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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하는 남자
백화 문상희 (씨앗 글)
(1부) 자가당착에 빠진 홀아비
옛날에 지 팔자 지가 깎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굴러온 복도 차버리는 지지리도 못난이 말이다.
여기 그 말에 딱 어울리는 그런 홀아비가 한 사람
있었다.
우성은 박혁거세 후손이라며 자랑질하고 다녔고
은퇴 후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생활비가 모자라면 들어놓은 보험 약관대출을
받아서 야금야금 쓰고 있었다.
하지만 쥐뿔도 없는 주제에 밖에서 지인들을 만나면
인심 후하게도 밥도사고 호방하게 술도 사는
그런 속 빈 깡통 같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집에서는 더없이 알뜰한 살림꾼이었다.
언제나 주방이며 화장실까지 빤짝빤짝 빛이 났으며
옷장도 수건함도 군대식으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쉬는 날이면 미루어둔 집안 대청소까지 하고 나서
좋아하는 믹서커피 한잔을 타먹은 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일상이 된 우성이었다.
반찬은 해먹기도 어렵고 재료값도 비싸고 해서
언제나 시장 반찬 가게에서 조금씩 사다먹었다.
어쩌다 국이 떨어지면 가끔씩 국이나 찌개를 끓여
그렇게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었다.
우성은 오늘도 어김없이 반찬 가게를 들렀다.
홀아비로 살다 보니 참새 방앗간 들리듯
날마다 반찬가게에 들렸다.
오늘은 또 무슨 반찬이 있을까 하면서 소위말하는
눈팅을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마주치는 점잖은 할머니
한분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언제나 우성이가 반찬 고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만 있었다.
그러나 묘한 것은 우성이가 이것저것 반찬을 살 때면
꼭 따라쟁이처럼 같은 반찬을 따라서 샀다.
우성이는 궁금은 했지만 그 이유를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어느 날인가 예고도 듣지 못한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우성이는 집에 반찬이 떨어져 우산을 받쳐 들고
반찬가게로 나갔다.
그날은 어쩐 일로 반찬가게에 꼬막무침과 코다리 찜,
해물 김치전까지 푸짐하게 진열이 되어있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맛있는 게 풍성하네요?"
"네~, 비 오는 날은 밥반찬보다 안주거리를
많이 찾아서 안주거리 위주로 만든답니다!"
"네, 그렇군요 사장님!"
우성은 비도 내리고 막걸리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오늘은 안주거리를 사들고 돌아섰다.
그 순간 언제나 지켜보던 할머니가 끼어들었다.
"오늘은 반찬을 많이 사셨네예!"
"네~, 오늘은 비도 내리고 해서 막걸리 한잔 하려고
술안주를 좀 샀습니다!"
할머니도 막걸리 좋아하시면 같이 한잔 하실래요?"
우성이 그렇게 말을 받아쳤다.
"내도 마, 그 막걸리 좋아하니데이!
내사 마 오늘은 아들네 집에 간다 아잉교!
그래서 오늘은 반찬도 안 사고 전철역으로 간다아잉교~!"
할머니는 반찬을 사지도 않고 우성이를 따라나섰다.
"아저씨예~, 내가 우산이 없는데예
전철역까지 같이 좀 가입시데이!"
하면서 할머니는 우산 속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네~, 어차피 가는 길이니 그러세요 할머니!"
"아이고예, 아저씨 보소!
"할머이는 무슨 할머잉교?"
이제 마, 환갑 지나고 아직 손주 손녀도 없는데
듣기가 좀 거북하니데이!
그냥 마, 아주머이라 불러주면 안되겠능교!"
"허허, 나원 참!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부르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우성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을 받아쳤다.
"에이, 그래도 마 기왕이만 아주머이라고 불러주이소!"
"그럽시다 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저씨 말이요!
내 또래 같은데 참 멋있게도 늙어가니데이~!
은갈색 꽁지머리에 개량한복도 참 잘어울리네예!"
하면서 우산대를 잡고 할머니 쪽으로 우산을
끌어당기며 하는 말이었다.
"아, 보소!
이쪽 어깨에 비가 들이쳐 젖었니데이~!"
그러다 보니 서로 몸이 밀착되어 찰싹 달라붙었다.
아주머니의 뭉클한 젖가슴이 팔에 밀착되었다.
