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가을 편지'. '황혼의 엘레지'의 샹송가수 최양숙[1]
가을이면 어김없이 날라드는 ‘수신자 없는 편지’
1.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2.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3.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시인 고은의 시에 김민기씨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다.
선율을 모르는 채 그냥 읽어도 가을의 리듬이 완연히 느껴지는, 이 노래의 주인공 최양숙씨.
최양숙(崔良淑), 본명이다.
'양(良)'자는 '좋다, 뛰어나다, 또는 아름답다'라는 뜻을 갖고 있고 '숙(淑)'자는 '맑고 깊다, 혹은 정숙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이 이름 그대로 '맑고 깊은,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주로 부른' 가수였다.
"그저 평범한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은데 그 것도 쉽지 않아. 이름 석자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병원 같은 데서 이름이라도 불려질라치면 누가 보는 것 같아 아직도 불편해. 그저 잊혀져 조용히 늙고 싶은데 말이지... "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음악도로 국내 최초의 샹송가수라 일컬어지며
'황혼의 엘레지' ‘모래 위의 발자욱’ ‘초연’ ‘호반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꽃피우는 아이’ ‘세노야’ 등을 발표했던 최양숙은
샹송에 관한한 독보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났고 분위기 또한 매력적이었다.
1937년 원산에서 태어난 최양숙은 경음악평론가이자 DJ로 활동하던 최경식씨의 동생.
원산 명석보통학교를 다니던 중 1.4 후퇴 때 피난 내려와 부산에서 임시로 문을 열었던 무학여중에 들어간 뒤 환도 후 지금의 서울예고에 진학한다.
당시 노래 실력이 뛰어나 서울대 음대 주최 전국콩쿠르서 '시인'을 불러 대상을 차지한 뒤 60년,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진학한 최양숙은 2학년 때 중앙방송국(현 KBS) 합창단원으로 입단해 활동을 시작한다.
그녀가 솔리스트로서의 자질을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이 무렵, 지휘자 이남수의 인솔로 해병대 의장대원들과 함께 한국예술사절단의 일원으로 해외 공연을 떠나던 해군 항공모함, 즉 LST 안에서였다.
여흥시간 중 게임에서 져 벌칙을 받아야 했던 그녀가 부른 노래는 샹송 '고엽', 이어 앙코르 요청에 의해 부른 노래가 '자니 기타'였다.
망망대해 선상에서 반주 없이 부른 이 노래로 함께 동행 했던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당시 방송국 관계자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았음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다음 해, 그녀는 솔로로 마이크 앞에 서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대학 3학년 때였다.
무대에 나서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음악부장이 찾아와 지금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녹음 중인데 그 주제가를 한 번 불러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왔다.
처음 그녀는 완강히 거절했지만 그냥 연습 삼아 불러보자는 말에 악보를 받아 쥐고 마이크 앞에 섰다.
당시 최양숙은 이 노래가 실제로 녹음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술회한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첫 방송되는 드라마에 자신의 노래가 주제가로 방송되고 있었다.
이 드라마 제목이 '어느 하늘 아래서(한운사 극본)'이다.
이 주제가는 후에 한명숙씨에 의해 '눈이 나리는데'라는 제목으로도 발표되었다.
이 드라마는 당시 HLKA 라디오 연속극에 이어 이후 64년도 말부터 동양 TV(D-TV, 채널 7)에서 최초의 TV 일일드라마로 리바이벌, 제작되기도 했다. 이 때 드라마 제목은 '눈이 나리는데(황운진 연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노래가 연속극 주제가로 방송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최양숙은 서울대 음대 학장실에 불려간다.
그리고 당시 학장이었던 작곡가 현제명씨로부터 '소리의 주인공이 아니냐' 추궁을 당한다.
특히 노래 중 '모두가 세상이 새하얀데...' 라는 후렴구의 고음 부분에서 최양숙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계속)
글 l 박성서(대중음악 평론가, 저널리스트)
- Copyrights ⓒ2006-09-14일자, 서울신문.
첫댓글 흥미진진합니다. ㅎㅎ
나팔꽃님이 어떤 댓글을 달아줄까, 기다리는 재미로 글을 올린다는 ㅂ^^...
최양숙의 '황혼의 엘레지'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즐겨 부르시던 노래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가끔 흥얼거리지요. 언제한번 바람새친구 가족들과 함께 부를 기회가 있을런지...
그러한 때가 곧 오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황혼의 엘레지는 우리 끼오테 형님이 애창하시는 곡이 맞죠?
넹...^^
오~~~~~~~~~~~~``샹송을잘부르셨군여 그이후에 이미배 전마리 님께서도 샹송을부르지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