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약력:
서울신학대학 신학대학원(M.Div)
미/Harvard Divinity School (Th.M)
영/Cambridge 대학교 (Ph.D)
하버드 신학부의 역사와 위상
하버드 신학부(Harvard Divinity School)의 역사는 곧 하버드대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본래 하버드 대학의 설립 목적이 지성있는 목회자의 양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청교도들이 미국에 온 최우선 목적은 신앙의 자유에 있었다. 그들이 미국에 정착하고 1세대 목회자들이 사라져 가면서 가장 우려했던 바는 자기들의 신앙을 지도해줄 자격있는 2세대 목회자의 부족이었다.
그래서 하버드(John Harvard) 목사의 기부금을 토대로 지성있는 목회자와 신앙있는 사회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설립된 것이 미국 최초의 대학인 하버드대학이다(1636년). 처음에는 이러한 설립자의 정신이 대학의 커리큘럼에 잘 반영되었었다. 하버드대학의 모든 학생은 고전어, 수사학, 철학과 함께 신학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했다. 특히 마지막 학년에는 총장이 직접 신학 교육을 시키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18세기 초에 이르러 “모든 학생이 신학교육을 받아야 하는가”가 교수회의에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버드대학 교수회의의 결정으로 목사가 될 사람을 대상으로 대학원 과정으로 신학교육을 전문적으로 시킬 목적으로 독립된 전문 대학원인 하버드 신학부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1816년).
하버드의 설립정신이 하버드 대학과 하버드 신학부에 지금도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지성있는 목회자 양성이라는 본래의 설립정신은 아직도 최소한 상징적으로는 하버드 안에 배어 있는 것 같다. 하버드대학의 최고(最古) 교수직인 홀리스 교수직(Hollis Professorship)은 신학부 교수가 맡게 되어 있다.
또한 하버드 대학이 있는 곳의 지명도 본래는 뉴 타운(New Town)이던 것이 하버드대학의 설립자 하버드 목사의 출신학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이름을 따서 케임브리지로 개명하였다.
하버드대학은 지금 미국 신학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신학 교육기관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에는 하버드 신학부에 대해서 오해가 많았다. 하버드에 신학과가 있느냐는 질문부터 하버드 신학부가 학문적으로 명성있는 학교인가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문이 있어왔다.
하버드대학하면 현재 세계 최고의 대학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하버드신학부도 그런가 하는 것이다. 미국 지성인의 삶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해지면서 하버드 안에서 신학부의 위치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신학 학문 세계에서 지금 하버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신앙적인 측면을 접어두고 학문적인 측면만 평가한다면 하버드, 예일, 시카고, 듀크가 대학 안에 신학부를 둔 학교 가운데서 가장 명성있는 학교라는 것은 미국에서 신학하는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기관에서 학교, 학과의 랭킹을 발표하는데 최근에 종교학과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랭킹을 보면 하버드와 시카고대학을 최고의 대학으로 꼽고 있다.[주:NRC Rankings에서 Religion을 찾아보면 시카고가 1위, 하버드가 2위입니다. 유학정보게시판 참고하세요]
하버드 신학부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하버드 신학부가 그 노선이 자유주의 혹은 급진주의라는 것이다. 물론 위의 네 학교 가운데서 하버드와 시카고가 예일이나 듀크에 비해 그 성향이 좀더 급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하버드 신학부의 성향을 쉽게 일반화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버드 신학부에 급진적인 신학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버드 신학부의 노선을 한틀에 넣기는 힘들다. 필자는 오히려 지금의 하버드 신학부의 노선을 굳이 말하자면 다양성 혹은 개방석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신약분야의 교수진을 예로 들면 다섯명의 교수진이 너무나 다양한 가운데 학문의 논의에 있어서만큼은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퀘스터(Helmut Koester)는 불트만(R. Bultmann)의 제자로서 그의 신학 사상을 이어받고 있고, 보봉(Francois Bovon)은 오스카 쿨만의 제자로 그의 신학에 충실하며, 피오렌자(Elizabeth S. Fiorenza)는 여성적 관점의 성서신학자이고, 칼라한(Allen Callahan)은 철저한 오순절 신자이며, 틸러(Patrick Tiller)는 복음주의자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 안에는 여성신학을 과격하게 주장하는 그룹도 있는가 하면 복음주의학생회도 있다. 모두가 다양한 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학문적인 대화에는 열려있는 것이 하버드의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버드 신학부에 가면 모두 자유주의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누구나 자기의 신앙과 신학 노선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학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하버드의 장점이다. 실제로 하버드 출신의 복음주의자 신학자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신학부 출신은 아니지만 하버드 고전어학과에서 신약에 관한 논문을 썼던 복음주의 신약 신학자 래드(G. E. Ladd)가 있다. 필자의 지도교수 퀘스터도 불트마니안(Bultmannian)이지만 필자에게 자기의 노선을 따라오기를 권하기보다는 오히려 필자가 가진 복음적인 신앙 안에서 학문을 발전시키기를 기대했다..[주:2001년10월 25∼27일까지 성결대학교에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주최로 개최되었던 세계복음주의 신학자대회에 발표자로 Timothy S. Laniak 교수님이 오셨는데, 이 분은 현재 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구약을 가르치십니다. 그 때 발표된 이 분의 성경해석의 기본적 자세에 관한 글을 제가 읽었었는데 정말로 보수적이시더라구요. 근데 알고보니 이 분이 하버드에서 박사학위(ThD)를 하셨다러구요. 아마 에스더서를 연구하셨죠? 정말로 하버드 신학부 출신으로 보수적이신 분이 많이 계신가봅니다.]
