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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쏟아지던 날들]
S#1. 마을 전경
지리산 자락의 자그마한 강촌 마을.
한쪽으로 섬진강이 그림처럼 흐르고, 그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초록의 나무숲, 청명하게 개인 맑은 하늘,
그 사이로 난 굽고 좁은 길.
그 길을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달리고 있는 모습 부감으로 보인다.
트럭 짐칸엔 사람이 타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다.
S#2. 이삿짐 트럭 뒷칸
혜진과 마리, 이삿짐 트럭의 뒷칸에 타고 있다.
혜진, 곰인형 하나 안은채 시골의 경치에 아이처럼 들떠 흥분해 있고,
마리는 잔뜩 심통나고 못마땅한 얼굴로 핸드폰으로 열심히 문자 메시지 보내고 있다.
혜진 : (시골의 맑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아우, 공기 열라 짱이다...여긴 정말 천국이다, 최마리! (하다가 마리를 본다) 뭐해?
마리 : 지훈이한테 문자 메시지 보내.
혜진 : (핸드폰 뺏어서 보고) 나 다시 서울 갈거다. 좀만 기다려?...(마리 보고) 가긴 어딜가, 니가?
마리 : 서울! 서울! 난 이런 촌구석 싫단 말야! 서울에 도루 보내줘! 서울 도루 가아! (혜진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큰소리로)
서울! 서울! 서울!!
혜진 : (귀가 따가와 인상 찌푸리는데) 하지마! 엄마 귀 아퍼!
마리 : (더 큰 소리로 계속 다다다다) 서울! 서울!
혜진 : (마리의 뒷통수를 탁 때리고) 애가 왜 이렇게 못됐니? 난 서울 싫어! 죽어두 거긴 싫어!!
마리 : (노려 보는데)
혜진 : (표정이 슬퍼지며)...니 아빠가 사는덴...싫어.
마리 : (혜진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식식거리고 노려보며) 서울이 뭐...다 아빠꺼야?
혜진 : 어제두 백화점에서 니 아빠랑 그 여자랑 봤단 말야.
마리 : (그런 일이 있었나..그래도 쥐어박는듯한 말투로) 그럼 아빠더러 서울을 떠나라 그래.
혜진 : (세삼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눈물이라도 쏟을듯 입술을 비죽거린다.)
마리 : (혜진 표정 보고) 뭐야? 왜 그래, 또? 또 울려구 그래?
혜진 : (곰돌이를 꼭 껴안으며 곰돌이에게 얼굴을 묻는다)
마리 : 엄만 치사하게 꼭 할 말 없으면 울더라?
혜진 : (그대로 곰돌이에 얼굴을 묻고 있다)
마리 : (짜증난 표정으로 어우 씨! 하며 눈을 흘긴다)
S#3. 마을 어귀
트럭 와서 멎는다.
혜진, 어느새 다시 표정이 밝아져 발딱 일어나 트럭에서 내려서 앞자리에 탔던 이삿짐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한다.
마리,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어서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그런 마리의 표정위로 혜진의 소리 들린다.
혜진 : (e) 여기서부턴 차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리어카에다 옮겨 싣구 가야 되거든요....어, 저기 리어카 오네. 야! 김민규!!
마리, 옆에 놓여진 곰돌이 인형을 째려보다가 집어 들어 궁시렁거리며 퉁퉁 쥐어 박고 꼬집기 시작한다.
혜진 : (e) 이햐, 넌 하나두 안 변했다. 더 멋있어졌어...얜 니 아들이니?
혁이 : (e) 안녕하세요.
혜진 : (e) 안녕! 얜 지 아빠보다 훨씬 더 근사하구 잘 생겼네.
민규 : (e) 니 딸은 왜 안 보여?
혜진 : (e) 어, 우리 마리?...최마리! 안 내리구 뭐해?
마리, 확 짜증이 치미는 표정 지으며 곰돌이를 한켠에 확 내동댕이치고, 내리려고 트럭 가장자리로 온다.
마리, 발 디딜 곳을 찾아 트럭 아랫쪽을 살피는데, 이때, 마리의 시선에 눈부시게 들어오는 혁이.
혁이, 트럭 아래에서 마리를 쳐다보며 햇살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혁이 : 요기 이쪽으로 발을 디뎌. 내가 손 잡아 주께. (하며 자기 손을 마리쪽으로 내민다)
마리 : (멍해서 보는...이런 촌구석에 이런 킹카가 있다니..)
마리, 혁이의 손을 잡고 부축을 받아 트럭에서 내린다.
혁이의 손끝이 자신의 몸에 닿는 순간 마치 감전이라도 된듯 짜릿함을 느끼는 마리.
민규, 마리에게 다가온다.
민규 : 얘가 마리야?
혜진 : 엄마가 얘기 했지? 엄마 친구 김민규 선생님이랑 선생님 아들 김혁. 혁이도 사년전에 서울에서 내려왔어.
마리 : (아아..그럼 그렇지)
민규 : (사람 좋은 웃음 활짝 지으며 손을 내미는) 환영한다, 최마리! 근데, 너 시골에 오는 거 되게 싫어 했다며?
마리 : (곁눈으로 흘끗 혁이를 잠깐 보고 민규를 향해 씨익 웃음 머금고 민규 손을 잡으며) 아니예요, 저 시골 되게 좋아해요.
S#4. 마리집 외경 (밤)
마당과 쪽마루가 있는 구식의 시골 가옥.
하늘엔 달이 걸려 있고, 개구리 울음 소리, 풀벌레 소리, 고즈늑하게 들려 온다.
S#5. 마리방(혜진과 함께 쓰는)
어느정도 대충 짐이 정리된 방. 한쪽 벽면에 GOD 손호영 브로마이드가 붙어있다.
마리, 몹시 피곤한 듯 곯아떨어져 있다.
혜진 : (e) 응, 잘 도착했어, 엄마...마린 자요.
S#6. 마리집 마당
혜진, 방의 반대편쪽 쪽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핸드폰하고 있다.
혜진 : (누가 들을까봐 조심스럽게)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글쎄 아냐. ... 십년 이십년 건강하게 잘 살구 있는 사람두 많어...
(하다가) 그렇게 자꾸 울려면 전화 끊어요...엄마 있지, 난...(격해진 감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마음 추스리고 얘기하는)
아냐...엄마...아무일도 없을거야....우리가 잊고 있음 아무 일도 없을거야....네..네...주무세요....
혜진, 핸드폰 한동안 귀에 대고 있다가 폴더를 닫고, 하늘에 걸린 달을 본다. 눈시울이 그렁해진다.
울지 않으려고 안감힘 쓰며 눈을 힘주어 뜨는. (F.O.)
S#7. 초등학교 전경 (아침)
S#8. 4-1반 교실안
칠판엔 ‘박혜진’이라는 이름과 ‘최마리’라는 이름이 위 아래로 씌여져 있다.
책상을 ㄷ자로 붙여 놓은 교실엔 혁이와 미숙등 아이들 6명 앉아 있다.
(아이들의 책상과 약간 떨어진 곳에 책상 하나가 덩그렇게 놓여 있다)
혜진과 마리(고급스럽고 세련된 원피스로 쫙 빼입고 거만한 미소를 띠며), 아이들앞에 서 있고, 그 옆으로 민규가 서 있다.
마리와 혁이 서로 시선을 부딪히고, 호감어린 미소를 나눈다.
민규 : 박혜진 선생님은 여러분을 위해서 저기 먼 서울에서 여기까지 내려오셨어요. 김수정 선생님을 대신해서 앞으로 여러분의
담임 선생님이 되어 주실 거예요...반장!
혁이 : (그 소리 듣고 일어나서) 차렷! 경례!
아이들,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혜진, 아이들에게 정중할 정도로 꾸벅 인사한다. 마리도 얼떨결에 따라 고개 숙이고.
혜진 : 정말 반가워요, 여러분...(마리의 어깨를 잡으며) 그리고 이 친구는 선생님 딸 최마리예요.
앞으로 여러분하고 같은 반에서 공부하게 될텐데, 우리 마리도 잘 부탁하구요, 선생님 보다는 엄마라구 생각하구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상의하고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하는데)
이때, 교실 뒷문 드르륵 열리며, 태호의 시커먼 맨발, 들어선다.
