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 사랑 뀌린"
이봉원 (지은이)
[종이책] 박이정 1996년 12월 / 322쪽
[전자책] 얄라성 2013년 1월 / ePub 파일
- 차 례 -
1. 북경의 밤
2. 부 다오옌
3. 약속
4. 베이징호텔 1404호실
5. 뀌린 뀌린
6. 리강에 노래를 싣고
7. 잔인한 하루
8. 연인의 방
9. 환희
10. 죄인
11. 잊어야만 좋을 사람을
12. 배신
13. 영원한 자유인
14. 짜이지엔
15.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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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뀌린(박이정 출판본)PDF.pdf
<책 뒤에>
이것은 아내에게 바치는 한 중년 남편의 고백성사다.
내 나이 마흔다섯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둔 나는
건강하고 생업이 있고 또 다소 명예도 있어 특별히 더 아쉬울 것이 없는,
도시 중산층 가정의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장이다.
그런 내가 참으로 오랜만에 일기란 것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다만 학생 때 즐겨 쓰던 점선이 쳐진 하얀 노트장이 아니라
손바닥만한 액정 스크린이 달린 첨단기계 노트북 컴퓨터에다,
그것도 남이 훔쳐보지 못하도록 비밀번호를 함께 입력해 글을 쓴다는 것과,
하루 일을 기록하는 대신 열 달 정도 걸쳐 일어났던,
그리고 그것도 이미 9개월이나 지난 일들을
이제 와서 한 데 모아 적는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이것은 아직은 그 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잖은
나의 첫번째 고백록이라 하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말일 게다.
물론 아내에겐 특히 그렇다.
더 잊혀지기 전에,
내 기억 속에 뚜렷이 살아 있는 동안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언젠가 나의 이 떳떳치 못했던 과거사를 아내한테서 용서받지 못한다면,
난 남은 생애 동안 도의적인 죄책감에서 헤어날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며칠 전 부활절 때 난 동네 성당에서 영세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마에 기름을 바르고 정식으로 기독교인이 됐다는 뜻이다.
주님을 영접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지은 모든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고 통회함으로써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맑은 영혼과 육신을 지녀야 하는데,
영세식 때 새로 신자가 된 이들이 사제 앞에서 공동으로 참회하는 순서는 있지만,
한 사람씩 고백소에 들어가 신부에게 단독으로 고백성사를 보는 기회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식사를 하고 나서 물을 마시지 않은 듯 윗속이 개운치 못하고
뭔가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 같은 게 여전히 남아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형식이라도 빌어 그때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놓았다가
때가 되면 아내에게 보여줄 작정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청할 일이지
번거로운 일을 새롭게 벌일 필요가 뭐 있느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궁색한 답변이 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내에 대한 애정이 미흡해서 ?
아니면 남편된 자의 자존심 때문에 ?
아니, 그것이 남자의 본성이라서 ?
결혼의 속성 ?
그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면,
개인 나름의 성격 '비밀'이 가져다주는 은밀한 행복감을 위해서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나의 예술가적 기질, 다시 말해 낭만성 탓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녕 그렇게 고상한 것들이 아니라면,
아직은 내 나이 황혼이 아니므로 그래서 또 한 번의 그런 기회를 은근히 기대하는,
중년 남자의 이기적인 동기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
아무튼 일기의 첫 장은,
지난해 여름 중국 천안문광장에서,
하늘이 무너져내린 듯한 절망감에 휩싸여 소리없이 통곡하던
그날 밤 그때의 내 모습을 돌아보는 것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1994년 4월)
<출간 당시 일간신문에 난 기사들 중에서>
[조선일보]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방송작가, 한글운동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해 온
이봉원씨가 이 번에는 소설에도 손을 댔다.
중국의 비경으로 불리는 계림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내 사랑 뀌린>을 펴낸
이씨의 아호는 얄라.
"청산별곡"을 워낙 좋아해서 그 후렴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에서 호를 땄고,
'제가 한글운동을 하는 처지니까 한자로 호를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목 <내 사랑 뀌린> 은
소설에 등장하는 중국인 오페라 여가수 뀌린(귀림)과
소설의 무대 뀌린(계림)의 중국어 발음이 똑같이 뀌린이란 데서 나왔다.
이씨는 "92년 방송드라마 촬영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가본 계림의 절경 속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면서,
"아내를 둔 남자가 외지에서 만난 여인과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그렇듯 돌발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상매체 출신답게 그의 소설은 장면 전개가 영화를 연상케 한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구조도 영화의 문법을 차용한 흔적이다.
이 소설은 분명히 불륜의 사랑을 그린 것이지만,
그 결말은 가족과 종교(가톨릭)로 귀의하는 것이다.
(1997-01-14 )
[국민일보]
오랫동안 영화 현장을 떠나 있었던 이봉원 감독이
장편소설 '내 사랑 뀌린'(도서출판 박이정)을 출간하고 영화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이 감독은 80년대 중반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내일은 뭐할거니' '랏슈' 등의 영화를 연출했으나,
영화가 5공 정권에 대한 알레고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당국의 압력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영화계를 떠났었다.
이번에 출간된 장편 '내 사랑 뀌린'은
천하의 비경을 자랑하는 중국 계림에서 펼쳐지는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
40대 중반의 방송작가 이원학이 해외촬영팀에 합류해 중국에 갔다가
오페라 가수이며 배우인 현지 처녀 뀌린과 사랑에 빠진다.
서안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계림과 북경으로 이어지는 행로에서 깊은 사랑에 빠진다.
서울에 가정을 둔 한 남자와 사회주의권의 순수한 심성을 간직한 처녀의
이루지 못하는 애틋한 로맨스가 아름답다.
한글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감독의 문장은 안정감이 있어 이야기가 호소력을 지닌다.
이 감독은 곧 이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
"그 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으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분하고 오래 남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임순만 기자 (1997-1-24)
[스포츠서울]
방송작가겸 영화감독으로 활동중인 이봉원감독이
'내사랑 뀌린'을 펴내고 본격 소설가로 데뷔했다.
KBS드라마 '청춘극장' 특집극 '김구'의 방송작가로 널리 알려진
이봉원의 첫 장편소설 <내 사랑 뀌린>은
천하제일의 비경이라 불리는 중국 계림에서 펼쳐지는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실화체 소설이다.
이감독은 "기혼자의 외도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랑은 다만 기회가 아직 없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아내란 이름의 한 여자밖에 모르던 남편에게 어느 날
그의 혼을 몽땅 뺏어간 애인이 생긴다면, 그것도 미모의 외국인 처녀가...
이제 그대의 연적은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문리과대학 심리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시절 국어운동학생회를 처음 조직했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뒤 기독교방송 PD로 활동하다가
극단 '얄라성'과 영화사 얄라성을 운영했다.
- 김이경 기자 (1997-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