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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스프링 브레이크를 이용해 텍사스 여행을 다녀왔다.
일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해외연수, 대학이나 연구소 같은 연수기관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그 나라를 돌아보고 여행하면서 우리와는 다른 문물과 제도를 체험할 수 있어 한 시라도 허비하기 아까운 소중한 시간이다. 연수 국가가 어디든 1년 혹은 2년의 연수기간은 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스트레스가 없는 기간이다. 시간과의 전쟁에 허덕이고 행여나 무슨 사건이 터질세라 늘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고달픈 기자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여유로운 생활이 펼쳐진다.
자신이 적을 둔 대학교의 학사일정에 따라 큼직한 스케줄이 정해지는 만큼 방학은 기본이고 공휴일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일에서 해방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이것 저것 놀거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같은 지역에서 이미 연수중인 한국인들은 긴 연휴나 방학이 되면 예외없이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연수생들에게는 여행이란 말이 친숙하고 일상화 돼 있다.
면적이 한국의 100배에 가까운 미국은 드넓은 땅 덩이 만큼 명승지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볼 것이 많다. 동부에 있는 미국의 최대도시 뉴욕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과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월스트리트, 록펠러 센터, 소호거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볼거리가 즐비하고 브로드웨이에는 맘마미아와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과 연극 같은 문화가 넘쳐 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동부여행에서 빼놓수 없는 필수코스다. 세계 최대의 박물관 단지 스미소니언과 워싱턴 마뉴먼트. 링컨 메모리얼 등 미국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정치인들의 기념관과 세계 최고 권력의 상징 백악관, 포토멕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워싱턴 하버, 워싱턴의 불거리는 의사당에서 링컨 메모리얼까지 뻗어 있는 인디펜던스와 컨스티튜션 에비뉴 주변에 거의 집중돼 있다.
유서깊은 도시 보스턴과 보스턴 남쪽에 위치한 케이프 코드, 필라델피아, 온타리오에서 이리호로 흘러가는 온타리오강과 나이아가라 폭포,, 대서양과 나이아가라가 있긴 하지만 동부여행의 핵심은 도시다. 보스턴에서 필라델피아 뉴욕 워싱턴을 거쳐 가면서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동부가 도시라면 서부는 대자연이다. 미국 대자연의 대명사인 그랜드캐년과 옐로우스톤, 요세미티, 그레이트 센 듄, 아치스,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운 해변과 유럽풍 도시 샌프란시스코, 서부 최대도시 로스엔젤레스,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 서부는 한정없이 넓고 볼 것도 한정없이 많은 곳이다. 서부의 유명 관광지를 조금씩이라도 보려면 적어도 한 달의 기간은 잡아야 한다. 미국이 관광지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땅이 넓어 볼 것이 많다는 것 외에도 한대에서 온대 아열대 열대까지 모든 기후대가 공존하는 곳이란 점을 꼽을 수 있다. 차를 몰아 미국 땅을 여행하다 보면 온대에서 아열대 열대로 기후와 식생이 바뀌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 체험할 수 있고 침엽수림이 끝나는 지점에서 사막이 시작되는 것도 볼 수 있다.
워낙 땅이 넑기 때문에 그 넓은 땅을 커버할 수 있는 대중교통망을 설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미국은 대륙 횡단철도와 몇몇 철도노선 외에 는 변변한 주간(주 사이를 잇는) 육상 대중교통망이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동부에서 서부, 서부에서 동부로 먼거리를 이동할 때는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다. 미국 땅의 동쪽끝에서 서쪽끝, 또는 북쪽끝에서 남쪽끝은 워낙 먼거리 여서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쉬지 않고 꼬박 운전만 해도 횡단하는데 5일 가량 걸리고 미주리나 켄자스, 오클라호마, 네브레스카 등 중부 대평원지역은 목초지나 숲 외엔 이렇다 할 관광지도 없어서 반드시 대륙횡단을 해보고 싶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동차를 이용한 대륙횡단여행은 실익이 크지 않은 편이다.
