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택연탄나눔은행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평택시민신문 김기수 발행인, 쌍용자동차 봉사동아리‘연탄길’의 박용민 회장,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이종영 회장(왼쪽부터).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아이들은 연탄이 뭐냐고 묻고 어르신들은 '지금도 연탄 때는 데가 있느냐'고 물으셔요."
"우리 동네에 연탄 때는 집이 많다는 걸 몰랐다는 거죠."
"이웃이든 추억이든 연탄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따뜻한 온기를 떠오르게 하죠."
세 남자는 연탄 예찬론자다. 그리고 연탄의 힘을 믿는다. 450원짜리 연탄 한 장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 동네를 살피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연탄 찬가'를 부르는 세 남자는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이종영(63) 회장, 쌍용자동차 봉사동아리 '연탄길'의 박용민(37) 회장, 평택시민신문 김기수(48) 발행인이다. 세 사람은 평택시의회 김성환 의원과 함께 평택연탄나눔은행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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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총 400가구에 배달평택연탄나눔은행은 연탄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무료로 연탄을 배달해 준다. 공식적으로는 2007년 문을 열었지만 실제 활동은 2006년에 시작됐다.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박용민 대표는 2006년 동아리 회원들과 독거노인들에게 난방용 기름을 공급하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동사무소에서 '연탄 때는 집도 많다'고 그러는 거예요. 평택에 연탄 쓰는 집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죠."
박 회장은 평택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에 문의했고 시청과 지역 봉사단체들에게서 연탄 쓰는 집 명단을 받았다. 그해 총 96가구에 연탄 2만7400장을 배달했다.
박 대표는 "9년 전 동아리를 만들면서 이름을 '연탄길'이라는 책 제목에서 따왔는데, 정말 말 그대로 연탄 봉사를 하게 됐다"며 "선견지명인지 운명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지난해부터는 평택시민신문이 연탄 나눔 운동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연탄 나눔 운동이 평택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 운동의 '원조'인 강원도 원주의 '연탄은행'은 이미 서울 등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었다. 이종영 대표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원주로 견학도 갔었지만 평택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존 조직에 들어가면 모금도 쉽고 힘도 덜 들지만 이 대표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지역 운동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연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고 연탄 모금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나눔 문화,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는 "시민단체, 기업, 지역 언론이 함께 운영하는 연탄은행은 전국에서 평택이 유일하다"고 했다.
올해는 10월말까지 163가구에 4만8400장을 배달했다. 배달이 끝나면 연탄이 들어간 집에 일일이 전화를 건다. "연탄은 모자라지 않는지, 건강은 어떤지 물어봅니다."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손영희 국장은 이를 '정서 상담'이라고 부른다. "가끔은 '왜 우리 집에는 배달이 빨리 안 오느냐'는 독촉 전화도 오죠. 호호. 자식 대하듯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고마워요."
◆"연탄이 나눔 문화에 불 지폈으면"
연탄의 힘은 컸다. 첫해 900여 만원이던 모금액은 작년 4570여만원으로 늘었다. 중앙초등학교, 평일초등학교, 합정초등학교 등 평택 지역 초등학교들도 모금에 동참했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전체 5200여 명 직원 가운데 1200명이 연탄 모금에 참여해 1600만원을 모았다. 박용민 대표는 "회사 전체에서 모금 운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요즘 쌍용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참여해준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들어 경제상황이 나빠진 탓에 10월말까지 모금액은 3000여 만원으로 당초 목표액 6000만원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처음 연탄은행을 열었을 때 한 장에 330원 하던 연탄값도 450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래도 세 남자는 희망적이다. 김기수 대표는 "개발 광풍이 부는 평택에서 연탄 나눔 운동은 잊고 지낸 이웃을 생각하고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종영 대표는 연탄은행을 사랑은행, 행복은행이라고 부른다. "연탄 나눔을 통해 지역 나눔 문화에도 불을 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택연탄나눔은행에는 1000원부터 후원할 수 있다. 연탄 2장이 조금 더 되는 돈이다. 문의 ☎(031)654-2004
- ▲ 평택연탄나눔은행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평택지역 기업, 학교,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한 연탄을 나르고 있다. /평택연탄나눔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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