생고구마를 입에 문 태호, 혜진과 마리를 무표정하게 스윽 보더니 이내 시선을 내리고,
떨어져 있는 책상으로 텅텅텅 걸어가 앉는다.
마리 : (황당한 표정으로 눈 동그래서 보고)
혜진 : 학생, 누구예요? 여긴 초등학교 교실인데.
민규 : (O.L.) 심태호! 새로 오신 담임 선생님이셔. 인사 드려야지.
태호 : (고구마를 씹다가 무표정한 눈을 껌벅이며 혜진을 보고, 까딱 목례한다)
혜진 : (황당해서 민규보며) 어머, 쟤가 우리반 학생이니?...(하다가 얼른) 요?
마리 : (어이없는 표정으로 태호를 보는)
태호 : (심드렁한 표정으로 머리와 목을 벅벅 긁는다)
혜진 : 근데, 심태호?(라 그랬나?) 태호는 왜 거기 떨어져 앉아 있니?...이리 와. 이리 와서 친구들 옆으로 앉어. (하는데)
아이들, 혜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우우..” 하며 싫다는 뜻의 야유를 보낸다.
혜진, 당황하는데, 민규, “잠깐 저 좀 보시죠.” 하며 혜진을 교실밖으로 끌고 나간다.
마리, 신기한 동물 보듯 태호를 보는데,
태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듯 책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내놓고 코딱지를 후벼판다.
S#9. 교실밖 복도
혜진, 당혹스런 표정으로 민규를 보는데.
민규 : 원래 특수학교로 보냈어야 하는 앤데, 집안 형편도 안 좋구, 부모들이 좀 그래...즈이 반 애들보단 네 살인가 다섯 살인가
더 많지, 아마?
혜진 : (그제야 안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 안됐네...
민규 : 책상은 그냥 저렇게 둬...아무리 시골이지만, 학부형들이 태호같은 애랑 자기 자식들이 한 책상에서 같이 공부하는 거
무척 싫어해.
혜진 : 야, 암만 그래두..
민규 : (O.L.) 자모회랑 육성회 통해 여러번 항의도 있었구...나름대로 최선이라 생각하구 내린 결론이야.
태호도 그냥 저렇게 떨어져 있는 걸 더 편해해...그냥 모른체하구 넘어가.
혜진 : (불끈 분노가 솟는) 아니, 못 넘어가! 세상에 이런 법은 없어!
S#10. 4-1반 교실
마리, 머쓱한 표정으로 서 있다.
혁이, 자신의 옆에 비어 있는 빈자리 가리키며 여기 와서 앉으라고 손짓한다.
마리, 알았다고 작게 고개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
혁이 옆으로 앉아있던 미숙, 혁이와 마리사이에 오가는 눈짓과 몸짓들 보며 잔뜩 심술이 나 있다.
이때, 다시 교실문 열리며 혜진이 들어온다.
혜진, 비장한 표정으로 마리의 옆으로 와 서더니.
혜진 : 심태호! 책상 들고 친구들 옆으로 와!
태호 : (아이들 눈치 스윽 살피다가 아이들이 표정 일그러뜨리고 있자 이내 시선 떨구고 만화책만 본다.)
혜진 : 뭐해? 선생님 말 안 들려?
태호 : (그대로 미동도 없는)
혜진 : (욱하는 기분 누르며 심호흡하고 잠깐 생각하다가)...최마리! 너 책상 들고 심태호 옆으로 가 앉어!!
마리 : (내가 뭘 잘못 들었나...어이없는 표정으로 혜진을 보는)
태호 : (생고구마 먹으며 만화책 보고 있다가 놀라서 얼굴을 드는...사래 걸려 캑캑거리는)
혁이 : (당황하는)
혜진 : 뭐해? 최마리! 오늘부터 니가 심태호 짝꿍이야! 책도 같이 보고 어려운 일이 있음 서로 도와주구! 어서 가 앉어!
마리 : (하얗던 얼굴색이 급기야 창백해진다.)
S#11. 교사 뒷쪽 한적한 곳
마리, 눈물이 그렁해서 혜진을 찢어지게 노려보고 있다.
혜진, 비장하던 표정은 간데없이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마리의 눈치만 살피다가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장 꺼내서 마리에게 내밀며.
혜진 : 자아..이거 받구 화 풀어.
마리 : (그대로 째려 보고 있는)
혜진 : 고만 노려봐. 눈 튀어 나오겠다....한 장 더 주까?...까짓거 두장 더 주께..(만원짜리 두장 더 보태서 삼만원을 마리의 손에
쥐어주며) GOD씨디도 사구 니가 좋아하는 호영이 오빠 양말이라두 몇컬레 사서 선물루 보내.
마리 : (돈을 확 뿌려 버린다)
혜진 : (기집애 성질은..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돈을 줍고 달래는) 너무 가엾잖아. 똑같이 같은 반 친군데! 사람은 다 평등한 건데!
난 교육자적 양심으로 그런 거 절대루 못봐.
마리 : (짜증스런 울음 징징거리는) 으으으응...흐으으응.
혜진 : 마리야아..니가 명색이 선생님 딸인데, 니가 아니면 누가해? 니가 모범을 보여야지.
마리 : 몰라..나 그냥 확 죽어버릴거야!
혜진 : (얼핏 표정이 굳는데)
이때, 혁이 “선생님” 부르며 혜진과 마리가 있는 쪽으로 온다.
마리, 얼른 눈물을 훔치고, 혜진의 손에 들려진 삼만원을 홱 채서 자기 주머니에 쏙 집어 넣는다.
혁이 : (뛰어와서)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찾으시는데요.
혜진 : 그래? 고맙다. (일어나며 마리에게 잘부탁한다는 뜻으로 눈짓 한번 보내고 교장실 있는 쪽으로 간다)
혁이 : (혜진의 가는 모습 보며) 니네 엄만 정말 착하구 훌륭하신 분인 거 같애.
마리 : ?
혁이 : (마리보고) 너두 그렇구...다른 애들은 태호형 근처에도 가기 싫어하는데...나 솔직히 많이 부끄러웠어. 너 참 존경스러워.
마리 : (겸손한 웃음 머금고) 너무 가엾잖아. 똑같이 같은 반 친군데! 사람은 다 평등한 건데!...난 교육자적 양심으루
(아, 이건 아니지) 아니, 그냥 내 양심으루 그런 거 절대 못봐.
S#12. 화단앞
마리, 걸어오는데, 저 앞으로 태호, 염소에게 고구마를 입으로 씹어서 먹이고 있다.
마리, 그런 태호를 보는 순간 표정이 확 일그러진다.
태호 : (마리 오는 줄 모르고 염소에게 말하는) 와 안 묵노?...아푸나?...오데가 아푸노?
마리 : (E) 이거 니 염소니?
태호 : (휙 마리를 돌아본다.)
마리 : (거만하게) 니 염소냐구?
태호 : (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염소를 걱정스럽게 쓰다듬는) 맴맴아..오데가 아프노?
마리 : 염소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며?
태호 : (무슨 말인가 못 알아 듣고 보는)
마리 : (약 올리는) 얘 튀겨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특히 오른쪽 다리.
태호 : (표정이 슬프게 변해 염소를 경계하듯 가린다.)
마리 : (표정이 무섭게 변해서) 너 때문에 나 완전히 망했어..나이도 많은게 초등학굔 왜 다녀? 중학교 가! 중학교!!
태호 :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마리 : 으이, 씨. 재수없어. (하며 염소를 있는 힘껏 확 걷어 차 버리고 간다)
태호 : (놀라고 당황해서 염소를 끌어안으며 가는 마리를 본다...원망보다는 슬픈)
S#13. 4-1반 교실
혜진, 칠판에 판서하고 있고, 아이들, 따라 적고 있다.
마리, 책상을 가져다 놓고 태호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다.
태호, 노트에 만화 같은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고,
마리, 큼큼거리며 인상을 있는 대로 쓰고 필기하고 있다.
마리 : 이게 무슨 냄새야? (하며 태호를 휙 노려 본다) 야.