하버드 신학부의 특징
이렇게 다양한 신학적 입장을 가진 교수와 학생들이 모인 하버드의 특징은 무엇일까? 학문적인 우수성 외에 하버드 신학부의 장점을 들자면 하버드 신학부의 교육은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하버드 신학부는 학교에서 짜놓은 프로그램에 의해 똑같은 분야의 똑같은 사람을 양성하기 보다는 각자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는 전문 지식인의 양성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무슨 과정이든지 모두가 택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라는 것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자신이 필요하면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어느 과목이든지 택할 수 있다. 과목을 택하는데 있어서 특히 신학부뿐만 아니라 하버드대학교 소속 어느 전문대학원의 과목도 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필요 하다면 의과대학, 혹은 경영대학원 과목까지도 택할 수 있다. 실제로 연관분야의 하버드 인문학부 과목을 하버드 신학부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스톤신학교협의회(BTI) 소속 학교의 어느 과목이든지 수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 박사과정이나 학문적인 목적으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의 학생들에게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목회학석사과정(M.div.)의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성서해석 과목과 헬라어, 히브리어 등 성서 고전어 과목도 필수로 하지 않아도 될 것인가 하는 것은 필자의 의문이다.
성서를 원문으로 읽고 해석하는 것은 성서신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생들만의 일이 아니라 어떠한 분야의 신학을 하든지 모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신학부의 또 다른 특징은 신학에서 이론과 실천의 이원론을 탈피한다는 것이다. 신학의 이론 없이 실천이 있을 수 없으며 실천도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철저한 이론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버드 신학부에는 교역과정의 신학생들을 위해 몇 과목의 실천신학 과목이 개설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천신학을 독립된 하나의 과목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또한 실천신학 교수직도 따로 없다. 이것이 실천의 약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해려 신학의 동질성(identity) 확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하버드 신학부의 입장이다. 실천신학을 따로 독립시키면 신학이 커뮤니케이션, 카운셀링, 행정 등 기술적인 학문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신학부의 학장인 디만(Ronald Thiemann)은[주: 2002년 3월 현재 the Acting Dean of Harvard Divinity School는 William A. Graham이다] 이러한 현상을 신학교육의 비신학화(de-theologizing)라고 정의했다(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신학 학위 프로그램
하버드 신학부에는 크게 분류하면 석사과정(M.Div., M.T.S., Th.M.)과 박사과정(Th.D.), 비학위과정(Special Students: Resident Graduates), 그리고 방문교수과정(Visiting Scholar)이 있다. 그리고 하버드대학 안의 다른 전문대학원(GSAS라 불리는 본 대학원, 의학부, 법학부, 경영학부 등)과 연결된 이중학위 프로그램(dual degree pro-grams)도 있다. 여기서는 학위 프로그램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M.Div.과정은 잘 아는 대로 목회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3년 과정). 한가지 하버드의 특징적인 것은 학자가 되려는 사람이 목회자가 되겠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Th.M.은 1년 과정의 M.Div.후속 프로그램으로 입학하려면 M.Div.학위가 필요하며 목회를 하다가 장시간 학문적인 세계를 떠났던 사람이나, M.Div.이후 박사과정의 준비의 일환으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Th.M.과정을 하는 학생은 세 분야(성서학, 이론신학, 타종교)로 분류된 분야 가운데 전공분야를 하나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Th.M.에 들어왔다고 해서 박사과정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M.T.S.과정은 한국 사람에게 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M.A.과정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목회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 대학원 과정으로 자기의 전공을 택해서 신학을 공부하는 과정(2년)인데, 최근에는 신학부의 학생들이 목사가 되기를 꺼려서인지 지금은 M.Div.과정의 학생들보다도 그 숫자가 많은 편이다(95년 봄학기 현재 등록 인원을 보면 M.T.S과정 212명, M.Div. 185명, Th.M. 14명, Th.D. 62명 등이다).
