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시대!?
-정재승 진중권, 『정재승 진중권 크로스』, 웅진 지식하우스, 2009년
유정도 충북대학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1학년 1반 dbwjdeh123@hanmail.net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 물질적 풍요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탓일까. 이제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명품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정재승, 진중권의 크로스에 나와 있는 21가지 문화 현상들을 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꼽자면 명품과 관련된 현상이 많았다는 것이다. 가방과 커피, 심지어 마시는 물까지도 ‘명품’을 찾는 현상을 보면서 21세기 초반을 살고 있는 지금, 앞으로의 21세기는 명품을 고집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 추측해본다.
나는 사실 명품에 별 관심이 없다.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접하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상표라든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상표는 잘 의식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의 유명 의류브랜드를 꿰고 있는 친구들을 이상하다고도 생각해봤다. 그 속에서 브랜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으레 할 말이 없었고 그 속에서 나는 특이한 아이였을지도 모르겠다. 명품에 욕심이 없어 지금은 명품을 쫓는 것에 대해서 약간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시각으로 이 책에 나온 명품과 관련된 몇 가지 현상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명품에 대한 태도
명품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성의 옷이나 가방일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명품 가방이나 옷 따위에 집착한다는 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TV프로그램에는 ‘롤러코스터’라는 프로그램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하며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끔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여성들의 심리를 묘사한 것도 나오는데 여성들은(특히 젊은) 명품에 대한 소유욕이 많다는 것이다. 당연히 명품은 비싸기 마련이다. 명품의 비싼 가격과 명품 소유욕이 만나 이른바 짝퉁 명품 제품까지 나타났고, 많은 여성들의 명품 소유욕에 대한 대체재로서 짝퉁 시장도 현재 많은 성장을 해왔다. 다른 사람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명품인지, 짝퉁인지를 확인한다니 다른 사람의 첫인상은 가지고 있는 물건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명품 제품을 추구한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많은 명품 브랜드 회사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들을 이른바 장인정신으로 튼튼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명품들은 오래사용해도 짝퉁의 그것과는 다르리라. 그러다보니 값이 비싸지고, 그것을 소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에 대한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면서 차별화 하려는 나쁜 심리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로 밥은 못 먹어도 명품만은 사겠다는 생각으로 가계비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지나친 사치는 멀리해야한다.
커피와 물도?
책에 나온 문화 현상 중에는 특이하게도 커피(스타벅스)와 생수도 있었다. 책에서는 커피와 생수 애호 현상을 약간은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지만 나는 명품 애호 현상 중 하나라고 봤다. 먼저, 커피는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음료가 되었다. 졸음을 쫓기 위해서, 커피 특유의 향을 즐기기 위해, 혹은 뉴요커 같은 기분을 위해서 등등 커피를 마시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커피를 고르는 데에도 브랜드를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 대학생의 한 달 지출 표’라는 것을 보았다. 다른 것에서는 악착같이 아껴 쓴 티가 있었지만 유난히도 커피에 사용하는 돈과 핸드폰 요금으로 나가는 돈이 많았다는 것. 식비도 아닌 것에 저렇게 많이 쓴다니. 밥을 먹지 못할망정 커피는 비싼 것을 마시겠다는 이른바 ‘된장녀’, ‘고추장남’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매장의 커피가 비싼 것에 대해서 5000원짜리 브랜드 커피나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나 맛에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 공감을 얻으면서도 유명 브랜드 커피를 고집하는 된장, 고추장남녀의 소비현상을 보면서 커피도 이제 명품, 브랜드가 중요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재승, 진중권의 크로스를 읽으면서 생수에 대한 문화 현상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아니,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2리터짜리 생수를 몇 병씩 사다가 집에서 먹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심층 암반수니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니 하는 광고도 많이 등장한다. 언젠가 미국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어느 마트를 가도 갖가지 생수를 팔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도 저마다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것도 보았다. 이처럼 이제 생수도 단지 마시기 위함이 아니라 패션 아이콘, 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커피처럼 생수도 이름 있는 ‘명품’ 생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 가 생각된다.
사람도 '명품'이어야 하는 시대
실로 명품의 시대가 도래 했다. 옷, 가방, 심지어 커피와 물까지 명품(브랜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사람도 명품이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것은 온 몸을 갖가지 명품으로 도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의 몸 자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브랜드’다. 최근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 서구 문화가 유입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서구식으로 점차 바뀌어 갔고, 외모 선호 또한 서구식으로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때문에 동양인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스럽지 못했으리라. 최근에는 미용 성형 의학기술이 발전해서 성형수술을 해주는 병원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길거리 전단지든 신문이든 성형광고를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미용 성형에 있어서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일부러 와서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고, 이것이 관광 상품까지 되었다니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만하다. 기술이 발전하니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앞선 사례를 본 것같이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는 미용 성형 열풍이 불고 있다. 오죽했으면 몇 주 전,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사마귀 유치원의 최효종이 ‘중학교 때의 졸업 앨범을 보여줘야 합니다잉. 요즘 애들은 고등학교 때 이미 튜닝이 끝나있어요.’라고 말했을까.
이런 성형 열품은 비단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만 부는 것이 아니다. 대중 매체에 많이 노출되는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 특히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많이 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아이돌 가수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돌다운 외모라고 하면서 예쁘고 잘 생긴 얼굴을 가져야 아이돌 가수로 인정받는다는 관념으로 인해 요즘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도 부러울 만큼 ‘완벽’하다.(이는 서구식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를 두고서 ‘우리나라에서는 노래 잘 하는 사람을 뽑아 성형시킨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연예인의 얼굴이 약간만 바뀌어도 OOO성형 의혹이니 뭐니 해서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고, 어떤 연예인의 졸업사진을 보면서 ‘자연 미인이다. 성형 미인이다.’ 편을 가르며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널리 퍼진 지금, 일반 사람이든, 연예인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잘생기고 예뻐 보이기 위해 미용 성형외과 의사들이 장인정신으로 한땀한땀 ‘명품 얼굴’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브랜드를 따지는 것이 있다. 바로 학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학벌 사랑은 유별나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은 능력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대학도 아무데나 나와서도 안 된다. 명품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이 여기서도 표출되는 것일까. 대학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만 고집하고 있다. 명문대, 그 외의 대학, 고등학교 졸업. 이렇게 학력을 세 가지로 나누는 많은 고용자들, 명문대를 가라고 하시는 부모님들, 선생님들. 이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 입시 과잉 경쟁의 문제점이 곪아 터지고 있다. 그 예로 최근 대학 부정입학을 들 수 있겠다. 비교적 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들을 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농어촌전형을 악용해서 학생만 농어촌에서 학교 다니고, 부모님은 도시에서 일하는 수법으로 유명 대학에 부정입학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 새로 알게 된 단어가 ‘보드리야르적’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르디야르가 주장한 이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이론은 ‘현대인은 생산된 물건의 기능을 따지지 않고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세와 권위, 곧 기호를 소비한다.’이다. 명품과 브랜드의 시대인 21세기를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명품 가방, 옷, 커피, 물, 외모, 학벌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공통점을 보드리야르적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낮추고, 현재 자신에 대해서 만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명품인’이라 불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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