연수지가 동부나 서부지역의 도시라면 반대지역 여행에 나설 때 비행기를 이용한 뒤 여행지에서 차를 렌트하는 것이 편하고 사고위험도 줄이는 방법이다. 연수생들은 대부분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륙횡단 중 고속도로에서 차라도 퍼진다면 난감한 일이다. 물론 보험사나 911에 연락해 응급처방을 받을 수 있지만 길 위에서 치러야할 대가는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수지가 일리노이나 미주리, 켄자스 같은 중부지역이라면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하는 것이 좋다.
사실 자동차 여행의 이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자동차 여행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동선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돌아 다닐 수 있다는 것. 비행기를 이용해 여행지로 이동한 뒤 렌터카를 이용하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과 차를 반납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동선을 짤 수 밖에 없어 제약이 많다. 그러나. 자동차여행은 그럴 필요가 없고 재정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미주리 콜럼비아의 경우 휘발유 1갤런의 가격이 2.39~2.60 달러 사이를 오르 내리는 수준이고 뉴욕이나 시카고, LA 등 대도시 지역은 3달러를 넘는다. 1갤론은 3.79리터이다. 약 4리터에 2.60달러 안팎이니까 리터당 6,70센터로 저렴한 편이다. 자동차로 미주리에서 워싱턴까지는 하루, 플로리다 올랜도 하루 반, 로스엔젤레스는 이틀, 텍사스 하루 정도 걸리니까 미국내 어떤 지역을 가든 2일이면 닿을 수 있어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런 만큼 미주리로 연수 온 한국인들은 연휴가 조름이라도 길면 짐을 꾸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름, 겨울, 봄 방학과 1주일 길이의 추수감사절 연휴, 그리고 노 스쿨과 주말이 겹치는 연휴를 이용하면 아이들 수업에 지장없이 일 년에 5번 정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
대부분 연수생들은 미국생활 초보자이기 때문에 길을 어떻게 찾아 다닐까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데 지피에스(GPS)와 지도 한권이면 OK다. 경험상 길을 찾지 못해 당황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은 한 번도 없다.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가민(garmin)이란 회사에서 생산한 지피에스를 사용하는데 가격은 20-30만원 정도라고 한다. 주와 주 사이를 이동할 때는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즉 주간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주 내부를 운행할 때는 ‘US 239’식으로 적힌 연방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미국은 동서방향 고속도로에는 짝수 번호가 붙어 있고 남북 방향에는 홀수 번호가 붙어 있어 도로 번호만 봐도 내가 어느 쪽으로 달리고 있구나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일표시나 교통표지판이 워낙 잘 돼 있어서 이용하기가 아주 편리하고 도시 내부에서는 도로 이름만 알아도 목적지 부근까지는 찾아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다소 돌아가더라도 주간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야간이면 더욱 더 그렇다. 지도상으로 연방고속도로나 주 고속도로가 지름길로 보인다고 해서 이 길을 이용하면 목적지에 닿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주간고속도로에 비해 도로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을 당하는 경우도 참 많다. 그 중 하나가 경찰 순찰차 단속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2010년 5월 22일 시카고를 다녀오는 길에 일리노이에서 미주리주로 막 들어와 54번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경찰 순찰차가 나타나 경광등을 켜고 우리 차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새벽 1시쯤 된 시각이었고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라곤 우리 차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현듯 순찰차가 나타나 몹시 놀랐다. 단속을 당한 이유는 마침 우리가 지나던 곳이 도로 주변에 집들이 있는 곳이라 제한속도가 시속 45마일로 낮은 곳이었는데 15마일 정도 더 빨리 달렸다는 것이다. 위반 정도가 경미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지 간단한 훈계만 하고 곧바로 보내줘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 보다 규모가 큰 주간고속도로에는 경찰이 숨을 마땅한 장소가 없지만 숨는 것 보다 무서운 것은 경찰차가 다른 차들에 섞여 달리면서 단속을 하는 경우다. 규정속도를 위반해 달리다 보면 어느새 경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따라온다. 또 한 번은 오클라호마시티 부근에서 44번고속도로로 텍사스 여행을 갈 때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고 뒷좌석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 때문에 경고장을 받은 적도 있다. 시야에 경찰이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을 놓는 것은 금물이다.
