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1년 5월 22일(토)
장소: 신촌 유플렉스 광장(신촌역 2번 출구)
주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최: 2021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참여기관: 트랜스해방전선/성소수자부모모임/무지개예수/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녹색당
공연: QCanD- 춤(Tiffany, Run for your life /온앤오프, Beautiful Beautiful)
*아이다호 데이IDAHO,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는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전 세계적으로 이 날에 맞춰 성소수자 혐오에 맞선 다양한 행동들을 펼치고 있다. (한국사회 성소수자 인권의 시계바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정욜(yol78@hanmail.net),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재단 사람, AMNESTY INTERNATIONAL 칼럼, 2013.09.09)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모임 "다다름"의 김유스님을 통해 정보를 공유받고, 오랜만에 신촌에 다녀왔다.
1990년 5월 17일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세계보건기구:유엔의 전문 기구. 2020년 기준으로 194개 회원국이 WHO에 가맹되었으며, 그 목적은 세계 인류가 가능한 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위키백과 제공)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매년 5월 17일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로 전세계가 기념한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8년 6월에 마침내 성 정체성 장애로 규정했던 트랜스젠더 역시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다(한국일보"주민번호 앞자리 바꾸기 법의 큰 문턱… 사회엔 ‘혐오’ 더 큰 산"김현종기자 2020.02.12).
2021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우리가 여기 있다" 성명서도 낭독했다. 다음은 그 중 일부 내용이다.
"성소수자의 혼인평등을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은 요원하고,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 6과 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은 아직도 건재하다. 공고한 성별이분법과 정상성의 체제는 극심한 혐오의 바탕이 되어 결국 몇몇 우리 동료들의 삶을 앗아갔다. 불과 얼마전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장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무지, 무관심이 확인됐다. 무지개빛 현수막은 갈기갈기 훼손되었고, 소위 '퀴어특구' 논란은 이 국가의 주류정치가 얼마나 성소수자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지 알게 했다. 반드시 다뤄져야 했을 성평등의 의제와 성소수자의 실질적 권리보장을 위한 의제는 철저히 배제되고 가려졌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존재로, 삶으로, 다시 싸움을 만든다. 저마다의 메시지가 담긴, 다양한 퀴어상징 플래그가 광장에 펼쳐질 것이다. 힘차게 펄럭일 플래그처럼, 우리는 초연히 존재하며 이 사회의 변화를 고취한다.
올해의 슬로건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외침이다. 이 외침 속에는 다양한 절실함이 있다. 사회의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드러내기 어려운 조건에도 우리의 존재를 이 사회에 끝끝내 알리겠다는 절실함, 혐오와 증오가 위협해도 자연사를 꿈꾸며 끝까지 살아내겠다는 절실함, 법과 제도의 형벌과 소외에 저항하며 반드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절실함이 그것이다."
프로그램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1) 프라이드 플래그 전시(13시~18시): 사전에 신청받은 메시지들을 담아 다양한 성소수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만국기를 광장에 게시 *각각의 깃발은 레즈비언·폴리아모리(다자간연애)·에이섹슈얼(무성애)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상징한다.(헤럴드경제,최원혁기자 기사)
2) 아이다호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13시)
사회: 한희(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발언: 오소리(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태환(한국농인LGBT설립준비위원회)/예정(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명서낭독
3) 릴레이 기자회견(13:30-18시)
13:30-14:00 트랜스해방전선
사회: 정성광(트랜스해방전선 집행위원장)
발언: 류세아(트랜스해방전선 부대표)/이혜연(인천차제연 활동가)/강민진(청년정의당 대표)/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김겨울(트랜스해방전선 대표)
14:00-14:30 성소수자부모모임
사회: 길벗(성소수자부모모임)
발언: 성소수자부모 3인(지인, 하늘, ?)
