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뉴스제목: 혈액형에 따라 교통사고 유형도 달라진다
혈액형 신드롬?
예전부터는 물론이고 지금도 주간지 같은 잡지 같은데 보면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점' 같은게 심심치 않게 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진짜 '혈액형 신드롬'이란 말이 맞는 만큼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더군요. B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노래도 나오고, 영화도 나온다고 합니다. 방송과 언론에는 혈액형별 공부방법에서 혈액형별 다이어트 방법까지 앞다투어 내놓고 있고 말입니다.
솔직히 매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사람의 혈액형이 A, B, O, AB형만을 가지고 그렇게 분류 규정이 가능할까요? 온 지구인은 4가지 성격만을 가지고 있을까요? 전 인류의 1/4가 저와 똑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혈액형에 따라 어쩌고 저쩐다 하는 것은 전혀~~~~ 허황된, 말도 안되는 얘기입니다.
혈액형 점의 기원과 원리
혈액형 점은 독일의 우생학에서 기원한다고 합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인들의 자국민 우월주의의 일환으로 '우리 아리아 민족은 이렇게 과학적으로 잘났다'라는 선동 목적의 학문이지요. 그 자료들 중 혈액형에 대한 자료들을 당시 독일에 유학가 있던 하라라는 일본인 의사가 일본으로 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토대로 1927년 8월 심리학자인 후루카와가 자신의 주위 사람들 '31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후 '혈액형으로 기질을 나눌 수 있다' 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 최초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후, 그 자료들은 잊혀져 있다가 1971년 노오미라는 작가에 의해 '혈액형점'으로 정리되어 낸 책에 의해 일본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그때부터 대중에게 알려진 것입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배끼고, 자기의 생각들을 첨삭해 나가면서 혈액형 점은 점점 더 내용이 방대해지고 세밀해져서 이제는 위에서도 얘기했던 공부법, 성격점 등은 물론 직업선택, 대인관계, 인생설계, 궁함 등등에까지 그 발을 뻗치게 된 것입니다.
그럼 혈액형을 통한 분류는 맞느냐?
한국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마치 전세계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 얻어진 무슨 과학이론이나 통계이론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 맞지 않습니다. 혈액형 분류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고 많지만, 단 한번도 입증된 적이 없습니다. 엄밀한 통계학 조사나 의학적 조사 등의 과학적 증명이 수십년에 걸쳐 시도되었고 그 결과는 모두 '아니오' 였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대부분 노오미를 비롯한 일본작가들일 뿐입니다. 아, 심리학에서는 실제로 일부가 다뤄지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엉터리 이론에 매혹당하는 것일까?" 라는 주제로 말이죠. 원리도 없습니다. 노오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써 놓은 책을 참고하던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는 O형은 성격도 좋을 것이다', '피를 받을수만 있는 AB형은 비밀이 많고 냉정하다' 식의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실제 인간의 혈액형은 과학적으로 따지면 수백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같은 혈액형도 RH+, RH-로 나뉘는데, 분류가 더 세세하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거기에 대한 분류는 아무데도 없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이 이야기가 맨 처음 나왔을 때는 RH+, - 혈액형이 뭔지 발견도 안되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학적 근거는 하나도 없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혈액형이 성격과 연관이 있다고 얘기하는 주장은 '혈액형은 사람 몸속 곳곳에 흐르며, 재료의 하나이다. 재료가 다르면 그것이 옷이든 가구든 그 특성은 달라지기 마련이다'라고 하던데, 말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그 얘기가 맞다면 인간의 몸 모두를 덮고 있는 피부색에 따른 성격분류도 가능하고, 몸속의 골격을 이루는 뼈의 색깔과 형태를 가지고도 성격 분류가 가능하겠습니다. 그리고 성격을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뇌'에는 혈액 뇌관문이라는 것이 있어 혈액이 직접 닿지도 않습니다. 혈액은 물론 혈액형을 정하는 항원, 항체도 이곳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성격이 발가락 끝이나 손가락 끝에서 나옵니까?
그럼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이렇게 엉터리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사람들은 이 혈액형을 통한 점이나 심리 분석이 맞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애매모호함
첫번째 이유는 혈액형 뒤로 나오는 설명 자체가 다 두리뭉실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낯선 사람에게는 쉽게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지만 친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의견을 말합니다.' 정상인이라면 당연한 얘기 아닐까요? 하지만 특정한 혈액형만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A형에도, O형에도, AB형에도, B형에도 갖다 붙여도 다 말이 되는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혈액형을 통한 성격 파악이 맞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격에 대한 설명 대부분이 이런 뜬구름잡는 식입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얘기이죠다. 지금 당신에게 '당신은 어떨 때는 주의깊고 사려깊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어떨때에는 감성적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라는 질문을 할 때 '난 아냐' 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통계의 허점
그리고 요즘 보면 이런 혈액형에 대한 통계 내용도 신문에 자주 나오는 것 같습니다. '홈런과 안타, 타율 상위권에는 무슨 혈액형이 많고, CEO들은 무슨 혈액형들이 많다' 이런 이야기들인데, 가만 들어보면 통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통계라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로 범위를 조정하다 보면 얼마든지 그럴듯한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 야구 타격부문 상위권에는 특정 혈액형이 많을까요? 대부분 뛰어난 타자들은 타격 각부문에 걸쳐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CEO들이 B형이 맞다고요? (이건 얼마전에 연합 뉴스에 실제 나온 기사) 93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조사는 통계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혈액형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 봐도 조금만 범위를 넓히거나 바꿔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통계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혈액형에 대한 심리 분석의 대가로 추앙받는 노오미 선생조차 연구대상이 자신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자신에게 엽서나 우편을 보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신의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너무도 감명받아 일부러 강연회에까지 참석하고, 엽서까지 보내는 열성적인 사람들이 만들어 낸 통계의 결과가 과연 어땠을까요?
