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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회 친구들에게 산행후기를 돌아가면서 쓰자고 해 놓았더니 산행후기에 대한 압박감으로 상당히 부담이 간다고 한다.
그 부담으로 인하여 참석율이 자꾸만 떨어진 것만 같다...
즐거워야 할 산행이 글 쓰는 것으로 즐거움이 반감되고 또 괴롭다면 분명 이건 내가 잘 못 시도하는 것만 같아서 후회가 되기도 한다... 나의 본심은 그게 아닌데... 내마음을 몰라 준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한편으로는 든다... 혹시나 산행기를 쓰지 않을까(?) 봐, 내 나름대로 일기식으로 써 놨기에 계룡산 산행 후기를 올린다...
7시에 일어나 간단히 호박죽으로 아침식사를 때우고 배낭을 챙기고 있는데, 임 수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닝콜을 해 놨는데... 울리지를 않아 늦잠을 잤단다. “잠실역에 몇 시쯤 도착될 수 있을 것 같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출발한다 하더래도 30분 이상이 늦겠다고 한다. 참석하겠다고 했다가 늦잠을 자 동참하질 못함에 대한 죄책감에 무척 미안스러운 목소리로 난처 해 하는 목소리다...
원거리의 산행은 한사람 때문에 시간을 늦출 수가 없어 섭섭 하겠지만, 그냥 집에서 푹 쉬시고 다음 산행에서나 보세나!.. 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후엔 관세청의 염(재홍) 산우로부터 강화도에 급한 일이 생겨 오늘 참석하지 못 하겠다고 메시지가 왔다. 일이 우선이니 만큼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집결장소인 잠실역 3번 출구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잠실역 너구리상 앞에는 원거리 산행을 준비 중인 다른 등산객 일행들과 함께 서성이고 있는데, 8시 50분경엔 우리가 예약한 노란색 애마가 나타났고, 조금 후엔 기 회장님을 비롯한 산우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문형, 근호, 해황인 약속된 시간인 8시가 조금 지나서 도착 하였다...
오늘 참석한 10명의 산우들은 비교적 다른 때 보다 모두들 시간을 잘 지켜준 것 같다. 출발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간 늦은 08시 05분경에 잠실역을 출발하였다...
오늘 산행할 장소는 국립공원인 대전의 “계룡산(鷄龍山)”이다... 계룡산은 충남 공주, 논산, 대전에 걸쳐 있는, 차령산맥과 노령산맥의 사이에 위치한 산이다. 계룡산의 주봉은 천황봉(845 m)이며, 주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마치 닭벼슬을 한 용의 형상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지리산’, ‘경주’에 이어 3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산은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을 지닌데다가 교통 요지인 대전 가까이에 있어 전국적으로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조용한 산줄기 곳곳에 암봉, 기암절벽, 울창한 삼림과 층암절벽 등 경관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자태와 더불어 고찰과 충절을 기리는 사당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즉, 동쪽의 동학사, 서북쪽의 갑사, 서남쪽의 신원사, 동남쪽의 용화사 등 4대 고찰과 아울러 고려말 ‘삼은’을 모신 ‘삼은각’, 매월당 김시습이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낸 ‘숙모전’, 신라 충신 박제상의 제사를 지내는 동학사 등이 그것이다...
계룡산은 흔히 봄 - 동학사, 가을 - 갑사로 불리울만큼 이 두 절을 잇는 계곡과 능선 등 산세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갑사계곡은 계룡산국립공원 7개 계곡중 "춘 마곡 추 갑사(봄에는 마곡계곡, 가을에는 갑사계곡)"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이 빼어난 곳이기도 하다. ‘5리 숲’ 이라고도 부르는 갑사 진입로는 특히 장관이다...
갑사계곡 아홉 명소 중 하나인 용문폭포는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영험함 때문에 기우제나 산제 등 무속행사의 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따라서 꽃피는 봄철이나 단풍이 붉게 물들은 가을에 오면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눈 쌓인 ‘자연성능’(삼불봉~관음봉구간)을 보는 것 또한 절경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하기에 난 진즉부터 계룡산 자연성능을 꼭 한번 오르고 싶었었다...