태호 : (그림 그리다 마리를 본다)
마리 : (큼큼거리며, 소리 낮춰) 너 방귀꼈니?
태호 : (무슨 소린지 모르고, 눈만 꾸무럭 꾸무럭)
마리 : (소리 낮춰) 냄새 난다구!..방귀 꼈냐구? 방귀! 방귀!....방귀도 몰라? (히프 살짝 때리며) 뽕! 뽕!
태호 :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고) 방구?...(이건 자신 있다) 내 방구 낄 주 안다.
마리 : 뭐?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뭐라는 거야, 대체?..방귀 꼈어?
태호 : ...방구 끼까?
마리 : 뭐?
태호 : (진지한 표정으로 잠깐 힘을 주더니 이내 부우웅)
마리 : (후웁! 하며 코를 틀어 막는다. 자기도 모르게) 누가 방귀 뀌랬어?!!
혜진과 아이들, 놀라서 돌아본다.
태호, 억울한 표정. 시키는대로 했을뿐인데...
S#14. 마리집 마당 (해질녘)
마리, 괴롭게 머리를 쥐어 뜯으며 평상에 앉아 있다.
마리 : 난 곧 죽을 거야. 한달 안에...아냐, 일주일안에 틀림없이 죽고 말거야.
혜진, 부엌에서 상을 차려서 들고 나와 평상에 놓는다.
마리 : 걘 엄마...완전히 돌대가리, 아니 쇠대가리야, 쇠대가리.
혜진 : 친구한테 그런 말 쓰는 거 아냐. (상위에 놓인 녹즙을 마리에게 내밀며) 자, 마셔.
마리 : 사람 말을 못 알아 듣는다구. 내가 언제 방귀 꼈냐구 물었지, 방귀 뀌라구 그랬어?
혜진 : 너 베에토벤 알지? 제대로 듣지두 못하는 청각 장애잔데두 얼마나 대단한 노래들을 작곡해냈니?...
심태호두 천재 아닐까, 혹시?
마리 : 천재?(픽 비웃으며 오바이트 시늉)...걘 엄마, 목욕도 안한대. 대중탕에는 추석하구 설날 딱 두 번만 간대.
혜진 : 집에서 샤워하겠지, 그럼.
마리 : 샤워가 뭔지도 몰라, 그 바보 천치는...걔 몸에서 완전히 시궁창 냄새가 난다구.
혜진 : 녹즙이나 마셔.
마리 : 세균이 득실득실할거야...더러운 세균들 나한테 옮으면 어떡해?
혜진 : (얼핏 표정 굳어지며) 최마리!
마리 : 어, 진짜 막 가렵네...(몸을 긁으며) 정말루 막 가려워.
혜진 : (버럭) 녹즙 안 마실거야?!!
마리 : (흠칫하다가) 왜 화는 내구 그래? (울 듯이) 엄만 맨날 나만 갖구 그래, 씨이.
혜진 : (굳었던 표정 풀며) 쪼끄만게 너무 못돼 처먹었으니까 그렇지. 제발 좋은 마음 갖구 착하게 살자, 최마리...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면 어쩔래?
마리 : 떨어지라 그래. 하나두 안 겁난다.
혜진 : (정색하고) 엄만 겁나! 니가 지옥에 떨어질까봐 너무 너무 겁나!!
마리 : (혜진의 굳은 표정에 흠칫하고)
혜진 : (굳은 표정 풀고 녹즙을 내밀며) 자, 마셔.
마리 : (받으며 하는 수 없이 마시다가) 아우, 써.
혜진 : 써두 참구 마셔. 몸에 좋은 거야.
마리 : (녹즙 먹다가 갑자기 구역질한다)
혜진 : 너 자꾸 장난할래?
마리 : (안색이 창백해져서 계속 심하게 헛구역질하는)
혜진 : (그제야 당황하고 놀라서 마리를 안으며) 마리야, 왜 이래, 최마리..(하며 이마에 손을 댄다. 열이 있다. 당황하는)
마리야아. 괜찮어? 최마리, 괜찮아?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마리 :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힘겨워하는)
S#15. 마리집 외경 (밤)
S#16. 마리방
마리, 멀쩡한 표정으로 티브이를 보며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GOD 뮤직 비디오 정도 나오고 있다.
혜진, 책을 보며 꾸벅꾸벅 졸다가 흠칫 잠에서 깨어나며 “몇시야?” 하고 시계보다가.
혜진 : 최마리! 티브이 그만 보구 자.
마리 : (티브이에 시선 둔 채) 알았어.
혜진 :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고 문 열며) 엄마 오줌 누고 올테니까 이불 깔어 놔.
마리 : (툭) 우리 화장실에 누가 빠져 죽었대.
혜진 : (흠칫해서 보는) 뭐어?
마리 : 우리가 이사오기 전에 살던 아줌만데 화장실에 빠져 죽었대. 혁이가 그랬어.
혜진 : (덜컥 겁먹은 표정)...거짓말..
마리 : (티브이에 시선 주고) 혹시 화장실에서 귀신 손이 올라오면 안녕하세요, 전 새로 이사온 사람이예요!
그러구 악수라두 해, 엄마.
혜진 : (찜찜한 표정 지으며 밖으로 나간다)
마리 : (골탕 좀 먹어봐라..혼자 시익 웃음 흘리는데)
잠시후, 문 벌컥 열리고 혜진, 얼굴만 들이밀고.
혜진 : 화장실 좀 따라가자.
마리 : 싫어. 나 텔레비젼 볼거야.
혜진 : 무서워서 못 가겠어. 좀 따라가 주라아.
마리 : (티브이 보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짝 바꿔 주면 따라가 주지.
S#17. 마리 마당 한켠
칠흑같은 하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별이 총총하다.
혜진과 마리,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혜진, 요거한테 어떻게 복수를 하지?...머리 굴리는 표정.
혜진 : ...내가 정말 이 이야기만은 안하려고 했는데, 최마리.
마리 : 뭐어?
혜진 : 아냐, 관두자. 이런 엄청난 비밀을 말해줄 순 없지. 암것두 아냐.
마리 : 뭐어? 뭔데?
혜진 : ...사실은...심태호 있잖아. 걔가 저기 별장집 아들이랜다?
마리 : 엉?
혜진 : 그 별장, 서울에서 사업하는 어떤 부잣집 사람건데 그 집 아들이래.
마리 : (비웃는) 치이.
혜진 : 그 집 아들라는 게 밝혀지면 귀찮게 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일부러 신분위장을 하구 바보처럼 굴구 있는거래.
마리 : (어이가 없어 콧방귀 뀌는) 으이, 뻥 까지마.
혜진 : 안 믿기지? 나두 안 믿었는데...정말이래. 혁이 아빠가 걔 아버지랑 엄마랑 본적이 있는데...
집두 어마무지 크구 장난이 아니게 부잔가봐.
마리 : (어리둥절)
혜진 : 왜 영화같은 거 보면 진정한 친구를 찾을려구 왕족이나 부자들이 자기 신분 위장하구 바보처럼 굴구 그러는 거 봤지?
그러니까...음...예를 들면...
마리 : (진지해져) 미녀와 야수처럼?
혜진 : 그렇지...너 곰곰히 잘 생각해봐. 심태호 걔 솔직히 너무 수상하지 않니? 암만 바보래두 방귀 꼈냐구 물어보는데
진짜 방귀를 껴버리는 사람이 어딨니? 너무 오바하잖아.
마리 : (진지하게 생각하는)
혜진 : 그리구, 너 걔 자세히 잘 살펴 봐라? 말끔하게 머리 깍이구 씻겨놓으면 대빵 부티나게 잘 생긴 얼굴이다?
마리 : (표정이 굳어있다. 심각한)
혜진 : (속았지?...혼자 웃음 슬쩍 흘리는데)
마리 : 엄마, 나 휴지 좀 갖다 줘.
혜진 : (시선을 잠깐 내려보고 인상 일그러뜨리며) 너..똥 쌌니?
S#18. 학교가는 길 (아침)
좁게 난 비포장 도로 시골길.
미숙등 두세 무리의 학생들, 학교 가고 있고, 마리도 학생들에게 섞여 등교하고 있다.
마리 : (앞서가고 있는 사람이 미숙인가 긴가민가하며) 임미숙! 임미숙!!
