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8구간(봉수리 47번 국도-443봉-명덕 삼거리-수원산 갈림길-585봉-바위봉 전망대(541m)-국사봉(547m)-큰넉고개-작은넉고개)
1.일시:2010년 9월 25일 토요일
2.날씨:졸라 맑음(이런 표현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 없음).
3.참가인원: 딱선생, 그윽한미소, 바람, 그리고 청학.
4.산행시간: 밥먹는 시간과 잣 줍는 시간과 길 잃어 헤매는 시간 포함하여 10시간 17분 걸림.
출발
8월부터 시작해서 추석 바로 밑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개기 시작하더니 토요일 오늘은 정말로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새침데기 처녀같이 시치미를 뗀다.
사실 이 시간에도 추석밑에 물 폭탄을 맞은 분들은 시름에 잠겨 있을텐데 우리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조신한 마음을 갖고 찧고 까불지 말 일이고 시름에 잠긴 모든 분들 힘내서 어서 어서 힘차게 일어서길 바랄 뿐이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구간은 접근하기가 좀 까다로워, 여기 저기 알아보니 포천의 내촌면에서 움직이는 것이 정맥에 접근하기 가장 가깝다.
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내촌면으로 출발하는 6시 45분 버스를 타기로 했다.
언제나 착한 내가 제일 먼저 오고 그 다음은 '그윽한 미소'와 '딱선생'이 동시에 등장한다 그런데 '바람'이 보이질 않는다.
전화를 해 보니 이제 일어났단다. 자기도 모르게 자명종 시계를 푹 눌렀대나 뭐래나 이런 된장!
우리의 작전 계획을 변경하는 순간이다. 일단 무조건하고 포천의 내촌면까지 차를 가지고 출발하라고 꼬셨다. 우리가 편하기 위하여! 우리의 계획은 '바람'의 차를 우리가 산행을 마치는 지점인 작은 넉고개에 주차시키고, 택시로 봉수리 출발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가막힌 계획이 있나?
6시49분 발 버스를 타고 출발함 버스비 두당 4,200원.
긴 연휴의 중간이라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 누워 가도 될 판이다.
하늘은 맑고 차창 밖으로 언듯 언듯 보이는 산등성이의 파아란 스카이 라인이 '푹'하고 눈에 꽂힌다.
내촌 삼거리 도착 7시30분.
작은 넉고개에서 부를 택시를 이리 저리 알아 보는 중에 '바람'이 도착했다. 헐! 45분만에 온 것이다. 내촌면 삼거리 출발 8시20분.
작은 넉고개 도착 8시30분 도착하여 지하도에 차세우고 내촌 택시를 콜함. 내촌 택시 031-534-2877
47번 지방도로를 따라 택시로 이동하니 좌우로 산군들이 종대로 늘어서 우리가 산군들에게 사열 받는 형국이다. 기분 쫗구만!
봉수리 터미널 도착 8시53분. 택시비 20,000냥.
택시비가 2만냥이라니까 '그윽한 미소'가 '썩소'가 되버렸다. 콜비에다가 내촌 출발할 때부터 미터기를 꺽었나 보다. 이런 날강도!
'바람'의 빈속을 간단한 빵쪼가리로 달래고, 47번 국도가 지나가는 지하 차도를 거쳐 절개지에 도착함.
'바람'은 정말로 등산 바람을 일으키려는지 등산화부터 아래 위까지 일습으로 등산복을 장만했다. 거기다 스틱까지...
'딱선생' 벌써 자는 겨! 눈이 안보이잖아.
여기서부터 명덕삼거리까지는 47번 도로와 같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정맥의 연결일 뿐 그닥 큰의미는 없다. 게다가 군부대의 초병들까지 성가시게 군 철조망을 보안상 근접 못하게 하니 수고스럽다. 달리 가는 길도 없는데 말이다.
잔반 처리중. 우리의'딱선생'은 카메라 앵글에서 사라지려고 필사적으로 탈출 중이다. 이제 고만 털에서 해탈해라!
