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임금님을 모시지 못합니다.
연지(燕脂)는 볼과 입술에 붉게 칠하는 전례의 화장품이다. 연지를 이마에 동그랗게 찍어 바르면
그것이 곤지가 된다. 그런데 연지곤지 찍기는 화장에 대한 우리 의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색깔도 너부 선명하고 모양도 두드러진다. 왜 이런 화장을 하였을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연지곤지가 원래 생리중이란 표시였다는 설이 있다.
여염집 아녀자들이 그런 표시를 할 필요는 없겠고, 임금의 여자인 궁녀들이
"오늘은 임금님을 모시지 못합니다" 라는 표시로 빰에 연지를 발랐다는 설이다.
임금님께 감히 "죄송하지만 저 오늘 생리중이 거든요" 라고 말 할 수도없는 일, 그래서 임금이
척 보면 알 수 있도록 얼굴에 생리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으로 칠했던 것인데, 그것이 여염으로
퍼져 유행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설이긴 하지만 생리의 표시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성들이
연지 화장을 했다는 것은 잘 믿기지 않는다.
발그레한 뺨은 젊음과 처녀성의 상징
요즘 전통 결혼식 장면에서 신부가 연지곤지 찍고 앉아 있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옛 풍속에서 재혼하는 여성은 볼과 이마에 연지를 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지곤지 화장의 유래는 초혼과 재혼의 차이에서 찾아보면 알수 있다.
연지곤지 화장은 숫처녀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나이 어린 처녀들은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아도 뺨에 붉은기가 돈다. 조금만 부끄러워도
뺨이 발그레진다. 발그레한 뺨은 젊음, 싱싱함, 처녀성의 상징이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뺨과 이마에 연지를 발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희고 깨끗한 얼굴을 선호했다. 송나라 사람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
책에는 고려의 귀부인들은 연지 바르기를 즐겨하지 않고 그저 분을 바르는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다. 얼굴에 짙은 화장이 아니라 엷은 색조의 은은한 화장을 좋아했던 것이다.
짙은 화장에 대해서 야용(冶容)이라 하여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연지를 찍는 특별한
화장은 젊음과 처녀성을 표현해야 할 특별한 경우, 즉 결혼식 같은 경우에만 했다.
연지 화장은 신라 때부터 시작했다. 연지는 신라의 발명품이다.
옛 기록에 연지를 만드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자연 염료를 이용하여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학적 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연염료는 잇꽃을 썼다. 잇꽃은 1~2년생 국화과 꽃인데 원래는 황색이며 약간 붉은 빛이
돈다. 이 잇꽃을 찧어서 물에 담그면 황색색소는 물에 녹고 붉은색 색소만 남는데 이것을
약품처리 하면 붉은색 연지가 나온다.
화학적 연지는 주사 연지다. 수운을 주성분으로 하여 주사란 광뭉을 갈아서 계란 노른자 등에
섞어 솥에다 끓여서 만든다. 주사연지는 잇꽃 연지보다 색깔도 붉고 윤택이났다.
주사연지를 오래 사용하면 화장독이 생겼다. 그래서 민간보다는 궁중의 궁녀나 기생들이
주사연지를 많이 섰다고 전해오고 있다.
뜻박의 한국사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