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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해시조문학 원문보기 글쓴이: 들까치
○ 수필쓰기란?
존재의 의미 찾기를 통해서 자기 삶과 존재에 의미와 향기 주기
○ 수필쓰기에 비결은 있는가?
비결은 없다. 그러나 배워야할 것은 많다.
○ 수필쓰기에 필요한 요건
1. 어느 정도의 감성과 지성, 상상력과 통찰력
2. 언어의 구사력과 표현력
3. 독서
4. 동기유발과 목적의식
○ 수필쓰기 단계
1. 영감(靈感; Inspiration):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어떤 신령스러운 느낌이나
생각, 생각의 섬광
2. 착상(着想): 작품 창작과 관련되는 생각의 단서 또는 실마리
3. 구상(構想): 한 편의 작품을 쓰기 위한 전체적인 계획, 즉 작품의 주제, 내용,
표현형식 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 대하여 미리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
4. 쓰기: 서두쓰기→본문쓰기→결미쓰기
5. 퇴고(推敲): 글 다듬기
閑居少隣竝/草徑入荒園/鳥宿池邊樹/僧推(敲)月下門
가도(價島; 777~841)
○ 수필의 표제(제목), 주제, 소재, 제재 정하기
1. 표제(標題; 表題; Title): 글의 제목
2. 주제(主題; Theme): 글의 중심 내용 또는 의미이며,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자하는 메시지이다.
3. 소재(素材; Material): 글의 내용을 구성하기 위하여 동원되는 모든 재료,
한편의 작품 속에 소재는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4. 제재(題材; Subject): 소재 중에서 글의 주제와 관련되는 주된 재료,
한 편의 작품 속에 제재는 대개 하나이다.
○ 수필의 서술방식
1. 설명(Explanation): 객관적 사실이나 사물이나 사람에 대하여 그 내용이나 특 성을 서술하는 양식이다.
예)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 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 한 맛이 있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 같은 달이지 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노천명, 「그믐달」
2. 묘사(Description): 대상을 있는 그대로 감각적 언어로 그림을 그리듯이 기술 하는 양식이다.
예) 지금 내 앞에는 방금 읽은 번역서 한 권이 놓여 있다. 은회색 표지에는 단발머리 젊 은 여인이 아련한 미소를 띤 채 모자 밑으로 세상을 기웃이 내다보고 있다. 그녀의 눈매는 유난히 깊숙하여, 그 너머엔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자신과 세상 에 대한 깊은 통찰에 다다른 한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어딘 가 이상하다. 여인의 얼굴은 지나치게 기름하고, 그 턱은 낯설도록 뾰족한 세모꼴이 다. 기다란 목과 함께 모딜리아니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얼굴.
3. 서사(Narration): 어떤 대상의 움직임이나 사건의 전개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술하는 방식이다. 어떤 행동이나 사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일어났는 가를 기술하는 것이기에 서사는 자연적으로 이야기 형식을 취한다.
예) 마흔을 훌쩍 넘겼던 어느 날, 부모님이 우리 집에 왔다. 구석방에서 남펀을 앉혀놓 고 내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이 간 후 남편이 내게 말했다. “자기는 무서운 년이래.”
내가 대학을 졸업하자 아버지는 내게 한 푼의 돈도 더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더없이 완강하게 나왔다. 나는 동생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다 학교를 자퇴해라. 너희들 월사 금은 다 내가 쓰겠다. 너희들 중 한 놈도 밤새워 공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우수 한 놈도, 학문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놈도, 미래에 대한 야망을 품은 놈도 없다. 너 희가 쓰는 돈은 국가와 민족의 낭비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우수하다. 지금 공부를 중단하는 것은 민족 자원의 훼손이다.”
동생들은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않고 내게 등록금을 주었다. 남편은 부모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김점선, 「무서운 년」
4. 대화 및 인용: 대화는 소설이나 희곡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수필에서도 간혹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남용은 금물이다. 인용은 남의 말이나 글을 끌어와서 자신의 글 속에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데, 대화도, 인용도 간접적인 것이 아 니고 직접적인 경우 반드시 겹 인용부호(“ ”)를 사용한다. 긴 인용문의 경 우는 인용부호를 사용하지 않고 본문에서 분리해서 처리한다. 홑 인용부호
(‘ ’)는 주로 강조 어구에 사용한다.
예) 대화: 『발자국을 정리하다』 16, 18 쪽
인용: 『발자국을 정리하다』 18, 19 쪽
○ 여러 가지 문채(文彩)
1. 심상(이미지(Image) 또는 이미저리(Imagery):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을 실제로서가 아니고 문학작품 속에 언어로서 재생시켜 주는 말 을 이미지, 그러한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이미저리라고 한 다.
예) 빠르고 경쾌한 탱고 리듬의 스텝이 몇 번 어우러지더니, 급한 회전을 이루며 이내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격렬함에 이르고 만다. 여성 댄서의 손이 남성 댄서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밀착된 가슴, 상대방을 갈구하는 듯 한 눈빛, 마침내 남자의 손이 여자의 몸을 훑어내리기 시작한다. 정교하면서도 감 각적인 터치, 허벅지까지 깊게 터진 스커트 속으로 공격적인 다리의 움직임이 자 유롭다. 맹난자,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2. 상징(Symbol):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그것을 넘어서서 다른 어떤 것을 나 타내거나 암시하는 것이다.
