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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흥행의 법칙
정초신 지음
▣ 저자 정초신
한양대와 뉴욕대, 남가주대 대학원에서 10년간 영화를 공부하고, 1995년 <귀천도> 프로듀싱을 시작으로 <미스터 콘돔>, <할렐루야>, <퇴마록>, <엑스트라>를 프로듀싱했다. 영화 <자카르타>로 영화감독에 데뷔했으며, 이어서 <몽정기>, <남남북녀>, <몽정기2>를 연출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대한민국영화대상 선정위원회 위원장, 대종상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서울종합예술학교, 상명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영화감독협회 부이사장과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삼성, 현대, 하이닉스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에서 그동안의 영화 공부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감독론’과 ‘영화롭게 사는 법’을 강의하며,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 Short Summary
이 책은 영화감독 정초신이 10년간의 영화 공부와 15년간의 현장경험을 통해 터득한 인생의 성공법칙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20여 년간 영화인으로 살아오면서 영화가 자신의 인생이었고, 그의 인생이 영화였다고 말한다. 또한 그동안 체득한 바에 따르면, 영화의 법칙과 인생의 법칙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정초신 감독은 충무로에 있는 15년 동안 5편의 프로듀싱과 4편의 연출을 맡아 치열하게 영화를 만들었고, 공백기에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거나 대학 강의와 펜션 운영 등을 병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의 NG라고 여겼던 공백기의 경험들이 ‘성공 강연가’라는 또 다른 길로 들어서는 밑바탕이 되었고,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흥행의 법칙』에는 꿈과 열정, 대박과 쪽박, 이변과 반전이 공존하는 영화계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낸 영화감독 정초신의 인생과 영화현장에서 뽑아낸 살아 있는 성공법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어둠 속 관객의 자리에 만족하며 살아간다고 역설한다.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값진 성공을 거둔 사람들, 장애와 편견을 이겨내고 감동적인 삶을 살아낸 사람들에게 쉽게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한 편의 영화’, 더 나아가 ‘불후의 명작’으로 만들어볼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 다른 사람의 들러리로 살아가는 의미 없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나리오 작가ㆍ주연배우ㆍ감독이라는 1인 3역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을 영화의 방정식에 대입해서 풀어낸 저자의 메시지는 재미와 설득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한 성공법칙이 아니라, 영화처럼 매끄럽게 읽히고, 공감하게 되는 인생 지침들이다. 저자는 세상이 정해놓은 틀을 쫓아가지 못하거나 인생이 뒤죽박죽인 것 같아도 불안해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영화는 결코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지 않지만 정확한 콘티에 따라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편집 과정을 통해 매끄럽게 완성되기 때문이다. 열아홉 살에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도, 스물일곱 살에 취직하지 못해도, 서른 살에 결혼하지 못해도,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시나리오와 콘티를 만들어 가면 얼마든지 자신의 인생을 ‘불후의 명작’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차례
1부 시나리오 쓰기
1 인생의 시나리오를 써라
2 구출해야 할 공주를 정하라
3 최고의 악역을 설정하라
4 주인공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
5 주인공을 지혜롭게 만들 멘토를 투입하라
6 결말부터 정해야 주인공의 행로가 결정된다
7 기승전결의 확고한 플롯을 계획하라
8 인생의 결말은 무조건 해피엔딩이다
9 클라이맥스는 영화 후반부에 위치한다
10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준비하라
11 마음에 들 때까지 끊임없이 각색하라
2부 연기하기
12 인생의 주연배우는 당신이다
13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라
14 혼자 연기하지 말고 상대와 함께 연기하라
15 NG를 두려워하지 마라
16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라
17 자신의 연기에 빠져 평생을 가라
3부 감독하기
18 당신 인생이니 당신이 감독하라
19 당신의 결정은 언제나 옳다고 믿어라
20 영화는 순서대로 찍지 않는다
21 최고의 한 컷에 집착하라
22 손발 맞는 스태프를 찾아라
23 과감함 편집이 영화를 살린다
24 이제 당신은 당신 인생의 감독이다
1부 시나리오 쓰기
인생의 시나리오를 써라 : 우리의 인생에는 전환점이 되는 결정적인 사건들이 있게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사람들이 왜 인생을 ‘한 편의 영화’라고 하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를 만들고 있는 나 역시 인생이라는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다. 1997년 2월, 첫 딸이 태어날 예정이었다. 사실 그때 나는 썩 능력 있는 남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딸은 뭐가 불만인지 출산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몸을 옆으로 틀어버렸다. 결국 제왕절개를 하기로 결정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자연분만을 계획하고 있던 우리에게는 수술비가 없었던 것이다.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시나리오를 읽는 둥 마는 둥 넘겨보다가 내처 영화사 대표를 찾아갔다. “이 영화, 제가 맡겠습니다. 서울 관객이 30만을 넘지 못하면 잔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개런티의 2/3를 계약금으로 주십시오. 바로 오늘.” 순간 그의 얼굴에 스톱모션이 걸렸다. 하지만 당시의 관례를 따르자면 아내는 수술을 할 방법이 없었다. 영화사 대표의 스톱모션은 좀체 풀리지 않았다. 어떤 제작자라도 ‘이놈 뭐야?’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설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나는 아마 온몸으로 그것을 어필하고 있었을 것이다. 드디어 그가 옆에 놓인 전화기를 들어 경리과 직원에게 송금을 지시했다. 그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금을 내준 사람이 바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영화의 과거이며 미래다.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하는 작업은 한마디로 피를 말리는 과정이다. 영화감독이나 프로듀서들은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 이미 마음속으로 영화를 찍는다. 