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날이네 >-2002. 4. 8. 월. 000-
조금 쌀쌀 하기는 해도
청명함이 주는 상쾌함으로
아침을 열었단다
썸머타임 이라고
사람들은
하품에 하품을 하지만
요즘의 난
힘들어도 잠자고
생각이 복잡해도
잠을 잔다
뭔지 모르게
뒤엉킬 것 같으면
밤새 뒤척이기 보담
잠으로 해결하기에
머리가
언제나 맑은 지도 모르지
아니
텅 빈 건가?
교회 가서
여러 사람 만나
사교장인지
무슨 자랑 집단인지 모르지만
그게 무슨 대수리
일주일만에
한국 동포 만나
날라 가는 수다 떨고
옷 자랑하고
자식 자랑하는 거 들으며
에라이,,
한 주일 양념거리 받아 오면
이러쿵 저러쿵
혼자만 생각하며 웃지
인간이 별로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부대 낄 일도
설칠 일도 없으니
그깟 하루 눈감는 게
뭐 어려울 일도 아니라
같이 삐죽삐죽 하다
웃으며 돌아 왔다
믿는다 면서
예수를 믿은 건지
내가 나를 믿은 건지
나도 잘 모르지만
언제나 누구에게도 속하지도 않고
쉬이 빠지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혼자서 설교는 잘 해댄다
찬양을 인도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기도를 하며 사람들을 울리고
설교를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도를 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살아 온 날의 반은
과연
무엇을 위해 그랬던가
솔직히 시인하자면
나르시즘 같은 게 아닐까 한다
뭔가에 대한
우월감으로 산다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는 것이
어떠냐
자신 있고
자기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자신에게 만족하며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쭐함도 나쁘진 않더라
월요일이네
다소
세상이 편치는 못해도
네게도
오래 한 자리에 머물렀다는 우월감으로
한 주일을 시작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세상을 어찌 사랑하느냐?
사랑이란
주어도 주어도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도 않는 샘물 같구나
그 샘에
목축이고 갈 인간 구제를 위해
좋은 마음 담그고
좋은 생각으로
천당 갈 준비라도 해야지
비록 껍데기 포장 만 일지라도
하나님은
비열함을 아시나
사랑하실 테니 말이다
< 복사꽃 찾아 떠나볼까. >
-2002. 4. 8. 월. 신형호-
또 월요일이구나.
출근하니 정신이 없네
하늘은 황사현상으로
온 세상이 다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주일은 잘 보냈구나
사람구경하고
열심히 예배보고
찬송하고
그러다 보면
모든 마음이 상쾌해지리라
근대 참 신기하다
사람이 그토록 없는 곳에서
열심히 잘 살아간다는 것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외로워서
못살지 싶은데...
하루가 또 다른 하루를 낳고
세월은 어제의 세월을
밀어내고
아쉽다고 바둥거려 보지만
모든 것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
그저 자연의 순리에 기대고
난 피어나는 햇살을 바라본다
너의 말대로
모든 것이 잘 안 풀릴 때는
푹 자는 것이 최고이리라
잠이 보약이고
기분전환에는 명약이니까
어제는
청도 방면으로 봄 냄새를
맡으러 다녔다
나도 너무 돌아다니는 건 아닌가?
지천으로 핀 복사꽃향기에
온 산천이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랄까?
온통 진분홍으로 불타는
복숭아꽃이
야산에도
구릉에도
길 건너 밭에도
짜릿하게 깔려서
仙境을 거니는 것 같더라.
이럴 때 신선이 되어볼까!
청도읍에서 경산 쪽으로
굽어 도는 경부선 철도 따라
부산행 특급열차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며
복사꽃 사이를 감돌아 가는 광경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꿈이 되살아나는 듯하고
또 다른 세상을 거니는
맛이라고나 할까?
직접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네 마음속으로 부쳐줄게
눈을 감고 잠시
추억 속의 여행을 즐기거라
언제 다시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열차여행을 할 수 있는 날도
기대를 하면서...
