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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년 지리산 산행기 <Ⅰ>(성삼재 → 벽소령산장 → 장터목산장 → 백무동)
▶ 날자 : 2005년 7월 31일 (일요일) ~ 8월 3일(수요일)
▶ 함께한 이 : 신 홍범 회장님, 오 성안 형님, 조 삼래 아우님, 김 철수 님 그리고 나(5명).
▶ 개요
*7월 31일 (일요일)
-. 13:50 울산 터미널 출발(시외버스 : 14,900원)
-. 18:20 순천 터미널 도착
-. 19:00 순천 출발(시외버스 : 3,000원)
-. 19:40 구례 터미널 도착, 동경장 여관에서 1박(숙박비 : 85,000원)
*8월 1일 (월요일)
-. 04:30 기상
-. 05:00 24시 해장국집에서 식사
-. 05:30 구례읍 출발(택시 2대 : 50,000원)
-. 06:15 성삼재 주차장 도착
-. 06:30 성삼재 출발 산행 시작(20여분 후 입산통제 되었다는 소식에 돌아 내려옴)
-. 09:30 성삼재 출발 하산(택시 1대 : 25,000원)
-. 09:55 구례읍 터미널 도착
-. 10:20 성삼재 도착
-. 10:30 산행 시작
-. 11:13 노고단 산장
-. 11:23 노고단
-. 11:55 돼지평전(헬기장)
-. 12:26 피아골 삼거리
-. 12:35 임걸령
-. 13:25 노루목
-. 13:55 삼도봉
-. 14:03 공포의 600 계단 시작
-. 14:15 600 계단 끝
-. 14:21 화개재
-. 16:45 연하천 산장
-. 19:10 벽소령 산장
*8월 2일 (화요일)
-. 06:00 기상
-. 06:55 벽소령 산장 출발
-. 08:15 선비샘
-. 11:20 세석 산장(중식)
-. 15:30 장터목 산장 도착
*8월 3일 (수요일)
-.05:00 기상
-.06:00 하산
-.09:50 백무동 주차장
-.10:40 백무동 출발
-.함양 → 진주 → 마산 → 울산
▶ 산행기
*7월 31일 (일요일)
-. 13:50 울산 터미널 출발(시외버스 : 14,900원)
우리의 열정(?)으로 인하여 뜨거운 한 낮 태양의 열기도 더운 줄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조 삼래 아우님의 배낭은 배웅 온 그의 와이프의 확인 사살을 받아야 할 정도로 푸짐하다. 자기 남편의 배낭만 남산만 한지 확인을 하고 싶어 했단다.
-. 18:20 순천 터미널 도착
양산, 김해를 지나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며 새삼 작년의 낙남정맥 마루금에 눈을 지그시 감고 감회에 젖어보고, 섬진강을 건너서는 섬진강 휴게소에 이르니 점점 분위기가 고조된다. 기념탑이 서있는 소공원도 둘러보고 싶지만 노선버스와 여정을 함께 해야 함으로 주차장에서 바라만 보고 지나간다. 고속도로 순천 나들목을 내려서는 도심 속으로 한참을 들어와서야 터미널이다. 한가한 대합실에서 구례 행 버스를 기다리며 이곳 토속 막걸리로 나그네 갈증을 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구내매점에서 간단하게 캔 맥주로 마음을 달래 본다.
-. 19:00 순천 출발(시외버스 : 3,000원)
낮선 길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같을까? 처음 지나가는 길이지만 왠지 설지가 않다. 그래서 시골의 평화로운 전경은 마음을 순화 시키나 보다. 시골의 푸짐한 인심이 묻어나는 버스길과 승객들의 사투리가 모두 정겹다.
-. 19:40 구례 터미널 도착
1년 전과는 변함이 없는 거리를 지나 ‘동경장’이라는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식당으로 향하지만 만원이라 자리가 없다. 한산한 앞집에서 자리를 잡고 삽겹살에 ‘잎새주’로 출정파티를 대신한다.(숙박비 방 2개 임대 : 85,000원)
‘아자! 아자! 파이팅! 지리산에 빠져보자!’
*8월 1일 (월요일)
-. 04:30 기상
배낭을 들쳐 들고 현관을 나서니 새벽에 내린 비로 거리가 촉촉이 젖어 있다. 큰 걱정도 없이 24시 해장국집에서 된장국으로 식사를 한참 하고 있는데 소나기가 시작한다. 대학생 같은 처자 3명이 일회용 비닐 우의를 입으며 입산 채비에 여념이 없다. 저들의 순수한 젊음이 지리산의 정기를 받으면? 이 비를 뚫고 지리산으로? 전날 예약을 해 두었던 택시 2대로 성삼재로 향한다.