그 순간 우성은 온몸에 짜릿한 정전기를 느껴서
움찔하고 놀랐다.
아주머니는 우성이 그렇게 놀란 것을 눈치를 채고
더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한복도 잘 어울리고 예!
멋진 은갈색 머리도 일품이네 예!
내사 마, 오늘이 아들 생일만 아이모 아저씨를
친구 삼아가 한잔 했시몬 좋겠니데이~!"
"아이구요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둘이는 전철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마, 아들네 집에 가느라 그냥 가니데이~!
다음에 만나가 꼬옥 막걸리 한잔 하시데이~!"
할머니는 밑도 끝도 없이 여운의 말 꼬리를 남긴 채
대답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전철역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할머니는 작은 얼굴에 오뚝한 코 그리고 속눈썹이 짙은
이지적인 얼굴이었다.
"저 정도 반반한 얼굴이면 애인도 있을법한데
왜 볼품없는 나에게 접근을 했을까?"
"나원 참, 이 나이에 여인네에게 칭찬을 다 들어보고
기분이 좋구먼 그래!"
우성은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해서 걸어가며
습관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우성은 창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들으며
사가지고 온 안주에 막걸리를 마셨다.
"아참,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그랬네!"
우성은 막걸리 잔을 들고 또 자문자답이 시작되었다.
"고운 님 저 하늘 보낸 지가 아스라한 기억이라,
남은 자식 키워야 하는 책임감에 짊어진 업보라니
홀아비로 사는 게 어느덧 이십 년 세월이 아닌가!
여자를 만나려면 돈 들고 시간 뺏기고 하니
홀아비로 사는 게 편하지 않은가!"
우성은 날마다 한잔 술에 기대어 잠자리에 들었다.
우성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할머니의 얼굴이
천장에 맴돌았다.
꿈속에서도 그 할머니와 반찬가게에서 만나는 꿈을 꾸었다.
이튿날 아침 비몽사몽 잠을 깬 우성은 구석지에
처박아 두었던 거울을 꺼냈다.
이 거울은 옛날 아내가 쓰던 거울이었고 아내가 저세상 떠나고
구석지에 처박아 두어 오랜 세월에 먼지투성이었다.
우성은 아내가 화장하던 옛날 그 모습을 상기하며
잠시 회상에 빠져 눈을 감았다.
"여보, 당신 저 하늘로 떠나고 이십 년 세월을
아이들 키우느라 앞도 뒤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살았소!
당신 떠나고 처음으로 내가 여인네에게 칭찬을 받았소!
가는 세월에 늙어가는 꼬부랑탱이가 되어가지만
이제는 애들도 다 컸으니 내가 여자를 만난다 해도
원망은 하지 마시구려!"
우성은 그렇게 되뇌이며 한동안 회상에 잠겼다가
깨어났다.
"그래 어디 한번 용기를 내서 거울이나 한번 볼까?"
그렇게 바라본 우성의 모습은 꾸미지를 않아 영락없는 노인네였다.
"아니 어느새 내가 이렇게도 늙었나?"
파뿌리를 닮아가는 머리숱에 서릿발 닮은 눈썹까지
영락없이 촌부의 모습이었다.
거산은 오랜만에 거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참 멋있게 늙어가니데이!
이담에 만나면 막걸리 한잔 하시데이~!"
할머니가 한 말을 수없이 되뇌이는 우성이었다.
자식들 키워가며 직장 일에 집안일까지 먹고사는 일에
치중하다 보니 멋 부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오랜만에 여인네에게 잘 보이려고 우성은 일을 벌였다
부랴부랴 염색약에 면도기까지 사 와서 부산을 떨었다.
우성은 거울을 바라보며 이마에서 턱수염까지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진갈색으로 염색도 하였다.
오랫동안 안 입던 양복까지 다려 입고 거울 앞에서 폼을 잡았다
"허 허 허!
깔끔하게 다듬으니 아직은 쓸만하구먼 그래!"
우성은 자화자찬 자가당착에 빠져서 중얼거렸다.
우성은 언제나처럼 반찬가게를 향해 길을 나섰다.
그 반찬가게의 묘미는 한 개는 이천 원이고 세 개를 사면
오천 원이었다.
우성은 그래서 언제나 반찬을 세 개씩 골라서 샀다.