석사과정의 학생은 한 학기에 평균 네 과목을 수강하고 외국어시험(독어, 불어, 스페인어, 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 중) 하나 이상에 합격해야 한다. M.Div.학생은 필드 웍(field work)을 해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이민 교회에서 봉사하면 된다. Th.M.학생은 소논문이 요구되다 학과 시간에 썼던 것을 발전시켜 쓰면 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성서학을 전공하는 Th.M.학생은 중급정도의 고전어(헬라어 혹은 히브리어)시험에도 통과해야 한다.
신학부의 최고 학위과정인 신학박사(Th.D.) 과정은 구약, 중간시대, 신약, 성서신학, 기독교 역사, 조직 신학, 기독교 윤리, 비교 종교, 종교와 사회, 종교와 문화 등의 세분된 전문분야가 있는데 신학부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7-8명 정도만이 박사과정에 새로 들어오며 박사학위를 마치는데 평균 7-8년 걸린다.
이론신학을 하는 사람은 약간 빨리 끝날 수도 있으나 성서신학의 경우 10년이 넘게 학위를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된다. 학위를 하기 위해서는 2년간의 코스 웍, 외국어 시험(독어, 불어는 공통필수, 각 전공 분야별로 1-3정도의 고전어)을 더 요구하기도 한다. 신약의 경우 4년과정의 헬라어, 2년과정의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 초급 과정의 라틴어도 요구된다.
그 밖에 신학부와 연결된 학위 프로그램으로는 하버드 본 대학원(GSAS)의 종교학과 박사과정(Ph.D.)프로그램이 있다. 종교학과는 실제로 신학과에서 같은 교수 밑에서 수업을 하고 학위에 필요한 필수과목도 거의 같기 때문에 Th.D.와 다른 점은 별로 없다. 다만 미국 사회가 다종교, 비교종교 사회가 되면서 기독교를 염두에 둔 신학부의 박사과정보다는 종교학부의 박사과정을 학생들이 더 선호하는 편이다.
또한 구약분야로 박사과정을 지원할 사람은 위 프로그램 외에 고대 근동어 언어 문명학과(Ph.D.)에 들어가서 구약신학을 전공할 수도 있다(이 두 프로그램에 지원할 사람은 신학부가 아닌 본 대학원 입학사무실로 원서를 요청해야 한다. 주소: Graduate Admission Office, Graduate School of Arts and Science, Byerly Hall 2nd floor, 8 Garden Street, Cambridge, MA 02138, U.S.A.).[주: 학교 홈페이지로 확인결과 위 주소 02년 3월 현재 사용가능하네요. 이메일 주소하나 첨부하죠. admiss@fas.harvard.edu]
그 밖에 여름방학을 이용한 신학언어 강좌가 신학부에 개설되어 있다(헬라어 초급, 중급, 히브리어 초급, 중급, 라틴어 초급, 신학 독일어, 신학 불어, 신학 스페인어). 필자는 이중 신학 불어를 수강한 적이 있는데 아주 유익했다. 한국에서느 몇 년을 배워도 외국어로 신문을 읽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언어 교육 노하우가 축적되어서인지 두 달만 배우면 신학도서를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전공별 교수진
1995-6년판 하버드 신학부 카탈로그를 보면, 신학부에는 현재 전임교수 37명, 강사 34명, 명예교수 7명, 관련교수(하버드 대학의 타과 교수이면서 신학과 연계된 과목을 강의하는 교수) 31명 등이다.[주: 02년 3월현재 Permanent-32; Emeritus-9; Affiliated-84; Visiting-9이다] 이들 가운데 전임교수만 소개하는 것도 한정된 지면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외부에 널리 알려진 학자들과 앞으로 21세기에 하버드 신학부를 대표할 교수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하버드 신학부 교수로 한국 신학도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은 아마도 하비 콕스(Harvey Cox) 교수일 것이다. 그는 세속화의 기수로 진보적인 신학자의 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의 관심사가 계속 변해왔으며 특히 그의 최근 관심사는 오순절 신학이다.
