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는 불교에서 말하는 다음 생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불교에선 죽음의 세계라거나, 죽은 뒤에 가는 곳으로 살아 있는 세상과 다른 세상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중생은 말 그대로 '생生' 즉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염라왕이 있다는 지옥이나 미륵불이 있다는 천당도 '이 생生' 다음의 '차 생生'으로 그 곳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6개의 큰 세계를 윤회하는 것이 무릇 중생의 업보이다. 다만 아미타불을 비롯한 여러 부처님은 이러한 중생의 윤회를 벗어난 존재로, 자비심을 가져 중생들을 구제하려고 여러 보살행은 한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이 아미타불이 만든 '극락'세계이다. 이 극락은 서방에 있는데, 6도 윤회의 세계와는 따로 존재하는 곳이다. 극락에서 중생들은 항상 불경을 들으며 환희와 쾌락 속에서 살다가 근기에 따라 다시 생을 살게 된다. 《현행서방경》은 고려말의 위경 가운데 하나로 현세에서 바로 서방 즉 극락으로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기록한 것이다. 그 방법은 점을 치는 것인데, 대나무 가지에 글자를 한 자씩 써 놓고, 윳놀이 하듯이 던져서, 마지막에 나오는 한 글자로 다음 생의 윤회 존재를 알아보는 것이다. 佛자가 나오면 득도하고, 아무것도 안 나오면 공염불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말의 '타락'한 또는 민간의 불교에 대한 비판이 정도전의 《불씨잡변》에서는 기초를 이룬다. 게다가 정도전은 단순 신앙행위만이 아니라, 불교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윤회와 업과 같은 개념까지 반박함으로써 불교를 뿌리부터 없애려고 하였다.
고려와 조선의 왕조 교체는 단순한 왕국이나 정치세력의 변화가 아니라 그의 밑바탕을 이루는 세계관과 인간관의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의 가장 극명한 대조가 현행서방경과 불씨잡변에서 나타난다.
10_이응역스_07_현행서방경_카페.ppt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