자동차 여행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주차문제이다. 주차 사정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한번쯤은 시내에서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목적지 주위를 몇바퀴 돌며 주차공간을 찾아 헤맨 기억이 있을 것이다. 미국도 대도시에 무료 주차장은 거의 없다. 대신 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은 퍼블릭 주차장이 많다. 하지만 미국의 도시 주차시스템을 미리 알아두면 이 돈도 아낄 수 있다. 미국에는 어떤 도시든 도롯가에 ‘노상 코인 주차장’이 없는 곳이 없다. 길에 주차공간이 그어져 있고 바로 옆 인도위에 높이 1미터 가량의 코인투입기가 설치돼 있다. 이 곳에 동전을 넣으면 시간이 표시되고 표시된 시간 만큼 차를 주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센트 짜리 다임은 15분, 쿼터는 30분 씩 주차시간을 주는 식이다. 보통 코인 주차기에는 감시자가 없지만 간혹 단속요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돈을 내지 않거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는 사람들에게 스티커를 발부한다. 코인 주차기는 편리성이나 공간의 효율적 이용, 인건비 절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에도 제도도입의 여지가 있다.
또 한 가지 주차팁은 미국 도시에는 무료 노상 주차장도 많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워싱턴 시내한 도롯가에 ‘이곳은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무료 주차’란 푯말이 서 있으면 그 곳에 그냥 차를 대면 된다.
재미있고 알찬 여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행중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고 좋은 컨디션 유지의 비결은 바로 좋은 잠자리일 것이다. 연수생활 초기 나는 어떤 여행지이든 사전에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숙소문제를 해결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혹시나 잠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예약을 위해 주로 프라이스라인 닷 컴(www.priceline.com)을 이용했다. 이 사이트는 이용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날짜와 도시, 호텔 등급, 가격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입찰(비딩)을 통해 최적의 호텔을 찾아주는 곳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이다. 싼 값에 호텔방을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사전에 아침을 제공하는 지, 방의 상태가 어떤 지, 와이어리스 인터넷은 연결되는 지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비딩을 잘만 하면 30여달러에도 호텔을 구할 수 있긴 하지만 싼게 비지떡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싼 호텔에 묵으면 십중팔구 호텔시설이 낙후되고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기분을 잡치기 일쑤다.
가격보다는 어느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을 권하고 싶다. 나는 보통 55에서 70달러 수준의 카 인에 묵는 경우가 많았는데 3가족이 다음날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다. 라퀸타나 라마다, 슈퍼8, 컴포트인 등의 체인은 미국땅 어디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가격 대비 시설이 우수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았다. 입력된 조건에 맞는 호텔이 죽 떠오르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는 방식의 사이트인 호텔 닷 컴(www.hotel.com) 등 몇몇 사이트도 인기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웬만큼 호텔의 조건을 파악할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가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관광지는 물론이고 모든 주의 경계지점엔 여행자들을 위한 비지터센터가 설치돼 있고 이 곳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 중 하나가 호텔을 저렴한 값에 고를 수 있는 쿠폰북이다. 적정 수준으로 깎은 가격이 제시돼 있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실랑이 할 필요도 없고 또 터무니 없는 가격에 방을 구하는 실수를 할 염려도 없기 때문에 일단 안심할 수 있다. 호텔을 이용하다 보면 간혹 2명을 기본으로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를 당하기도 하는데 이런 호텔은 두 말할 것 없이 돌아서 나와야 한다. 아들을 합쳐 3명인 우리 가족은 LA의 한 인(inn)에서 추가요금 요구를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이외엔 추가요금이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여행지가 국경과 가까운 곳이라면 필수적으로 지참해야할 준비물이 있다. 바로 여권과 DS-2019. 사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대부분 현지 운전면허증을 따기 때문에 웬만한 곳에선 운전면허증이 한국의 주민등록증 처럼 신분증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국경지대에서는 검문을 당할 때 경찰이나 세관원들로부터 이 두 가지 서류의 제출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국립공원 연간 가족회원권은 반드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회원권 구입비는 약 80달러로 적은 돈이 아니지만 회원권이 없다면 한 번 입장하는데 입장료 20달러를 내야하기 때문에 국립공원 4곳만 방문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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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땡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