-. 05:30 구례읍 출발(택시 2대 : 50,000원)
지긋한 연세의 아저씨가 우리의 시름을 알았는지 이런저런 얘기들로 우릴 안심을 시키며 매표소도 그냥 외상으로 통과를 하여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06:15) 새벽의 여명은 밝았으나 바람도 세게 불고 사방으로는 뿌연 안개뿐이고 조망도 없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 06:30 성삼재 출발 산행 시작
비를 피해 화장실에서 우의를 입고 장비를 다시 고쳐 매고 지리산의 품으로 던다. 돌 포장길을 따라 완만하게 묵묵히 오르며 코재 갈림길을 막 지나며 안개 낀 화엄사 계곡을 내려다 볼 엄두도 못 내고 아쉬움을 달래려는 데 앞에서 내려오는 산객님의 일성
“노고단 대피소 아래에서 입산 통제로 하산중입니다. 호우경보 발령이래요”
“오 지리산 산신령님이시여 올해는 우리에게 임의 속살을 볼 기회를 정녕 주시지 않으시려는지요?”
우리라고 별 뾰족한 방법이 있을 수 없고 일단 그대로 돌아선다.
-. 09:30 성삼재 출발 하산(택시 1대 : 25,000원)
구례에서 출발하여 막 도착한 노선버스에서 꾸역꾸역 산객들을 토해내지만 휴게소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서 비를 피하는 철새의 모습을 보일 뿐 달리 길이 없다.
‘호우경보 발령 입산통제’라는 붉은 전광판이 어찌 우리의 마음을 알까? 분위기가 이래서야! 공중전화 부스에 버너를 피고 우선 따끈한 커피를 한잔씩 때리고 뭐 본 김에 뭐 한다고 라면을 삶아서 안주삼고 쇠주 한잔씩 돌리니 여기저기서 사연 많은 산객님들이 모여든다.
“오늘이면 내리 삼 년째 입산통제에 걸려서 발도 들여 놓지 못해 봤어요 이런 운명도 있습니까?”
인천에서 왔다는 젊은이의 하소연이 안주에 오른다. 아직도 거의 신혼에 가깝지만 여름 휴가기간이 아니면 지리산을 오르지를 못하여 산행을 싫어하는 마누라에게 통사정을 하여 허락을 받아 혼자 새벽에 야간 열차타고 내려왔다며 죽을상 이다.
그러자 제주도에서 왔다는 아저씨.
손수 장만한 깨알 같은 글씨의 손바닥 만한 개념도를 펼치며 당일치기 종주를 도전해 보려고 목포로 배타고 뭍으로 나왔단다. 마라톤 마니아 이란다.
이일을 우짤라꼬 하늘이 말리노! 인간이라 도리가 없다 아이가! 가자 집으로! 가자 마누라 넉넉한 품으로!
시간상 여기서 계속 머물며 기다려 보아야 다음 일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판다하고 하산하여 울산으로 돌아가기로 의견을 모은다.
계속해서 산객들로 붐비니 9시 20분발 구례행 노선버스를 타는 일도 여간 아니다 싶어 철수와 상의를 한다.
“철수야 우리 문화인의 자세를 한번 보여주자! 버스 탈 때 아무래도 전쟁이 날낀게 미리 한 줄로 서보는기 어떤노”
“미쳤다 안카겠는교? 허허 벌판에 비바람을 맞고 우리만 서 있으만”
“그래도 사람들이 양심이 있으면 우리 뒤로 꼬리를 안 물겠나?”
서울 젊은 양반과 그의 일행인 듯한 한분, 그리고 제주도 아저씨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우리 뒤를 따르는데
“형님! 이카니 차리리 택시를 부릅시다. 아까 아침에 그 개인택시 아저씨가 5명을 한차로 싫어 준다고 했지 안소 그라고 버스비에 조금만 보태면 될낀데”
“그래 맞다 그래 보까?”
“2대를 불러서 우리와 나누어 타고 가죠!”서울양반도 행동을 함께하겠다고 한다.
마침 새벽의 아저씨와 연결이 되어 서울 및 제주도 아저씨도 동참을 하기로 하고 도합 8명이니 2대를 부른다.
