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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둥산을 중심한 정선군 남면 무릉리와 동면 사북읍 일대의 지도 보기
정상정복 기념사진을 찍고는 민둥산 최고봉에 서서 온 사방을 둘러본다. 정상표지
석 뒤쪽에는 천지사방과 멀리 백두대간의 산세까지 조망할 수 있는 망경(望景) 데
크를 설치해 두었다. 민둥산 정상에서 20여분간 쉬면서 눈앞의 여러 곳을 살펴본
다. 주위에는 천 m 이상의 고산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바로 남쪽에는 두위봉
(斗圍峰 : 1,466m)이 있는데, 언젠가는 저산에도 한번 올라가보아야 되겠다는 생
각도 해본다.
▲ 민둥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등산코스 보기
▲ 민둥산 정상 표지석에 올라 다리가 풀려 간신히 표지석 받침돌에 기대어 서있는 필자
▲ 민둥산 정상 표지석 뒤에는 이렇게 주위좌우를 바라볼 수 있는 관망대 데크가 있다
▲ 민둥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높은 산과 능선의 갈대숲
민둥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등성이에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풀이 역시
볼거리이면서 장관이지만, 억새 위로 흐르는 바람과 구름은 또 다른 멋이다.
하늘은 높고, 날씨는 시원하면서, 낮은 산은 단풍으로 알맞게 물들어 노란색과
붉은 빛으로 채색된 가을날이다. 전국의 유명한 억새밭 중에서 이 민둥산의 억
새는 지천을 이루면서 산마루까지 뒤덮어, 가을 햇살에 반짝이며 새하얀 자태
를 자랑한다. 높은 산 위로 지나가는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등산객을 맞이하는
향연이다.
▲ 민둥산 정상 표지석 주위에는 정상정복 기념사진촬영하는 등산객으로 붐빈다
▲ 민둥산 능선에 세워둔 '억새풀에 대한 대강의 안내글' 설명표지판
≪억새풀(Purpurascens)≫
♠ 과 명 : 화본과
♠ 분포지 : 전국의 산지
♠ 개화기 : 8~9월
♠ 용 도 : 식용, 관상용
다년초 양지식물로서 산과 들에서 자라며, 건조해도 잘 견딘다. 백색의 꽃은 9월에
줄기 끝에 부채꼴이나 산방꽃차례로 달리며, 작은 이삭이 촘촘히 달린다. 뿌리는 약
으로 쓰고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나 지붕을 잇는데 쓰인다.
▲ 민둥산 억새풀 산허리에 보이는 돌리네 현상의 카르스트지형이 나타나 있다
▲ 민둥산 정상에서 올라온 길을 바라보다
가을의 대표적인 경관을 이루는 억새는 전국 어느산에서나 쉽게 볼 수 있어 매우
친숙한 여러해살이풀로 보통 키가 1~2m 정도이다. 억새(Miscanthus ; 紫芒)의
꽃말은 친절, 세력, 활력을 나타낸다. 종류는 잎이나 꽃에 따라 참억새, 가는잎 억
새, 금억새 등으로 나누는데, 그 중 참억새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가 있
다. 이곳 민둥산에 대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도 참억새이다.
▲ 민둥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능선길 억새밭을 배경으로 한 컷
▲ 민둥산 능선길을 좌우로 한 억새밭을 촬영
▲ 민둥산 능선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억새밭
▲ 민둥산 능선에 자라는 키 큰 억새풀의 자태
하얀 자태를 자랑하는 억새는 저녁 무렵 황혼이 질 때 더욱더 멋진 자태를 뽐낸다
고 한다. 오후의 맑은 날 해질녘에 억새밭에 들어가 있으면 은빛이었던 억새가 황
혼과 어우러져 온통 황금빛으로 변하는 장관을 그려낸다. 이를 마주한 등산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더욱 즐거워한다. 민둥산은 산의 아래 위 모든 곳이 나무가
전혀 없는 산이 아니며, 산 능선과 산마루지역에만 억새밭이 빼어나다.