성격의 불분명함
그리고 이런 혈액형 심리검사나 혈액형을 통한 점의 가장 큰 맹점은 성격을 명확히 도식화하려는 점입니다. 당장 자신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자신의 성격을 명확하게 도식화 할 수 있습니까? 자신의 성격이 1년 24시간 모두 같습니까? 사람의 성격과 심리를 연구하기 위한 학문은 엄청나게 큰 규모로 발전해 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에 매진해 오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누구도 명확하게 정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그 성격을 혈액형만 가지고 구분할 수 있다?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성격은 성격 형성 당시의 상황이나 주변 환경이나 주변인들에 대한 요인이 엄청나게 많고, 여기에 학습적인 요인과 질병 같은 것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성격 구분이 과연 맞을까요? 그리고 성격에 대한 판단에서 한걸음 더 나가서 성격에 따른 행동 양식을 판단하려고까지 한다니... 이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암시
지금까지 이 내용을 읽으면서 분명히 '나나 혹은 내 주위엔 혈액형 구분과 똑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던데~' 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실제 맞는 성격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얘기하려는 암시와 다음에 얘기하려는 바넘효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먼저 암시는 혈액형의 특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에 맞춰 행동하려고 하는 심리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형은 꼼꼼하다' 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A형인 사람에게 'A형은 꼼꼼하다던데 당신은 꼼꼼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이 나옵니다. '나는 A형이니까 이래야 해, 나는 B형이니까 이럴 꺼야' 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맞춰 나가면서 스스로 암시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바넘 효과(Barnum Effect)
혈액형 심리테스트나 혈액형 점이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두번째 이유는 바로 이 '바넘 효과' 때문입니다. '포러 효과'라고도 하는 이 바넘 효과는 서커스쇼에서 사람들의 성격이나 특징을 맞추는 재미를 선사하던 바넘과, 이를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한 심리학자 포럼에 의해 유명해진 일종의 심리적 착각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바넘 효과는 사이비 점쟁이들이나 가짜 심리학검사게임 등에서 흔히 나오는데,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일반적인 특징을 특정인에 대한 특징인 양 이야기하여 예언이나 독심술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얘기했던 예들이 실제 바넘 효과에서 예로 사용되는 예들입니다. 이런 심리학적 착각 때문에 사람들은 혈액형 검사가 맞는 것 같다고 착각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실험했을 때 제가 A형이라고 해서 계속 A형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혈액형 테스트 결과를 봤더니 저와 잘 맞는 것 같았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와서 봤더니 제가 O형인 겁니다. 근데, 제가 O형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혈액형 테스트 결과를 봤더니 그것도 제 성격과 맞더군요. 결국 전 제가 어디 속해 있다는 선입관에 의해 거기에 납득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했던 것입니다.
기타 이야기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이 혈액형 테스트는 한국과 일본에만 유행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유럽 사람들은 이런 구분과 이로 인한 테스트가 있다는 사실도 모릅니다.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나치스의 우생학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칫 자신이 나치 사상에 물들어 있다고 오해받을까봐 이런 테스트를 꺼리죠. 심지어 이 테스트의 원류성격인 일본 내에서도 '외국엔 없는 엉터리 이론이니 괜히 외국인에게 그런 얘기해서 망신당하지 말자' 라는 얘기가 나돌고, 일본대학 명예교수이며 심리학자인 오우무라 교수는 '일본인이 원래 조그만 집단에라도 속하면 안심하는 민족성이라 그런걸 믿는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또 재미있는 사실 하나, 페루 인디언은 100%가 O형, 마야인은 98%가 O형이라고 합니다. 이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은 성격일까요? 서양인들은 대부분이 A형과 O형이고 B형과 AB형은 10% 자체밖에 없습니다.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한다는게 정말 말이 안되겠죠?
맺음말
이제 결론을 내 봅시다. 물론 '재미로 하는 건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재미로 하는 것일지라도 무의식중에 사람 심리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무의식중에 대중심리에 좌지우지되어 상대를 혈액형만 보고 그 사람을 단정지어버린다면? 사람의 심리를 너무나도 단순화시키게 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판단입니다. 만일 누구를 맨 처음에 만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AB형이란 얘기를 듣고 '아 이사람은 천재 아니면 바보겠구나' 라고 단정지어버린다면 이 얼마나 큰 문제이겠습니까? 사람의 인생과 미래를 단정지어버리시겠습니까? 아울러 자칫 '무슨 혈액형은 무슨 혈액형보다 낫다' 라는 인류를 우열로 분류하려는 폐단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미 '예술가나 연예인은 B형이 많다더라. CEO들에게 물어봤더니 B형이 많다더라' 라고 얘기합니다. 그럼, B형이 아닌 다른 연예인들은 연예인을 하면 안됩니까? B형이 아닌 사람은 CEO를 하면 안되나요? 사람은 혈액형에 따라 계층이 나뉘어지고 구분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나치의 우생학의 망령에서 나온 말도 안되는 학문이라면 말입니다.
ps) 예전부터 생각해 오다가 이제야 정리해서 글 썼습니다. ps1) 여기 있는 자료들은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1id=6&dir_id=60101&docid=228779, http://www.ddanzi.com/ddanziilbo/79/79sc_5601.asp 등에서 주요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사실은 거의 다...) |
출처: 아라미 원문보기 글쓴이: 미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