그러자 천왕봉을 오르지 못해봤다는 성안이 형님이 못내 아쉬운지
“아쉬움도 달랠 겸 걸어서 내려가자”
“아이구 형님 천왕봉이 어디 안가고 그기 그 자리에 있일깅게 다음에 기회를 봅시다. 나도 세 번을 와서야 겨우 올라봤으요. 지리산 신령님의 허락이 있어야 올라 간다니깐요!”
노선버스가 당도하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운 좋게 오른 사람들을 싣고 내려가자 우리의 택시아저씨도 이발을 하시다가 그냥 접고 달려 오셨다며 장비를 옮겨 주신다.
비바람을 뚫고 하산이다.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모두들 묵묵히 말이 없다. 그래도
“여보! #%$!& 그냥가게 되었어 %$#&*”성안형, 삼래 아우는 집으로 폰을 때려 보고를 한다.
구례읍의 널따란 들에 이르자 이곳은 비는 오지 않고 개여 오고 있다. 지리산이 높아 그곳에만 비가 오나? 뒤돌아 올려보니 구름이 지리산에만 몰려있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택시를 내려서는데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젊은이가 우리 곁에 다가오더니 “아저씨 5분전에 입산통제 풀렸데요!” 아니 이럴 수가! 그새 변했다 말이가! 택시 아저씨 우리의 장비를 내리다 말고 노고단 대피소 전화번호를 일러 주시며 확인해 보란다. 우릴 내려주고 뱀사골로 예약 손님을 받아로 가야 하는데 우리가 가겠다면 가시는 길에 우릴 그냥 요금도 받지 않고 다시 성삼재로 데려다 주시겠단다. 아니나 다를까 호우경보 발령이 해제됨에 다라 입산통제도 해제했단다.
“다시 돌려라 기수를 성삼재로”
불행 중 다행으로 고마운 아저씨를 만나 새로운 기분으로 성삼재로 향한다. 천은사 입구 매표소가 가까워 오자 아저씨가 또 우릴 훈수한다. 오늘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입장료도 면제 받아 보란다. 매표소에 이르자 줄지어 서 있는 차량행렬의 꽁무니에 우리의 아저씨도 열을 서 있는 동안 창구 직원에게 다가가
“아침에 이곳에서 표를 사서 성삼재로 갔다가 입산통제 발령으로 10분전에 이곳을 통해서 내려갔는데 구례 터미널에서 해제 소식을 듣고 다시 올라가는 팀인데 다시 표를 구매 하려니 너무 억울하다.................”
“어! 아저씨 해제 되었다고요? 누가 그래요?”
“예? 노고단 대피소 측에 전화로 확인 했는데요?”
“야! 머시야! 노고단에 전화해봐라”
아직 여기까지 소식이 오지 않았나? 아니면 또 뭐가 잘못되었나? 전화로 확인 결과 우리 측의 주장이 맞았음을 알고 그대로 통과다. 히,히,히, 국립공원을 멀건 대낮에 거짓말 하고 무임으로 통과라! 이래저래 좋은 아저씨 만나서 요상한 하루가 시작된다. 손 사례를 치는 아저씨께 국립공원 입장료를 준샘 하고 2만원을 덜려 드리고 다시 성삼재 출발선에서 배낭을 고쳐 멘다.
-. 10:30 성삼재 출발 산행 시작
하늘은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잔뜩 흐려있지만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단단히 준비를 하여 나서는 우린 마냥 즐겁다. 우의를 입은 몸속에서는 땀인지 빗물인지 구분키 어려울 정도로 줄줄 흐른다. 하루 만에 두 번째인 오름길이지만 억지 루라도 기분을 가볍게 가지려 애쓴다. 점점 등반 객도 늘어나고 분위기도 산다.
-. 11:23 노고단
돌계단 오름길을 천천히 올라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달하지만 선두는 보이지 않고 취사장에는 등반 객들로 만원이다. 식수를 보충하고 모퉁이를 돌아서 기다리고 있는 선두와 합류를 하여 돌계단을 올라서니 그래도 하늘이 환해지며 노고단 광장이다. 가족단위의 탐방객들로 서너팀 보이고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 여 아이를 거느린 부부가 반야봉에 오를 수 있을는지 문의를 하자 우리의 철인 홍범이 형님은 시간상 충분하다며 도전해 보란다. 아니! 이 불순한 날씨에 장비도 없이? 우린 날씨에 구애 받지 않기로 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출발신호 삼아 본격 산행이다.