미숙 : (그 소리에 돌아본다. 마리임을 알고 떨떠름한 표정짓는) 와?
마리 : (생긋 웃으며 와서) 맞구나. 뒷모습 보구 혹시나 했는데...학교 같이 가자구.
미숙 : (시큰둥...마리가 별로 마음에 안든다)
마리 : 저기..너 혹시 심태호에 대해서 아는 거 없니?
미숙 : 뭐라꼬?
마리 : 심태호 말이야. 바보 천치. (하다가 그 소리는 괜히 했다 싶어) 심태호에 대해 몰라?
미숙 : (무뚝뚝하게) 그거는 말라꼬?
마리 : 어디 사는지 몰라?
미숙 : (퉁명스럽게) 모린다. 와? (별꼴이야 하는 표정으로 삐죽보고 가는데)
마리 : (기분 나쁘다, 가는 미숙의 등에 대고) 임미숙! 너 나한테 뭐 불만 있니?
마리, 미숙을 향해 삐죽 흘기다 뭔가를 발견한다.
산등성이 한쪽에 그림처럼 지어진 고급스런 별장이 눈에 들어온다.
마리, 혹시...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눈빛을 빛내는.
S#19. 별장 대문 앞
조심조심 별장앞으로 와 서는 마리. 누가 사나...기웃거리는데.
이때, 염소 울음 소리 들려온다.
S#20. 별장 일각
마리, 소리 나는 쪽으로 가 보면 나무 가지에 염소 매어져 있다.
마리 : (눈이 번쩍 뜨이는) 어? 얜 심태호 염소 아냐?...야! 너 심태호 염소 맞지?
마리, 엄마 말이 정말인가...고개 갸웃하다가 돌아선다.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 마리.
언제 왔는지 태호가 마리앞에 서 있다.
마리 :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태호 : 말리야. (마리가 여긴 웬일인가? 표정없이 눈만 꾸무럭거리며 보는)
마리 : 으응...지..지나가다가 염소 소리가 나길래 와 봤어...여기가 니네 집인 줄 모르구...
나..난..그러니까..염소가 길을 잃어 버린 줄 알구..(멋쩍은 웃음 웃으며 뒷걸음 치며) 그럼, 나중에 학교에서 봐.
마리, 빠르게 걸음을 재촉해서 가버린다.
태호,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염소 끈을 풀어서 끌고 가려는데.
“거 있어봐라, 태호야!” 하며 별장쪽에서 한 아주머니 나온다.
아주머니 : 오십만원 더 은저가(얹어서) 주신다칸다, 사모님이...염새이 팔아라. 으이?
테호 : (고집스럽다) 안 팔끼다.
아주머니 : 니 오십만원이 누 집 똥개 이름인중 아나? 느그 옴마한테 선금으로 백만원 벌써 조 났다.
태호 : (아무 대꾸없이 염소 끌고 가려는데)
아주머니 : (막아서며) 백 오십만원이모 염새이가 아이라 소값이다, 소값! 느그 염새이가 아래께 백사 한 마리 잡아 문 거 때매
그래 값을 주는기지, 시간 지나모 일마 이거 십만원도 몬받는다. 회장님 약하그로 내놔라, 고마.
태호 : (표정없이) 싫다. 안한다. 비끼라!
태호, 아주머니를 밀쳐내고, 길을 재촉해서 간다.
아주머니 : 아이구, 저 팔푸이 자슥! 뭐 저런기 다 있노?...저그는 팔푸이도 아이고, 딱 삼푸이네, 삼푸이.
태호 : (주머니에 찔러뒀던 생고구마 염소에게 먹이며 가는)
S#21. 4-1반 교실안
마리, 태호의 책상안에 손을 집어 넣어 공책을 꺼내본다.
공책을 펼쳐보면 태호가 그린 만화 그림들 그려져 있다. 거의 초등학교 일학년 수준이다.
마리 : (중얼거리는) 내가 발도 그려도 이것보단 낫겠다...얘 정말 너무 오바하는 거 아냐?
이때, 교실 뒷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태호, 텅텅텅 걸어서 마리옆 책상으로 와 앉는다.
마리 : (다정하게) 너 그림 되게 잘 그리더라?
태호 : (당황하며 마리의 책상에 있는 공책 집어서 자기 책상에 넣는다)
마리 : 나중에 내 얼굴도 하나 그려 줄래?
태호 : (황당한 표정 지으며...얼굴이 붉어져서 어쩔 줄 모르는)
마리 : (책가방에서 노트와 책들을 꺼내는데, 베토벤 그림이 그려져 있는 노트가 보인다. 눈빛이 잠깐 반짝한다) 너 베에토벤이
귀머거리였다는 거 아니? 근데도 그렇게 훌륭한 노래들을 작곡했잖아...심태호, 어쩜 너도 천재일지도 몰라.
태호 :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마리 : (베토벤 노트 태호에게 주며) 그런 의미에서 이거 너 주께. (상냥하게) 너 숙제는 다 했니? 내꺼 보여주까?
S#22. 급식반
태호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마리.
마리, 도시락을 들고 혁이와 아이들 옆으로 와 앉다가 문득 태호쪽을 본다.
혼자 뚝 떨어져 급식을 먹고 있던 태호, 마리가 자신을 보자 흠칫 놀라서 고개를 푹 떨구고 밥을 먹는다.
마리, 도시락을 들고 태호앞으로 와 앉는다.
마리 : 우리 밥 같이 먹자.
태호 :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서 보는)
마리 : (씨익 웃으며 도시락 보자기를 푼다) 난 엄마가 항상 이렇게 도시락을 싸주셔. 우리 엄마 요리 솜씨가 되게 좋거든.
마리, 도시락 반찬통을 열어 태호앞으로 밀어준다.
마리 : 자, 같이 먹자.
태호 : (마리의 갑작스런 친절에 당혹스럽고 황송하고 몸둘바를 몰라한다)
이때, “나두 좀 끼워줘.” 하며 혁이, 급식판을 들고 태호옆으로 온다.
혁이 : 나두 같이 먹어두 괜찮지?
마리 : (웃으며) 괜찮지, 그럼...심태호, 괜찮지?
태호 : (황송할 따름이다)
저 앞으로 앉아 있던 미숙, 그들을 향해 눈을 흘긴다.
S#23. 하교길
마리, 콧노래 부르며 가는데 혁이 따라와 붙으며
혁이 : 마리야
마리 : 응 ?
혁이 : 우리 이따 물고기 잡으러 갈래?
마리 : 물고기 ?
S#24. 4-1반 교실
아이들 모두 돌아간 교실.
태호 혼자 덩그랗게 앉아 있다.
태호, 베토벤 노트를 책상에 놓고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위로 환청처럼 들리는.
마리 : (e) 너 베에토벤이 귀머거리였다는 거 아니? 근데도 그렇게 훌륭한 노래들을 작곡했잖아...
심태호, 어쩜 너도 천재일지도 몰라.
태호 :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내가 정말 천잰가..)
마리 : (e) 너 그림 되게 잘 그리더라? 나중에 내 얼굴도 하나 그려 줄래?
태호,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어 달래며 연필을 꺼내서 마리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
S#25. 마리 동네 길
혁이, 마리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가고 있다. 자전거 앞쪽에 고기잡는 그물 걸려있고.
이때, 저 앞으로 미숙과 미숙모가 산나물 바구니 이고 오는 모습 보인다.
혁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자전거 브레이크 잡고 멈춘다.
혁이 : (미숙모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안녕하심니꺼?
미숙모 : 아이고, 이기 누고? 핵이 아이가?
미숙 : (마리가 뒤에 타고 있는 것 알고 두 눈에 질투의 불꽃이 일고)
미숙모 : 니 우리집에 요새 와 통 놀로 안 오노? (하다가 뒤에 타고 있는 마리보고) 쟈는 누고?
혁이 : 최마리라꼬예...우리반에 새로 전학온 친굽니더.
미숙모 : 아아..느그 담임 샘 딸내미라카는 아?
마리 : (꾸벅 인사하고) 안녕하세요.
미숙모 : 하따, 가시나...똑 탤랜드거치 이뿌게 생깃네.