그는 그의 명저 ‘세속도시’에서 20세기 후반기에 가면서 기독교 등 모든 종교가 쇠퇴할 것을 예견했으나 오순절 교회의 성장으로 자기의 예견이 틀렸음을 고백하고 오순절운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 결과로 ‘하늘의 불’(The Fire from Heaven)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했고 이에 관한 강의로 전 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올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국제신학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오순절신학에 대해서 강연할 예정이다.
하버드 신학부 교수 가운데 현재 하비 콕스교수보다도 더 유명한 사람은 피오렌자(Elizabeth S. Fiorenza)교수 이다. 그녀는 여성성서신학의 선구자로, 학문적인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가 가장 확실히 있는 학자 가운데 하나이다. In Memory of Her와 But She Said라는 저서로 일약 여성성서신학계에 거물이 된 그녀는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북미의 성서학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회장을 지냈다. 그녀의 강의는 하버드대학 뿐만 아니라 인근의 신학교에서 온 학생들로 가득 찬다. 북미 성서학회에도 그녀가 가는 곳이면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았다.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퀘스터도 세계 신약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자이다. 그는 하버드 신학부에서 신약과 초대교회사 두 분야의 각각 교수직을 가진 유일한 교수이며, 오랫동안 Harvard Theological Review의 편집자로 일해오고 있다. 그는 불트만의 마지막 제자로서 그의 관심사는 신약정경보다는 외경에 집중해 있고 진보적인 계열의 학자다. 필자와는 신약 정경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서 그와 많은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고전 문서에 관한 한 대단한 학자이다. 핸슨(Paul D. Hanson)은 묵시 문학 전문가로서 한국 구약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밖에 카우프만(Gordon D. Kaufmann)등이 미국에 잘 알려진 진보적인 하버드 신학자 가운데 하나인데 최근 은퇴했다. 엘리자베스 피오렌자의 남편인 프랜시스 피오렌자(Francis S. Fiorenza)도 독일 뮌스터에서 칼 라너(Kahl Rahner)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가톨릭 신학자로 해석학, 정치신학, 포스트모던 논쟁, 신학과 과학의 관계 등을 강의하고 있는데 부인만큼은 유명하지 않지만 가톨릭 조직신학계에서 자기의 위치를 확고히 해가고 있다. 니버(Richard R. Niebuhr)는 유명한 니버(Richard H. Niebuhr)의 아들로 칼빈, 조나단 에드워드, 슐라이어마허(Schleirmacher)에 대한 대표적인 학자의 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하버드 신학부의 학장(Dean)인 디만(Ronald Thiemann)은 정통 루터교 신학자로서 칼 바르트 신학을 현대 교회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Narrative Theology School에 속해있다.
앞으로 21세기에 더욱 더 주목받을 신학부 교수로서 필자는 구약의 레벤슨(Jon D. Levenson) 교수, 신약의 보봉(Francois Bovon) 교수, 조직신학의 코클리(Sarah A. Coakley) 교수, 교회사의 홀(David D. Hall) 교수, 비교종교의 엑크(Diana L. Eck) 교수, 종교철학의 웨스트(Cornel West) 교수 등을 들고 싶다.
레벤슨 교수는 유대교 학자로서 구약과 관련된 유대교의 신학적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명강의로 유명하다. 보봉 교수는 오스카 쿨만의 제자로 누가복음, 외경 등에 전문가이며 성서해석에 있어서 센세이셔냘한 방법론보다는 원어(philology)에 충실한 역사비평적 방법론을 선호한다.