“자! 형님이 제일 앞에 서소!”철수가 나의 체력을 염려하여 베푼 배려이다.
잡목 터널 속 미끄러운 사면의 느들지대는 오늘 같은 날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계획된 일정에 4시간 여 뒤진 출발 때문에 비를 머금은 야생화에 눈이 자주 가지만 아직 마음의 여유를 가질 형편이 못된다.
-. 11:55 돼지평전(헬기장)
질펀하게 빗물이 고인 등로가 미끄럽다. 잡목터널을 벋어나면 키만 한 신록 숲에 하늘이 환해지지만 조망은 할 수없고 헬기장을 연달아 지나면 돼지풀의 군락지라는 돼지평전을 지나서 30여분 후 오른쪽이면 피아골 산장 갈림길을 지난다(12:26). 날씨는 흐려 있지만 비를 뿌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벽의 호우경보로 많은 탐방객이 접근을 못하여 등로는 한산하다.
-. 12:35 임걸령(행동식으로 중식 해결)
나무다리 유도로를 따라 널따란 임걸령에 도착하니 자욱한 안개 속에 그래도 몇 팀의 등반 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뒤따라 아침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의 여정을 문의한 젊은 부부 가족이 도착한다. 그들도 오늘 반야봉의 등정을 목표로 정했단다. 샘터로 내려가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식수를 보충하여 행동식으로 점심을 먹으며 여정을 점검한다. 예약된 벽소령 산장까지 운행을 하려면 너무 무리가 따르고 1차 목표는 연하천 산장에서 숙박의 형편을 보고 2차 목표는 예약된 벽소령까지 조금 늦게 도착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행하는 것으로 하고 최대한 이른 시간에 연하천 까지 도착해야 하므로 서두르기로 한다. 걱정이다. 산장을 예약하면서 최대한 운행 속도를 느리게 가면서 유유 자작하는 산행을 해보고 싶었는데 불순한 날씨가 나의 소망을 깡그리 날려 버렸다.
-. 13:25 노루목
-. 13:55 삼도봉
너들지대 내리막을 내려서 안부에 이르니 가지런히 다듬어진 무덤은 여전하고 작은 안부를 지나 잠시 후 바위 절벽을 기어서 올라서니 삼도봉이다. 여긴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기념사진을 남기려 작은 혼잡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일행은 꼬리도 보이지 않고 따르던 철수마저 모델의 의향을 보이지 않아 조형물만을 배경으로 남기고 있는데 철수의 눈치가 여간 아니다. 불순한 날씨에 사진기를 넣었다 꺼냈다 하면서 지체를 하니 못마땅하나 보다. 더디어 폭발이다. “ 대강 하고 빨리 갑시다!” 이 일침을 듣고 서야 악전고투하며(?)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일념을 접고 사진기도 아예 깊숙이 넣어 버렸다.
-. 14:03 공포의 600 계단
행동식으로 속을 체운 다고는 했지만 허전하여 설설 고파오고 지루한 너들지대를 지나니 공포의 600계단이 비웃듯 나를 반긴다. 한발 한발 성안 형을 동무삼아 지난 일을 덜려주며 내려가는데 기어이 낭패를 당한다. 미끄러운 계단에 오른발을 내딛다가 미끄러지며 계단 모서리에 오른쪽 종아리를 그대로 강타 당하니 근육 경련이 일어나 꼼짝없이 주저앉아 버린다. 소위 ‘쥐’가 나서 통증이 오며 꼼짝도 못하겠다. 성안 형이 준비한 근육통 완화제를 먹고 주물러서야 겨우 일어나 마저 내려서니 14시 15분이다
-. 14:21 화개재
통나무 유도로를 따라 안개 속에 초롱초롱 빗방울을 매달은 야생화가 지천인 화개재 안부에 이르니 조용하다 못해 적막강산이다. 허긴 지리산에 미친 사람 아니고야 호우경보가 내렸던 산에 누가 쉽게 오르겠는가. 그리고 여기는 뱀사골 산장이 있다보니 산장으로 내려갔는지 더더욱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도 그대로 통과다
-. 16:45 연하천 산장
밋밋한 토끼봉을 지나고 지루하게 느들지대를 오르내리다 총각샘 쯤을 지나서 명선봉을 아래를 우회하며 지나느는데 다리가 영 좋지 않은 신호를 자꾸 보낸다. 감이 영 좋지 않다. 더디어 나무계단을 만나고 자연보호구 철망 울타리를 따라 내려서니 오늘 지금 까지 중 가장 복잡한 연하천 산장이다. 숙박이 예약된 사람들은 벌써 간편 복장에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철수가 반색을 하며 마중을 나오지만 전하는 소식은 나의 바람과 달리 딴판이다. 이곳에서는 도저히 비박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등반 객이 많아 회장님 일행은 벽소령으로 출발을 했으니 바로 가잔다. 그러고 보니 교회에서 단체로 왔는지 찬송가를 부르며 청년들이 열을 맞추고 서있다. 그들을 가리키며 그들도 여기서 숙박을 못하고 벽소령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에 우리 선두는 내달렸단다.
