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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들에게 우리 전통문화 가르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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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계동길. 오래된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있는 한옥이 보인다. 봉산재(奉山齋). 나성숙(56) 국립서울산업대 교수가 2007년, 오래된 한옥을 개축해 만든 공간이다. 나성숙 교수는 서울대 미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을 거쳐 경희대에서 슈퍼 그래픽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시각디자이너.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서구식 디자인 교육을 해 온 그가 요즘 ‘우리 것’에 푹 빠져 지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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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善珠 TOP CLASS 편집장 (sun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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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우리 것’의 만남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부터 옻칠과 소목, 대목, 소반 만들기 등 전통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게 그의 삶과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수십 년간 학생들에게 아크릴과 유화, 수채화, 과슈 물감으로 가르치던 그가 옻칠로 만든 작품을 발표하고, 전통문화 전도사가 되어 버렸다. 동부이촌동의 215㎡(65평) 아파트를 나와 건평 99㎡(30평)의 작은 한옥에 살면서 “나무로 지은 집이라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맑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봉산재는 원래 그가 만든 옻칠 작품을 전시할 공간으로 마련한 집이다. 그런데 열린 문으로 들어와 집 구경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좀 더 머물다 가라고 전통 찻집을 열었다. 자신이 배운 옻칠과 소반 만들기도 가르쳤다. 이곳에서 모임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밥상을 차려 주면서 연주자들을 초청해 우리 음악을 들려줬다. 그러다 우리나라의 공예와 음식, 음악, 옷, 건축이 가진 가치에 새로 눈뜨게 하는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이게 최고위 과정으로 발전했다. 오는 9월부터 6개월 과정으로 시작하는 국립서울산업대의 ‘최고위 한국 전통문화 과정’. 대학마다 앞 다투어 최고위 과정을 만들고 있지만, 전통문화를 주제로 최고위 과정이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전주 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명예원장, 그가 원장,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장이 지도교수로 함께 커리큘럼을 짰다.
![]()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안숙선 명창, 배정혜 국립무용단장, 김덕수 사물놀이 대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송승환 난타 대표, 조태권 광주요 대표, 이시형 힐리언스 이사장, 건축가 류춘수, 화가 이두식,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그때 만난 친척 어른이 “슬프지? 네가 슬픈 것은 꿈이 없어서야”라고 했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꿈을 찾아야 했다. 방부(防腐)・방산(防産)・방독(防毒) 기능에 전자파도 막아주는 옻칠은 요즘의 웰빙 트렌드와도 맞춤으로 보였다. 공예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옻칠뿐 아니라 소목, 대목, 장석, 소반 만들기까지 섭렵했다. 봉산재에는 똑같은 규격으로 만든 작은 상들이 많다. 조선시대 ‘선비상’을 좀 더 간결하게 디자인한 것으로, 다리가 쏙 들어가는 작은 상이라 이리저리 쓸모가 많아 보였다. 사람이 많이 모일 때는 이 상을 죽 붙여 밥상으로도, 찻상으로도 쓴다.
![]() 전통 옻칠은 지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나무판에 생칠로 초칠을 하고, 찹쌀풀과 생칠을 섞어 삼베를 바른 후 옻칠을 거듭한다. 그 후 광약을 솜에 발라 표면을 갈아 내듯 광을 내는데, 그는 번쩍거리는 게 싫어 3회를 해야 하는 광내기 작업을 1회로 끝낸다. 삼베 결이 그대로 보이도록 중간 과정까지만 하기도 하는데, 그게 더 인기를 끌기도 한다. 문양도 과감하게 바꿨다. 그래픽 디자인 요소를 응용하거나, 붉은 옻칠로 붉은색 모란꽃을 그려넣은 게 강한 붓 터치처럼 보인다. 거침없이 돌진하는 그의 성격을 웅변하는 듯하다. 자개를 잘게 쪼개지 않고 덩어리 그대로 붙이기도 한다. 조개껍데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양이 멋지지 않으냐며.
그는 옻칠뿐 아니라 전통 칠공예인 황칠에도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황칠나무에서 생산되는 천연 도료인 황칠에서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하여 ‘안식향’이라고도 불리는 독특한 향기가 난다. 재질의 무늬를 살려 주는 황금빛 투명 도료는 고대부터 귀하게 여겨 온 재료. 그는 “우리만의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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