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제는 어떻게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었나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정책위원
사모펀드는 어떻게 등장하였는가
버스는 지하철과 더불어 공익성과 공공성의 성격을 갖는 공공교통 수단에 속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철저히 면허제 체제하에 민간 사업주가 노선을 소유하는 구조와 동시에 사유재산으로 인정한다. 하여 사업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수업체 혹은 노선간의 양도, 양수 거래가 비교적 자유롭다. 상황이 이런 만큼 최근 버스운영 체계의 판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 바로 ‘사모펀드’의 등장이다. 여기서 사모펀드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 및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라고 정의하는데,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사인(私人)간 계약의 형태를 띠는 특징이 있다.
즉, 금융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음과 동시에 공모펀드와 달리 제한이 없어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여 일부 지역의 업체들이 사모펀드 계열사로 인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로 인수되는 운수업체들 대부분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하여 경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주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거대 금융자본이 버스운영에 개입함으로 인하여 공공성을 보장하고,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물론 장점도 존재하며, 단점도 존재하는데 우선 두 가지의 의견을 살펴야 더욱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사모펀드 버스운영의 ‘명과 암’
먼저 긍정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선 여러 중소업체들이 난립해있는 운수업에 사모펀드가 들어와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졌음과 동시에 버스업체의 대형화로 유류비 등의 비용을 줄이게 된다면, 준공영제로 투입 될 세금을 절감하고 종사자들에겐 열악했던 근로환경 및 처우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운송면허만 있으면 영원한 상속이 가능한 가족경영 및 족벌경영으로 불투명했던 운수업체의 회계가 전면 공개되어 비도덕적 행태를 근절할 수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아울러,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서비스의 질도 개선될 수 있기에 사모펀드의 버스운영 개입자체가 준공영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에 경기도 운수업체 중 최초로 사모펀드에 인수된 수원시 ‘수원여객’의 경우 안전운전 인센티브 도입 및 경영효율화를 통하여 2021년 기준 연간 11억 원의 운송원가 절감효과를 경험했으며, 안전운행 확대로 교통사고 역시 감소했다. 또한 장애인 및 교통약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의 보유율이 49.9%로 경기도 전체 평균 16.9%보다 3배가량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전체 차량 중 30%를 전기버스로 교체함으로써 미세먼지 저감에도 앞장선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운영사가 변동되는 과정에서 우려할 수 있었던 배당금 잔치 등의 도덕적 해이 및 대규모 구조조정도 없었으며, 오히려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도 상승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반면, 부작용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사유로 눈앞의 이익만을 따질 경우 자칫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고 경영효율화란 명목 하에 노선감축 및 폐지가 자유로워 질 수 있으며, 무분별한 인력 감축으로 또 다른 노사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모펀드가 버스운영에 참여하더라도 결국 민간 사업주의 고유 권한으로 돌아가는 것은 변함이 없는 만큼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공공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과 권한이 전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이 와중에 일부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운영에 참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단점과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점엔 동의하더라도 운수업체의 고유권한이자, 통제할 수 있는 법령 및 권한이 없다는 부분을 언급하여 마치 공공이 운영개입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워낙 면허제와 노선권의 뿌리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노선 자체가 사유재산인 사업주들 입장에선 동의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개입에 대해선 실질적 통제수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에 하나 경영효율화를 명목으로 종사자들이 불공정하게 퇴사를 강요받거나, 해고되어 노동권을 침해받을 경우 누가 책임질 수 있으며 정책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이런 부작용을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순간 공공성 강화는 반대로 후퇴하게 될 것이며, 자칫 버스가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준공영제가 사모펀드의 이익을 극대화 시킨다?