오늘도 어김없이 반찬가게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세 가지 반찬을 사서 돌아서면서 우성은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아니, 젊은 양반은 누구시더라~!"
"아이구요 아주머니!
저를 기억을 못 하시다니 섭섭합니다 아주머니!
저번에 우산 쓰고 전철역까지 데려다준 사람 아닙니까!
"이다음에 만나면 막걸리 한잔 하시데이 하셨지요?"
"아니, 아저씨예~!
뭔 소리를 하는 거요?
나는 은갈색 머리가 한복에 잘 어울리는 그 아저씨를 말한 것이제!
그분이 마음에 들어가 막걸리 한잔 하자고 그랬지예!
가만히 보니 당신은 그분이 아이구먼 그래예~!"
우성은 할머니의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한테 수작 부릴 거면 저기 콜라텍이나 가 보시구려!"
우성은 황망스러워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쳐다보아 창피해서 도망치듯 반찬가게를 빠져나왔다.
우성은 그 여인네에게 잘 보이려고 꾸민다고 꾸몄는데
역효과가 난 것이었다.
그 이후로 그 여인네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우성은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변명이라도 해볼까 생각하고
여러 군데 반찬가게를 돌아다녔다
우성은 그 여인네를 만나기 위해 그렇게 한동안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 여인네를 다시는 볼 수가 없었고 우성은 결국 포기를 하고 말았다.
(2부) 제사상 전 부치는 남자
오늘은 오래전에 돌아가신 우성이 어머니 기일이었고
우성은 유교사상을 물려받은 선비집 외동아들이었다.
우성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제사를 모셔 온지가 어느덧
삼십 년 세월이 지났다.
요즈음 우성에게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여기저기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해서 물가가 너무 올라 걱정이었다.
쥐꼬리만 한 연금도 이십오 일이 되어야 나온다.
우성은 만일에 대비해서 베갯속에 비상금으로
오만 원짜리 넉장을 숨겨 두었었다.
우성은 할 수 없이 그 돈을 꺼내 들고 제사를 모실
준비를 하려고 시장으로 나갔다.
우성은 시장에 나와서 한 바퀴를 돌아보았으나
물가가 이렇게 오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사상에 올릴만한 배와 사과 한 개에 육칠 천 원이었고
조기 한 마리가 만원에 황태포 한 마리도 육천 원이었다.
알뜰한 살림꾼 우성은 좀 더 저렴한 곳을 찾아서
시장 한 바퀴를 다 돌아보았다.
작년만 해도 우성은 마트에서 한꺼번에 시장을 보았으나
올해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성은 마트가 싼 것은 마트에서
노점이 싼 것은 노점에서 발품을 팔아서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줄이고 또 줄여서 준비를 해도 이십만 원 중
십만 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성은 작년까지만 해도 전을 부치기가 너무 까다로워
반찬가게에서 사다가 지냈다.
그러나 올해는 이만 원어치를 사도 한 접시가 될까 말까 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기도 전도 집에서 직접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성은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에
접속을 해서 중간광고가 없는 잔잔한 음악을 찾았다.
그것은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우성의 습관이었다.
오랜만에 제사음식 장만을 하는 우성은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앞에서 주부 20단의 폼을 잡았다.
"자, 풍악도 울렸으니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
우성은 자문자답을 하면서 음식 조리에 들어갔다
우성의 머릿속에는 이미 요리 플랜이 짜여있었다.
먼저 제사상에 오르는 것은 전통적으로 모두 홀수로 해야 한다.
그래서 밥도 5인분을 씻어서 밥솥에 안혀 놓고 시작에 들어갔다.
오늘은 가스레인지 3구가 모두 풀가동이었다.
먼저 불고기는 양파와 파를 썰어 넣고 마늘 듬뿍,
물엿 조금, 다시다 조금을 넣고 간장을 알맞게 넣은 후
손장갑을 끼고 버무린 후 숙성을 시킨다.
굵은소금을 친 생조기는 물에 씻어서 물기를 뺀 후
구울 때 살이 터지지 않게 밀가루 반죽을 엷게 발라서 굽는다.
그리고 알배기 배추는 소금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양송이버섯은 알맞게 토막을 내고 두부는 물기를 완전히
빼야지 흐물거리지 않게 부칠수가 있다.