“철수야 배가 고파서 도저히 더는 진행을 못하겠다. 라면 하나씩 삶아 먹고 갈게 먼저 가라” “너무 늦으면 비박도 못하고 절단 난다 아이요”
“그래 7시에 숙소 배정 접수를 시작하니 7시 20분 까지는 도착하도록 할께”철수는 신신당부를 하고는 나의 신분증을 받아서 출발하고 삼래 아우와 둘이서 우물가에 자리를 잡고 버너를 준비하여 라면을 삶아서 맛나게 먹는데 교회 청년들은 찬송가를 군가처럼 목청 높여 부르며 벽소령으로 향한다. 요즘도 산에 와서 저렇게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나? 더욱이 그것도 때로 몰려다니면서.
-. 19:10 꿈의 보금자리 벽소령 산장
철수와의 약속도 있고 무엇보다도 작년에 예약 없이 왔다가 숙소를 배정받지 못하여 받은 설움에 복수라도 하듯 성공한 예약이 너무 아까워 다리는 천근만근 이지만 짐을 싸서 곧장 일어나 연하천을 작별한다.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진행을 하는데 는 큰 어려움은 없지만 난코스 중에 하나로 꼽히는 너들지대에서는 속도가 붇지를 않는다. 이제는 함께하는 다른 등산객들이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참 간사하다. 너무 조용하면 외로워서 파이고 조금 번잡하며 사람들의 인적이 싫고. 아무튼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서 악명 높은 느들지대 통과를 얼마 남겨 두지 않고 교회 청년회 꼬리를 따라 잡았다. 계속 찬송가로 그들만의 괴로움을 잊으려 하는 것 같은데 여간 거슬리지 않아서 나도 막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따른다. 약속 시간 전에 빨간 우체통이 반기는 벽소령 산장에 당도하지만(19:10) 일행이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현관에 배낭을 내려놓는데 철수가 옆에 선다. 우선 취사장으로 가서 요기부터 하고 보잔다. 열기가 가득한 취사장에 당도하니 막 한 솥단지 처분하고 우리 몫 라면을 준비 중이란다. 소주한잔 걸치며 재회의 기쁨부터 누리고 둘 째잔 들고서야 숙소배정을 물으니 그새 회장님이 공단 직원을 얼마나 삶았는지 2인분 추가하여 무사히 배정을 마쳐 놓았단다. 그러면 안심하고 한잔 더 마셔도 되는감?
작년에 인터넷예약을 실패하고도 무작정 올랐다가 숙소도 배정받지 못하여 비를 흠뻑 맞으며 받은 설움을 함께한 광율이 말고 또 누가 알까? 그래서 금년에는 이를 갈며 벼루고 별렀지만 하필이면 약정된 날이 일요일 이라 호남정맥 종주하는 날과 겹쳐서 작은 딸아이에게 교육을 확실히 시키고 호남정맥 원행을 하였었다. 그런 중에도 요행인지 첫날 분 벽소령 3인분은 예약이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내 손수 병아리 타법으로 예약을 시도 했으나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만원으로 마감되니 그날이 바로 내일 장터목산장 분이였다. 그리하여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기로 하고 소주 한입 물고 억지로 머리에서 지워버린다.
작년을 생각하면 두 다리 마음껏 뻗고 잠을 자야하지만 왠지 쉬 잠을 들지 못하겠다. 거친 숨소리, 코고리 소리, 환기가 되지 않아선지 갑갑한 실내공기하며. 바깥바람을 쐬려고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11시가 가까워지는 한 밤중 안개에 쌓인 산장의 마당을 한바퀴 돌며 작년의 회상에 젖어보다 나의 자리에서 담요만 한 장 살며시 걷어 와서 마루에 자리를 잡고 누우니 차라리 쉬 눈이 감긴다.
- <Ⅱ>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