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시절, 내 상상밖의 큰 돈을 들여가며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사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너희들이 그 돈을 들여서
무엇을 얻어올건데?
여전히 여행은 비싼 사치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손에 들리거나 뱃속에 남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겨지는 사치품이기 때문.
그래서 국제공항 면세점의 명품매장은,
언제나 나에게 이질적이다.
2005. 8 인천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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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8. 21 Sun >
치유의 여행
맞춰놓은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방에 들어온 그녀가 날 흔들어 깨운다.
여행의 설레임은 별로, 그저 이른 기상이 괴롭기만 하다.
조금은 버거운 여행일정 탓에, 여행을 앞두고는 푹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1주일이라는 긴 휴가는 회사 일, 동호회의 일, 미진한 여행준비까지.
수면시간이 사각사각 깍여나갔고
결국 여행가기 전날마저도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잠을 털어내니,
전날 누나방에서 잠들었다가, 나를 깨워주는 그녀의 미소가 반갑다.
요 몇 주, 그녀에게 닥쳤던, 괴로운 사건들.
"난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세상이 힘들어?"
항상 우울해있던 그녀의 표정이 밝아질 수 있도록,
이번 여행은 '치유'가 되기를 바랬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공항버스를 타고, 출국 수속을 하고, 비행기에 오르고.
처음 비행기를 타는 그녀를 위해,
비행기 이륙은 롤러코스터보다 100배는 무섭다고 허풍을 쳐주고는
이륙하는 순간에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 일본, 홋카이도를 향해 날아갔다.
둘이타는 비행기의 장점은,
항상 한가지만 골라야 했던 기내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것. ^^
비를 맞을 수 있는 도시
입국수속대를 건너자, 드디어 일본이다. 공항에서 삿포로로 이동은 버스를 택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은 집들이 제일 신기하다.
좁은 넓이에 2층, 3층으로 솟아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나 장난감 집 같다.
그러면서도 고층 아파트는 거의 없다.
땅이 넓어도 이미 좁게 사는게 삶에 배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러는 사이 나는 버스 노선도를 살피며 열심히 내릴 정거장을 확인하고,
그녀는 Just Go 홋카이도의 맨 뒤를 펴고는 짧은 일본어 회화를 외운다.
그녀가 일본 여행을 반대했던 이유중 하나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배웠고 5년 전 일본여행의 경험도 있었지만,
그녀는 일본어도 일본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그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삿포로 시내에 진입할 즈음 빗줄기가 굵어졌다.
비를 맞고 뛰어가는 아이들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산성비'라는 단어가 등장한 후부터는 귀해져버린 풍경.
그러면서 홋카이도에 와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숙소는 오오도리역 근처의 Chisan Inn Sapporo.
스스키노를 관광하고 밤에 걸어들어올 수 있고,
내일 아침에는 걸어서 역까지 갈 수도 있는 위치가 맘에 들었다.
방은 참 놀라웠다.
거의 방 하나만한 공간에 트윈침대, 책상, TV, 욕조가 딸린 욕실까지.
벌써 지쳐버린 몸. 푹신한 침대에 누웠더니 마치 스며드는 기분이다.
잘 정리가 된 좁은 방은, 그러고 보니 더 아늑한 느낌이 든다.
우리 5분만 쉬었다 나갈까? ^^;;;
그녀 유혹에도 안넘어 간다....
그리고, 당시의 계획
삿포로 팩토리 -> 저녁식사(라면테쯔야) -> Salsa Havana -> 돈키호테 -> 숙소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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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1. 항공기
한국에서 홋카이도로 바로 가는 비행기는 시간대가 한가지 뿐이다.
10:00 인천 -> 12:30 신치토세
14:05 신치토세 -> 16:40 인천 (분단위는 확실하지 않음... ㅡ.ㅡ;)
2. 신치토세 공항 -> 삿포로
버스가 1000엔. 공항 밖으로 걸어나오면 정류장에서 쉽게 탈 수 있다.
1040엔짜리 Airport Express가 시간을 아낀다는 면에서 훨씬 이익이다.
그렇지만 입국 후 땅 위에서 찬찬히 일본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도.
그리고 버스는 삿포로 시내를 남쪽에서 진입하여 삿포로 돔을 지나 삿포로 역까지 이동하므로,
숙소가 스스키노 남쪽에 위치한다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게 더 편하다.
물론 버스안에 비치된 노선도를 보고 내릴 정거장을 잘 파악하는 건 필수!
3. Chisan Inn Sapporo
Solare Hotel (http://www.solarehotels.com/) 체인 중의 한 곳이다.
여름 특별 Plan으로 트윈베드에 식사 없이 5320엔이었다. 4명이면 트윈룸 2개엔 1인당 1800엔짜리 Family Plan도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둘인지라... 초 성수기에 오히려 가격을 내려 손님을 유도하는 전략인 듯 싶었다.
기본 숙박료 외에 Plan(프란)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패키지들이 있다. 시기라든가 인원에 따라 종류가 많은데, 이게 훨씬 가격이 저렴하다. 자기에 맞는 Plan을 찾아봅시다~
4. 숙소 검색 및 예약
각자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난 Rakuten(樂天)(http://travel.rakuten.co.jp/)을 이용하였다.
원래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인데 travel 코너가 있어서 숙소 검색 및 예약도 가능하다.
지역별, 특징별, 가격별 검색이 모두 가능하고 각 hotel의 Plan에 따라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게다가, 한번만 가입하면 숙소예약 할 때마다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
일본 사이트에 회원가입하려면 전각/반각 구분을 해야하고, 일본어로 입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게다가 우편번호, 전화번호 자리수도 맞춰야 하고...
가짜로 입력하더라도 정말 만만치 않게 번거롭다.
그러니 이렇게 한 번만 가입하면 되는 경우는 정말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