코클리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트뢸취(Troeltch)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신학자로 삼위일체론, 영성신학 등 전통적인 신학적 주제를 현대적으로 다루며, 급진적인 여성신학과는 대조되는 전통적인 신학적 틀에서 여성신학에도 관심이 있으며 케임브리지의 전통재로 지역교회의 문제에도 무관심하지않다. 홀은 미국 기독교 역사분야의 교수로 청교도 신학, 19세기 미국교회 부흥운동, 20세기 복음주의 운동 등을 교회사적인 관점으로 강의하고 있다.
엑크는 기독교와 인도 종교의 비교연구에 관심이 있는 젊은 여성신학자이다. 웨스트는 흑인신학자로서 프린스턴대학에서 하버드로 특별 스카우트되어 왔는데 흑인신학을 막스철학 등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그의 현재 실력이나 명성으로 보아 앞으로 그가 하버드를 대표할 신학자로 자리 매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도서관과 장학제도
도서관과 장학제도에 관한 한 하버드는 최고의 학교 가운데 하나이다. 신학부 본관에 붙어있는 ‘앤도버-하버드’ 도서관은 미국 최고(最古)의 신학 도서관이며 현재 49만권 이상의 신학도서가 소장되어 있고, 매년 4000-6000권의 신간 신학도서가 들어온다. 학문에 필요한 신학도서 가운데 교파자료 등 특수자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책이 없다 할 정도로 많은 신학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신학부 도서관의 가장 편리한 점 가운데 하나는 도서관이 철저하게 이용자 편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출도서의 수를 무한정으로 하는 것, 대출기간을 충분히 주는 것(석사과정의 학생에게는 두 달, 박사과정의 학생에게는 일 년), 도서관 이용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평일의 경우 밤 11시까지) 등이다.
하버드 신학부 도서관에 들어가면 학문이 살아 숨쉬는 것과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정신없이 책을 찾고 서고로 같이 뛰어가는 교수와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학문세계에서는 누구나 학생이라는 기본진리를 느끼게 해준다. 신학부 도서관 이외에도 하버드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여타 도서관의 천만 권이 넘는 도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버드 신학부는 재정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학박사과정(Th.D.)의 학생들에게는 통상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 일부가 보조되고, 석사과정 학생의 80퍼센트 정도가 장학음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등록금 전액면제 장학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Th.M.등 일년과정과 비학위과정에는 장학금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Th.M.학생의 경우 바로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1년 후 등록금의 대부분을 돌려주기도 한다.
석사과정 입학허가서를 받으려면
아마 독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입학허가서를 받는 일일 것이다. 누구든지 하버드는 일생에 한번 가보고 싶은 학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혹시 하버드에서 배겨날 수 있을까하고 미리 겁을 먹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한국에서 대학교육을 착실히 받은 사람이라면 공부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 하버드 신학부에 들어오는 미국 학생들은 이른바 ‘하버드 공부벌레들’에 나오는 학생들과 같은 수재집단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복음적 혹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하버드 신학부에 많이 왔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신학유학을 할 때 학교를 결정하는 방법은 대개 자기 교파와 연결된 신학교나 자기학교 교수 출신의 학교를 하는 것이다. 신학적 성향에 있어서도 자기 신앙고백과 비슷한 학교만을 고집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그 반대의 선택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본다. 유학의 목적이 이미 확립된 자기의 신앙관에 정보를 좀 더 쌓는 것이 아닐진대 자기의 입장과는 다른 것을 맛보는 것도 오히려 자기의 것을 확실히 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동안 하버드 한국 출신으로 하버드 신학부를 졸업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평균 일 년에 한두명 신입생이 들어온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있을 동안에는 신학부에 한국인 학생이 항상 너댓명밖에 안되어 조직 같은 것도 없었으나 최근에 한인 학생회가 만들어졌다(회장 정성욱 전도사).
