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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여진을 위한 것임이 이후 그의 행동으로 들어났다. ㄴ. 내년 4월 13일 실시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내 지역의 출마 예정자들의 면면도 속속 들어나고 있다. ㄷ. 새정치민주연합은 6일 “박근혜 정부가 임금 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금융권의 신규 채용이 줄어든 것으로 들어났다.”고 지적했다. |
이러한 문장들은 모두 인터넷 신문기사문으로서 오류형인 ‘들어나다’를 포함하고 있는 사례들입니다. 우리말엔 ‘들어나다’라는 단어가 아예 없으니 위 문장들에 나타난 오류는 그 심각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형태인 ‘드러나다’는 어떠한 의미를 지닌 단어이며, 이 단어의 표기 원칙은 무엇일까요? 일단 ‘드러나다’의 사전적 의미와 그 용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의미 |
용례 |
▪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 |
例. 구름이 걷히자 산봉우리가 드러났다. |
▪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 |
例. 사건의 전모는 드러났지만 아직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
▪ 겉에 나타나 있거나 눈에 띄다. |
例. 우리 사회의 성숙은 어떤 사회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현혹되지는 않을 만큼 된다고 믿고 싶다. <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
▪ ((주로 ‘드러나게’ 꼴로 쓰여))다른 것보다 두드러져 보이다. |
例. 조 원장을 대하는 원생들의 눈빛이 드러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
이상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듯이, ‘드러나다’의 의미는 무려 네 가지로 쓰이고 있으니 ‘드러나다’는 일종의 다의어(多義語)에 속합니다. 그런데 ‘드러나다’를 구성하는 요소는 ‘들-+-어+나-+-다’로서, ‘들다’의 어간 ‘들-(入)’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음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위의 표에 제시한 ‘드러나다’의 의미에는 ‘들-(入)’의 원래 의미가 전혀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드러나다’의 표기 원칙은 바로 이러한 사실에 따른 것입니다. 즉, ‘들-+어+나-+-다’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 합성동사의 경우, 첫 번째 어간의 원래 의미가 유지되지 못한다면 ‘드러나다’처럼 소리 나는 대로 적기로 한 것이지요. 그 결과 우리말에 ‘들어나다’라는 단어는 아예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드러나다’의 경우처럼 어간의 의미가 유지되지 않음으로써 소리 나는 대로 적어야 하는 우리말 동사로는 ‘사라지다’와 ‘쓰러지다’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단어들을 다음과 같이 ‘살아지다’나 ‘쓸어지다’로 쓴다면 오류이니 이를 잘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⑵ㄱ. 당산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재앙이 언제인가부터 살아지고 없었다. ㄴ. 버팔로시 주민들은 수많은 나무가 쓸어지고 전기까지 끊겨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