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푸욱~ 잤다. 날씨도 춥고, 할 일도 없고, 미팅 준비를 마치고 간밤에 일찍 베드에 들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타이레놀을 집어 먹고 잔 탓일까... 핸펀 알람 소리에 깨어 보니 6시.. 이제 서둘러 준비하고 골든힐 교육청이 있는 스트라스모어로 9시 30분까지 가야 한다. 약 1시간 정도 걸린다지만, 초행길이라 7시 30분에 호텔을 나선다. 살짝 눈이 내린 1번 고속도로를 내 달린다. 잠시 막히는가 싶더니 시내를 벗어나면서부터는 광활한 대지가 펼쳐진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 스트라스모어에 도착했다. 그런데 교육청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주유소에서도 그 주소 가지곤 알 수가 없단다. 할 수 없이 빙빙 돌다가 경찰서에 들어 갔다. 역시 경찰이다. 가르쳐 준 대로 찾아가니 자그마한 건물에 골든힐 교육청 간판이 보인다. 잠시 기다리는가 싶었는데 오늘 미팅의 4인방이 나타난다. ‘카루나’는 3월말까지 해외 출장 중이란다. ‘리내트’와 ‘낸시’, 홈스테이 담당, 그리고 오늘 나를 학교로 안내할 ‘빅토리아’까지 중년을 넘긴 아줌마 부대다. 잠시 차 대접을 받고는 빅토리아 차로 학교 순방에 나선다. 여기서부터는 중요하니 좀 자세히 적는다.
1) 골든힐 교육청은 크게 세 개 지역으로 나뉜다. 캘거리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스트라스모어가 있고 (인구 1만 명) 거기서 북동향으로 100킬로 지점에 드럼헬러 (인구 5천명 정도), 다시 거기서 북쪽으로 100킬로를 가면 쓰리힐이 있다. 크게 보면 동서남북 직경 약200 킬로미터를 아우르는 방대한 지역을 관할한다.
2) 학교는 총 18개다. 이 중 우리에게 중요한 지역은 스트라스모어의 5개(초등3, 중학1, 고등1) 학교와 드럼헬러의 2개(초등1, 중고등1) 학교다. 교육청 본부는 스트라스모어에 있고 학생 기숙사는 드럼헬러에 있다. 총 유학생수는 약 300여명이며 이중 한국 학생은 70여명 된다. ESL은 아주 잘되어 있는데, 각 학교마다 ESL 교사가 있어 본과정과 병행하여 운영한단다. 드럼헬러에 공립학교로서는 유일하게 기숙사를 운영하며, 입학은 킨더(유치원)부터 가능한데 만 10세까지는 부모와 함께 지내야 한다.
3) 기숙사는 총 8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현재 한국 학생은 16명이 기숙한다. 만 9세부터 입실이 가능하고 7학년부터는 드럼헬러 하이스쿨에, 6학년까지는 그린트리 엘리먼트리에 다닌다.
4) 이 밖에 12학년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을 위한 Fast Track Program이 있는데 이건 졸업장을 받기 위한 7개월 간의 집중과정인데,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졸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과목만 공부한단다. (이건 한국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도움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5) 튜터도 제공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1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에서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튜터링이 제공되기도 한단다. 이 경우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으로 선발하며 시간당 17불 정도를 준다. 영어뿐만이 아니라 학교 공부 및 숙제까지도 도와주니까 학생들 학업 성적이 쑥쑥 좋아진단다. 정식 교사일 경우 시간 당 30~40불 정도…
이제부터는 오늘 방문한 학교들에 관하여 잠시 서술하겠다.
첫 번 방문한 스트라스모어의
Wheatland Elementary 는 6학년까지 있는데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학교 건물이 현대식에 정말로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도서관이며 교실이며, 체육관, 음악실, 컴터실 등 하나하나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특별한 학교다. 엄마들이 와 보면 끔뻑 죽을 정도다. 한국 학생은 5,6학년에 3명 있다. 이밖에 초등학교가 두 개 더 있다.
Crowther Memorial 은 스트라스모어의 유일한 주니어 하이스쿨이다. 7학년부터 9학년까지있는데 그저 평범한 중학교지만 학교 시설이나 학업 수준 등이 대도시의 명문학교 못지 않게 좋고 높다. 현대화된 학습시설과 친절한 교사진, 그리고 높은 학력수준은 한국학생들에게 매우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이곳에 현재 한국 학생은 10명이 있다.