먼저 하버드 신학부에 입학하는 방법은 미국의 어느 대학에 입학할 때의 방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서양 학교의 입학심사는 서류전형이다. 그래서 서류에 내가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에 수학할 능력이 있다는 것과 그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본적인 서류는 대학/신학교 성적표, 교수 추천서 세통, 토플(TOEFL) 성적, 에세이 등이다. 이 가운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 한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은 토플성적이다. 그러나 토플성적은 최소 요구점수만 넘으면 최종 입학사정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물론 하버드 신학부의 경우가 최소가 600점[주: CBT로는 250점], Th.M.의 경우 620[주: CBT로는 260점]이니 신학도들에게 최소를 넘기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의 대학, 신학교 성적이다. 성적이 골고루 좋아야 하지만 특히 자기가 전공할 분야의 성적이 좋아야 하고 성서학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관련분야의 고전어 성적이 좋은 것은 유리하다. 특히 영어 외에 독어, 불어를 한 것이 성적표에 나와있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다 좋아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사람이 대개 에세이에 약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쓸 때 주의할 점은 하버드의 경우 지나치게 신앙간증식으로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가 공부하는 분명한 목표, 하버드에 지원하는 특별한 이유, 자기와 관심사가 비슷한 교수 등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을 것이다(더 자세한 사항은 관련 유학정보지 등을 참고할 것).
특히 에세이를 통해 그 사람의 영어 실력과 학문적 표현력도 간접적으로 평가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입학허가서를 받으면 학기가 9월 중순부터 시작되지만 일찍 도착해서 여름에 독일어나 성서 고전어 등을 택하면 학교생활에 일찍 적응하고 유학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얻는 것도 좋을 것이다.박사과정에 들어가려면
한국에서 하버드 신학부에 공부하러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박사과정을 염두에 두고 오는데 여기를 거쳐서 다른 좋은 학교에 많이 갔지만 하버드 신학부 박사과정에 들어간 예는 많지 않았다. 30여년 동안 통계를 보면 박사과정 졸업생이 단지 세 분.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분이 한 분 뿐이다. 하버드 신학부 박사과정에 들어가기는 최근들어 더욱 힘들어졌다.
하버드 신학부에서는 모든 석사과정의 신학부 학생들이 박사과정을 생각하고 공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지원자가 많은데 비해 일년에 박사과정으로 뽑는 숫자가 대개 10면 이내이고 그중 7-8명이 입학한다. 자체 안에서만 10대 1이 넘는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박사과정에 입학한 사람들의 평점(GPA)은 대개다 4,0(전과목 A)이다.
뿐만아니라 박사과정 원서를 내기 전 독일어 정도는 외국어 시험에서 통과해 있어야 하고 성서학을 전공할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헬라어와 히브리어에 중급 정도 수준에 있다는 것이 성적표에 나와야 한다. 거기에다가 박사과정은 GRE성적을 요구하는데 하루아침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 GRE 성적이다.
그래서 박사과정에 입학하려는 사람은 위의 준비가운데 미국에서 해야만 하는 성적관리 말고는 한국에서 GRE, 독일어, 고전어 등을 충분히 준비해와야 한다. 여기서 학기중에는 최선을 다해 학과 공부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지 주의할 것은 아무리 실력있는 학생이라도 오자마자 박사과정에 지원해서는 박사과정에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다. Th.M.으로 들어온 학생도 박사과정을 염두에 둔 학생은 어차피 2년으로 늘여서 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M.Div.를 했더라도 장학금이 있는 M.T.S.에 지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데 있어서 여기에서는 무슨 과정에 들어왔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목시간에 들어가서 페이퍼로 자기의 학문적인 능력을 교수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학 오기 전에 준비할 것
한국에서 준비할 것이 너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물론 영어 읽기쓰기 능력, GRE 고득점(하버드 신학부의 경우 미국인에게는 언어 영역 650점 이상을 요구하며 한국인의 경우에도 최소 500점 정도는 획듣해야 할 것 같고 600점 이상이면 입학사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주: 최근 시험후기가 널리 유포되면서 한국학생들의 GRE점수가 많이 인플레이션 되었다. 일반적으로 50점 이상 더 요구되는게 최근의 추세이다]이 기본적인 준비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 유학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학문적인 자질을 잘 닦고 오는 것이다. 즉 학문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와서 공부하면서 그 능력이 길러지지만 박사과정에 들어가려면 처음부터 전과목 A를 목표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소양을 닦고 오지 않으면 안된다.
필자는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이 못되었으나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페이퍼를 내서 B레벨의 평가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적으로 페이퍼를 쓰는 법을 어느 정도 익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필자는 페이퍼를 쓰는 방법의 하나로 페이퍼 마감 날짜 일주일 전에 나 나름대로의 페이퍼 마감 날로 잡아 완성해 놓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감날짜에 임박해서, 때로는 마감 날짜 전날 밤을 새우면서 써서 제출하기 때문에 약점이 많기 마련이다.
