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4.
4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암환자로 병원에 들어왔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암이 전이되었는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이럴 경우에는 수술여부를 우선 상의해야 한다. 만약 개복한 후 암이 전이 되지 않았으면 수술을 하고, 암이 전이 되어 손을 쓰기 어려우면 수술을 포기하고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의를 하려고 보호자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환자는 배우자도, 가족도, 친척도 있지 않았다. 자신은 고아라 아무 연고자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환자에게 설명했다. 환자는 의료진의 절차에 동의했고 개복을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암은 전이되어 있었고, 수술없이 바로 일반병실로 돌아가게 했다. 환자가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남았는지 물었다. 이럴 경우 보통 1~2개월이지만 더 오래사는 사람도 있으니 희망을 가지시라 했다. 그 이후 자녀 2명이 왔다. 오빠는 고등학생, 여동생은 중학생이었다. 엄마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학교도 가지 않고 한달동안 함께 엄마옆에서 생활했다.
병원에 의사 휴게실에는 먹을 것이 너무 많다. 컵라면과 쥬스 등이 다 먹지 못할 정도로 쌓여있다. 그는(박경철) 쉬는 시간에 컵라면도 먹을겸 휴게실에 가려고 했다. 가는 김에 환자의 아들이 보여 같이 갔다.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하는 거, 아이에게 먹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대학교 1학년때 돌아가신 아버지이야기를 해 주었고, 힘내라 했다.
며칠 후 결국 아이의 엄마는 죽었고, 병원생활은 그렇게 다시 바쁘게 돌아갔다. 10년 후 어느 날 한 신부가 그(박경철)를 찾는다고 했다. 누굴까? 신부님이 왜 나를 찾나 해서 만나보았다. 그 신부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어요?”
“누구신지?”
“10년전에 어느 암환자 부인을 기억하시지요? 그리고 그 때 아들이 바로 접니다. ”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그 때 컵라면을 먹으면서 해주었던 말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노라고, 삶이 힘들때마다 그 말을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얼마전에 동생도 시집을 가서 이제는 마음편히 의사선생님을 찾아뵐 수 있게 되었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박경철! 그는 말한다.
자신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동정이나 시혜차원이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자신도 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그냥 한 말이었는데도 이렇게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구나. 사람은 시혜가 아닌 공감으로, 같은 입장에서 대해주는 것으로 바라보아줄 때 영향력을 주는구나.
그리고 강조한다. 만약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나 행동이 이렇게 파급효과가 있다면 우리가 섣불리 하는 말과 행동 또한 얼마나 큰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는가?
선한 영향력. 이것이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 가는 사회복지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