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뤄뒀더 해외 휴가를 다시 계획하는 분이 많은데요.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여행 코스입니다. 현지인보다 현지를 잘 알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의 뉴미디어 콘텐츠 랜드 ‘더비비드’는 현지인이 직접 소개하는 관광 코스 시리즈 ‘현지인 트립 로드’를 게재합니다. 쭐라롱껀(Chulalongkorn) 마하위타야라이. 태국으로 치면 서울대에 해당하는 명문 대학교다. 으레 대학교 주변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북적이지만 쭐라롱껀 대학교 주변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방콕에서 가장 트렌디한 이 거리는 대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방콕의 모든 젊은이가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다. 해 질 무렵 쭐라 일대의 맛집 거리는 현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현지인 비중이 월등히 높다.
쭐라롱껀대학교 한국어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간야위 시리마노롬 /본인 제공© 제공: 조선일보 쭐라 주변은 맛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관광지 역할을 하는 오래된 대학교와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공원이 있다. 재개발 후 남아있는 구도심의 흔적이 더해져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쭐라롱껀대학교 한국어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간야위 시리마노롬이 뻔하지 않는 태국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숨겨진 핫플레이스 쭐라룽껀을 소개한다. 간야위 시리마노롬이 한국어로 쓴 글을 최소한의 재구성만 했다.
◇태국 청년들로 채워진 생동감 넘치는 공간
삼얀역에서 밋타운으로 연결되는 입구. /플리커© 제공: 조선일보 쭐라로 가려면 지하철인 MRT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지상철인 BTS를 타도되지만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MRT 삼얀(Samyan)역에서 내리면 된다. 역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출입구로 나오는 통로가 긴 터널로 되어 있는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겨 사진 맛집으로 인기가 높다. 출입구를 빠져나오는 동안 셀카를 찍거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풍경을 흔하게 마주할 수 있다. 삼얀역은 대형 쇼핑몰인 밋타운(Mitrtown)으로 이어진다. 1층에 유명 커피 맛집이 있다.
라롱껀 대학교의 우아한 전경. /쭐라롱껀 대학교 유튜브 캡처© 제공: 조선일보 이곳을 빠져나오면 어렵지 않게 쭐라롱껀 대학교에 닿을 수 있다. 맛집 탐방을 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대학 투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방콕 중심부에 있는 쭐라롱껀 대학교는 태국의 첫 고등교육기관으로 1917년 설립됐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글로벌 대학 순위 100위에 랭크될 정도로 역량 있는 학문 기관이다.
대학교에 들어서면 태국 전통 양식을 따라 지은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쭐라롱껀 대학교 유튜브 캡처© 제공: 조선일보 대학교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의미 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태국 전통 양식을 따라 지은 대학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캠퍼스를 울창하게 감싸는 열대 우림 나무인 레인 트리(Rain Tree)도 대학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한때 캠퍼스 내 나무가 많이 시들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고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대학교 강당 앞 축구장 근처에 나무 다섯 그루를 심으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나무들이 뻗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대학이 다시 녹색 빛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대학 내 조성된 녹지 공간. /간야위 시리마노롬 제공© 제공: 조선일보 대학은 이를 기념해 푸미폰 국왕 즉위 50주년에 맞춰 ‘레인 트리 그루브’를 조성했다. 80주년에는 80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레인 트리는 대학의 상징물이 됐다. 대학교 내를 거닐다 보면 교복을 입은 태국 학생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교내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교내를 누비는 핑크색 전기 버스나 자전거 등이 이채롭게 보일 수도 있다. 핑크색은 대학교의 상징이다. 교내를 다니는 버스는 관광객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하자.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의 교류는 여행지만의 묘미다. 부끄러워 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태국 사람 특유의 친절함을 학생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졸업 시즌이면 더욱 볼거리가 많다. 대학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에서 회자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녹지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들의 여유 넘치는 모습. /간야위 시리마노롬 제공© 제공: 조선일보 현지 대학생들의 수업 풍경도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면 대학교 지척에 있는 100주년 기념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대학 100주년을 맞아 만든 기념 공원인데, 이곳에서 종종 야외 수업이 이뤄진다. 운이 좋다면 공원 한 켠 그늘진 곳에 모인 학생들이 교수와 열띤 토론을 펼치는 현장을 볼 수 있다.이곳의 용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이들부터, 운동을 하는 이들까지.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크게 붐비지는 않는다.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공원은 채워지는 중이지만, 방콕의 번잡함을 잠시 벗어던지기에 좋은 도심 속 공간이다. 콘서트나 미술 전시회, 연예인들의 팬미팅 혹은 대학생들의 재능 기부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 공간이기도 하다.꽤 넓은 면적의 대학교와 공원을 걸었다면 다리도 꽤 아플 터. 이제부터가 이곳의 백미다. 이곳을 젊은이들의 성지로 만든 맛집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가에 숨은 미슐랭 식당
쭐라롱껀 100주년 기념공원에서 소이(골목) 줄라 5를 따라 거닐면 한국의
가로수길이나 연남동처럼 트렌디한 음식점들이 나타난다. /간야위 시리마노롬 제공© 제공: 조선일보
무카타 /플리커© 제공: 조선일보 날이 선선해지는 해 질 녘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쭐라롱껀 100주년 기념공원에서 소이(골목) 줄라 5를 따라 거닐면 한국의 가로수길이나 연남동처럼 트렌디한 음식점들이 나타난다. 눈이 거리를 따라 늘어선 형형색색의 화려한 음식점들을 따라가기 바쁘다. 요즘 태국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곳인 반탓텅이다. 푸근한 매력의 길거리 음식점부터 잘 꾸며진 팬시한 식당까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름난 음식점들의 대기줄은 예사, 거리를 따라 늘어선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만 잘 모를 땐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로컬 푸드는 무카타다. 불판에 고기를 직접 구울 수 있고 샤부샤부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간판에 무카타라는 단어를 포함한 식당이 많다. 그중에서도 소이 쭐라 10에 있는 추안 킨 무카타(Chuan Kin Mukata)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붉은색의 3층 건물이 말 그대로 ‘포스’있다.
