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결과'로서 둘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을 남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그게 따른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이 된다고 인정하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는 범죄성립요건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되고,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도 어긋나게 된다.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무수석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등 수석비서관실과 문체부에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과정 개입을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함,
피고인들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지원배제 지시로써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하는 행위, 지원배제 대상자들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등을 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만,
원심으로서는 위 직원들로 하여금 문체부에 각종 명단을 송부하는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를 하게 한 부분에 대하여는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종전에도 문체부에 업무협조나 의견 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하였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의무 없는 일로 특정한 각 명단 송부 행위와 심의 진행 상황 보고 행위가 종전에 한 행위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피는 방법으로 법령 등의 위반 여부를 심리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대판 2020.1.30, 2018도2236 전원합의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