예) 세상에는 절대 진리와 정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항상 선의 편에 자기가 있다고, 자신의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부르짖는다. 한때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이들을 우러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에 부대끼면서 인식의 틀도 바뀌었다. 세상에 바람 잘 날 없는 건 바로 자신의 신념에 회의할 줄 모르는 그런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일으키는 거센 바람 속에 목이 떨어지는 건
항상 여린 꽃잎이었다. 송혜영, 「꽃잎」
3. 직유(Simile)와 은유(Metaphor): 직유와 은유는 다 같이 비유의 한 가지 에 해당한다. 비유란 A라는 말을 B라는 다른 말로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때 A를 원관념, B를 보조관념이라 한다. 직유는 원관념과 보 조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 “~인양” 같은 매개어를 쓰서 비교하는 방식이다.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매개어가 없이 양자를 동일 시하는 방식이다. 즉 “A는 B이다” 식으로 된다.
예1) 요즈음 북악산 옆을 지나다 보면 산이 몹시 작아 보일 때가 있다. 성글어진 내 머리처럼 나무가 많이 적어진 것 같고, 주름과 잡티가 많아진 내 얼굴처럼 잘고 못 생긴 바위들이 늘려 있다.
한혜숙, 「북악제색도(北岳霽色圖)」
예2) 인간은 한 개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이다. 파스칼, 『팡세』
○ 수필의 의미화
수필이 언어예술을 지향하는 한 그 형식이 잘 갖추어져야 하고, 그 내용이 의미 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이 수필의 형식을 잘 갖추기 위한 방법 과 관련된 것이라면, 내용을 의미 있게 하는 작업이 수필의 의미화이다. 이러한 의미화가 곧 주제로서 구현될 수도 있겠지만, 주제뿐만 아니라 좁게는 하나의 문장에서부터 넓게는 작품 전체에 걸쳐 구현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곧 작가의 지성이요, 통찰력이다. 그것은 평범한 사물에서도 사물의 표면만이 아니고 그 이면과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음은 일본의 시인 이토오 게이치(伊藤桂一)가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나무라는 대상을 보는 차원의 단계를 적시한 것인 데, 수필을 쓰는 사람도 참고할 만하다.
1. 나무를 나무 그대로 본다.
2.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3.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5.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6.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7. 나무를 흔들고 있는 그 본질을 본다.
8.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예1)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대로 받고, 득박(得薄)과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이양하, 「나무」
예2) 꽃은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비생명적인 모든 것에 대한 저항의 언어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대지가 잿빛으로 바뀌어 갈 때 하나의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거역하는 장렬한 투쟁이다. 매연의 악취 속에서도 향기를 내뿜는다는 것은 눈물겹기까지 한 생명의 데몬스트레이션이다. 이어령, 「문화의 은유법으로서의 꽃」
○ 수필의 양념치기
음식에 양념이 필요하듯이 수필에도 양념이 필요하다. 양념이 전혀 들어가지 않 은 음식은 무미건조하여 맛이 없다. 마찬가지로 수필에도 양념이 가해지지 않으면 자칫 무미건조한 글이 되기 쉽다. 수필에도 맛깔스러운 양념이 가해져야 묘미를 주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수필에 이러한 양념을 치는 장치로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품격 있는 서정성, 독자의 지성을 자극하여 지적 공감과 깨우침을 주는 지성적 요소, 기타 글을 재미있게 하여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유머(humor), 위트(wit), 풍자(satire), 아이러니(irony) 등이 적절히 사용되면 보다 더 맛깔스러운 수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진리가 적용된다.
○ 수필에서의 일상성(진부성)과 키취적 수준 벗어나기
수필이 쉽고 평범한 글이라는 인식에서 수필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일상성과 키취적 수준이다. 일상성이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한 소재를 취급하여 신변잡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이다.
키취(kitsch)란 저속하고 천박하며 대중(속중)적 수준의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흔히 싸구려 술집이나 대중음식점, 또는 이발소 같은 대중 유흥업소들의 벽면에 붙어 있는 조악한 수준의 그림으로 대변된다. 이러한 일상성과 키취적 수준에 매몰된 수필들이 요즈음 양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필은 수필 본연의 차원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와 타인에 공해를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수준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문학에서의 ‘낯설게하기’ 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란 원래 1920년대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에서 나온 용어인데, 이를 수필에다 적용시킨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상을 일상적 언어의 표현방식으로는 결코 대상의 인식에 참신성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일상적 언어의 표현방식이 아닌 낯선(참신한) 표현방식을 찾고자하는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다.
예1)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표ㅅ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유치환, 「깃발」
예2) 낯선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호수 옆을 지나는데 떨어지자마자 호수의 물과 하나 되는 비가 투명하게 친근감을 주는 상큼한 기호로 다가온다. 버스 안이 아니라면 빗 속에 뛰어들어 흠뻑 비를 맞고 싶다. 그러나 저 빗속에 들어가면 나도 비와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비는 실처럼 가는 모습으로 떨어져 실비라 불리지만 한 줄기씩 잘 따져보면 유연한 것만은 아니다. 내려오면서 물러서거나 우회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는 직선코스의 저돌 적인 자세다.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내리는 비는 글자인 비와 닮았다.
이슬비가 내리는 날은 비,
장대비가 내리는 날은 비다. 남흥숙, 「비비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