미숙 : (자기 엄마를 흘끗 흘겨 보고)
혁이 : 그라모 가보께예...미숙아. 내일 학교서 보자.
미숙모 : 온냐, 가봐라.
혁이, 미숙모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다시 자전거를 몰아서 간다.
미숙모 : (가는 혁이와 마리를 보며) 하이고, 가시나 거 괘안네...서울 내기들은 뭘 묵고 살그로 아고 어르이고
저래 다 깍아논 밤톨거치 이쁘노?
미숙 : (버럭 화내며) 옴마는 눈깔이 썩었나? 이쁘긴 뭐가 이쁘노, 저기?!!
미숙모 : (돌아보는데)
미숙 : (식식거리며 혁이가 간쪽을 흘기는)
미숙모 : (그제야 아차 싶어) 옴마야. 핵이가 니 내삐리고 저 가스나하고 바람 났나, 그라모?
미숙 : (분해서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S#26. 경치 좋은 길
달리고 있는 혁이의 자전거.
마리, 혁이의 허리를 꽉 잡고 가고 있다.
S#26-1. 교실
태호, 뭔가 열심히 그리고 있다.
S#27. 냇가
혁이와 마리, 바지 걷고 냇물에 들어가서 소쿠리와 작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다. 그물 속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
혁이,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마리의 얼굴에 대면 마리 기함을 하고 도망가고.
두아이, 서로 물을 튕기며 장난하며 논다.
마리와 혁이, 모닥불 피워놓고, 물고기를 나무 꼬챙이에 꿰어 구워 먹는다.
검뎅이 숯을 입가에 새까맣게 묻힌 채 서로 마주 보고 까르르 즐겁게 웃는 두 아이.
S#28. 교실 (노을녘)
해가 마지막 볕을 털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태호, 꿈쩍도 않고 콧잔등에 땀이 송송 맺혀서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마리를 그린 여자 아이 얼굴 스무장쯤...마음에 안드는지 구겨져 뒹굴고 있다.
태호, 그림 그리다 힘이든 듯 책상에 뺨을 대고 엎드린다.
S#29. 냇가
시냇물이 지는 해에 물들어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다.
혁이, 그물과 소쿠리등 낚시 도구들을 챙기다가 “마리야!”하고 마리를 부르다 마리가 계속 대답이 없자 마리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깜짝 놀라는.
마리, 냇가의 돌무더기위에 눈을 감고 쓰러져 누워있다. 입술이 새파랗다.
혁이, 놀라서 달려간다.
혁이 : 마리야! (마리를 흔들며) 너 왜 이래, 최마리! 왜 그래?
마리 : (힘겹게 눈을 뜨고...힘이 빠진 목소리)...좀 추워서 그래...나 조금만 누워 있을게.
혁이 : (걱정스럽게 보는)
S#30. 교회안
시골의 자그마한 교회안.
문 삐걱 열리고, 혁이, 어리둥절해하는 마리를 부축해서 자리에 앉힌다.
혁이, 한쪽에 마련된 식수대에 가서 물을 따라 마리에게 준다.
혁이 : 정말 괜찮아?
마리 : (물을 마시며) 정말 괜찮아...나 가끔 이럴 때 많아.
혁이 : (다행이라는 듯 웃고 교회 둘러보며) 우리 엄마...돌아가시기 전에 여기 주일 학교 선생님이셨어.
마리 : 으응.
혁이 : 우리 엄마두 니네 엄마처럼 되게 착했는데..니네 엄마보니까 꼭 우리 엄말 보는 거 같더라.
마리 : (혁이가 가엾다.)
혁이 : (피아노 앞으로 가 앉는다)
마리 : 너 피아노 칠줄 아니 ?
혁이 : 응..조금. 엄마가 가르쳐 주셨어...(피아노 치기 시작한다. 클래식 소품 정도. 제법 잘치는 솜씨다)
마리 : (홀린 듯이 혁이를 본다...손호영의 십만배는 더 멋있는 거 같다)
S#31. 마리집 일각(밤)
혁이, 마리를 태우고 와 자전거를 멈춘다.
혁이 : (걱정스런) 되게 많이 늦었네? 니네 엄마 진짜 많이 걱정하시겠다.
마리 : (자전거에서 내리며) 괜찮아. 오늘 선생님들 회식하신다 그랬잖아.
혁이 : 그렇지, 참...들어가. 낼 학교에서 보자.
마리 : (혁이에게 손을 흔들며) 잘가..(하는데)
혜진 : (e 술에 취한) 미안해..내가 너 차구 가서 벌 받은 거야. 정말 미안해, 민규야.
혁이와 마리, 한 대맞은듯 멍한 표정.
S#32. 마리집 대문앞
민규, 술취한 혜진을 부축하고 있다.
혜진 : 니가 날 좀 잡아주지. 가지 말라구..사랑한다구..니 옆에 있으라구...좀 잡아주지, 니가.
민규 : (역시 술에 취했다. 쓴 웃음 흘리며) 나같은 놈이 어떻게 널 잡니...잘해봤자 평생 초등학교 선생질밖에 못하구 살 놈이
감히 어떻게 너 같이 대단한 앨 잡어! 그땐 나한테 너...감히 올려보지도 못할 나무였어.
혜진 : (허탈하게 흐응 웃고) 그래, 눈물 나게 고맙다. 니가 나 놔줘서 나 아주 대단하구 잘난 놈 만났어...대학 교수라는 자식이
열 세살이나 어린 제자한테 눈 뒤집어져서 마누라 아픈 자식 다 버리구...김민규 니 덕분에 박혜진 인생 아주 용됐다...
(눈물이 글썽해서) 시원하니? 고소하지? (민규의 가슴을 팍팍 때리며) 기분 아주 대따리 짱이지? 이 나쁜 자식아!!
민규 : (격정에 와락 혜진을 안아버린다.)
혜진 : (훌쩍거리며 울고)
혁이와 마리, 어둠속에 몸을 감추고 안타깝고 가슴 아픈 두 연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멍해져서 충격받은 표정들.
S#33. 마리집 외경(깊은 밤)
S#34. 마리방
혜진, 긴대자로 누워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마리, 심난한 표정으로 뒤척 거리다 끼무룩 잠이 든다.
S#35. 교회(혁이와 갔던)-마리의 꿈
마리, 들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눈이 부시게 흰 드레스를 입고 혁이와 함께 결혼하기 위해 목사앞에 서 있다.
목사 : 최마리양은 김혁군을 남편으로 맞겠습니까?
마리 : (수줍게)...네.
목사 : 김혁군은 최마리양을 아내로 맞겠습니까?
혁이 : (대답 못하고 망설인다)
마리 : (혁이를 본다)
목사 : (다시 묻는) 김혁군은 최마리양을 아내로 맞겠습니까?
혁이 : (곤혹스러운 표정짓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니요...얘네 엄마랑 우리 아빠가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혼할 수 없습니다.
마리 : (어이없고 황당하고..배신감 어린 표정으로 보는)
목사 : (난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이거 참 큰일이군요. 그럼 최마리양은 누구와 결혼하지요?
태호 : (e) 저요!!
마리, 돌아보면 고급스런 턱시도를 입은 핸섬한 태호, 햇빛의 역광을 받아 눈이 부시게 서 있다.
태호, 멋스러운 웃음 만면에 머금고, 마리앞으로 다가오더니 마리앞에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한다.
태호 : 마리야! 니 덕분에 요술에서 깨어났어! 나와 결혼해줘!
마리 : (황당해서 정신 못차리는)
S#36. 마리방
자고 있는 마리의 가슴팍으로 탁 올려지는 혜진의 발.
마리, 흡하며 놀라서 눈을 번쩍 뜬다.
마리, 혜진의 발을 걷어내고 일어나 앉는다.
혜진, 울음 뒤끝이 남아 자면서도 훌쩍인다.
마리, 혼란스럽고 심난하고, 마음이 갈피를 못잡게 복잡하다.
혜진을 괴롭게 보며 한숨을 푸후쉬는.
S#37. 마리 학교 외경 (아침)
S#38. 4-1반 교실
마리, 교실문을 열고 들어선다.
