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 명곡동 원효산 기슭에 가면 2만7천평(약 8만9천㎡)규모의 '파브르체험학교'가 있다. 이곳은 20여년간 청소년 캠프장인 다람쥐캠프장으로 운영되다가 최근 4년간 문을 닫았던 곳이다.
파브르체험학교 정재균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곤충에 심취하면서 곤충농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그것을 계기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 몇 명이 모여 양산시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올해 7월 27일 파브르체험학교가 문을 열었다. 울산 동구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차로 1시간여를 가다 보면 양산대학 방향 이정표가 보인다.
이 이정표를 따라가다 터널을 지나 명곡마을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곳곳에 '다람쥐캠프장' 또는 '파브르 체험학교'라는 표지판이 길을 안내한다. 마을에서 체험학교까지 도로 곳곳이 파여 있기는 하지만, 차량으로 주차장까지 진입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운동장 한쪽엔 오토캠핑을 즐기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먼저 눈에 띈다.
캠핑장 맞은편 취사장에는 제철 과일을 씻는 소리가 요란하고, 바로 위 매점 앞에는 구슬땀을 식혀줄 아이스크림이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매점 옆에는 수영장에서 나온 아이의 몸을 씻는 엄마 아빠의 손길이 바쁘고, 수영장에는 튜브와 직접 만든 뗏목을 띄우고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테라스에서 냉커피를 마시며 자녀들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수다가 가득하다. 수영장 옆을 지나니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만든 듯한 엉성한 모양의 햄버거를 무는 모습도 정겹다.
곤충 체험 · 소시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수제(手製) 소시지 체험관에서는 소시지 만드는 방법과 재료에 대해 설명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기다랗게 늘어진 소시지를 서로 잘라보겠다고 아우성이다. 창원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황재모 군(6세)은 소시지가 만들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하다 완성된 소시지를 오븐에 넣을 땐 침까지 꼴깍 삼킨다.
수제 소시지 체험관에서는 국내산무항생제 돼지고기로 소시지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수제 소시지 체험 외에도 곤충 체험과 숲체험, 천연염색 체험, 제빵 체험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귀뚜라미, 하늘소 등 다양한 곤충에 대해 배우고,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목걸이와 동물 모형, 솟대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또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의 모습을 관찰하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한 천연염색 체험도 할 수 있다.
소시지 체험관, 숲 체험관, 천연염색 체험관을 지나 제일 높은 곳에 이르면 오토캠핑장이 나오는데, 이번에 두 번째로 이곳을 찾았다는 김연경 씨(35세)는, "자연환경이 좋은 건 물론이고, 가격도 저렴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수영장과 캠핑장, 숙박시설도 갖춰
파브르체험학교는 음향시설을 갖춘 대강당과 11실의 숙소, 400명까지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넓은 운동장에서는 각종 구기운동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로는 황토로 지어진 개인숙소와 단체숙소가 있고, 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수영장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된다.
이곳은 영남권에서는 유일하게 캠프와 여러가지 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파브르체험학교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꾸준히 시설을 보완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경험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갈 곳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취재 권순정 주부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