호박전과 냉동 동그랑땡을 먼저 부친 후
그다음 순서대로 양송이, 두부 전을 부친다.
다음 배추 전은 밀가루 반죽을 골고루 묻혀서 부쳐야 한다.
그다음 마지막으로 조기를 구우면 부침개에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자, 그러면 1차 부침개 공정은 끝났으니
허리 한번 펴고 2차 조리에 들어가 볼까나?"
우성은 언제나 혼자서 만들고 먹고 하다 보니 자문자답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가스레인지에 불고기를 올려놓고 약한 불에 익혀야
양념이 골고루 베어 든다.
탕국은 솥에 들기름을 두른 뒤 한우 쇠고기를 넣고
알맞게 볶다가 물을 붓고 차례대로 무와 파를 썰어 넣는다.
한번 끓고 나면 다음 2차로 다진 마늘, 양파를 잘게 썰어
두부와 함께 넣는다.
그다음 소금 간을 맞추면 기본적인 조리가 끝난다.
그리고 제사상에는 조율이시 홍동육서에 두동미서로
놓으면 마무리가 된다.
"오~, 박우성 선생!
이 정도면 요리 강사를 해도 되겠다!
우성은 자문자답을 이어가며 자정쯤 어머니 기일 제사를 모셨다.
제사를 지내고 나니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
우성은 제사가 끝난 뒤 비닐봉지에 이것저것 담아서
주섬주섬 냉장고에 넣었다.
이 정도 반찬이면 일주일은 먹어도 넉넉한 반찬거리였다.
우성은 제사상을 치운 후 안주거리와 음복주 백화수복을
작은 상에 올려놓고 털썩 주저앉았다.
"자~, 거산 선생!
오늘 제사 모시느라 수고가 많았으니 한잔 받으시게!
죽은 마누라에게도 한잔 따러주고 홀짝,
멀리에서 사는 동생에게도 한잔 따러주고 홀짝,
우성은 언제나 음복주를 그렇게 마셨다.
보고 싶은 사람 그 모두가 술자리 대상이었고
따러준 그 술도 모두 다 우성이 모두 마셨으니
백화수복 한 병을 앉은자리에서 모두 마셨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백화수복 한 병을 다 마시고 술에취해 잠들어버렸다.
이튿날 우성이 깨어보니 설거지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우성은 숙취로 인해 두통까지 있어서
어제 끓인 제사 탕국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얼큰한 국물로 일단 쓰린 속을 달랬다.
우성은 수북이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언제나처럼
옥상으로 올라갔다.
설거지를 하면서 세탁기에 돌린 빨래를 옥상 빨랫줄에
탈탈 털어서 널었다.
우성은 의자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겼다.
그때 정적을 깨우는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오빠, 멀리 있어서 어머니 기일에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해요!"
"그래 동생, 잘 지내고 있는가?"
"네~, 오빠 건강은 괜찮겠으세요?"
"그려 그려!
동생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네!"
"아이구요 오빠, 조카들은 외국에 나가서 살고
막내조카는 군대를 갔으니 오빠 혼자서 적적하겠네요!"
"뭐, 나는 몇십 년을 그렇게 살아와서 괜찮네 동생!"
"오빠, 요즘 물가도 비싼데요 제사상 차리느라
돈이 많이 들었지요?
늦었지만 이십만 원을 오빠 계좌로 보냈답니다!"
"아이구 동생, 명절에도 또 기일 때도 돈을 보내줘서
동생 덕분에 제사 잘 모시고 있다네!"
"오빠, 여하튼 제가 멀리 살아도 하나밖에 없는 오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원드릴게요!"
"그려 그려, 동생 고맙네!
고서방에게도 안부를 전해주게나!"
"네, 그럼 오빠 다음에 또 전화드릴게요!"
오빠를 생각해 주는 여동생과 오붓한 통화를 하고
우성은 그 돈을 찾아서 다시 베갯속에 비상금으로 넣어두었다.
(3) 중매로 벌어진 에피소드
우성에게는 일 년에 네 번의 제사도 큰 행사였다.
제사를 모시고난 다음날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액정에 표시된 이름은 참으로 반가운 분이었다.
서로가 사는 방식도 다르고 바쁜 탓에 통화한 지
일 년이 지났으니 까마득히 잊을 뻔한 번호였다
낭랑한 목소리는 예전 그대로였으나 약간의
코맹맹이를 했다.
