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을 가는 일은 신나는 일이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는 시간은
고역이기 때문에 갈까말까 망설여졌다. ^^;
일주일내내 야근으로 넘 지쳐서 푹 쉬고 싶었다.
하지만! 복길이가 빠진 기행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라는
사명감에 불타며 ( 만구 복길이 저혼자 생각 )
다섯시반 일어나자 마자 세수대야에 물을 담고 가스렌지에
올렸다. 보일러쪽 배수관이 얼어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복길이에게는 겨울이면 너무도 익숙한 장면임)
드디어 통영으로 출발했다.
통영 세병관.
중학교 3학년때 졸업여행을 갔던 곳이다.
그 때는 그 곳은 나에게는 단지 그냥 널다란 마루바닥이였을 뿐이다.
그리고 병기를 씻어 보관하던 창고라고 잘못 이해하고 돌아왔던 그곳.
생각해보니 그 당시 그러한 역사현장학습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건 나뿐만은 아니였으리라. 단지 우리의 틀에 박힌
교육의 연장이였기 때문에 아니였을까?
그런데 입장료까지 DC해주시며 화장실키 던져주시던 관리인 할아버지는
중3때 설명해주시던 그 아저씨였을까?
洗兵. 병기를 씻다. 즉 전쟁의 끝을 의미하며 평화의
지속을 염원하는 의미란다. 그 염원이 간절하여 2미터의 거대한 현판을
만들었다는데 그 아래에서 우리는 기념 사진을 찍고 다음으로 향했다.
통영 향토 박물관. 아담하고 정감가는 박물관이였다. 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통영지역의 역사 박물관이였다.
입구의 벅수모형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자동문이였다.^^
거제 사등성, 거제 포로수용소, 거제 지석묘.
거제도는 중3때 한산도에 갔던 거랑 지난 여름에
해금강과 외도를 구경하기위해 갔었던 곳이였다.
거제도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것과
김영삼의 생가가 관광지라는 것 정도.
사등성은 찾아가는 표지판도 없을뿐더러 지나가는
젊은 사람에게 물어봐도 잘 모를 정도로 거제도의 일상의
한 부분이였다. 사등성은 그렇게 이제 편안한 농촌의
일상에서 젖어 사람들의 텃밭도 되어주며 거제의 앞 바다를 바라보며
왜구를 막던 옛날을 회상하고 있는 듯했다.
따뜻한 햇살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풀만이 무성한 사등성 위를 걸었다
만족스런 식사를 하고 거제 포로수용소로 향했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 곳이 거제 포로수용소였다.
입구에 소개판에 관람시간 1시간 50분. 더 놀라운건
입장료가 3천원이란다. 단체는 2천원인데 30명이상이란다.
이런 술집에는 10명만 넘어도 단체 손님인데 유원지는
왜 30명이여야 하는지....
우리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푸른미소님의 뛰어난
접촉술(?)에 다른 팀과 함께 단체요금을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경탄,금탄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였다.
입구부터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이였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는
왼쪽은 빨간색, 오른쪽은 파란색으로 구분되어져 있고 왼쪽 빨간
손잡이 너머에는 김일성, 스탈린, 모택동 등의 사진모형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 손잡이 너머에는 이승만, 멕아더 등이 세워져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번갈아 좌우를 보게 하는
이곳이 이분법적이고 흑백논리로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첫 관문이였다. 상당히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우며
이데올로기적인 공간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내가 뭔가를 열중해 보고 있는데 우리회원 중 한명이
놀라게 장난을 쳤는데 주먹이 나가고 말았다. (네트언니, 나랑
안 다닌게 다행이죠.^^ 그리구 나한테 맞은분 이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제 성격 더러븐거 알았었죠.)
씁쓸한 기분으로 그곳을 나섰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곳은 우리의 모두의 생각이
담긴 것도 아니며 지금 모든 사람이 그것에 동의하지도 않는데
너무 과민반응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고 사람들 역시 변해가는데 말이다.
지석묘에 도착. 아니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 표현이 맞지않을까?
에게~ 겨우 이거야. 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아무런 장비도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는 움직이기에는
힘든 커다란 바위돌이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인돌을 살펴보구 마지막 기념
촬영을 했다.
기행내내 기행을 준비한 운영자들은 차안에서 차량프로그램을
의논하며 다음 코스 도착전에 담당 코스에 대해 설명을 준비하구
어떤 운영자는 나에게 의견을 물어오기도했다.
그리구 한 운영자가 나에게 복길이는 준비 안하구 그냥 가니깐
좋지란 말에 그들이 얼마나 많이 신경써가며 이번 기행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단지 그들이 만들어 준 기행에서
느끼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그만이였는데... 그들의 수고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운영자님들 좋은 기행 준비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구 사람들이 좋아 역사가 좋아 함께 했던분들
함께 좋은 시간 만들어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