대머리 되도 우리가 친구해 줄게 걱정하지마.
지도에는 443.6m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424.7봉으로 되 있다. 도대체 어떤 것이 맞는 것이여! 난 이렇게 확실치 않은 건 싫은데...
여기가 맞은 편 능선의 최고봉이다 명덕 삼거리까지는.
명덕 삼거리 도착 11시 14분. 이도로가 56번 도로로 '딱선생' 뒤로 죽 가면 포천이 나오고 앞쪽으로 가면 가평쪽이다.
이쪽이 골프장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가 '그윽한미소'의 왕년 나와바리(구역?)란다. 윽! 왜말을 쓰다니!
이곳까지 오면서 군바리들에게 시달렸더니 벌써 허기가 진다. 아직도 군사정권의 악령이 살아있는지 저희들 멋대로다. 철조망 옆에 한북정맥 이정표를 세워 놓은 것은 뭐란 말인가? 나무가 남아 돌아 세운 것인가! '딱선생'의 일갈이 마음을 후벼판다. "우회로를 만들어 줘! 안 지나갈테니"
수원산 갈림길 도착 12시17분. 그런데 이정표로는 수원산까지 1.8km라고 되 있는데 군부대로 가는 길이 막혔는지 아니면 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수원산은 정맥에서 비켜 있으니...
똥개 한마리가 목이 터져라 짖고 있다. 복날이 무사히 지나가서 저리 까부는 것인가? 수원산은 해발을 보니 709m인데, 조망이 쏠쏠할 것 같다. 여기까지는 조망이 제로다. 꽝이다!
가는 길에 간식으로 막걸리 한잔! 막걸리를 너무 잘 얼려 슬러시 상태다. 한병만 먹고 갈려고 했는데 또 한병을 작살내고서야 일어섰다.
간식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잣나무 군락이 있는 평평한 곳이 나와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위로는 피톤치드가 비처럼 내리고 그 비를 밥에 말아 먹었다. 피톤치드에 밥을 말아 먹은 것이다. 아마도 10년은 명이 연장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여기서 가만히 보니까 잣이 여기 저기 마구 마구 뒹군다. 간단하게 조금만 주웠는데 베낭에 한 가득이다. 지나 오면서 보니 나무들이 부지기수로 쓰러져 있는 것이다. 정말로 태풍 '말로'는 나무들의 무수한 말로(末路)를 보여주며 지나 간 것이다.
그 덕분에 무수히 떨어진 잣송이 들. 바람이 아니면 무슨 수로 하늘 높이 매달려 있는 잣송이를 딸 수 있겠는가?
잣송이의 일부들. 거짓말을 조금 보태 이것의 100배는 주웠다. 먹고 싶으면 '딱선생' 집으로 와라!
이렇게 잣나무가 바다를 이루고 있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저 밑에는 얼마나 많은 잣들이 뒹굴고 있을까? '딱선생'의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가지고 가고 싶어도 배낭엔 여유가 없다 한치의 여유도...
이번 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나 전망대 바위다. 도착 시간 4시. 맞은 편의 골재 채취 장면만 없다면 경치는 압권이였을탠데...
여기서는 우리가 지나 온 일동의 개이빨산도 보이고 서울쪽으로 아스라이 북한산의 모습도 보인다. 지도 정치로 남은 거리가 대략1시간 거리로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로도 3시간 30분을 더 가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말이다.
개고생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포즈를 취하는 우리의 회원들.
보고싶지 않은 장면. 저희들 배를 채우려 지구를 갉아 먹는 쥐새끼들!
아스라이 북한산이 보이고...
국사봉 도착 4시 50분. 해발 547m.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데 내륙이라 표고가 높아 그런가 보다.
아직은 쌩쌩하다. 연휴가 긴 탓으로 몸보신을 많이해서 그런가? 처처히 국사봉이다. 여기도 국사봉 저기도 국사봉 봉 봉.
명덕 삼거리에서 7.40km왔다.
길을 잘못 잡아 오르락 내리락 하며 30분을 까먹었다. '딱선생'속으로 에이 '쓰벌 쓰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에이 쓰벌!