< 해를 사랑한다 >
-2002. 4. 9. 화. 000-
아침까지 춥더니
드디어
15 도정도 까지
단숨에 올라온 온도계가
해를 받고 있더라
병든 닭 마냥
여기 가도 쿨룩
저기 가도 벌겋게 충혈 된
기후에 손든 자들 만 보다가
훌훌 옷 벗고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금방 이라도
뛰어 나가 같이 놀면
몸이 개운할 것 같아
매일 학생들과 생활하는 너는
맘이 언제나 젊겠다
부러움이 오네
잠을 설친 탓인지
연신 하품은 나오고
밝아 오는 햇살 아래
온 몸 들이밀고
쪼그리고 앉아
나른한 커피 한 잔
마음이 천국이네
황량하고 넓기만 한
대서양 앞 바다에 서면
아..
죽을 수도 있다
무섭기만 하네
용기도 두려움도
한꺼번에 생기기에
여기 에서는
바다를 잘 찾지 않는다
홍콩 앞 바다를
수년간 바라보고 살면서
바다가 주는 아름다움
오밀조밀함
바다와 빌딩.. 공항,, 차..
세 개를 몽땅 내려다 볼 수 있는
아파트에 사는 행복에
눈뜨면 넘실넘실
강 같은 바다가
창으로 들어 올 것 같음에
그것만 파먹고 몇 년을 즐겼다
두어 달 전
한국에 갔을 때
친구가 데려다 준 감포 앞 바다
영덕 대게 사 준답시고
꼬불꼬불 가더니
동그랗게 만으로 되어
무공해처럼 출렁이든
그 아름다움
낙조 지는 시간
새들이 옹기종기
겨울 속의 바다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워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 뿐이라
늙은 친구들은
별 흥미 없다는 듯
소주나 마시고 수다 떨기에
젊은 기사 하나 데리고
바닷가로 나가서
바닷물에 손도 넣어 가며
작은 게 한 마리 건져 올려
감탄하고 오든 길
친구는
이층 창문에서
빠진다고 소리 지르고
나이 생각은커녕
싱그러운 감정의 유희로
다시 가자고 졸라
두어 번 더 갔다 왔다
세 군데나 있든 해가
지금
도심지 한 복판을 내리 쪼이는데
왜 내 눈은
넘실대는 세 군데를
돌아 돌아다니는지
사랑하는 게 해 인지
소리 없는 바다인지
눈감고
그저 사랑하고 있단다
이 오후에 말이다
네 돌아다니는 근성과
내 돌아다니는 영혼이
그리 다를 바가 아니니
글로서 풀어 낼 꺼리가 많은 지도
아니
한이 많은 지도 모를 일
아무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사니
내일은 어떨지라도
오늘은 행복하구나
일어 날 시간이 다가 오네
좋은 날 되어라
네 글 덕분에
나도 산천경계에 취하고
내 고향 고산골에도 취하며 산다
< 아침에 잠시>
-2002. 4. 9. 화. 신형호-
하루가 알람 소리에
시작되는 것을 보니
일월성신의 운행은
조금도 어긋남이 없구나
봄이라 하지만
여기 날씨도 자유분망 하구나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이 천방지축 설치더니
다시 조금 후퇴를 하네.
어제는 하늘의 노여움인지
옐로 카드인지
온 세상이 황사먼지에 젖어
인간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더라
난 아직 작은놈이
고등학교 1년생 이라
매일 아침마다 전쟁터이다
한국 교육의 실정은
너도 잘 알다시피
약육강식의 법칙이
너무나 잘 적용되고 있거든.
서울대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입학하느냐가
좋은 고등학교의 잣대가 되고
모든 학생은
소수의 몇몇을 위한 들러리로
3년을 보내야한단다.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학원수업, 등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정말
너무나 불쌍하다.
그렇다고 이민을 갈 수도 없고...