사모펀드의 등장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경기도 수원시가 시작점이었다. 현재는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었지만 수원시의 ‘수원여객’ 사례를 통해 사모펀드가 버스운영에 개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전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스타모빌리티’의 김봉현 사장과 ‘라임자산운용’ 이종필 부회장의 계획 하에 수원여객의 운영비용 262억 원을 빼돌렸는데, 이 때 모 사모펀드에서 라임자산운용의 대출금으로 수원여객의 최대주주가 된 직후 본인들의 측근을 재무이사로 앉히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이들은 빼돌린 비용으로 수원여객을 ‘무자본’으로 인수하려는 꼼수를 계획하기도 했는데, 해당 사건으로 국내 운수업계 4위권에 해당했던 수원여객은 사건의 후유증으로 정상화되지 못했다가 2018년 8월이 되어서 다른 사모펀드에 인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비록 5년 전 사건이지만, 수원여객 사례를 통하여 사모펀드의 부끄러운 민낯과 병폐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모펀드가 부패했다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오해가 될 수 있으며, 수원여객 사태는 일부 부패한 자본의 농간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사모펀드가 버스업계에 손을 댄 이상 안정적 경영지표에 기대어 장기적인 고수익을 추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에 대한 근거는 사모펀드 계열사로 인수되는 업체들을 보면 추측이 가능한데, 노선버스가 아무리 적자라도 지자체에서 손실분을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지급받아 막대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준공영제라 경영주 입장에선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결국 겉으론 경영효율화를 따지면서 속내는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준공영제 업체들을 인수함으로써 해당 사모펀드 기업들의 이윤을 더욱 극대화 시키려는 속셈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버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중 대표적인 기업들로 ‘차파트너스’와 ‘자비스인베스트먼트’를 꼽을 수 있는데 두 곳 모두 계열사로 인수한 운수업체 대부분이 준공영제를 적용하는 업체라는 점이다. 하여 두 기업이 인수한 운수업체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표 1] 차파트너스 소속 시내버스 운수업체
구분 / 지역 | 운수업체명 / 총 12개 |
서울특별시 | 신촌교통 | 동아운수 | 한국brt자동차 | 신길교통 | 도원교통 |
인천광역시 | 강화선진버스 | 명진교통 | 송도버스 | 인천스마트 | 삼환교통 |
대전광역시 | 대전승합 | 동인여객 | | | |
※‘신길교통’은 인수과정에서 기존 ‘신길운수’에서 명칭이 변경되었음.
[표 2] 자비스인베스트먼트(자비스자산운용) 소속 시내버스 운수업체
구분 / 지역 | 운수업체명 / 총 7개 |
경기도 부천시 | 소신여객 | | | |
경기도 화성시 | 화성운수 | 남양여객 | 제부여객 | 경진여객 |
경기도 수원시 | 수원여객 | 용남고속 | | |
※‘경진여객’은 수원시, 화성시 두 지역의 면허를 보유하고 있음.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차파트너스’는 각각 서울시, 인천시, 대전시 관내 총 12개 준공영제 운수업체를 보유하였고, ‘자비스인베스트먼트’는 경기도 부천시, 화성시, 수원시를 중심으로 7개 운수업체를 보유하였다. 대신 자비스의 경우 일부 민영제 업체도 존재하지만, 부천시 면허인 소신여객 및 화성시 면허인 제부여객, 경진여객(수원시면허 포함) 노선 중 광역노선에 한해 노선입찰형 준공영제인 ‘경기도 공공버스’를 운행하고 있기에 준공영제 업체를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두 사모펀드의 계열사 모두 대표자가 한 명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 다만, 지역별 상관없이 이득이 많거나 장기적으로 발전이 높은 운수업체만을 인수하다 보니 한 명의 대표자가 관리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 결국 최종대표자가 각 운수업체들의 지분을 소유한 상태로 측근 혹은 친족을 인수한 계열업체에 배치하여 관리하는 방식으로 유지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사모펀드의 버스운영 개입은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많을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며, 준공영제는 사모펀드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시키면서 수익까지 보장하는 수단으로 전략했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했던 사모펀드의 장점 중 가족경영 및 족벌경영으로 불투명했던 운수업체의 회계가 공개된다고 언급했는데, 민간 업체와 동일하게 대표자의 측근들을 계열사의 담당자로 배치하는 이상 오히려 족벌경영이 지금보다 더 짙어진다면 짙어졌지 개선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렇기에 사모펀드의 버스운영 개입은 공공성 강화에 발목을 잡을 뿐만 아니라, 노선의 사유화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행정의 실질적 감시 및 통제수단 도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