안부를 물어보니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변했다고 했다
또래 나이쯤 되는 분이신데 예전에 밴드에서
함께 글을 쓰시던 분이었다.
프로필 사진이야 믿을 수는 없었지만 작은 얼굴에
깜찍한 여인으로 기억했다.
그분은 우성이가 홀아비라는 걸 알고 수시로 중매를
권유했었다.
밴드에서 유독 댓글을 잘 다시는 분이라 글밭에서
친해져 예전부터 중매를 운운하였으나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했었다.
우성은 중매보다 오히려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었다.
사진도 목소리도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러나 그분은 본인은 아니라며 계속해서 중매를
거듭 권유했었다.
이번에 전화를 한 이유도 바로 중매 얘기였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니 한 번쯤 만나보라 하셨다.
"아이고 박 선생님!
계속 혼자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만나보세요!"
"아이고 나영옥 선생님!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재혼입니까!"
"그래도 그게 아닙니다 박 선생님!
애들 키우고 뒷바라지하느라 이십 년 가까이
혼자 살았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보세요!"
"말씀이야 고맙지만 해저문 인생에 웬 재혼입니까!
또한 저는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누가 저 같은 사람을 좋아할까요!"
"제가 이때까지 중매한 사람들 모두가 잘 살고
있답니다!
그러니 한번 만나보세요!
또 제가 얘기한 여자분은 커다란 한우불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서 재력도 있답니다!"
나영옥 선생님은 계속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성은 지인의 전화라서 끊지 못하고 계속 듣고만 있었다.
"박 선생님!
제가 지금 사는 곳이 포천입니다!
그냥 놀러 오는 셈 치고 한번 오세요!"
"예, 나 선생님!
그냥 놀러 오라시면 얼마든지 가지요 하하하!"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12시까지 포천 버스정류장에 오셔서
전화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포천에 바람이나 쐐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호호호 그래요 박 선생님!"
우성은 토요일 아침 평상시 입는 옷 그대로 개량한복을
입고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열한 시쯤 도착해서 습관대로 포천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근처에서 빵빵하는 경음기 소리가 들렸다.
우성은 궁금해서 고개를 돌렸다.
길 건너 차선에서 어떤 여자분이 선그라스를 쓰고
자동차 운전석에서 고개를 내밀고 오라고 손짓을 했다.
우성은 누구를 부르나 싶어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본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우성은 다시 여자분을 쳐다보았다.
"아, 나 선생님 이셨군요!
사진과 달라서 몰랐습니다!"
포천 시내는 왕복 2차선 도로였고 토요일이라서
차도 사람도 별로 없었다.
우성은 검은색 그랜져 승용차 앞자리 조수석에
올라탔다.
"반갑습니다 나 선생님!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나영옥 선생님은 작은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저는 박 선생님 프로필 사진에 개량한복 입은 것을
봐서 금방 알아봤답니다!"
"네~, 그러셨군요!
저는 사진보다 훨씬 젊고 미인이시라서 몰랐습니다!"
"아이고 박 선생님 별말씀을요 호호호!
그 여자분이 이쁘지는 않지만 사람도 좋고
재력도 있는데 박 선생님처럼 애들 키우느라
재혼을 못했답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한번 만나보세요!"
"허허 참, 이 나이에 중매라니 쑥스럽습니다!"
"아이고 박 선생님!
저도 작년 가을에 재혼을 했답니다!
남편은 육군 원사로 포천에서 근무를 한답니다!
내년에 정년퇴직을 하면 서울로 올라갈 겁니다!"
"네~, 그래서 포천에 계셨군요"!
"예, 맞아요!"
나영옥 선생님은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차를 몰았다.
얼마 후 도착한 곳은 포천 출렁다리 옆에 커다란
커피와 제빵 전문점이었고 나영옥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가게는 이층 건물로 꽤나 넓었으며 주말이라 사람도
많았다.
이층에 올라가니 그분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정화 씨 나 왔어!"
"아, 나 선생님 왔어요?"
그분을 그렇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인사하세요!
여기는 서울에 사시는 박우성 시인이구요!
이쪽은 포천에서 음식점을 하는 유정화 사장님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박우성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나 선생님과 잘 아는 유정화라고 합니다.
