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토요일은 광화문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농성이 89일째 되는 날이었어요. 농성에 함께 하기 위해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온 하나비 님을 만났습니다.
Q. 농성을 왜 하고 있는지?
A.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어요. 장애인들은 똑같은 상태이더라도 의사 진단에 따라 등급이 바뀝니다. 등급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 수급혜택이나 활동보조 서비스 같은 것이 달라져요. 이렇게 차별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장애등급제를 없애자는 거죠. 부양의무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의 문제인데요, 법적으로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탈락되고 임대아파트에서 나가야 하고 그래서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아요. 장애인들도 수급혜택을 받으려면 부양자가 없어야 하고, 가족 지원을 받으면 안 되고, 그래서 가족을 꾸리기 어려우니까 위장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는 것도 어려워요. 자립해서 살 수 있는데도 지원예산이 없어 가족들이 부담되니 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선별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고, 지원 조건도 무척 까다로운 이런 부양의무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거죠.
Q. 농성을 하면서 가장 기운이 날 때는?
A.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예전에 비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이 느껴질 때 기운이 나요. 아무래도 대선후보들이 관련한 공약도 많이 말하고, 복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별로 반응이 없었는데, 요즘은 ‘난 이렇게 알고 있는데, 실상을 잘 몰랐다’라던지 ‘이 정도는 좀 무리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전보다 사회적으로 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생각이 들어요.
Q. 반대로 농성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A. 개인적으로는 농성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죠.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멀어져야 할 때 그럴 때. 그리고 사람들이 냉담하게 반응할 때 속상해요. 파주화재사건과 고 김주영 동지에 대한 기사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내용을 다뤘는데, 댓글 중에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그냥 장애인들 시설로 보내면 되지 않냐’ 이런 게 있더라고요. 장애인들도 스스로 살고 싶은 욕구가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런 욕구를 다 무시해도 된다는 단정적인 사회분위기가 마음이 아파요. 저도 장애가 있고, 동생도 장애가 있는데, ‘너라도 혹은 동생이라도 시설을 가면 어떠냐, 시설도 잘해준다, 그럼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길 간혹 들어요. 시설에서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으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비장애인은 자신의 마음과 욕구 다 인정되는데 장애인은 마음도 없고 욕구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도가니 이후에도 시설비리 계속 터져나오는데 아직까지도 시설을 복지로 생각한다는 게 ‘갈 길이 참 멀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농성촌을 지나가는 사람들 등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A. 정치인들에게 구체적으로 공약화하라는 요구를 엽서 보내기로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온만큼 앞으로 또 나아가려면 계속 요구해야 하고, 이런 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들은 장애관련활동을 하는 사람만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장애인시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수급제 문제가 있고 장애인이나 노인이나 사회적으로 활동이 어려우니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노인은 공경문화 이런 것이 있지만 장애인은 아직도 사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정치인에게 얘기해도 얼마나 듣겠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금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들이 한계가 있는 것들이기에 계속 이런 것들을 알리고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은 수용되고 그러면서 좀 더 나아지고 그러지 않을까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페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면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의 의제를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말하는 것이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2박3일씩 지역의 단체들이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부스운영과 선전전 하면서 서명을 받고 있으니 지나가시면서 보시면 서명 동참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면 좋겠어요.
Q. 다른 의제로 싸우고 있는 주변 농성촌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금은 지리한 싸움으로 느껴지고 막막하기도 한데, 그럴 때마다 함께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고, 놓아버리고 싶을 때 옆에서 함께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힘내면 좋겠어요. 저도 함께 하는 사람으로 계속 있을 거예요.
Q. 못 다한 말이 있다면?
장애인복지와 연결된 장애등급제 문제, 그리고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는 부양의무제 문제에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폐지를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주시면 좋겠어요.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예외 대상이라는 등 여전히 차별적인 문제들이 많은데, 개선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