물론 시나리오에 오랫동안 정성을 들이고,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남남북녀>를 위해 나는 6개월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시나리오를 썼고, 다른 작가에게 각색을 넘겨 그가 또 1년 6개월을 씨름했다. 시나리오는 완성도 높게 마무리되었고, 촬영 당시 거의 모든 스태프들이 흥행을 자신했다. 주연배우인 조인성과 김사랑도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영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흥행에 참패하고, 비평가들에게는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는 관객들로부터 환불을 요구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수는 있지만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결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에는 수없이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어느 누구도 성공을 약속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인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기나 긴 준비의 시간과 완벽한 시나리오가 필요한 것처럼, 인생이라는 영화를 멋지게 완성하려면 인생의 시나리오도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매만지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인생이란 ‘벤츠 S클래스를 타고 싶다’고 종이 위에 적어두고 날마다 들여다보면 언젠가는 그 차를 타게 될 것이라는 ‘기약 없는 긍정’이 아니라, 언제 벤츠를 탈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매우 치밀하고 현실적인 작업인 것이다. 시나리오는 충분히 좋았지만 인생은 그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형편없는 시나리오로는 절대 좋은 인생을 만들 수 없다. 하물며 시나리오조차 없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려면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시나리오부터 써야 한다. 인생은 흔히 영화에 비견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100억짜리 블록버스터보다 더 값지고, 소명의식으로 만들어낸 저예산 다큐멘터리보다 더 고귀하다. 무엇보다 먼저 당신만을 위한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주인공을 지혜롭게 만들 멘토를 투입하라 : 요즘은 사회가 워낙 변화무쌍하고 불안해서 그런지 인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스승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멘토란 원래 번개에 맞듯,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남가주대 대학원에서 내 영화 인생의 멘토를 만났다. 책이라면 속독이라도 할 수도 있지만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적어도 상영시간 2시간은 꼬박 할애해야 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는 집중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볼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해 화면만 응시했고,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를 봐도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들어간 곳이 남가주대 대학원이었고, 나는 그 첫 수업에서 소위 말하는, 인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게 된 것이다. 남가주대 대학원 영화제작학과의 학과장 로렌스 터먼은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명작 <졸업>의 프로듀서로, 내가 수업을 받던 당시에는 <리버 와일드>를 프로듀싱 중이었다. 터먼이 첫 수업에서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그동안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와 가장 슬픈 영화가 무엇인가?”였다. 영화광만 모여 있는 그 강의실에서 제대로 된 대답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 역시 나처럼 영화를 분석적으로 계산하며 본 탓에 순수한 관객으로서 영화에 빠져서 웃거나 울어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터먼은 이 평범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영화적으로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단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다른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내기를 1년, 수백 편의 영화를 보며 훈련하고 훈련한 뒤에야 비로소 나는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로렌스 터먼 교수는 내 영화 인생의 멘토다. 물론 그가 수업 중에 던진 질문은 나 하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터먼 자신은 내가 그를 멘토로 삼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수업은 내가 영화인으로 살게 된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멘토는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이거나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배역의 비중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에게는 성취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대개의 경우, 주인공은 자신이 왜 그것을 해야만 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주인공은 그 답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자신에게 침잠하며, 미약한 자신을 이끌어줄 현자를 갈구한다. 멘토는 바로 그때 등장한다. 주인공이 변화의 욕구에 몸부림칠 때, 간절한 기다림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있을 때 운명은 최소한의 동정심을 발휘해 멘토를 투입한다. 제다이로 태어났지만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도 그렇다. 제다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는 회의감에 빠져 혼란스러워한다. 바로 그때 오비원 캐노비가 등장하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제다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아직 인생의 멘토를 만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바꿔주는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고 서운해 할 필요도 없다. 아직 멘토를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이 당신의 인생에 대해 아직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또한 당신이 멘토를 만날 때에 이르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끊임없이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민할 때 멘토는 반드시 등장한다. 