▲ 민둥산 능선에 파노라마를 이루며 서있는 큰키 억새풀
▲ 민둥산 능선에는 이렇게 억새숲으로 뒤덮고 있으나 점차 잡풀이 늘어난다
▲ 민둥산 능선에 평일인데도 능선에 줄을 이어 걷고 있는 억새풀 사이의 등산객
또 민둥산일대 지역은 억새숲으로도 유명하지만, 7부능선 쯤의 석회암지대에서
잘 나타나는 돌리네(Doline)가 발달한 카르스트지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
다. 카르스트지형이란 유럽 아드리해(Adriatic Sea) 연안의 한 지방 마을의 이름
으로서, 지형이 이와 유사한 지역을 일컬어 카르스트지형이라고 하며, 이러한 지
형은 석회암 내의 탄산칼슘이 빗물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침하현상으로 학술적인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지형이다.
▲ 민둥산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걸어가 보면 억새도 다르고 계절의 냄새도 다르다
▲ 민둥산 정상을 넘어선 북쪽 능선의 억새풀은 계절의 감각을 달리하고 있다
▲ 민둥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바라보면 돌리네현상의 카르스트지형이 보인다
이 지역에도 이러한 형태의 돌리네가 발달되어 산주변에 4개를 포함하여 총 12개
이상의 돌리네가 주변에 분포하고 있으며, 산 아래 “발구덕” 이란 마을지명도 8개
의 돌리네(구덩이)가 있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돌리네 현상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이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석회석 동굴과 함께 지리적 특징을
잘 관찰할 수 있다.
▲ 같은 날 민둥산 등정에서 촬영한 사진이라도 해발고도와 능선이나 골짜기에 따라 다르다
▲ 민둥산 정상을 발구덕마을을 들머리로 하여 오르는 등산객도 많다
점심을 먹을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 10분 정도 내려오다 적당한 장소를 잡아 식사
를 하였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넘어선 지점으로 발구덕마을의 고랭지채소밭이 보
이는 능선 길에 억새 덤불속으로 조금 들어가서 전망대 데크를 만들어 두었다. 그
냥 그 데크 모서리에서 늦은 점심으로 혼자서 김밥을 먹었다. 반찬은 오직 단무지
밖에 없는데, 그냥 김밥 한 점을 입에 넣고 물을 마시는데도 정말 밥맛이 좋다.
▲ 민둥산 능선의 억새밭은 다른 나무가 없는 상태에서 밋밋한 산마루를 이루고 있다
▲ 억새풀만으로 길게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길을 내고 말목으로 막아 보호하고 있다
혼자서 점심을 먹고난 필자는 마음속에 약간의 갈등을 일으켰다. 이왕지사 여기
까지 왔으니, 약 2시간 정도 더 소모해야 되는 지억산(芝億山 ; 1117m)에 오르
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또 급경사 방향으로 내려가서 울창한 숲속을 걸어서 허
리길을 돌아 발구덕마을을 가보고도 싶다. 더구나 발구덕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특수지형으로 알려져 있어 그곳을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 억새풀 속으로 키 작은 잡목이 많이 침투해 있는 곳도 있다
▲ 민둥산 정상의 북쪽과남쪽의 억새풀이 느끼는 계절도 다르고 형태도 다르다
그렇다! 이번에는 바로 하산하여 발구덕마을을 둘러보고 간다. 산행진행의 방향
결정과정에서 일어나던 약간의 갈등을 가슴속에서 완전히 정리하였다. 이 나이
에 비교적 가파르고 힘 드는 민둥산정상을 정복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절대
로 무리하지 말자. 민둥산정상을 다시 넘어 능선의 억새군락지를 걸었다. 능선의
억새수풀을 걷는 기분은 아까 올라갈 때와 또 다른 감흥을 맛보게 된다.
▲ 민둥산 능선의 억새풀
▲ 민둥산에서 촬영한 사진은 날씨의 변화로 시간과 방향에 따라 조도가 다르다
산마루지역의 억새숲을 벗어나서 급경사 등산로로 내려오니까, 중간에 조망대도
있고 산허리 아래쪽은 줄곧 그늘이 짙은 나무숲이다. 우거진 잣나무가 하늘을 가
리고, 쭉 뻗은 금강송들이 짙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속에 들어와 보니 정상의
억새밭과는 전혀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금강송 숲길을 내려와서 중간임도를
따라 허리 길로 발구덕마을을 향하여 걸었다. 올라갈 때 완경사 등산로와도 다르
고 억새밭 풍경과도 전혀 다른 풍경에 감탄을 한다.