마침 쓰레기를 버리려고 교실 뒷켠 휴지통으로 가던 혁이와 서로 눈빛이 마주친다.
마리 : (반갑게) 안녕!
혁이 : (무표정) 안녕. (어색한 듯 시선 내려깔고 휴지통쪽으로 간다)
마리 : (겸연쩍은 표정 짓다가 자신의 자리로 와 앉는다)
마리, 책상으로 와 앉는데, 태호는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는지 태호의 자리 비어 있다.
마리, 혁이쪽을 다시 찜찜한 표정으로 보는데, 혁이는 마리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S#39. 복도
아이들 대청소중이다.
한쪽 끝에 마리와 혁이 서있고, 혜진 얘기중이다.
혜진 : 혁이하구 마리! 니네 둘이 태호네 집에 좀 갔다와라. 암만 전화를 해두 전활 안 받어....내가 가야 되는데, 지금 어지러워서
한 발자욱도 못 떼겠어서 그래. (트림도 끄윽하고) 아우, 죽겠네...마린 엄마 대신해서...왔다 그러구..
S#40. 시골길
마리와 혁이, 약간 사이를 두고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두사람, 서로 말이 없다.
잠시후, 두 갈래길 나타난다.
마리, 오른편으로 가려는데, 혁이, 왼편 길로 간다.
마리 : 반장! 왜 글루 가? 심태호네 집 가는 거 아냐?
혁이 : 태호형네 집 일루 가.
마리 : 아니야, 이쪽이야.
혁이 : 너 태호형네 가봤니?
마리 : 응...(하다가 얼른) 아니.
혁이 : 이쪽이야. 따라 와. (왼편길로 앞서서 간다)
마리 : (아닌데..고개 갸웃하다가) 같이 가. (혁이가 가는 길로 따라간다)
S#41. 태호집 앞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듯한 낡은 시골집.
혁이와 함께 태호집 문 앞으로 다다른 마리...황당하고 기가 막힌 표정 지으며.
마리 : 여기가..심태호네집이라구?
혁이 : (안에다 대고 부르는) 햄아! 태호 햄아!! (하는데)
태호모 : (e) 고마 디지삐라, 이 웬수야!!
마리와 혁이, 놀라서 표정이 얼어붙고.
태호모 : (e) 사람 노릇 몬하고 처 자식 골빙만 들이끼모 모래빡에 쎄라도 박고 콱 디지삐라꼬, 웬수야!!
마리, 방안에서 쏟아지는 거침없는 욕설에 하얗게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이때, 방문 활짝 열리며 이불 뭉치를 돌돌 말아 안은 태호모, 방에서 나오다 마리와 혁이를 본다.
태호모 : (표정이 사나워서) 느들은 뭐꼬?!!
마리 : (흠칫 놀라며 혁이의 뒤로 숨는다)
마리의 시선에 방안에 해골처럼 누워 있는 태호부 보인다.
혁이 :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안녕하심니꺼? 태호햄이 갤석을 해가꼬 무슨 일인가 싶어가..
태호모 : (말자르며, 퉁명스럽게) 태호 집에 엄따. 일하로 갔다.
혁이 : 일하로 오데 갔는데예?
태호모 : 앞으로 태호 찾아오지 마라. 우리 태호 돈 벌어야 된다. 학교고 나발이고 안 보내끼다. 다 필요엄따!!
마리 : (잔뜩 쫄아서...어쩔 줄 모르는데)
태호모, 갑자기 무엇을 봤는지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들더니 마리쪽을 향하며 힘껏 던져 버린다.
마리와 혁이, “엄마야!”하며 순간적으로 피하며 주저 앉는데,
슬리퍼,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던 태호(자기 키만한 재첩 망태를 어깨에 매고 있다)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는다.
마리, 돌아서서 태호를 보고 놀라고 어이가 없고.
태호모, 식식거리며 태호에게 가더니 사정없이 태호 머리를 탁 때리며.
태호모 : 염새이 오데있노? 옷다가 숨카놨노?
태호 : (마리를 당혹스럽게 잠깐 보고 태호모 보며) 모린다.
태호모 : 저녁답에 회장님 집에서 가질로 오기로 했다. 돈도 다 받았으이까 퍼뜩 내나라!!
태호 : (고개를 완강하게 저으며) 안된다. 맴맴이 내 동생이다..(버럭 고함치는) 내 동생이다!!
태호모 : 에라이..등신 팔푸이겉은 자슥! (태호를 무지막지한 손으로 사정없이 때리며) 염새이가 니 동생이모 니가 염새이가?
그라모 닐로 낳은 내도 염새이 겉네? 이 축구겉은 놈아!!
태호, 태호모에게 맞아 벌렁 뒤로 나자빠진다.
마리와 혁이, 태호모의 무자비한(?) 폭력에 놀라서 충격으로 보고.
태호모 : (옆에 있던 싸리 빗자루 집어 들더니 무서운 얼굴로) 콱 직이삐기 전에 퍼뜩 말해라. 염새이 오데있노?!!
태호 : (말해 줄수 없다고 고개 완강히 젓는) 맴맴이...내 동생이다!
태호모 :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자기 가슴을 쾅쾅치며) 아이구, 내 팔자야! 전생에 무슨 죄를 마이 지이가
서방이고 자슥이고 똥포리 똥만도 몬한 것들만 만내가꼬...(하다가 이를 앙물고 싸리빗자루로 태호를 사정없이 때리며)
그래! 차라리 같이 죽자! 이 놈에 집 구석 불이라도 싸질러삐고 같이 디지삐자, 고마!!
태호 : (피하지도 않고 머리를 쥐어 잡고 땅바닥에 엎드려 고스란히 매를 다 맞는다)
혁이와 함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충격으로 보던 마리, 자기도 모르게 “악!”하고 고함을 지른다.
태호모, 생각치도 않았던 마리의 고함소리에 놀라서 매질을 멈추고 돌아본다.
태호도 마리를 보고, 혁이도 당황한 표정으로 마리를 본다.
마리 : 그만 하세요!! 경찰 부를거예요!!
태호모 : (기가 막혀) 뭐라꼬?!!
태호 : !
마리 :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서 들며) 하..한번만 더 때리면 저..정말루 신고할 거예요!!
(떨려 죽을 판이지만 있는 힘을 다해서) 예...예전에 나 서울 살때두 자기 애들 때려 가지구 어떤 아줌마 깜빵에 가는 거
봤어요. 아..아줌마도 깜빵에 가고 싶지 않으면 태호 그만 때려요!!
혁이 : (얘가 무슨 짓을 하는 거야...하얗게 질려 마리를 보고)
태호모 : (어이없어) 깜빠앙?...톨콩만한 가스나가 뭐 이런 기 다 있노, 이기?..(하며 마리마저 때릴듯 빗자루를 쳐드는데)
마리 : (맞는 줄 알고 눈을 질끈 감는)
이때, 태호, 쏜살같이 태호모에게 달려들어 태호모의 두 팔을 뒤에서 안 듯이 잡는다.
태호모 : 이..이노무 자슥이...놔라! 이거 몬 놓나?!!
마리 : (그제야 눈을 뜨고 태호모와 태호를 본다)
태호모, “놔라! 놔라, 이 자슥아!!” 소리 지르며 팔버둥치지만, 태호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태호 : 가라....가라...말리야!!
마리 : (멍해서 보는)
태호 : (있는 힘을 다해서 안타깝게 소리치는) 가라...퍼뜩 가라...가라.
태호모 : 놔라!! (태호에게 소리치는) 오늘 니 내한테 참말로 죽고 싶나, 이 빌어물 놈아!!
태호 : ...말리야...가라....가라.
마리 :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도 못하겠다)
혁이, 안되겠다 싶어 마리의 손을 잡아 끌고 태호집 마당을 빠져 나간다.
S#42. 길
혁이, 마리의 손을 꼭 잡고 달리고 있다.
어느 정도 왔을까...두 아이, 숨이 턱에 닿아 뛰던 거 멈추고 가픈 숨을 뱉는다.
혁이 : (마리를 향해 빙긋 미소를 머금고) 너 참 대단하더라.
마리 : (후...가팠던 숨이 안정되며 길게 심호흡하고)
혁이 : 그런 용기가 어디서 생겼니?