이와같이 계룡산은 사계절 산행지로 봄에는 동학사 진입로변의 벚꽃터널, 여름에는 동학사 계곡의 신록, 가을에는 갑사와 용문폭포 주위의 단풍, 겨울에는 삼불봉과 자연성능의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계룡8경” 중 제2경인 삼불봉의 설화는 겨울 계룡산 최고의 풍광으로 꼽힌다고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몇 번 들었었다. 겨울산행의 백미는 관음봉에서 삼불봉에 이르는 1.8 ㎞의 ‘자연성릉’ 구간이라고 한다...
자연성능은 자연이 성곽의 능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협소한 길목이 자주 나타나 변화무쌍한 코스라고 말한다...
특히 함박눈이 내린 다음날 햇살에 살짝 녹아 얼음이 반짝이는 설경은 일품이라고 하며, 날씨가 맑은 날 삼불봉 정상에 서면 남서 방향으로 구불구불 용의 형상을 한 능선을 타고 관음봉과 문필봉, 연천봉, 그리고 쌀개봉과 천황봉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주봉인 천황봉의 일출은 계룡산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지만, 지금은 정상엔 군사보호시설이 있어 등산객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들을 싣고 갈 버스에 승차하여 산우들에게 준비 한 동반시를 나눠 주고, 안전한 등반과 즐거운 산행을 위해 몇일전 대전 친구들에게 산행코스를 잠시 협의하였지만, 행여나 오늘 참석한 산우들 중에서 계룡산을 많이 와 봤던 사람이 있나(?)싶어 물었더니 최(근호) 산우가 대전 친구들이 말한대로 가면 좋을 듯 싶다하여, 들머리는 갑사로 해서 삼불봉, 관음봉 오른 후 하산은 은선폭포로 해서 날머리는 동학사입구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등반코스는 지난 금요일 김 (정남) 전회장이 전화로 겨울산행인 만큼 하산시에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가능하다면 들머리를 동학사입구로 해서 관음봉, 삼불봉을 오른 후 하산은 금잔디고개, 갑사쪽으로 하라고 일러 줬는데, 아무래도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이 곳을 더 많이 다녀 봤고, 또한 계룡대에 근무 했었던 친구들에게 문의 하였던 바, 들머리는 갑사 방향으로 해서, 날머리는 동학사 쪽으로 산행코스 결정 한 것이었다...
어제 행복씨와 함께 한 영장산 산행으로 피곤한 탓인지(?) 잠시 조는 사이에 우리의 애마는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막힘없이 그렇게 신나게 달리다 보니 약 5분 후엔 정안톨게이트를 빠져나와 32번 국도를 탄 후 공주시를 지나 금강을 보며 갑사를 향하였다. 갑사 주차장에 도착은 10시경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약 30여분 빨리 도착하였다...
갑사 출입구 매표소에서 문화재관리비 명목으로 받는다는 입장료 때문에 관리인과 한바탕 입씨름을 하고 내키지 않는 2만냥(2천원/1인)을 헌납(산을 보호, 관리, 사랑하는 차원에서 희사 함)하고 갑사까지 잘 정비되어 길을 따라 등반을 시작하였다...
약 10여분을 그렇게 오르니 길 좌측에 절사들이 보인다. 등산로 옆 숲을 만들고 있는 계곡 어귀에 세월의 탈을 벗겨 들고 화엄종 10대 사찰인 갑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갑사는 고구려 구이신왕 원년(420) 아도화상이 창건 했다는 설화가 있으며, 대웅전, 대숙전, 월인석보판 등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단다. 조금더 오르니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엔 우측은 갑사계곡으로 해서 연천봉, 문필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좌측은 금잔디고개로 오르는 길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부터 등산로는 지난달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를 않아 얼어붙어 있어서 미끄러울 뿐만아니라 돌 계단길로서 하산시에는 매우 위험한 그런 빙판 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부터는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였고, 갑사까지는 등반객들이 그렇게 많지를 않았으나 입장료 때문인지는 몰라도 들머리를 어데로 해서 올라 왔는지 “평등산악회”란 명찰을 배낭에 달고서 40대의 남녀 한팀이 나타나 우리들을 앞질러서 나아간다...