멘토를 만나기 위해 당신이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클라이맥스는 영화 후반부에 위치한다 :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가장 잘나가던 시절, 가장 풍요로웠던 때를 자신의 클라이맥스, 즉 전성기라고 부른다. 불과 몇 년, 짧으면 몇 달밖에 되지 않는 기간을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하고 이제 다시는 그런 시절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인생의 전성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시절이 아닐 수도 있다. 65세 노인이 전 재산을 털어 여관을 샀다. 남은 인생 여관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편안한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이 노인이 편안하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도로가 들어서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이 노인의 여관 위로 선이 그어진 것이다. 노인은 몇 푼의 토지수용 보상금만 손에 쥔 채 편안한 노후를 위한 보루였던 여관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노인은 주저 않지 않고, 평소 즐겨 먹던 닭튀김을 파는 식당을 차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닭 튀기는 기계를 자동차에 싣고 동업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동업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마침내 노인은 혼자서 가게를 차리게 된다. ‘KFC(켄터키 프라이드치킨)’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 할랜드 샌더스의 이야기다. 그는 72세에 200만 달러를 받고 1년에 25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전 켄터키 주지사이자 한때 보스턴 셀틱스의 소유주였던 존 브라운에게 KFC의 판권을 넘기게 된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있다. 평범한 아줌마가 이혼을 당하고 혼자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던 아줌마는 아이에게 먹일 음식도 맘 편히 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멍청히 앉아 공상하는 것이 전부였다. 매일 공상으로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구식 타자기로 손가락이 아프도록 소설을 쓴 그녀는 출판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줄 출판사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 아줌마는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출판사를 찾아다녔고, 수십 번을 거절당하고 지칠 대로 지칠 무렵 작은 출판사에서 책이 출간되었다.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가 세상의 빛을 본 순간이다.
세상의 눈으로 보자면, 예순 살이 넘은 노인과 서른 살이 넘은 이혼녀의 인생은 단 한 차례의 전성기도 없이 끝나가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손으로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인생이라는 영화는 언제가 시작이고 언제가 끝인지 세상의 잣대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당신 영화의 클라이맥스도 아직 멀었다. 그러니 그동안 아쉬워하던 과거의 전성기 따위는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당신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화려한 클라이맥스를 인생이라는 영화의 후반부에 배치하고, 그날을 향해 달려가자.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그렇게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2부 연기하기
인생의 주연배우는 당신이다 :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연기를 못하면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을 쏟아낸다. “걔는 연기가 그게 뭐냐? 발로 해도 그거보단 낫겠다.” 이렇게 해서 그 유명한 ‘발 연기’ 시리즈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껏 영화를 하면서 배우가 연기 연습을 하지 않고 촬영장에 오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 혹은 단역 배우들도 자신의 배역을 열심히 연구하고 대사를 외워서 촬영장에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관객들은 ‘그따위 발 연기 때려치우라’며 조소를 보낸다. 그렇다면 인생이라는 중요한 영화의 주인공인 우리는 연기 연습을 얼마나 하고 촬영장에 나가는 것일까. 가수는 무대에 서기 전에 같은 노래를 300번쯤 부른다고 한다.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 시나리오를 300번쯤은 읽는 것 같다. 최고의 배우도 촬영장에 나가기 전에 적어도 대사를 300번은 되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가수가 부르는 한 곡의 노래보다 위대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감독이 찍는 한 편의 영화보다 고귀하다. 일생에 대한 계획도, 10년 혹은 1년에 대한 준비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우리도 언젠가 ‘발 연기’ 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혼자 연기하지 말고 상대와 함께 연기하라 : 씨름판의 제왕이었던
영화는 혼자 찍을 수 없다. 연극에는 모노드라마가 있어도 영화에는 모노드라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의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세상도 반드시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곳이다. 때문에 이 넓은 촬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타인의 삶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연기를 하고 준비해온 대사를 하는 동안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못하고 자신의 대사를 쏟아낸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연기를 자르고 들어가 그 맥을 끊어버리면 상대 배우는 물론이고, 관객들에게도 비난을 받게 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또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NG로 처리되어 편집되고 만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컷을 주는 사람이 따로 없으니 자칫 잘못하다간 혼자서 모노드라마를 찍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된다. 이런 식의 모노드라마는 상대의 외면과 관객의 비난으로 끝을 맺게 되어 있다. 