마리 : (자신도 좀 전의 자신의 행동이 믿기지 않는다...잠깐 멍하게 있다가 세삼 기억이 떠오르는 듯 입가가 실룩거리며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혁이 : (놀라서) 마리야.
마리 : (비질비질 울음이 새어 나온다)
혁이 : 사실은 너도 되게 겁났지?
마리 : (고개를 저으며 엉엉 울기 시작한다)
혁이 : 근데 왜 울어?
마리 : 분해서어어어....
혁이 : ?...뭐가 분해?
마리 : 울 엄마한테...속은 게...분해서어어.....
혁이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
S#43. 마리방
마리,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고, 혜진, 난감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혜진 : 왜? 무슨 일인데 또 성깔을 부려? (이불을 걷어내려 하는데)
마리 : (혜진을 확 쳐내며) 놔, 건드리마! 건드리지 말란 말야!!
혜진 : 야아.
마리 : 사기꾼! 뻥쟁이!
혜진 : (어이가 없어) 인석이 엄마한테 무슨 말이야, 그게?! (이불위에다 대고 때리는) 쥐방울만한게 오냐 오냐해주니까
못됐어, 이게 아주!!
마리 : (이불 안에서 바락바락 고함지르는) 거짓말쟁이!! 심태호가 별장집 아들이라구?!!
혜진 : (그제야 아차한다.) 아니...그게 저..그러니까...니가 너무 태호를 싫어하구 못되게 구니까...
야, 내가 오죽했음 그랬겠냐, 오죽했음.
마리 : 엄만 엄마두 아냐!!
혜진 : 미안해, 잘못했어. 엄마가 이렇게 사과하잖아...(이불에 가까이 대고) 미안해. 거짓말한 건 잘못했어. 화풀어 최마리..응?
..뭐하구 싶어? 뭐 먹구 싶니? 니가 하잔대루 다해주께, 화풀어, 마리야아.
마리 : (잠시후 이불을 확 젖히며) 정말 내가 하잔대루 다해줄거야?
혜진 : 그러엄. 말만해, 말만.
마리 : ...(잠깐 호흡 가다듬고) 엄마, 그럼 혁이 아빠랑 좋아하지마.
혜진 : 뭐?
마리 : 나랑 혁이랑 나중에 결혼할거니까 엄마랑 혁이 아빠랑 좋아하지 말라구.
혜진 : (어이없는)
S#44. 마리 마당 (밤)
마리 방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마리의 마당으로 천천히 들어서는 낡은 운동화...태호다.
(마리가 가고 난후 태호모에게 심하게 맞았는지 한쪽 눈에 멍이 들어 있다.)
태호, 가져온 재첩 다라이를 마리집 댓돌위에 놓는다.
마리 : (e) 엄마, 세수하고 이빨 닦았어?
혜진 : (e) 닦았어. 봐. 아아... 넌 쪼끄만게 누굴 닮아 이렇게 깔끔을 떠니?
마리 : (e) 난 세상에서 더러운 게 제일 싫어.
혜진 : (e) 아우, 졸려...자자. 불 끈다, 그럼.
마리방의 불빛, 잠시후 꺼진다.
태호, 자신의 낡고 더러운 운동화를 내려다 보고 땀에 절어 있는 옷 냄새를 맡아본다.
칠흑같은 밤. 교교한 달빛을 받고, 태호,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다.
S#45. 마리 학교 외경 (아침)
“우우”하는 아이들의 탄성 소리.
S#46. 4-1반 교실
혁이등 아이들, ‘우우..’하며 놀란 표정으로 교실 뒷문쪽을 본다.
태호, 새 티셔츠(아버지옷인지 구닥다리 디자인에 품도 크다)로 갈아입고, 머리로 물을 발라 단정히 빗고
쑥스러운 듯 웃고 서 있다.
몸이 아파 책상에 엎드리고 있던 마리, 아이들의 탄성 소리에 돌아본다.
마리 : (호박에 줄긋는다구 수박되냐 하는 표정...피식 비웃는)
태호 : (부끄러운 듯 어쩔 줄 몰라하며 마리의 옆으로 와서 앉는다)
마리 : (관심없다는 듯 다시 책상에 엎드려 버린다)
태호 : (책가방 열어 뭔가 싸여진 흰 강보를 꺼낸다. 조심스럽게)..말리야.
마리 : ....(그대로)
태호 : ...말리야. 말리야.
마리 : (귀찮은 표정 지으며 흘끗 보는) 왜?
태호 : 이거...무라.
마리 : (귀찮은) 그게 뭔데?...(하며 강보를 끌러본다. 찐 감자가 세 개 들어있다)
태호 : 무라.
마리 : (강보에 꼬질꼬질하게 묻어 있는 때를 본다. 기분이 팍 상하는) 됐어, 너나 많이 먹어. (하며 다시 엎드려 버리고)
태호 : (그래도 고집스럽게) 무라, 말리야...말리야.
마리 : (벌떡 몸을 일으키며) 안 먹어, 됐다구...그리구, 내 이름은 말리가 아니구 마리야.
넌 나이가 몇살인데 남의 이름 하나 제대로 못 부르니?
태호 : (무안하기보단...미안하다)
마리 : (다시 엎드려 버린다)
태호 : .....
S#47. 마리 학교 운동장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배드민턴도 치고, 축구도 하고, 시소도 타며 놀고 있다.
M베토벤의 “월광”
S#48. 4-1반 교실
탁자위에 녹음기 올려져 있고, 녹음기에서 음악이 흐르고 있다.
혜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혜진 :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곡은 어떤 유명한 작곡가 아저씨가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 14번 “월광” 이라는 곡이예요.
혜진, 마리쪽으로 시선을 주는데, 마리, 잠을 자는지 책상에 엎드려 있다.
태호, 혜진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다.
혜진 : (마리가 잠이 들었다 생각한다) 음악도 좋고, 점심도 먹었고, 많이 졸리죠? 잠오는 사람은 잠자두 괜찮아요...
(교실을 오락가락하며 말하는) 이 작곡가 아저씨는 나중에 귀까지 멀어 귀머거리가 됐지만, 자신의 그런 불구를 극복하고
우리에게 아주 주옥같은 명곡들을 많이 남겨 주셨어요. 이 작곡가 아저씨가 누군지 아는 사람?
아이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쉽게 손을 들지 못한다.
태호, 베토벤이 그려진 자기 공책을 본다.
혜진 : 없어? 아무도 몰라?
혁이 : (자신없게)..모짜르트.
혜진 : 모짜르트는 아닌데에..잘 한번 생각해봐. (하며 창가쪽으로 가는데)
태호 : (e 어눌한 발음으로) 베또벤.
혜진 : (흠칫하며 다시 돌아선다. 혁이쪽 책상을 보며) 누가 베토벤이라 그랬어? 누구야?
아이들, 내가 안 그랬는데...서로 얼굴만 멀뚱히 본다.
혜진 : 베토벤이라고 말한 사람 손 들어봐. 어서!
태호 : (머뭇머뭇하다가 시선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손을 든다)
혜진 : (짐짓 놀라며) 심태호가 그랬어? 태호, 일어나서 다시 한번 크게 말해봐. 좀전에 뭐라 그랬지?
태호 : (하는 수 없이 일어나...자라목이 되어 작은 소리로) ...베..베또벤.
혜진 : (놀랍다. 흥분) 다시 한번 더 큰 소리로!!
태호 : (자신도 모르게 크게) 베또벤!!
혜진 : (활짝 웃음 번지며) 그래, 태호가 맞췄다. 베토벤!! 이 아름다운 곡을 만든 아저씨는 바로 베토벤이야!
혁이와 아이들, 놀랍다는 듯 “와우” “히야아”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혜진 : 자! 우리 베토벤을 맞춘 심태호를 위해서 박수 한번 크게 쳐주자.
혜진과 혁이, 아이들, 태호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준다.
혜진, 최고라며 태호를 향해 엄지 손가락 세워 보인다.
태호, 내 인생에 이런 영광의 순간은 없었는데...입이 헤벌쭉 벌어져 어쩔 줄 모르고, 자리에 앉는다.
