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례식 체험기-죽음의 문화적 맥락

[서순복]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돌아가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래도 용서하시겠지요)

문화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 영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다름아니라, 영국의 장례식이었다.

아는 분이 영국교회에서 치뤄지는 장례식 행사에 특송을 부르게 되어있는데, 상주분들에게 부탁해서 사전에 허락을 받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작년에 진도에서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씻김굿을 참관하기 위해 1년을 넘게 벼르다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작년 여름날 진도문화원장님 댁에서 있었던 씻김굿을 보러갔다 온 적이 있기에, 죽음에 대한 영국사람들의 의미부여는 과연 어떠한 지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영국은 으례 이런 날씨가 다반사이니...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장례식이 치뤄지는 교회에 도착했다. 아는 분이 특송연습을 해야 했기에. 몇분이 먼저 나와서 다과 준비로 부산했다.

먼저 고인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실버타운으로 갔다. 거기에는 유족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있었다. 가족들만 모인 자리에 불청객이 낄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상주되시는 분의 넓은 마음 때문이었다.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웃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맞상주가 나를 가족들에게 소개하면서, 가족들 사이에 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따뜻한 차 한잔을 타서 건냈다.  나는 내가 이 엄숙하고 숙연해야 할 장례식에 동양에서 온 이방인이 혹시나 끼인 돌처럼 대사를  망칠까봐, 내가 안절부절하였다. 우리 같으면 집안에 상을 당하면 가족들이 안타까워 울고불고 사못 심각한  분위기가 진행되는데, 영국은 그렇지 않았다. 영어로 하기 땜에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대강 고인이 마지막 머물렀던 노인의 집(실버타운)에서 고인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더러 웃기도 하고, 평소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일상사를 중심으로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 같았다.

좀 있다가 영구차가 도착했다.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서이다. 영구차는 끝내주게 좋은 차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영구차를 링컨 컨티넨탈로 쫙 뽑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그랬다. 기다란 회색 고급 영구차가 시신을 싣고 장례식장인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는 벌서 많은 조문객들이 와 있었다.  

장례를 맡은 집사 4명(장례대행사 소속)이서 관을 들고 한명이 앞장섰다. 그 한명은 중절모를 쓰고 마치 근위병처럼 절도있는 포즈로 앞서 인도했다. 조객들은 검은 상복을 갖춰입은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평상복으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집례자인 목사에 의해 고인의 약력이 소개되었다. 이 정도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특송이 있었다. 다들 그 찬송에 그저 감동을 먹는 모양이다. 이후 손자와 손녀가 나와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재미있었던 추억담을 이야기 한다.  근데 더욱 깜짝 놀란 것은 고인의 아들이 앞에 나와서, 아버지와 함께 했던 즐거웠던 재미난 추억을 회상하면서 좌중을 많이 웃기게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엄숙 경건 그 자체가 되어야 초상집 분위기가 되는데...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심었던 기억, 먼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빠와 함께 재미나게 놀았던 기억들....같은 교회식구이면서 먼저 부모를 여윈 후배들이 나와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유산을 어느 자선단체에 기증한다는 내용이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서 무속의 원형이 그래도 잘 보존되어있는 전남 진도에 다시래기 굿이라는 것이 있다. 초상집에 가서 동네 만담꾼이나 재담꾼들이 모여, 부모를 여위고 효를 다못해 침울하고 비통해 하는 상주를 두고 이러저러한 재담으로 상주를 웃기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비극과 희극(?)의 어색한 대조. 씻김굿이 억울하게 죽은 망자를 위한 한판의 굿이라면, 다시래기는 살아남아 있는 자들을 위한 어울림이라고 할까. 나 역시 대학다닐 때 어미니를 여위었다. 그 날 저녁 상복을 입고 날을 새는데, 동네사람들이 와서 화투판을 벌리기도 하고 윷놀이를 하면서 소란뻑쩍하게 떠들고 하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저녁이 되니 좀 무섭기도 했는데, 옆에서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위로도 되고 든든했던 기억이 난다.  

장례식이 거행되고 나서 고인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가 선도하고, 이어서 두대의 차에 유족이 타고 뒤를 이었다. 상여(영구차)를 붙잡고 울고불고 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 영구차 행렬, 그 중에 맞상주가 자기 가족과 탄 그 차에 나를 함께 타도록 해주었다. 가족들끼리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상주는 자기가 사업상 일본에도 간 적이 있다면서 관심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장례식 때 어떻게 하느냐 하기도 하고. 근데 내가 어떻게 영어가 안되는데 대답을 할 수 없고...상중에 이방인에 대한 배려가 자상하기만 했다. 상중에 이방인이 끼면 부정탄다고 할 줄 알았난는데, 그것이 전혀 아니다.

안동에 가면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실예술촌(?) 비슷한 휴양타운이 있다. "안동의 해학"이라는 책을 쓰신 분이 운영하는데 몇백년 내려온 의성 권씨 종가집을 개방한 것이다. 안동댐이 수몰된 후 산으로 옮겨서 이른바 문화의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근데 그 집에서 나는 그 집 제삿날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집주인은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개방한다고 자랑하신다. 왜냐면 반가의 제사문화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한국의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면서, 특히 조용한 산중에 노부부가 외로이 사는데 제삿날 서울에 가있는 동생들이 잠깐 내려왔다 동네사람들도 없어 조촐하게 외롭게 제사 지내는 것보다, 외부에 개방하여 함께 동참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하셨다고 한다. 나는 그 때 초혼제며, 젯상차리는 방법이며, 제를 지낸 후 가족들이 문을 닫고 조상의 혼령이 내려와 음복하시게 엎드려 있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새롭고도 신선한 문화충격이 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되는 것일까 ?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갖는냐가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불가에서는 윤회를 한다 믿고, 기독교에서  눈물도 슬픔도 없는 하나님 나라로  간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천국에 간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떠나보내는 유족의 마음이야 어찌 슬프지 않으리요마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찬송하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다. 기독교식의 장례식이기에 그러는 것일까 ?

태어나고 자라서 한 세상 보내다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길

관혼상제가 인생의 중요한 대사인데

영국에서 외국의 상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정말 좋았다.

죽음은 어떤 의미를 주는가 ?

잘 죽어야 한다고 20년을 넘게 수행을 하는 동생에게 여러번 들었다. 죽음을 잘 맞이하려면 나는 남아있는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마무리해야 하는가 ? 반드시 한번은 죽는 인생인데, 잘 죽기 위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려 본다.

[오소후]

사진이 익히 보아온 영화화면 같아요. '죽음도 탄생만큼 귀하다'는 말이 가슴 속에 살아 있어요.

[손혜경]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을 좀 더 진하게 살 수 있겠지요?....내일은 항상 오는 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무얼 하고 갈까요?

[돌담길]

읽고보니 한국에선 천주교 장례식과 상당히 유사한점이 있는것같습니다 유해를 성당에 옮겨놓고 엄숙하면서 조용한 예식이 치러지지요 좋은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