부디 인생은 모노드라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자신의 연기에 빠져 평생을 가라 : 최고의 연기는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첫 단계는 연기에 몰두하고 집중해서 연기하는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근육을 이완하고, 정신을 집중하고, 대사를 외우고, 감정을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연기에 몰두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이 첫 단계에서 연기를 끝낸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할 수 있어도 최소한 ‘발 연기’라는 혹평은 피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제1단계다. 이 정도만 해도 악평에 시달리거나 ‘왕따’ 당하는 일 없이 살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연기에서 벗어나 연기하는 것이다. 즉, 첫 번째 단계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연기할 줄 알아야 이 단계에 이를 수 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며 어떻게 해야 발전시킬 수 있는지 분석하면서 연기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할 수 있으면 관객들에게 갈채를 받고 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으며 동료 연기자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 인생이라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제2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감정에서 한발 떨어져서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는 경지에 이르며, 남의 말을 ‘경청’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와 남이 같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타인이 행하는 거의 모든 행동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관객이 느낄 수 있게 연기하는 것이다. <여인의 향기>에서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 알 파치노와 같은 수준이다.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은 알 파치노가 시각 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알 파치노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만큼 완벽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알 파치노가 진짜 눈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 2009>에서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혀 슬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연출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영화를 흥행시키는 연기의 종착점이다. 인생을 살면서 끝없이 연기하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항변하겠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진심이 가득한 삶의 연기력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말이다. 어딘가 2% 부족해서 타인에게 질타받고 비판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 그런 이유로 인해 인생이 점점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진심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다. 타고나지 못했다면 연습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비록 천부적인 배우는 아니지만 일류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사력을 다해 연습한다면 원하는 삶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3부 감독하기
영화는 순서대로 찍지 않는다 : <자카르타>는 일종의 리와인드영화다. 은행을 터는 세 팀의 강도들의 모습이 순서대로 보이고 40여 분쯤 지난 뒤에는 모든 일이 끝나버린다. 그러나 영화는 끝나는 시점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각각의 상황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일종의 재현드라마처럼 진행되는 것이다. 영화는 순서대로 찍지 못한다. 촬영 스케줄을 맞추기도 어렵고, 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서 촬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카르타>는 영화의 약 3분의 1을 창고에서 촬영했다. 수원에 있는 소 외양간을 섭외한 뒤 내부를 다 치우고 개조해서 세트를 완성했다. 문제는
영화촬영장에서는 이런 것을 ‘누끼 딴다’고 표현한다. 순서에 따르지 않고 마치 편집하는 것처럼 장면을 따로 찍는다는 뜻이다. 영화의 앞뒤를 마구 섞어가며 찍을 때는 배우들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는다. 방금 전까지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가 이번에는 그윽한 사랑의 눈길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는 동안은 이런 식으로 찍어서 과연 영화가 만들어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마구잡이로 뒤섞어 촬영한다. 그러나 촬영이 다 끝나고 편집된 화면을 보면 놀랄 만큼
공자님은 15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30살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고(而立), 40살이 되자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으며(不惑), 50살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고(知天命), 60살이 되자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으며(耳順), 70살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고(從心) 했다. 그러나 내공이 공자님쯤 되면 모를까, 인생은 그렇게 순서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월반을 하고, 혹은 늦깎이 대학생으로 환갑이 되어서야 학업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일찍 결혼해 일찍 할아버지가 되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 할아버지가 될 나이에 첫 아들을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은 남들처럼 순서에 맞춰 인생을 살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분명 특별한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세상이 정해둔 틀에 맞춰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벗어던져도 좋다.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와 다르고, 그러니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콘티를 짜고 촬영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순간이 모여 편집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순서가 아니라 최선이다. 모든 촬영이 ‘누끼’처럼 여겨질지라도 최선을 다해 한 신 한 신을 찍어두기만 하면 영화는 완성된다. 결코 초조해할 일이 아니다.