나도 한때에는 날다람지처럼 날고 뛰었는데 싶어 힘을 내어 그들을 쫏았는데 숨이 차서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우리 시산회 일행들과 너무나 떨어진 것 같아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인생을 한탄 해 본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늙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한참을 오르니 V자 안부에 넓다란 평지의 고개가 있었다...
여기가 바로 금잔디고개라고 한다. 들머리인 갑사입구로 부터 약 1시간 반이 흘렀건만 계룡산의 향기에 취한 건지(?) 그렇게 목이 마르지가 않는다. 반대편 방향인 남매탑이나 삼불봉에서 오는 등반객들이 줄을 지어 도착한다. 등산인들의 기쁨에 찬 환호성에 정감이 어린다...
이곳에서 모두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을 먹거나 간식을 들고 있었다. 우리들도 목이라도 축일겸 쉬고 있는데, 조(문형) 산우가 과메기를 준비하여 왔다고 하며 내어 놓는다...
꽁치가 건강식품이라는 것은 지난번 모 TV.방송사(비타민)에서 소개한 바도 있지만, 오메가3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좋다는 것을 알았는지(?) 한 교장이 준비한 쐬주에다 김 으로 마늘, 초장과 함께 사서 먹는 맛이 그렇게 달고 맛이 있었을 줄이라 감히 누가 알았겠는가???
뒤돌아 보니 갑사로 내려다 보이는 계곡과 멀리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이 2월 초 겨울의 찬 공기를 안고 제 자리를 찾아서 있는 것 같아 자연을 노래하는 면면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달콤한 과메기에 쐬주를 한잔 하고나니 한결 기분이 새롭다. 따뜻한 햇빛에 쌓여있는 눈이 따사롭게 반사되어 녹아드는 느낌이다. 우린 잠시 휴식을 취하고 12시가 넘어서 삼불봉을 향하였다...
응달진 산 등성이의 눈 길을 돌아 능선에 다다르니 삼거리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남매탑, 우측 능선길을 따라 가면 삼불봉, 관음봉이라고 표기 되어있다...
능선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노약자는 우회하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앞서간 산우들이 모두가 노약자인 듯 우회하고 있기에 뒤에 오는 아줌씨 일행에게 물었더니 삼불봉의 절경을 볼려거든 우회하질 마시고 자기들을 따르라고 한다..
최, 정, 조, 박 산우와 함께 아줌씨 뒷꽁무니를 열심히 따라가니 7~80도의 깍아지른 암반에 철제 사다리를 설치하여 정상인 봉우리를 올라 갈 수 있도록 하여 놓았다. 이곳이 삼불봉 중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한다...
정상에 오르니 멀리 정면에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이 보이고, 더 머언 동남쪽엔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과 쌀개봉이 보인다. 구불구불 용의 몸체형상을 한 능선을 타고 관음봉과 문필봉, 연천봉의 능선이 연 이어져 있다. 1평 남짓한 정상(봉우리) 사방은 급경사의 절벽으로 추워서라기 보다도 내려다보니 순간의 아찔함에 오금이 저려온다...
천왕봉에서 이곳 세 봉우리를 바라다보면 마치 한 세월을 떨어질 듯한 절벽을 깎아 세우고, 모든 시름을 잊고서 앉아있는 부처님 셋과 같다고 하여 ‘삼불봉’이라고 불리워 지게 되었단다...
겨울바람이 세차가 분다. 따뜻한 햇살도 구름에 가려 추위를 더 가중케 한다. 잠시 사방의 주위를 관망하고선 노약자 산우들이 기다릴 것 같아 깍아지른 듯한 절벽에 설치해 놓은 철제사다리의 손잡이 난간에 의지한채 한참을 내려오니 눈이 제법 쌓여 녹지않은 한 능선에서 노약자로 전락한 산우들(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우들과 합류하여 신불산(경남 언양) 공룡능선을 수 십개 이어놓은 듯 한 칼날 같은 길에 눈이 얼어 붙어있는 자연성능 위를 걸으면서 좌,우를 살펴보니 동학계곡은 사정없이 깎여져 있고, 갑사계곡으로는 흰 이를 들어낸 기암 절벽이 우리를 낚아채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저 멀리 허공을 가르며 눈가에 꽂히는 금강이 몸을 비틀며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금강은 우리나라 5대강으로서 전북 장수 신무산에서 발원하여 차령, 노령 산맥사이를 거치면서 남대천, 미호천, 갑천 등 10개 국가하천과 16개 지방하천이 합류되어 공주를 돌아 부여 부소산 낙화암의 떨어지는 꽃잎을 안고 천리를 굽이치며 금강하구언둑을 거쳐 충남 장항과 전북 군산앞 바다인 서해로 흐르는 강이다...