이 밖에 태국의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부터 카오팟 등 보편적인 요리를 파는 노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간야위 시리마노롬 제공© 제공: 조선일보 무카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인근에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이 기다리고 있다. 카오똠산띠팝이란 곳으로 10년 이상 된 가게다. 카오똠산띠팝은 중국식 죽을 파는 곳인데, 돼지갈비 등과 함께 먹는다. 죽을 좋아하지 않으면 밥도 있다. 미슐랭 별을 받았지만 부담 없는 가격 덕분에 인근에 있는 쭐라롱껀 대학생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쭐라 학생들이 많이 찾는 스테이크 집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룩친쁠라 반탓텅은 국수집으로 유명하다. 태국의 국수 꾸어이띠어우는 베트남 쌀국수와는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쭐라롱껀대학교 한국어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간야위 시리마노롬 /본인 제공© 제공: 조선일보 이 밖에 태국의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부터 카오팟 등 보편적인 요리를 파는 노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반탓텅 음식점들의 단점은 다소 시끄럽다는 것이다. 조용한 곳이 좋다면 소이 쭐라 16에 있는 수안루안 광장(Suanluang Square)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양옆으로 가로수 나무가 서 있는 골목을 만나게 된다. 소이 쭐라 16이다. 맛집뿐만 아니라 문구점, 악기점, 미용실, 슈퍼마켓 등이 있어 현지인들의 생활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근처에 묵는다면 여기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꼭 방문해 보자. 또 다른 즐길 거리다.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열리는데, 밤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라이브 음악부터 거리 음식까지 방콕의 정취가 고스란히 다가온다.
부아 로이의 먹음직스러운 모습. /플리커© 제공: 조선일보 맛집 탐방의 끝은 디저트다. 이색적인 디저트 가게들이 반탓텅과 수안루앙 광장 곳곳에 있다.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스윗 서클은 부아 로이(bua Loi)를 파는 곳이다. 부아 로이란 달달한 떡인데, 형형색색의 색이 들어가는 있는 것이 포인트다. 주로 코코넛 밀크, 우유, 두유, 생강즙과 함께 먹는다.
태국의 전통 간식 로티. /플리커© 제공: 조선일보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구로티 착착은(Gu Roti Chachak)은 태국의 전통 간식 로티를 특색 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보통 길거리에서 파는 로티는 바나나에 연유를 뿌려서 먹지만, 여기서는 햄, 치즈, 시금치 등을 얻어 더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반탓텅 일대를 즐길 때 유의해야 할 포인트 한 가지. 에어컨이 없는 맛집도 있으니 더운 것이 싫다면 들어가기 전 먼저 확인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는 언제나 매력적
시암스퀘어의 매력적인 풍경. /플리커© 제공: 조선일보 이곳을 더 핫하게 만드는 요소는 이곳이 재개발 지역이라는 점이다. 삼얀역 일대가 개발되기 전 이곳은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다소 낙후된 지역이었다. 재개발 과정에서 최신 쇼핑몰이 들어섰지만 일부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옛 것과 새것의 조화가 생긴 셈인데, 이런 모습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이색적으로 만든다. 현지인들도 이 매력에 끌려 이 지역을 찾는 것이다. 반탓텅 인근의 차이나타운인 드래곤 타운에는 골목골목(소이 쭐라 5) 중국식 사당부터 고풍스러운 건물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벽면에는 최근 방콕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래피티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폴라는 방콕의 쇼핑 중심 센터인 시암스퀘어와도 멀지 않다. 같이 묶어서 여행 계획을 짜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