나와 보니 부부인 듯한 두사람의 산꾼이 같은 나랑 같은 출구로 빠져 나와
앞서서 걸어 가길래 KJ산악회 버스 이용하느냐? 버스는 어디 있냐? 고 물어니 따라 오란다.
조금 걸어 가니 예전 하천 복개한 도로에 하얀색 버스가 3대 정도 주차해 있는데 정면 유리에
KJ산악회 태백산 산행 버스라고 적혀 있다.
태백산과, 함백산, 그리고 또 한군데..? 세 산은 비슷한 곳에 모여 있다 한다.
태백산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버스에 올라 가이드로 보이는 여성분에게 여유좌석이 있는지를 물어보니
다 차버리고 뒷자리로 딱 두자리 남았는데
제일 뒤로 갈 것인지 뒷좌석 바로 앞에 앉을 것 인지 묻길래 뒷좌석 바로 앞을 달라고 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버스는 7시 정시에 출발, 광장코어, 성서 이마트 등 두군데 정도 더 정차하여
손님들을 태우고 태백산을 향해 내달렸다.
새벽부터 일어 나는 바람에 버스가 가는 동안 달리 할일이 없다. 눈감고 자는 수 밖에
한참 자다 보니 마이크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깨어 보니 안동 휴게소에 도착하기 조금 전인데
오늘 일비 3만원을 거두었고 간단한 태백산 산행코스와 지형도를 주고 산행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안동 휴게소에 도착하니 식사가 제공 되는데
스티로폼 사각 박스에 비닐을 깔고 밥과 씨레기 북어국을 담고 락앤락 찬통에 김치 마른 반찬 등으로
아침 식사가 준비가 되어 있다.
각자 우동그릇과 수저를 챙기면 한사람이 밥을 담아 주고 또 다른 사람이 국을 떠주고
4찬 작은 접시에 찬통에서 반찬을 담아서 4명 정도가 한접시로 같이 먹도록 되어 있다.
휴게소 출입구, 벤치 등에 비를 피해 각자 쭈그리고 앉아서 알아서 아침 식사를 한다.
막입인 내게는 시장한 참에 꿀맛 같았다.
배불리 먹고 버스는 달리고 또다시 한참을 잤다.
시끄러운 소리에 또다시 깨어 보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하얀색이다.
이 곳은 정말 눈이 온다.
며칠 전 눈이 내렸을 법한 눈이 아직 녹지도 않았는데 오늘도 펑펑 눈이 쏟아지고
눈이 귀한 대구에서 온 손님들이라서 연신 감탄사를 발한다.
유일사 집단 주차장에 버스는 정차하고 화장실 안과 밖에서 다들 아이젠과 스팻츠를
착용하고 등산할 준비를 갖춘다.
나도 예전에 구입했었던 4발 아이젠과 스팻츠를 착용하고 스틱길이를 조절해서
등산할 준비를 갖추었다.
개별적으로 태백산 등산을 할 경우에는 도립공원이라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번에는 일비 3만원에 포함되어 있기에 그냥 올라 간다.
길도 넓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등산로 초입은 조금 미끄럽기는 하지만
보행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정말 이렇게 많은 눈을 보는게 얼마 만인가??
온통 세상이 하얗다.
그야 말로 하얗다.
마치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하얀색과 검정색 밖에 없다.
아무래도 아래쪽이다 보니 기온 때문인지 습설이다.
눈 밟는 소리가 뽀드득 뽀드득
하산을 이리로 하게 된다면 비닐 포대만 있으면 신나게 썰매 타고 하산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난 다른 곳으로 하산....
차가 다닌다는데 지금은 설마??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는데
다행이 차는 지나다니지 않는다.
마치 토끼 길 처럼 사람들이 다닌 곳으로만 한사람 걸어 다닐 정도의 길이 만들어져 있다.
크게 미끄럽지도 않아 보행하기 괜찮았다.
태백산은 5-6년전에 직장 산악회에서 시산제 겸 해서 눈꽃축제할 때 한번 와본적이 있다.
그때는 많은 눈을 기대 하고 왔었지만 오늘 처럼 이렇게 눈이 많진 않아서 조금 실망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코스는 유일사에서 천제단 망경사를 거쳐 당골 광장으로 내려 오는 짧은 코스다.
오늘은 가급적이면 문수봉으로 해서 긴코스를 타고 내려 와 봐야 겠다.
어디 사진 동호회에서 오신 분 인듯... 다들 값비싼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계신다.
이제 이곳을 기점으로 넓은 길은 끝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마치 나뭇가지에 솜사탕을 붙여 놓은 듯
탐스럽기도 해라..
경사가 있으니 조금씩 미끄럽기도 하다.
예전에 구입한 4발 아이젠이라서 그런가??
나무들을 번호까지 메겨서 특별 관리 하는 듯 하다.
9 란 숫자와 함박꽃 나무라는 수목표찰
이제 거의 다 올라 왔다.
오르막 고비는 넘긴 거 같다.
태백산 유일사로 해서 정상 오르는 코스는 경사가 그리 세지 않아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닌 듯 하다.
점심 시간이라서 주목군락지 한켠에 산꾼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사이좋게 점심을 드신다.
난 아직 갈길이 멀기에 조금 더 있다 식사하기로....
어차피 같이 온 일행도 없으니 내가 배고플 때 언제나 먹으면 된다.
나홀로 산행은 이런점 들은 좋다. 좀더 자유롭다는 점
하지만
안좋은 점들도 많겠지만....
이제 700미터만 더 가면 정상이다. 다 왔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천제단 까지는 총 4km, 등산코스 안내에 보면 2시간 소요 된다고 나온다.
누군지 모르지만 앞서 가는 사람 옷에는 온통 눈이다.
아마 내 모습도 다른이가 본다면 똑같으리라.
자연이 빚은 예술품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들 비슷한듯
멋진 광경 앞에서는 사진 찍느라 좁은 길이 정체 된다.
저곳이 태백산의 가장 높은 장군봉일것이다.
예전에 한번 와 봤지만 여기 말고 조금더 가면 비슷한 천제단이 또 있고
태백산 표지석은 그 곳에 있다.
역시 정상이고 능선이라서 그런지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 친다.
인증샷 한장
귀달이 모자가 보기는 거시기 해도 따뜻하니 좋다.
이제 정말 정상을 향해서 내려 갔다가 다시 살짝 오르막을 오른다.
눈꽃나무 터널
멋있다.
하지만 이 눈꽃나무 터널이 정말 지긋 지긋 하리란 것을
이때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