한참을 그렇게 펼쳐진 계룡의 주변 경관을 조망하며, 비탈지고 눈이 쌓여 얼어붙은 능선을 따라 철기둥 나무계단을 올라 관음봉에 다다랐다... 관음봉 정상에는 큼직한 정자(관음정)가 시설되어 있었고, 그 옆 경사진 암반위에는 정상임을 알리는 자그마한 표지석이 있었다...
여름철이라면 관음정에 누워 하늘에 떠 다니는 한운을 보며 신선이 되어 봄직도 하겠거늘, 정상엔 바람이 너무 거센 관계로 신선행세는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시간도 벌써 1시가 넘어 배도 고팠었기에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서 점심식사를 위해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구름이 끼여있고 800m가 넘는 봉우리에 차거운 바람이 불어오니 한기가 엄습해 왔으며 10여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평편한 공간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관음정 정자 아래에는 여기 저기에 부부사인지(?) 아님 친구끼리 왔는지(?)는 몰라도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거나 추위를 달래려고 술을 한 잔씩 하고있는 중이였다...
우린 커다란 바위를 바람막이로 삼아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 팀의 옆으로 가 방을 빼 달라는 눈빛으로 서서 쳐다보니 그들은 오래 있기가 민망하여 선지(?) 자리를 선뜻 비켜 주었다...
그 곳은 경사가 져 있는 장소로 모든 산우들이 함께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바람막이는 할 수 있어 조(문형) 산우는 알콜반화를 준비하여 우동을 끓여서 산우들께 따끈한 국물을 제공하여 준다...
너무나 추워 손이 곱고, 김밥을 먹을 수가 없었는데 컵라면과 우동국물을 마시니 그런대로 속이 확 풀려서 좋았다... 허겁지겹 고팠던 배를 채우고서 오늘의 동반시 “물 속의 돌”은 산행기를 쓰기로 한 박 산우에게 또다시 읊기를 권하였다...
그럭저럭 점심도 먹었고 기를 재충전하고 동반시도 읊었으니 하산을 서둘러야만 했다...
눈이 쌓여 얼어붙은 계곡을 따라서 가파르고 위험한 하산 길, 김 전회장이 이 구간 때문에 위험하다고 반대코스를 택하라고 한 것 같다. 하지만 등산객 중에는 운동화 차림에 아이젠도 없이 내려가는 일행도 보였다...
비탈지고 미끄럽기만 한 계곡길을 지난번 수락산 산행때 나 원장의 부상을 거울삼아 은선폭포가 있다는 쪽으로 모두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은선폭포라는 이름은 쌀개봉과 관음봉에서 흘러내리는 상류 동학사의 계곡물이 20m 이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나, 폭포 앞의 기암 절벽이라든지, 우러러 보이는 쌀개봉의 선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옛날에는 신선이 숨어살았던 곳이라 하여 숨을 '隱'자, 신선 '仙'자를 써서 은선폭포(隱仙瀑布)라 했다고 한다...
요즘은 비나 눈이 오질않아 폭포수는 볼 수 없었고, 은선폭포와 쌀개능을 쳐다보는 전망대의 위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기 회장님의 주특기인 재미있는 사랑의 강의를 잠시 들은 후 기념사진을 한 컷 찍고, 다시 하산길을 서둘렀다...
약 20여분의 순탄한 길을 내려오니 동학사가 보인다. 길가의 시원한 약수를 한 잔씩하고 잠시 동학사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때 상원조사가 암자로 지은 곳에 회의 스님이 창건하여 상원사(上願寺)라 이름하였다 한다...
936년 신라가 망하자 유차달이란 사람이 이 절에 와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충신 박제상(朴堤上)의 초혼제(招魂祭)를 지낼 때, 동계사(東鷄祠)란 절을 짓고, 절이름을 동학사(東鶴寺)라 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이 절의 東쪽에 鶴모양의 바위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 한다...
