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꽃무지풍뎅이 애벌레)로 건강은 물론 돈까지 벌고 있습니다.”
굼벵이 사육으로 잃었던 건강을 되찾고 돈까지 버는 일석이조의 벤처 농업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영천 임고면에서 굼벵이농장을 운영하는 신철(51)씨.
신씨가 굼벵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0년. 국내 대기업 전자회사에 다니던 신씨는 신체검사 과정에서 B형간염 보균자로 판정받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전기조명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공사대금을 받지못해 부도로 이어졌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잦은 폭음으로 건강이 악화돼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한 뒤 완치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에 민간요법으로 간에 좋다는 굼벵이를 찾아 먹기 시작했다.
이후 거짓말처럼 간경화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았다. 문제는 이때쯤 굼벵이가 떨어졌다는 것. 굼벵이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인 풍뎅이로 변하는 여름엔 구하기가 어려웠다. 굼벵이를 얻기 위해 그때부터 신씨는 산을 오르내리며 굼벵이 생태를 연구하고 곤충 관련 문헌을 탐독했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굼벵이 사육에 성공, 2002년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신씨가 굼벵이 인공사육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회사에 다니던 시절 실험실에 근무한 경력 덕분이다. 당시 품질보증 관련 부서에서 아프리카 등 열대나 혹한지역에 수출할 경우 일일이 제품 실험을 거쳤다고 한다.
그 때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적의 굼벵이 사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직접 자동 온`습도 제어시설을 개발해 농장에 설치했다. 먹이용 톱밥과 짚을 2년간 발효시키기 위한 자동살수장치도 만들어 경쟁력을 높였다.
마침내 2004년 경북도로부터 벤처농업인에 선정돼 지원금으로 굼벵이 특화상품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다. 굼벵이는 환경에 민감해 온도나 습도가 적당하지 않으면 폐사율이 높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육하기 어렵다.
신씨의 경우 온`습도 제어시설 개발로 굼벵이 사육 2모작이 가능했다. 굼벵이는 자연상태에서 봄에 애벌레로 자란다. 굼벵이 채집도 이때 이뤄진다. 여름엔 성충인 풍뎅이로 생활하고 가을에 알을 낳아 10여일 지나면 애벌레로 변한다. 이 애벌레가 겨울 동면기를 거쳐 다음해 봄 다시 채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 그는 온도와 먹이 조절로 동면기를 단축해 가을에 한 번 더 채집할 수 있도록 했다.
꽃무지풍뎅이의 애벌레인 굼벵이를 통상 2.5∼3㎝크기 때 채집해 말리면 1.5∼2㎝로 줄어든다. 애완용으로 많이 기르는 장수풍뎅이의 애벌레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신씨는 현재 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요즘엔 회복된 체력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외지 방문객들을 위한 체험장 가꾸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곤충생태체험장과 관상용 조류사육장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넓적사슴벌레, 왕사슴벌레, 톱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을 사육하는 곤충생태체험장엔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벽면에 나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수십종의 곤충표본도 전시돼 있다.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의 사육장은 곤충들의 먹이활동이나 생태를 직접 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관상용 조류사육장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청공작, 백공작, 금계, 은계, 황금계, 백한, 산계, 금수남, 은수남, 원앙 등 관상용 조류들이 둥지를 틀었다.
조류들이 낳은 알을 농장에서 부화시키고 있다. 버려진 냉장고를 이용해 부화기도 직접 만들었다. 전기조명 사업 시절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온도와 습도 자동 조절 장치도 부착했다.
부화기 1대에 200여개의 알을 깔 수 있다. 부화기의 문을 열면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알을 깬 조류새끼들을 곤충생태체험관에서 단계별로 기르고 있다. 일반 동물원에서 보기 어려운 관상용 조류새끼들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곳이다.
신씨는 관상용 조류새끼를 1년 정도 기를 경우 고가에 팔 수 있어 농가 부업용으로 적합하다고 했다. 또 전원주택이 활성화되면 뜰에서 기를 수도 있어 앞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은 벌써 관상용 조류새끼의 분양을 요청하지만 그는 조류사육장의 볼거리 확충을 위해 계속 기를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신씨의 농장엔 배롱나무꽃이 붉게 피었다. 황금측백이 시원함을 더해주는 정원에 정자도 우뚝 서 있다. 일하다 쉴 수 있고 손님들과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농장 뒤쪽 산기슭엔 작은 연못도 있다. 봄이면 두꺼비들이 알을 낳는 곳이라 물고기를 넣지 않는다고 한다.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농장을 보여주기 위해 단장을 계속할 생각이다. 주차 편의를 위해 농장 앞에 부지도 따로 마련했다.
농촌 어르신들이 기술과 일손이 많이 드는 곤충사육에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신씨는 “인근 농가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관상용 조류 사육을 통해 마을을 ‘새의 명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