나는 국수주의자인지 모르나
내나라 내 땅 내 고향을 떠나서
살아가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
물론 떠나는 사람의 사정은
나름대로 절절하겠지만
요새 식자층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애들 교육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을
별로 좋게 보지는 않는다
비록 이 땅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여기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고싶다.
어쩌면 아주 좁은 생각으로도
보일지 모르나
다 본인이 느끼기 나름이겠지.
세계화라는 허울좋은 이름은
내 것을 버리고 마냥
좋은 것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기심만 자꾸 늘어나고
당신이 먼저가 아니라
내가 항상 먼저라는 인간이
되어가니까.
오늘은 이상한 방향으로
얘기가 펼쳐지네.
섬머타임이라 아직
시간 조절이 잘 안 되겠구나.
늘 건강하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가길 바란다.
< 전적 동감 >
-2002. 4. 9. 화. 백장미-
난 너의 말에 전적 동감이다
나도 선생 출신인데
한국 실정을
대부분은 안다만
한국은
한국 사람 사는 대로
엄벙덤벙 일지라도
거기서 부대끼며 살아 남아야
거기서
살아 남을 방법을 배우는 거지
무조건
나와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중 고등학교에는
영어는 고사하고
미국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 온 아이들끼리
같이 공유하며 자라 가기에
그 속에
끼어 들 수 없고
설사
끼어 들어도
한계점 때문에 좌절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브랜드 있는 옷과 신발
그리고 넉넉한 용돈으로
오히려
혐오감만 조성하는
유학 온 아이들
신문에 용 났다고 부추기지만
과연 열 점 몇 프로도 안 되는
그런 아이들도
내 나라 가서 어울리기 쉽지 않음인데
어차피 한국에서 살 바에야
거기서 비비는 거다
뭐 그리 잘 낫다고
다 편히 산다더냐?
우리처럼
어쩔 수 없는 뜨내기들조차
아이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녀
얼마나 미안한지
지금 말로 표현을 다 못 한다
미국 아이들 보다
1.5 배는 튀어야
겨우 빛을 볼 수 있기에
내 아이는 늘 잠이 모자라 허덕이고
낮엔 아르바이트에
학교에 시험에 논문에 숙제에
그리고
불안한 미래 계획에
인간 관리에
주변 정리에
얼마나 혹독한 시간 을 보내는지
어미로서 고개를 들 수 없는 현실이다
누구든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좋은 학교
착한 아이
멋 잇는 미래?
노우~
그 고통의 강과
그 참담한 미래 때문에
아이의 세포가 죽을 까봐
난 늘 전전긍긍
아이 위로하고
위문 공연에 시달린다
한국에서 유학 온 대학생?
말도 말아라
근사한 옷에 화장에 향수에
등등
멋은 있는 대로
돈은 물 쓰듯
한학기 후에는 가차없이 낙향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대학을 십 년도 훨씬 더 다니거나
아니면 눈총에 못 이겨 사라져야 하는
미국 대학의 현 주소다
그리고
공부만 잘 한다고
어서 옵쇼 하지도 않는 이곳이라
인간 관리에다
지기 스스로의 관리가
워낙 철저해야겠기에
아이들이
얼마나 좌절하며
낙망하며 사는지 모를 거다
나 같으면
비록 삼류일지라도
내 나라에서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며
적게 먹고 적게 쓰는 법이라도 가르치고 싶다
도대체
생각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따리 싸들고 나와
여기저기 헤매다
미아 되고 고아 되고
마약에다
눈먼 범죄자
그리고 한심한 오렌지 백수
이 대부분이 부모 잘못이리니
잘 된 면만 보지 말고
보통으로 보아
다 자란 연후에
본인의 의사가
미국에 유학해야겠다는 의지가 오면
그때도 늦지는 않느니...
이건
내가 살면서 느낀 느낌이고
내가 체험한 아이 기르는 방법이고
내가 보는 관점이란다
학교나 생활에
주변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