뉘기여! 길을 잘못 잡은게.
육사 생도 6.25 참전 기념비 도착 6시14분. 그런데 아뿔싸! 여기가 작은 넉고개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이다. 여기가 큰 넉고개인 것이다. 앞으로 1시간을 더 가야 한다. '바람'은 새 신발 때문에 발꼬락에서 쥐가 난다며 작은 넉고개까지 택시를 부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고 기다리는 시간과 여건상 한 고개만 넘어가면 작은 넉고개니 그냥 가자고 했다. 만약 여기서 '딱선생' 이 반대에 합류했으면 그냥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무런 말이 없다. 배낭에는 그 무거운 잣을잔뜩 실고서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그러나 우리는 가야 한다 목적지를 향해.
큰 넉고개에서 능선길을 잡으려면 4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해야 한다. 사진의 뒤 도로가 4차선인 것이다. 목숨걸고 무단 횡단이다.아! 뒤에서 '바람'이 속으로 에이 "쓰벌"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마 속으로 수도 없이 그랬을 것이다. 살이 떨려 컷도 흔들렸다. 모두 나의 책임이다. 우회 길이 있을 법한데 지금은 찾을 수도 없고 우리에게는 시간도 없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작은 넉고개 도착 7시10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어둠이 내려 길을 찾을 수가 없어 애를 먹었고, 절개지 낭떠러지 옆을 헤드랜턴없이 지날 때엔 등골이 오싹했다. 족히 50m 높이는 될 것이다. 떨어지면 그대로 즉사다.
넉고개의 유래는 이렇다. 제일 높은 고개라 해서 '높고개'였는데 와전되어 '넉고개' 가 된 거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흠메! 무서운 거!
'바람'의 차 도착 시간 7시17분.
만약에 '바람'의 차가 없었다면 이제부터 또 택시를 불러 내촌 가서 버스타고 동서울에 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2시간은벌었다. 일단 안암동 '바람'의 나와바리인 고시원으로 가 차를 놓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안암역 근처의 자연산 횟집에서 광어와 요즈음 제철인 전어 구이에, 오늘따라 쇠주가 달다며 연신 잔을 제끼는 '그윽한 미소'의 허풍을 안주 삼아 거나하게 취했다. '바람'은 자기의 나와바리라며 흔쾌히 음식 계산을 했다.
이자리를 빌어 가랭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고 끝까지 와 준 '바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회도 맛있었고.
또 가면 사 주나?
나의 집 도착 1시.
첫댓글 그 단 소주와 회, 나도 먹고 싶어지네. 내일 떠난다. 나중에 네팔 소식 전할께.
그려 잘 다녀와! 건강이 우선이다 먼저 건강 챙기고.
송원 ! 재미난 추억 많이 만들어와라...아무리 맛난 소주와 회도 마음이 통하는 절친들과 함께하니 맛나지..무미건조한 만남에서야 그 무슨 맛을 느끼겠나?!!! 여하튼 쫙쫙붙는 쇠주맛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바람! 잘 먹었네!!! 청학도 쎄빠지게 글 올리느라 고생 혔꼬!!!!
쫙쫙붙는 쇠주맛 ! 와~~ 글만 봐도 슬쩍 취하는 것 같다.
나야 뭐 한게 있나 회원들에게 가랭이 찢어지는 고통만을 한아름 안겨 준 것 밖에는...
청학, 잘 하고 있다 ~~. 리더 역할 잘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
송원, 보고싶다. 잘 다녀오고 건강해라. 역시 우리에 대장은 청학이다. 캄캄해서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죽음을 무릎쓰고
앞장서서 목적지까지 대원들을 무사히 인도 하느라 고생 많았다. 바람은 그렇게 개고생을 하고. 그 날밤 또 야간등반을 한다니 정말 대단한 체력이야 그래도 나이를 생각해서 너무 무리하진 마
잣 따러 가야지! 바람이 야간등반했는지 밑으로 기었는지 봤어? 그래 무리하면 쌍코피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