동학사 경내의 대웅전 앞 기둥의 네 곳에 해서체의 한문 문구를 해석하는데, 고등학교 한문시간에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매우 재미있는 해석들을 하였다. 모두가 해학이 넘치고 광고인 다운 산우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모두들 즐겁고 안전한 산행 후의 여유로운 마음에서 한바탕 웃음을 나누면서 경내를 빠져나와 뒷풀이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먼저 내려 온 5명의 산우들이 동학사 입구의 길가 식당가에서 예쁜 아줌마와 입을 맞춰 놓고는 나를 포함하여 뒤에 온 5명의 산우들의 의향을 물어서 뒷풀이 할 식당을 정하려는데, 그만 아래쪽에 있는 "광주학동식당"이라는 곳으로 낙찰되었다...
광주라는 간판글자 땜시... 고향의 정보다도 써비스로 도토리묵을 한사발 더 준다고 하는 말에 이쁜 아줌씨 보단 마음이 이끌렸던 모양이다...
파전에다 동동주와 맥주를 시켜 한잔씩 따르고 또 건배는 박 산우에게 일임했다. 오늘 한김에 모조리 다 감투를 쓰라고 말이지... 선창구호는 "우리 모두 한잔 해보세!!" 다. 이에따라 산우들은 모두 "그라세!!"하고 복창을 하며 시원하게 한 잔씩하고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하였다...
서울에 대학로나 탑골공원에를 가 보면 남의 사주를 보아주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들중 대부분은 “계룡산”에서 도 닦고 내려왔다고 한다. 그만큼 계룡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아주 ‘명산’에 꼽힌다고 한다...
우리 또한 계룡산 산행을 처음 계획하면서 이렇게 좋은 산을 다녀오면 우리도 도사(?)가 되는 거냐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했다. 근데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계룡도사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ㅎㅎㅎ 그렇다고 그냥 빈손으로 돌아온 것만도 아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계룡산은 삶을 대함에 있어 늘 겸손함을 잃지 말라고 메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도사된 것 보다 더 값진 메세지를 준 것이다...
산행이란 분명 재충전의 기회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이탈해서 일상과는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느낌과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그동안 널브러 졌던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기에... 그에 덤으로 얻어지는 추억거리는 세월이 갈수록 가슴에 각인되어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 순간부터 입가엔 미소가 번지고, 영원한 추억에 젖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일세...
흔히들 알려져 있는 “계룡산의 8경”은 ‘천황봉의 일출’을 시작으로 ‘연천봉의 낙조’에 이르기까지, 계절따라 달리하는 경관은 동학계곡의 신록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은선폭포의 운무’와 ‘관음봉’을 쓸고 지나는 ‘한운’으로 계룡산의 정기를 흠뻑 맛볼 수 있으며, 갑사계곡의 5색 단풍에 휩싸이고 싶음은 산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심정임을 말할나위도 없을 것이다. 삼불봉의 설경은 겨울이 지나감을 아쉬워 할 것이고, ‘남매탑’ 위에 걸린 ‘명월’은 눈가에 이슬 맺힘을 돋울 것이다...
이와같은 아름다움을 보듬고 있는 계룡산은, 금남 정맥에 속하는 명산으로서 등산을 좋아 하셨고, 시를 즐겨 읊으셨던 노산 이은상 선생님은 조선팔도의 강과 산을 돌아본 후 “조국강산”이라는 시조집을 냈는데, 계룡산을 다음과 같이 시조로 읊었다고 한다...
여보게 계룡산이 어떠 하던고
산에는 단풍이요 들에는 곡식
보기만 하는데도 눈이 바쁜데
벼향기 무르녹아 코를 찌르데
함께 산행을 하고 싶었던 대전 친구들!!!
이번엔 건강과 개인 사정상 부도가 났지만, 날씨가 따라주질 않아 멋있는 ‘계룡팔경’중 한가지 밖에 보질 못 했기에 가을철에 다시한번 꼭 와서 단풍구경을 함께 하길 희망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모두가 산행에 자주 동참하기를 기원하면서 산행기를 맺는다...
2008. 2. 4. 청평에서 종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