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여호수아 20장 9절, 민수기 35장 10~11절
이 성읍들이,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나 그들 가운데 살고 있는 외국인 가운데서 누구든지 실수로 사람을 죽였을 때에, 그 곳으로 피하여 회중 앞에 설 때까지, 죽은 사람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사람의 손에 죽지 않도록 하려고, 구별하여 지정한 도피성이다. <여호수아 20장 9절, 새번역>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라.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러라. 너희가 앞으로 곧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거든, 성읍들 가운데서 얼마를 도피성으로 정하여, 실수로 사람을 죽게 한 자가 그 곳으로 도피하게 하여라. <민수기 35장 10~11절, 새번역>
아직 모든 땅을 정복하진 못했지만 엘르아살 제사장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자손 지파의 족장들이 실로의 회막 문 곧 주님 앞에서 제비를 뽑아서 자신들의 유산으로 받은 땅을 나누는 것을 완료하였습니다. 간단하게 지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나안 땅을 분배한 후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건으로 너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바로 민수기 35장에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시켜 말씀하신 도피성 지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주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렇게 일러라. '내가 모세를 시켜 너희에게 말한 도피성을 지정하여, <여호수아 20장 1~2절, 새번역>
가나안 땅 분배 후에 너무도 중요한 일이 많이 있을터인데 하나님은 가장 먼저 여호수아에게 도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요단강 서쪽과 동쪽에 3곳을 지정하여 도피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요단 강 서쪽 지역에서는 납달리 산간지방에 있는 갈릴리의 게데스와 에브라임 산간지방의 세겜과 유다 산간지방의 기럇아르바 곧 헤브론을 도피성으로 구별하여 지정하였다. 또 여리고 동쪽, 요단 강 동쪽 지역에서는 르우벤 지파의 평지 광야에 있는 베셀과 갓 지파의 길르앗 라못과 므낫세 지파의 바산 골란을 도피성으로 구별하여 지정하였다. <여호수아 20장 7~8절, 새번역>
과연 '도피성'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가나안 땅 분배 이후에 바로 지정해야 할만큼 급하고 중요한 일이였던 것일까요? 그래서 이번 여호수아 묵상에서는 도피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도피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민수기 35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첫째,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면 성읍들 가운데서 얼마를 도피성으로 정해야 한다.
→ 반드시 공동체 안에 '도피성'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도피성은 꼭 필요했던 곳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실수로 사람을 죽게 한 자가 피신할 수 있는 장소이다.
→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는 복수를 막기 위함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사람을 죽게 한 자가 회중 앞에서 재판을 받기 전에 죽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장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새삼스레 놀랍게도 실수로 사람을 죽게 할 수 있음을 하나님이 인정하신 것입니다.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행동으로 살인죄를 말씀하시면서 '고의'가 아닌 '실수'에 대해서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가장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수로 사람을 죽게 한 것인지,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것인지 당사자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살인자는 이 성읍들 가운데 한 곳으로 가서, 그 성문 어귀에 서서, 그 성의 장로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설명하여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그를 성 안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있을 곳을 마련해 주어, 함께 살도록 해야 한다. <여호수아 20장 4절, 새번역>
이 얼마나 놀라운 기록입니다. 도피성에 성문 어귀에 서서 그 성의 장로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설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도피성이라는 특성상 하나님께서 진실 여부를 분명히 장로들에게 알려 주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설명하기만 하면 도피성의 장로들은 그를 성 안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있을 곳을 마련해 주어, 함께 살도록 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까? 그리고 복수자가 찾아와도 절대 이 사람을 내 주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사람이 뒤쫓아온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손에 살인자를 넘겨 주어서는 안 된다. 그가 전부터 그의 이웃을 미워한 것이 아니고, 실수로 그를 죽였기 때문이다. <여호수아 20장 5절, 새번역>
셋째, 총 6개의 도피성을 지정하되, 요단강 동쪽에 세 성읍, 요단강 서쪽에 세 성읍을 가나안 땅에 두어야 한다.
→ 지리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하게 배치됩니다.
넷째, 이스라엘 자손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나 함께 사는 본토인이면 누구든지 도피성으로 갈 수 있다.
→ 하나님의 은혜에는 차별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민수기 35장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백성들을 전멸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예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나안이라는 공동체로 살게 된 모든 이들에게 도피성은 공평하게 제공되었습니다.
다섯째, 도피성으로 도피한 살인자는 거룩한 기름을 부어 성직에 임명된 대제상장이 죽을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 대제사장이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자기 소유지가 있는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 속전을 받고 살인자를 제 땅으로 돌려보내어 살게 해서도 안 된다.
→ 마치 대제사장이 고의로 살인한 자의 죄를 짊어지고 같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우리의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죽으신 것이 생각나는 구절입니다.
예수는 이러한 제사장으로 우리에게 적격이십니다. 그는 거룩하시고, 순진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구별되시고, 하늘보다 높이 되신 분입니다. 그는 다른 대제사장들처럼 날마다 먼저 자기 죄를 위하여 희생제물을 드리고, 그 다음에 백성을 위하여 희생제물을 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바치셔서 단 한 번에 이 일을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7장 26~27절, 새번역>
그리고 여호수아서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더 보충하고 있는데, 살인자가 그 성읍에 머물러 살다가, 회중 앞에 서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기록합니다.
그 살인자는 그 성읍에 머물러 살다가, 회중 앞에 서서 재판을 받은 다음, 그 당시의 대제사장이 죽은 뒤에야 자기의 성읍 곧 자기가 도망 나왔던 성읍에 있는 자기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여호수아 20장 6절, 새번역>
살인자는 회중 앞에 서서 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어떤 재판이었을까요? 분명 자신의 삶을 통하여 자신이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재판이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의 삶을 보고 그 사람의 말에 대한 진실성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살인자는 도피성에 머물면서 어떤 생활을 했을까요? 분명 고의로 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뉘우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을 받아 준 공동체를 보면서 말입니다. 자신을 받아준 도피성 성읍의 공동체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미 피의 복수를 받아 죽었을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한 번 더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은 도피성으로 인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많았을 것입니다.
여섯째, 살인자는 어떠한 연유에든지 도피성의 경계 밖으로 나갔을 때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그리고 피를 보복할 친척이 그를 알아보고 도피성의 경계 밖에서 죽였으면, 그 친척에게는 아무런 살인죄도 적용되지 않는다.
→ 한 번 도피성으로 피했다면, 그 도피성의 삶에 만족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도피성의 경계 밖으로 나간다면 그의 목숨을 더 이상 도피성이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도피성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답답하고 때론 힘들고, 지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피성 안에 있어야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피성 경계 밖에는 피를 보복할 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의 여섯가지 내용을 보니 '도피성'이 오늘날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여호수아 묵상에서는 오늘 우리는 도피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묵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4-y_Lbd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