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의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카메라가 훑어가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계곡위로
엔딩크레딧의 '돌비 서라운드'로고가 다 올라가고서도
영화가 주는 짙은 여운에 저는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말도 안된다,
유치하다,
청승맞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 영화도 다른 영화들처럼
우리 모두에게 어필 할 수는 없겠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은
확실히 고루한 구식인지도 모릅니다.
영원 불멸 유일한 사랑은 어쩌면 식상한 주제일 수도 있죠.
하지만 김성집의 '기약'이란 노래가
n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시점에서
충동적이고, 감각적인 순간의 열정만큼이나
'번지점프를 하다'의 사랑이 감동을 줄 수 있는건
비록 그 표현방식엔 유행이 있을지언정
사랑이란 것이 우리네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화두이기 때문일겁니다.
감독은 그런 말을 했더군여.
이 영화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화라구요.
사랑을 믿지 않던 사람에게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사랑을 맹신하던 사람에게는 사랑에 대한 의심을 주는.
사실, 인우와 태희의 시공을 초월한 영원유일의 사랑만큼이나
혜주와 인우의 처가 느낀 혼란과 절망을 간과해선 안될 겁니다.
하지만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건
인우와 태희처럼 그들도 그들만의 soul mate을
만날거라는 확신과 함께
저 역시 저의 숙명적인 사랑을 만날꺼라는
바램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우린 사랑에 대해서도 타협아닌 타협을 하곤 합니다.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다 그런거지...라는 자조적인 위안을 하며
무난한 남편감, 아내감들을 찾곤 하잖아요.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기 위한 동반자를 선택함에 있어
여러가지 사항들을 체크하는 건 현명한 행동이겠지만
첫눈에 반하는, 혹은 정말로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랑은
대학 졸업 이후에는 거의 불가능하더라는 사실이
가끔씩은 그저 슬플 따름이죠.
드라마가 큰 호응을 얻는 한국적 현실에서
드라마나 영화는 척박한 현실으로부터의 도피를 가능케하는
환각제 역할로 특화되어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영화가 결말지어지는 방식이
대부분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지만
그래서 영화의 해피엔딩이 극장을 나서며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지만
그래도 '번지점프를 하다'가 준 감동은 적지 않았습니다.
희미해져가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말이죠.
세간에 논란이 되었던 동성애적 코드는, 글쎄요..
현빈이란 남학생은 그저 전생을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태희였을 뿐이던걸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별 다섯 만점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