과감한 편집이 영화를 살린다 : 대부분의 영화감독은 현장에서보다 편집실에서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줄일 것이 없을 때, 그래도 잘라내야 하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은 자신이 흘린 땀과 피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관객의 눈으로 볼 때는 그저 몇 분의 영상일지 몰라도 감독에게는 고통과 고난의 산물이다. 모든 신 위에 촬영 당시의 고통이 오버랩된다. 밤을 꼬박 새우며 수십 번의 NG를 내고 가까스로 건져낸 컷을 잘라야 할 때는 실제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완성된 장면이라도 영화의 흐름을 방해할 때는 잘라내야만 한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었다 해도 이야기를 방해하는 모든 장면은 삭제된다. 피를 토하며 찍었든, 눈물을 흘리며 찍었든 필요 없는 컷은 필요 없는 것이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누구에게나 아까운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움켜쥐고 살면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일들이지만 마음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얽매이면 얽매일수록 현재와 미래에 도움이 안 되는 과거도 있다. 자신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만 인생이라는 영화에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 일도 있다. 최선을 다해 찍어 놓은 장면, 너무나 아름다워 도저히 잘라낼 수 없는 장면도 삭제해야 할 판에 NG 수준의 장면이나 굳이 없어도 될 장면까지 남겨놓을 수 없는 법이다. 마음속을 뒤져보면 우리는 버려야 할 장면들을 너무 많이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현재가 불행한데도 쉽사리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런 기억이 있기에 더 행복하다고 믿기까지 한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촬영보다 편집을 더 잘해야 한다. 매끄럽지 않은 장면은 나보다 타인들이 먼저 알아채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 인생의 감독이다 : 영화감독에게 영화는 선택이다. 하고 싶은 작품이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어떤 영화를 감독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흥행만 좇는 감독이 저급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선택이고, 예술만 좇는 감독이 관객이 들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당연히 선택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영화는 그렇지 않다. 인생이라는 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콩쿠르에는 선택곡과 필수곡이 있다. 자유곡이라 불리는 선택곡은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골라 연습하면 되지만 필수곡은 주최측에서 미리 정해준다. 거기에는 피나게 연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인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최측에서 정해놓았으니 치열한 연습을 통해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이유로 태어났든 상관없다.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 이제 그만 편안한 의자에 앉아 팝콘이나 씹으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객이 되겠다는 생각은 접자. 나에게 주어진 내 인생도, 당신에게 주어진 당신 인생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해야만 멋지게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연습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스스로 바보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인생이 어떤 것인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당신의 가슴속에서 가끔씩 치밀고 올라오는 간절한 욕구가 바로 당신에게 주어진 필수곡이다. 당신의 영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결국은 흥행에 성공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포기한다면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우리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다른 사람에게 메가폰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 당신이 쓴 시나리오에 당신이 주연인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감독하라고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스스로 감독 역할을 포기하는 순간 영화는 독자적인 제작은커녕 공동제작도 못하게 될 것이다.
당신 인생의 감독은 바로 당신이다. 지금 당장 집 근처에 있는 명함집을 찾아가 명함을 만들어라. 명함 중앙에 ‘감독 아무개’라고 당신의 이름을 박아 넣고, 왼쪽 상단에 지금부터 당신이 감독할 인생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써넣어라. 그 명함이 당신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인생을 영화롭게 만들 것이다.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정식으로 당신의 인생의 감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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