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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올해 농사준비로 한창 바쁘실텐데
올해는 어떤 농사를 준비하고 계십니까?
저는 착한농부 이전에 얼치기 농사꾼이라고 자처합니다.
이제 3년차농부이기에 완전초보를 못 벗어났거든요.
지난 2년은 자급자족 위주의 채소농사였었는데,
올해는 특작물을 시범재배해 보려 합니다.
모시와 개똥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2. 그동안 다양한 작목을 재배해 보셨다고 하는데
어떤 작목을 재배해 보셨나요?
귀농초보자들이 누구나 접하는 그런 작목들이었지요.
귀농인 두명과 함께 벼농사도 지어봤어요. 천수답 다랭이논 일곱마지기를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친환경 우렁농법으로 지어 보았습니다.
밭작물로는 감자,고구마, 들깨, 콩, 그리고 김장채소 농사를 무농약,무비료의 자연농업으로 지었습니다.
Q3. 그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물은 어떤 겁니까?
딱히 성공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네요.
기존 수십년동안 관행농사를 지었던 밭을 임차한 관계로 짧은 2년동안의 농사는 볼 품 없었습니다. 땅의 지력이 뒷받침이 안 되었거든요..그래도 기대치 이상 얻은 작물은 감자와 콩,들깨 정도이네요..^^
Q4. 귀농인들이 채소로는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뭡니까?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수백평 정도의 소규모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농사기술이 일천하고 재배력과 시기에 익숙치 않아 작물 생리를 못 따라갑니다. 더구나 소규모라 농협출하도 마땅치않고 대부분 직거래에 의존해야 하는 판로의 문제도 따릅니다.
그런데 채소는 규모의 농사입니다.
제가 아는 귀농인 한 분은 1천평 고구마농사를 지어 비용빼고 2백만원 남았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수백평의 소농이 대부분인 귀농인들이 노지채소농사를 지어 소득을 맞추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Q5. 그럼 귀농인들은 작목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해야
작목선택에서 실패하지 않을까요?
귀농하여 농사를 지어 소득을 맞춰야 한다면,
우선 내가 어떤 작목을 할까의 선택을 귀농전에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작목에 맞춰 귀농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제가 귀농학교 시절 충북 괴산에서 한달동안 실습을 했었습니다.
괴산하면 옥수수와 청결고추, 절임배추에서 전국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괴산에 귀농하여 절임배추하고 옥수수만 심어도 먹고 산다고 했었지요.
귀농 후 작목선택은 정착한 마을의 주작목을 따르는게 가장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작목에 대한 재배기술과 경험을 터득하기도 쉽고요.
Q6. 그런데 그 작목을 계속 짓지 않고
올해 모시를 재배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서천귀농인 모임을 창단 초기부터 활동을 했어요.
부회장으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그 시절 항상 가지고 있던 의욕이 서천 귀농인들의 전국적인 브랜드작목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지요. 소규모농사를 짓는 귀농인의 특성을 살려 서천 기후,토양에 맞는 단일작목을 보급하여 서천귀농인 전체가 단일작목반으로 묶는 것이었습니다. 수집,유통은 페교를 활용한 귀농인모임 산하의 사회적기업이 맡아주면 되었구요.
군청과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그 문제로 면담을 하기도 했지만 조직과 행정적인 한계로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올해 시범재배하는 개똥쑥과 모시는, 그동안 추구했던 귀농인 브랜드작목에 적합한 듯 합니다. 마침 서천군에서 옛날 한산모시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전남 영광에 빼앗긴 모시산업을 되찾으려 모시육성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서천모시의 명성을 부활시키는데 귀농인들이 한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Q7. 모시가 왜 귀농인들에게 적합한 작목이라고 생각하세요?
모시는 큰 기술을 요하지도 않고 어디서나 잘 자라죠.
한 번 심어 1년에 세 번까지 몇 년을 수확합니다.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섬유뿐 아니라 모시떡등 먹거리에도 고급재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근래 소식에 의하면 그동안 수백만원 고가의 모시옷이다보니 대중화가 힘들었는데 혼방기술로 가격이 저렴한 모시옷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소규모 농지에 농사기술도 미천한 귀농인들에게 적합한 작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서천은 한산 모시로 유명한데 서천군에서
모시 재배 농가를 많이 지원해주고 있나요?
그동안 몇가지 불합리한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모시재배는 원칙적으로 서천군 한산면에 주소를 둔 주민들만 재배할 수 있었지요. 다른 지역사람들은 재배해도 군에서 섬유용으로 수매해 주지 않아서 각자 모시떡등 다른용도의 수요자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시재배농가가 급속히 줄었고 급기야 모시의 명성을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모시는 예로부터 서천의 한산모시가 전국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만시지탄, 올해부터 모시육성사업을 군전체단위로 시행하고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Q9. 서천에는 모시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얼마나 되나요?
모시 재배 농가들끼리 농사 기술이나 정보도
주고받고 있나요?