▲ 민둥산 능선에서 억새밭을 벗어날 지점의 하산방향 표시판
▲ 오후가 되어도 민둥산의 급경사지역으로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 민둥산에는 곳곳에 데크형 전망대를 설치해 두었다
▲ 민둥산 급경사 등산로는 잡목 사이로 이런 형태도 있다
▲ 민둥산 급경사 등산길은 이런 나무받침으로 해 둔 곳도 있다
드디어 산허리를 돌아서 발구덕마을의 비탈진 밭을 바라보게 되었다. 함몰해가는
분지의 산촌마을로 여덟 개의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하여 현지에서는 “팔구뎅이”
라고 하였는데, 이 말이 <팔→발> 로 변하고, “구뎅이”는 “구덕” 이라고도 불러
【발구덕】마을이 된 것이다. 마을에 이렇듯 깔때기 형상의 분지가 생기고 있는
것은 아래쪽이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석회암지
대에서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낙수구멍이나 석회동굴을 형성하면서 나타나는 지
표의 함락현상을 지질학에서는 돌리네(Doline)현상이라고 하는데, Doline 는 독
일어에서 온 학술용어이다.
▲ 민둥산 급경사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다가 허리길로 발구덕마을로 간다
▲ 민둥산의 산허리 아래부분은 큰키나무와 금강송이 자라고 있다
▲ 민둥산의 이런 멋진 소나무 숲속을 걷는 기분도 좋다
▲ 미국의 펜실바니아주 포츠타운에 있는 돌리네현상의 구덩이
이곳 정선군 남면 무릉리 민둥산 기슭에 있는 “발구덕마을”은 마을에 커다란 구
덩이가 여덟 개 있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윗발구덕
마을이 자리잡은 '윗구뎅이'다. 그밖에 남동쪽 아래의 아랫발구덕마을이 자리한
아랫구뎅이, 그 동쪽 옆의 큰솔밭구뎅이와 능정구뎅이, 민둥산남쪽 시루봉 근처
의 굴등구뎅이, 그리고 민둥산 능선 주변의 3개까지 합해 구덩이가 8개라고 “발
구덕마을”이 속한 주민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 밖에도 자잘한 구덩이는 수없이
많으며 없던 구덩이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밭 갈던 소가 툭하면 발이
구덩이 속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 민둥산 아래에 있는 발구덕마을의 기름진 채소밭
▲ 발구덕 마을에서 아직도 보존하고 있는 옛날식 산간주택
학자들은 발구덕마을에 이렇듯 구덩이가 많은 한편 점차 밑으로 꺼지는 이유를
"아래가 커다란 동굴로서, 지표면과 통한 굴을 통해 흙이 자꾸 빠져 나가기 때문
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곳 “발구덕마을”은 전기가 설치되던 1979년만 해도
모두 32가구가 농악대까지 갖추고 풍요롭게 살던 곳이었다. 윗마을은 윗마을대
로 윗서낭(성황당)을, 아랫마을은 또한 아랫서낭을 따로 세워두고 지냈는데, 이
제는 이렇게 채소를 가꾸는 농사철에만 사람이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마을이 되
었다.
▲ 민둥산 아래의 발구덕마을의 원경
▲ 발구덕마을을 살펴보고 길을 따라서 421번 지방도로 걸어나왔다
▲ 민둥산 아래 마을의 나무에는 한창 예쁜 단풍을 드리우고 있다
발구덕마을을 살펴보고는 421번 지방도를 따라 증산초등학교 방향으로 한참 걸
으면 오전에 민둥산을 올라가던 들머리의 원점회귀이다. 증산초교는 면소재지 시
골초등학교도 아니지만, 커다란 3층 건물이다. 산촌의 해는 일찍 지는 편이다. 햇
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석양 속으로 부지런히 걸어서, 지장천을 건너 증산
마을로 바로 갔다. 다리를 건넌 곳인 마을입구에는 억새축제 시장터를 마련해 두
었다. 그러나 역시 산골마을의 중심지는 역전이라 민둥산역 앞이 가장 번화한 곳
이다. 민둥산 역 앞에는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거의 다 있다.
▲ 민둥산 아래에 있는 아주 멋을 부리며 자리잡고 있는 증산초등학교
▲ 석양이 드리운 증산초교에서 증산마을로 건너가는 지장천 위의 다리
▲ 민둥산역 앞에는 슈퍼마켓이나 할인마트가 있어 필요한 생활용품을 살 수 있다
▲ 민둥산역 앞에는 모텔이나 여관이 있고, 콜밴을 부를 수도 있다
▲ 민둥산역 앞에는 두위봉샘터라는 우물도 있다
▲ 단풍철의 석양에 비치는 민둥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