필자는 페이퍼를 완성한 뒤 며칠 동안 그 페이퍼를 전혀 보지 않고 딴일을 하다가 다시 하루 이틀 페이퍼 수정 작업에 몰두해서 제출했는데 애초 페이퍼에 파묻혔는 때는 보이지 않던 약점들이 얼마나 많이 발견되었는지 모른다. 어떤 때는 그 중심 내용을 완전히 뜯어 고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가 페이퍼 마감날짜에 임박해야만 연구에 발동이 걸리게 마련인데 페이퍼 마감날짜를 일주일 앞당기는 데는 자신과의 철저한 투쟁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하버드 신학부 출신의 한국인
하버드 신학부 혹은 하버드대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활동하는 한국인 학자로는 전 한신대 교수 박봉랑 박사(Th.D.), 김정준 박사(Th.D.), 서강대의 길희성 박사(Ph.D.), 김승혜 박사(Th.D.), 해외에는 프린스턴신학교 이상현 박사(Ph.D.) 등이 있다. 침신대 배국원 교수는 박사과정(Ph.D.)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버드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학자로서 활동하는 분들로는 연대 노정선 교수, 호서대 한미라 교수, 장신대 이형기 교수, 삼육대 이종근 교수, 해외에 보스턴대학 신학부의 정재식 교수 등이 있고, 그외 한국과 해외 등지에서 목회하는 동문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인 경험
필자는 하버드 신학부에서 신약전공으로 Th.M.을 마치고 현재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과정(Ph.D.) 중에 있다. 필자는 하버드 신학부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무엇보다도 가슴이 저미어 온다. 집안사정으로 하버드에 같이 오지 못했던 아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으로도 그렇거니와 유학 기간 중 돌아가신 아버님의 장례식에 참석치 못한 불효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보봉 교수와의 만남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보봉 교수에게서 신약 고급 세미나, 누가복음, 신약신학 등의 과목을 수강했는데 그로부터 철저하게 본문의 언어(philology)에 근거한 성서해석을 배웠다.
필자는 유럽 출신의 보봉 교수로부터 페이퍼에서 A마이너스를 받았으나 악명높은 유럽식 구두 시험 때문에 이곳에서 받은 성적 가운데 유일하게 B플러스를 받은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얼마나 절망했었는지 모른다. 비록 그가 그해에 유럽에서 처음와서 아무에게도 A를 주지 않았지만 박사과정을 지원할 학생이 B레벨의 성적이 있다는 것은 거의 사형선고를 받은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의 그 다음 학기 보봉 교수로부터 40명의 수강생 가운데 한두명에게만 준 A를 받았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학기에는 단지 15페이지 짜리 텀페이퍼(term paper)를 쓰기 위해 내가 입수 할 수 있는 20세기에 나온 그와 관련된 영여, 독어, 불어로 된 모든 책, 아티클을 읽었다. 보봉 교수와는 인간적으로 아주 가까워져서 지금도 서신 교환을 한다.
또한 박사과정과 신약전공 Th.M. 학생만 수강하게 되어있는 신약 고급세미나반 친구들과 너무나 좋은 우정을 나누었고 그 세미나를 통해서 학문적으로 얻은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세미나에는 신약교수 전원과 신약전공 박사과정1,2년차, 신약전공 Th.M.학생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하는 과목으로 1년동안 계속된다. 그 해의 세미나 인도교수와 주제가 정해지면 발표 1주일 전에 논문을 제출하여 세미나 멤버 모두가 그 논문을 읽고 와서 수업시간에는 토론만 하는 좋은 과정이다.
특히 신약 모든 교수가 다 들어오기 때문에 학생의 한 논문을 가지고 교수들 가운데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좋았다. 작년에 미국 성서학회(SBL) 연례 모임에 참석했을 때는 그 세미나 멤버들이 발제자, 응답자로도 여러명 참석하는 것을 보고 하버드 신학부가 바로 21세기를 이끌어갈 신학자의 산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버드 신학부는 신학도라면 공부하기를 탐내볼 수 있는 좋은 학문의 전당이라고 생각한다.
주소: Admissions Office
(Registrar’s Office for Th.M. and Th.D.)
Harvard Divinity School
45 Francis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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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음 주소로 문의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Program Administration for Th.D. Degree
Committee on the Study of Religion
Philips Brooks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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