14:30-15:00 무지개예수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위한 축복식
15:00-15:30 다움
사회: 창구(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발언: 심기용, 한성진, 하루, 김보미(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15:30-16:00 녹색당
사회: 김지윤(녹색당 정책팀장)
발언: 상현(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소냐(녹색당 성평등위원장)/신현정(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수희(녹색당 여 성특위 및 국제특위 위원)
16:00-17:00 자유발언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기대했으나, 2명의 목소리만 듣게 돼 아쉬웠지만, 덕분에 현장에서 만난 일본유학생과의 1시간 반 동안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갑자기 다가와 자기소개를 하며 과제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하길래 응했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 K님(일본유학생)과 시민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일본의 페미니즘의 실태와 2-30대 여남청년들의 의식, 일본과 한국 영화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 시간 반 동안 나누었다.
17:30-18:00 QCanD
춤: Tiffany <Run for your life> (3인)
발언: 류(큐캔디 멤버)
춤: 온앤오프 <Beautiful Beautiful> (4인)
퀴어문화축제도 온라인으로 열려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오늘 행사를 통해 조금은 달래고 해소한 것 같다.
개신교인으로 퀴어문화축제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존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며칠 전, 한국여성학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콜라보로 진행한 <차별금지법과 전진하는 페미니즘> 강연에 이어 제13회 성소수자 인권포럼(군대의 트랜스젠더 실태, 성소수자와 미디어재현, 코로나19와 성소수자 공동체 주제강의)을 줌으로 들었다. 성소수자 인권포럼기획단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봤던 박한희변호사, 소주와 오소리 부부, 심기용씨 등을 신촌 현장에서 만나서 더 반가웠다. 유튜브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화면으로만 봤던 지인님과 하늘님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가가서 인사하진 않았지만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보냈다.
주최측 입장에서 아쉬웠을 점은 보도자료를 언론사 정치부, 사회부 및 시민사회단체에 보냈건만 TBS 교통방송과 한겨레, 방송사 로고가 적혀있지 않은 일부 기자들만 왔다는 사실이다. 주요 방송사나 언론사를 만날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성소수자혐오반대에 관심이 없거나 이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참여자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이 몇 가지 있다.
1.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 외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지지자들이 더 많이 왔다면 좋았겠다.
2. 여성단체들이 함께 연대했으면 큰 힘과 용기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다.
3.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님이 발언할 때, 보수 개신교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우려하는 것들에 근친상간과 수간 등도 허용하자는 거냐?라는 발언이 있었다.
이것은 보수 개신교 사람들이 하는 말이긴 하지만, 잘못된 표현이라 바르게 정정하는 게 맞다. 근친상간(근친간 서로 간음한 것이 아니라 성폭력을 행한 것)은 없고 근친성폭력 또는 친족성폭력이 있을 뿐이다. 사실 수간(인간이 인간 이외의 동물과 하는 성행위로 인간 외의 동물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을 동물성애 또는 주필리아(zoophillia)라고 부름, 위키백과 제공)도 용어가 바뀌어야 한다. 동물이 인간과 간음하는 것에 동의했을까? 이것도 동물에 대한 성폭력, 성도착으로 불려야 한다.
4. 자유발언자가 두 명인 게 너무 아쉬웠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이고, 몇 안 되는 방송사지만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지지자나 지인, 즉석 발언 등 다양한 자유발언자를 미리 섭외하고 준비했다면 더 깊은 울림이 있었을 거라 예상한다. 2명의 발언이 있고 끝이라 나라도 나가서 "성소수자 이해기"를 들려줘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낯선 환경이라 용기를 내진 못했다^^;;
원래는 16일 일요일에 예정된 행사였다고 한다. 당일 비가 많이 내려 취소를 하고 어제 진행되었다고 들었다.
코로나 시기에 젊은이의 거리로 알려진 신촌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는 걸 보는 것도 좋았고, 화창한 봄날 뜨거운 볕에 정수리가 탈 것 같아 바닥에 앉아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행사를 보고 공연을 본 것도 나름 좋았다. 오랜만에 잘 준비한 야외행사를 본 것도 의미있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6년 전 소녀시대의 태연에게 반해 노래가사가 뭔지 궁금해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까지 유학온 연세대 문화인류학 대학원에서 2학기째 공부하는 일본유학생 K를 만난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와 페미니즘, 시민행동에 대해 다양하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것도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