세 사람은 어색해서 빵과 커피를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동안 말을 이어갔다.
한참 후 나영옥 선생님은 일어나면서 인사를 했다.
"나 먼저 빵값 계산하고 갈 테니까 두 분이 재미있게
이야기하세요!"
나영옥 선생님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
유정화 씨는 체격도 우람했으며 목소리도 우렁찼다.
"제, 사실은 나영옥 선생님이 좋은 사람 있으니
하도 선을 보라고 해서 성화에 못 이겨 나왔답니다!
"네~, 그러시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저는 선생님처럼 문학절 소질보다는
저보다 덩치도 크고 농사짓는 사람을 원했답니다!"
유정화는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저는 별 할 예기도 없으니 서울 나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드리겠습니다!"
유정화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성이 역시 앉아있을 이유가 없어 따라나섰다.
유정화씨는 체격에 어울리는 렉스턴 칸을 몰았다.
유정화씨는 우성이 차에 타자마자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나영옥 씨는 알고 보면 세 번째 재혼이랍니다.
사치가 하도 심해서 웬만한 남자는 거느리지도
못한답니다!
그리고 저 말고도 중매를 여러 번 했지요!
그리고 그때마다 중매 수수료를 받는답니다!
솔직히 저는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답니다!
나영옥 씨가 하도 선을 보라고 해서 나왔지만
박 선생님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아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나왔답니다.
여하튼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유 선생님, 별말씀을요!
저 역시 유 선생님 사진도 못 봤답니다.
잠시 후 유정화 씨는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웠다.
여기에 서울 가는 좌석버스가 많으니까 노선을
보시고 타고 가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네, 박 선생님 조심해서 가세요!"
박우성의 중매 에피소드는 그렇게 끝이 났다.
우성은 쓴웃음을 지우며 차를 기다리기도 뭐해서
다음 버스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었다.
(4) 홀아비 애인 만들기
우성은 반찬가게의 일과 포천 중매 사건이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던 어느 한가한 토요일 친구 철수의 전화를 받았다.
"어이 우성이!
내일 일요일인데 뭐 하냐?"
"응, 그래 친구야 뭐 하긴 뭐 해 그냥 집에 있지!"
"그래 그러면 내일 가까운 용마산이나 가세!"
"그래 좋지 좋아!
그럼 내일 아침 9시쯤 중곡역에서 만날까?"
"오케이 ~!"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사월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선 철수와 우성이었다.
둘이는 이런저런 안부와 또 되지도 않는 정치 예기까지
수런거리며 산에 올랐다.
두 사람은 약 한 시간 후 정상 근처에 도착했다.
긴 휘파람을 불던 우성이 말을 꺼냈다.
"기왕 올라왔으니 내려갈 때는 아차산 쪽으로 내려가세!"
"좋지 좋아, 자네 말대로 아차산으로 내려가서
중곡동 할베 두부집에서 순두부에 막걸리 한잔하세!"
철수의 답을 들으며 둘이는 하산 중이었다.
철수는 키 180에 장신의 롱다리로 성큼성큼
따라잡을 수 없게끔 언제나 앞서갔다.
우성은 철수와 50m 정도 거리를 두고 내려가고 있었다.
중간쯤 내려왔을 때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샛길로 접어들면 샛길로, 등산로로 접으들면 또 같은 길로
따라오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우성은 꼭 미행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성이 돌아다보니 환갑 전후의 나이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우성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와 같은 하산길이네요 아주머니!
이 근처에 사시나 봅니다!"
"네, 저는 광진구 구이동에 살아요!
산길이 무서워서 아저씨 빨간 배낭만 보면서 따라왔지요!"
"아~!, 그러시군요 아주머니!
저기 앞에서 가는 친구와 할베 순두부집에서
한잔하기로 했는데 그러면 같이 가실래요?"
"네~ 좋지요!
그런데 일행이 있었나 봐요?"
"네, 저기 앞에 가고 있는 멀대같이 키 큰 놈이
함께 온 친구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친구와 조금 떨어져서 가다 보니
일행이 있는걸 모른척 하였다.
"아~! 그러시군요, 호호호 잘 됐네요!
저도 친구 하나가 이 근처에 산답니다!
제가 아차산에 왔다니까 친구가 집에 들러서
커피나 한잔하고 가라고 했답니다.