서천군 한산면의 재배주민 중심으로 한산모시조합이 있고,
재배기술이나 비료,퇴비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10. 다른 작목에 비해 모시 재배가 어렵지 않나요?
저도 이제 재배 초기라서 경험에 의한 답변은 드릴 수 없지만, 기존 농가의 말씀으로는 다른 작목에 비해 훨씬 재배가 쉽다고 합니다.
다비성 작물이라 퇴비와 거름을 많이 주고, 물을 좋아하면서도 습한 곳을 싫어 하는 작목이라 적당한 관수만 신경쓰면 잘 자란다고 합니다.
Q11. 대표님께서는 모시 외에 또 어떤 작목을
재배하고 계시나요?
올해는 단순화 시켰습니다.
봄 감자, 가을 고구마 두가지 작목외에
모시와 개똥쑥을 시범재배하려 합니다.
고구마는 100박스 선주문을 받은 상태이구요..^^*
Q11-2.귀농해서 소득은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올리고 계시나요?
귀농해서 첫 3년은 여유자금으로 까먹고 살겠다고 했었지요.
초보농사꾼의 착한농사로는 소득을 맞추기가 어려울꺼라 생각했습니다.
3년이 지난 올해도 여전히 농사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방사하여 키우는 닭들이 주는 유정란이 입소문이 돌아 약간의 부수입을 얻고, 바다가 가까운 관계로 1주일에 한 번 해산물을 도시에 납품하여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딱히 농촌에서 크게 소비할 일도 없다보니 줄어든 소득에 맞춰 충분히 생활할 정도는 됩니다..
Q12. 귀농지원센터에서 사무장으로 일을 하기도 하셨네요?
귀농한 첫 해 귀농인모임의 추천으로 서천군청 도시민유치사업의 사무장을 맡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경험이었지만, 그 시기를 전후하여 서천군이 귀농지의 메카로 발돋움 하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Q13. 귀농해서 살다 보면 여러 가지 부딪치는 게 많을 것 같은데 그 어려움을 지탱해주는 게 무엇이었나요?
초심입니다.
“小通, 小農,小慾 - 3小를 하고,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 - 3척을 하지 말자.”
귀농초기에 이 초심을 잊고 자만하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항상 마음에 품고 잘 지키고 있습니다.
Q14. 귀농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나요?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사람이었습니다.
귀농지원업무 사무장을 하고, 귀농인모임에도 적극 참여하다보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사람과의 소통이 힘들었습니다.
서천군을 최고의 귀농지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도 나중엔 부질없는 욕심이 되더라구요..
결국, 모두와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소통을 줄였습니다.
지금은 뜻과 의지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착한농부공동체를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행태까지 바르게 살려는 그런 소통이 각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귀농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 줍니다.
Q15. 내가 귀농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젠가요?
귀농해서 행복하세요?
새벽에 눈을 뜰 때입니다.
일어나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면 맘이 설레입니다.
새들과 강아지들과 닭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마당과 화단에 핀 꽃과 나무들을 들여다 보고,
밭에 자란 작물들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나하나 궁금한 그런 소소한 일상이 좋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문뜩문뜩 느끼는 햇볕, 물, 공기가 좋구나~ 그 안에서 우리 두 부부가 건강하구나 하는 그런 감각들이 행복합니다.
Q16. 귀농을 준비하는 베이비부머들에게
먼저 귀농한 베이비부머 세대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째, 귀촌의 심정으로 귀농을 하시기 바랍니다.
바쁠 수록 돌아가라고..첫 해부터 귀농해서 농사로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시기 바래요.. 몸과 마음으로 즐기는 귀농을 권합니다.
둘째, 반드시 배우자와 합의,공감,동행하시기 바랍니다.
나 홀로 귀농은 귀농실패요인의 첫 번째 요인입니다.
셋째, 도시에서의 습성,욕심을 다 내려놓고 오시기 바랍니다.
귀농하기 전까지 지출을 십분의 일로 줄이는 연습을 부단히 하시기 바래요.
시골에서 부부의 경우 1백만원이면 생활비로 충분합니다. 1백만원 정도의 일자리는 시골도 많이 있습니다..
Q17. 요즘 귀농하는 분들도 많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귀농지원도 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실질적인 지원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귀농지원정책은 금전적인 지원 위주로 되어 있는데, 금전적인 지원은 의타심만 조장한다고 봅니다.
귀농초기를 잘 연착륙할 수 있는 기술멘토, 적정기술 보급, 귀농인 브랜드작물 개발, 귀농터전 확보등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지자체마다 귀농 전담 직원을 발령배치했으면 합니다.
어느 지자체나 귀농업무가 본업무이외에 얹혀진 업무로 여기고 있어 공무원마인드부터 활성화가 안 되고 있습니다.
Q18. 마칠 시간이 다 됐는데요. 그동안 3회에 걸쳐서 서천 착한농부공동체의 안병현 대표와 인터뷰했습니다..귀한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께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헐 정말 도움되는 말씀들입니다 이곳에서 좋은 분들을 만난것에 감사합니다 .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