Strathmore High는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다. 이 학교는 스트라스모어의 커뮤니티 센터와 건물을 공유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있다. 전체 학생수가 약 700여명 되는데 정말 학업시설 등이 잘되어 있다. 내가 가본 웬만한 사립학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학생은 4명이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데 캘거리 대학, 알버타 주립대학, 유비씨, 싸이먼 등등에 진학한단다.
학교를 순방하고 '리내트'와 미팅을 통하여 앞서 열거한 내용들을 얻은 다음, 나는 여러 아줌마와 점심을 함께 했다. 여기 여자들도 한국 여자와 다를 게 없다. 얼마나 말이 많고 수다가 쎈지 1시간 내내 웃다가 정신을 잃었다. 드럼헬러 미팅 시간에 늦게 된 것이다. 이런… 서둘러 인사를 하고는 일러 준 대로 차를 몰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을 지도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는 것이다. 나도 참 용감하다. 무식한 건지... 약 100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1시간에 질주하는데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광야는 정말로 신기할 정도다. 거짓말 안 보태고 드럼헬러까지 가는 동안 집도, 건물도, 심지어 나무까지도 거의 없다. 그냥 평평한 들에 누런 들풀만이 깔려 있다. 일직선으로 뻗은 12번 국도를 타고 가다 9번 국도로 들어서니 드럼헬러 푯말이 보인다.
드럼헬러에 도착했다. 인구는 약 5천명 정도 된단다. 입구부터 웬 공룡 조각 들이 많은지, 마을 전체가 공룡으로 장식되어 있다. 얘기를 들으니 공룡을 도시의 마스코트로 삼고 파크를 만든단다. 드넓은 평야에 이곳만 움푹 패인 골짜기를 이루는데 그 속에 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아무튼 아주 작은 마을이니 학교도 쉽게 찾았다.
Drumheller High 는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있는데 총 학생 수는 약 500여명이다. 여기에 유학생이 100여명인데 이중 한국 학생이 40여명 이다. 이해가 안 된다. 웬 유학생이 이렇게 많은가... 학교의 수준이 매우 높고 좋은 시설의 기숙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학교 교실 건물과 통로로 붙어 있는 기숙사를 들어가 봤다. 잘되어 있다. 꽤 돈을 들여서 전체 수리를 했단다. 현관을 중심으로 남녀를 양쪽으로 갈라 놓았는데 1방에 2명씩 사용한다. 방안에는 싱글 침대, 책상, 옷장이 기본적으로 있고 화장실, 샤워는 공용이다. 식사도 3끼 제공되고 세탁실, 컴터실, 라운지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 Drumheller High School 기숙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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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시 반… 시간이 없어 교감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 약속 장소인 쓰리힐로 차를 몰았다. 다시 북쪽으로 100킬로다. 아무 것도 없는 광야를 정신 없이 달려가는데 눈 앞에 몇몇 건물들이 보인다. 쓰리힐이다... 잉... 이런 곳에도 학교가 있고 유학생이 있단 말인가... 더 이상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돈 줄 테니 오라고 해도 여기는 안되겠다.
정리해 보면… 골든힐 교육청은 생각보다 여러가지 교육 여건이 괜찮은 것 같다. 특히 스트라스모어의 학교들은 정말 어느 사립학교에 뒤지질 않을 정도다. 타운도 그럭저럭 생활할 만하다. 자그마한 쇼핑 거리와 공공 도서관, 수영장 등이 있는 시빅 센터, 주말 스포츠 클럽들, 극장 1개, 괜찮은 규모의 체인 식당들, 캘거리까지 1시간 정도의 접근성, 한국 학생이 적다는 점 등...
그러나 기숙사가 있는 드럼헬러 학교는 좀 다르다. 홈스테이 대신 기숙사를 원한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 어느 쪽도 학생들의 형편과 희망 사항에 따라 적절히 소개하면 좋을 듯 하다.
다시 차를 돌려 캘거리로 향한다... 휴... 다시 온 길을 되돌아 가야 하는가... 힘은 들어도 할 수 없지... 오는 길에 한국 식당을 들러 국밥 한 그릇을 얻어 먹고 호텔로 오니 저녁 8시... 이제 임무를 완수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내일 아침이면 돌아가야 한다. 아침 8시 비행기니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이제 마지막 짐이나 싸야겠다. 이 밤도 모두들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