그럼 합석하도록 제가 불러볼까요?"
그 아주머니는 휴대폰을 꺼내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저씨, 친구집이 이 근처에 있어서 바로 나온답니다!"
"네, 그렇군요 그것 참 잘되었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성은 그 아주머니가
친구와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우성이와 아주머니는 주고받은 이야기 끝에
산 아래 중곡동에 있는 할베 두부집에 도착했다.
먼저 내려간 철수와 아주머니 두 사람까지 남녀 네 명이
할베 두부집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맛집이라서 할베 순두부집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네 사람은 가게로 들어가서 구석지 빈자리에 넷이서 앉았다.
성질 급한 우성이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산행 중에 맺어진 인연인데 제가 한턱 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뭐 드실래요?"
"저들은 아무거나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우성은 띵똥, 하고 벨을 눌렀다.
"여기는 순두부 전문집이니 순두부 네 개 하고
도토리 묵무침 주세요!
그리고 목이 마르니 우선 막걸리부터 두 병 주세요!"
네명은 술잔을 가득채워 합창을하며 건배를 했다.
"건강을 위하여~!"
철수와 우성은 목이말라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아주머니 둘은 술잔을 받아놓고서 조금씩 마시는 흉내만 내고있었다.
술은 철수와 우성이 거의다 마셨고 아주머니 둘은
막걸리 한잔에 부지런히 안주만 집어먹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막걸리 네 병을 마셨고
안주도 바닥이 나서 우성이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철수와 우성은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다.
네 명은 바깥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철수가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
우리가 비슷한 세대라서 거리감도 없고 여러 가지로 잘 됐네요!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노래방이나 가볼까요?"
철수와 우성은 아주머니들과 애인을 만들어볼까 하고
서로의 눈짓으로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철수와 우성이 홀아비라는 걸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래서 빼껴먹으려고 처음부터 따라붙은 것이었다.
길거리 한적한 곳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우성과 짝을 이뤘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전화를 끊고 말을 이어갔다.
"저번주 산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네요!
제 친구가 손주를 낳았는데 다음 주 백일이에요!
그래서 그 아저씨에게 백일반지 말을 했더니
오늘 건대역으로 오면 반지를 사 주겠다고 합니다!"
그때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또 한마디를 거들었다.
"너도 사가면 나도 필요하잖아 같은 친구인데!"
하며 피드백을 연발하고 있었다.
"아저씨 이건 어때요?
그 아저씨는 나중에 또 만나도 된답니다!
그러니까 그 대신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반지
한돈씩을 사주시면 오늘 멋진 파트너 해드릴게요!"
철수와 우성은 뒤통수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아주머니 둘은 몇 미터 떨어져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수가 다가와 귓속말로 전해왔다.
"애인 하나 만들려고 술값에다 모텔비에 금반지 사준다면
도대체 얼마나 돈이 들어가는 거야?"
철수와 우성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때, 조금 전 전화를 받았던 아주머니 하는 말을 했다.
"길거리에서 이게 뭐예요?
남자들이 연애를 하려면 통 크게 한번 쏴야지요!
그깟 반지 하나도 못 사줍니까?"
아주머니는 아예 대놓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철수와 우성은 어이가 없어서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아저씨, 남자가 쫀쫀하기는요!
통 크게 한번 쐈으면 가끔씩 홀아비 객고라도 풀어주려고 했는데
할 수 없지요!
우리들 좋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거든요?
야, 수정아 가자!
저 아저씨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네!"
아주머니 둘은 홱 돌아서 꽁지를 흔들며 사라져 버렸다.
"야, 우성아!
아까 그 전화받은 것도 모두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어!
재들 분명히 노인네 등쳐먹는 꽃뱀이야 꽃뱀!"
"야, 그래도 그렇지!
잘 나가다가 파투가 났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창피냐?
"야, 우성아 길 가다가 똥 밟았다 생각하고 그만 가자!"
"그래그래 알았다 철수야!
철수와 우성은 해 질 녘 술에 취한 채 전철역으로 향했다.
집앞 전철역에서 내린 우성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우성아, 너는 살림하는 남자야!
그냥 주어진 팔자대로 혼자서 사는 게 속 편하단다!"
우성은 허무한 발걸음을 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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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팅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