태호가 앉음과 동시에 엎드려 있던 마리의 팔이 힘없이 툭 떨어진다.
떨어진 마리의 팔에 반점들이 몇 개 나 있다.
S#49. 학교 운동장
혜진, 실신한 마리를 업고 뛰기 시작한다.
혜진 : 제발. .마리야...제발...
S#49-1. 마을길
혜진, 마리를 업고 뛴다. 혜진의 이마에 흐르는 땀....
S#50. 보건소
창백한 마리, 응급 침대에 실신해 누워 있다. (다른쪽 침대는 커텐으로 가려져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 힘들다)
혜진, 바들바들 떨며 마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간호사, 링거를 가져와 마리의 팔에 꽂으려 하는데.
혜진 : 잠깐만요.
간호사 : (보는)
혜진 : 새로 오신 분인거 같은데...소장님...소장님 어디 계세요?
간호사 : (O.L. 기분 나쁜) 저두 주사 놓을 줄 알아요.
혜진 : ...그게 아니구...(답답하지만 말을 차마 못하고) 소장님 어디 계세요? 멀리 나가셨나요? 언제 돌아오세요?
간호사 : (점점 기분이 더 나빠져) 소장님 회의 가셔서 저녁에나 오실 거예요!!
혜진 : .....
간호사 : (주사를 놓으려고 하는데)
혜진 : (하는 수 없다) 그럼...주사 바늘 조심하세요...이 아이...에이즈에 걸렸어요.
간호사 : (깜짝 놀라며 링거병을 떨어뜨릴뻔한다.)
혜진 : (참담한 표정 애써 감추며 담담하게) 에이즈에 걸렸어요, 우리딸..
S#51. 보건소내 마리의 옆 침대
침대엔 미숙모가 링거 꽂고 누워 있다.
미숙모, 열려진 커텐 틈을 통해 마리와 혜진을 본다.
미숙모,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S#52. 보건소
혜진, 입술을 앙다문채 마리의 손을 꼭 쥐고 있다.
S#53. 마리집 마당
혜진, 마리를 부축해서 평상에 앉힌다.
마리, 혈색이 훨씬 나아졌다.
혜진 : (마리 앞에 무릎 굽히고 앉아 마리의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주며) 엄마, 방에 이불 펼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마리 : 괜찮아. 나 이젠 안 아퍼.
혜진 : 알어. 너 안 아픈 거 아는데...그래도 좀 쉬고 있어. 엄마 학교 가서 금방 가방만 챙겨서 오께.
마리 : 오늘 혁이랑 물고기 잡으러 가기루 했는데.
혜진 : 물고기는 낼 잡구....착하지, 최마리?
S#54. 길 (학교 가는)
혜진, 멍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간다. 긴장이 풀린 탓에 다리에 힘이 빠져 가다가 주저 앉는.
S#55. 마리방
마리, 이부자리 위에 누워서 뒤척뒤척하는데 마리의 눈에 손호영 브로마이드가 들어온다.
마리, 벌떡 일어나더니 브로마이드를 떼낸다.
마리 : (브로마이드 보며) 미안해요, 호영이 오빠...그동안 생각 많이 해봤는데요, 나 오빠 말구 김혁이랑 결혼하기루 결정했어요.
그러니까 오빠두 좋은 사람 만나요...배신해서 미안해요.
마리, 브로마이드에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조용히 브로마이드를 접는다.
S#56. 혁이집 앞
마리, 혁이집 앞으로 걸어온다. 집앞엔 혁이의 자전거가 서 있다.
마리, “혁아!” 하고 부르려는데, 이때, 집안에서 혁이와 미숙이 나란히 나온다.
혁이와 미숙, 마리를 보더니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마리 : (활짝 웃다가 미숙을 보고 김샌 표정 짓는) 니가 여긴 어쩐 일이니?
미숙 : (두려운 표정으로 보며) ...노...놀로 왔다. 와?
마리 : (혁이 보고 활짝 웃으며) 나 쓰러져서 많이 놀랬지? 인제 다 나았어.
혁이 : (굳은 표정 풀지 못하는)
마리 : 오늘 물고기 잡으러 가기로 했잖아.
혁이 : (그대로 굳어 있는)..그..그게.
마리 :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혁이 : ...아...아니.
마리 : 가자, 그럼..(하며 혁이의 손을 잡으려 하는데)
혁이 : (순간적으로 마리의 손을 탁 쳐내 버린다)
마리 : (충격받는)
혁이 : (얼른 미숙에게) 자전거 열쇠로 안 가꼬 왔다. 금방 드가서 가꼬 오께. (하며 집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다)
마리 : (혁이가 내 손을 뿌리치다니...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미숙 : (마리에게서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난다)
마리 : (미숙의 행동이 기막혀서 노려 보는데)
미숙 : 니 빨리 서울 가라.
마리 : 뭐?
미숙 : 니 때문에 우리도 병 걸리모 우짜노? 퍼뜩 서울로 꺼지라.
마리 : (기가 막혀서) 뭐라구, 기집애야!! 다시 한번 말해봐! (하며 미숙쪽으로 가는데)
미숙 : (도망가며) 오지 마라, 가시나야!! 우리한테 에이즈 옮으모 우짜끼고?
마리 : (한대 맞은 듯 멍해서 멈춰서는) 뭐?
미숙 : 니 에이즈 걸릿다믄서? 우리 옴마가 다 들었다카더라...저리 가라!! 느그 집에 가라!!
마리 : (충격!!...불끈 쥔 주먹이 바들바들 떨린다.)
S#57. 교무실
혜진, 교무실로 들어서는데, 민규, 난감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민규 : (혜진을 흘끗 보고) 죄송합니다...지금 박혜진 선생님이 자리에 안 계십니다..죄송합니다. (하며 전화를 끊는다)
혜진 : 왜 그래? 나 여기 있어.
민규 : (곤혹스런 표정 짓는데)
이때, 다시 전화벨 울린다.
민규 :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네. **초등학굡니다...아, 예 필호 어머님...박혜진 선생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곤혹스런 표정) 죄송하지만,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네, 지금 현재론 사실 무근입니다....(작게 한숨 뱉고)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구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민규, 전화기를 제자리에 놓으려다 아예 책상위에 내려놔 버린다.
혜진 : (눈치 채지 못하고) 무슨 일인데? 왜 그러는 거야?
민규 : (혜진 보지 않고 잠깐 시선 떨구고 있다가 작게 한숨 뱉고 혜진을 보며) ...마리가...에이즈니?
혜진 : (놀라는...휘청 주저앉을뻔하다가 간신히 책상을 잡는다)
민규 : (맞구나...기가 막히다) ...어떻게...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니?!
혜진 : ....(멍한)
민규 : 박혜진!
혜진 : ....(정신 차리려고 이를 앙다물고) 뭐가?
민규 : 어떻게 너 이럴 수가 있냐구?!!
혜진 : (민규 똑바로 보며)...내가 뭐 잘못했니?
민규 : (기가 막혀) 박선생!!
혜진 : (내가 약해져선 안된다...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애써 참으며) 그래, 우리 마리 지금 에이즈에 걸렸어.
몇 년전에 크게 교통사고가 났었는데...수혈 받다가...감염이 됐어. 다른 애들 감기 걸리구, 폐렴 걸리듯이
우리 마리도 에이즈에 걸렸어, 그냥...근데, 그게 뭐?
민규 : 혜진아.
혜진 : (감정 약간 격앙돼서) 너 지금 나한테 화내는 이유가 뭐야? 우리 마리가 에이즈에 걸렸다는거 말 안해서? 그거 때매 그래?
민규 : 손바닥만한 동네야. 지금 니네반 다른 반 할 거 없이 학부형들 다 뒤집어졌어. 어떡할거야, 너?!!
혜진 : (버럭) 어떡하긴 뭘 어떡해?!! 우리 마리가 뭘 어쨋는데?!!
민규 : .....
혜진 : 왜? 왜 뒤집어 졌대? 자기 자식들한테 병이라도 옮길까봐 그런대?
너두 겁나? 느이 아들한테 병이라두 옮길까봐 겁나, 이 닭대가리야!! (눈물이 쏟아진다)
민규 : (당황하는)
혜진 : (쏟아지는 울음을 입술을 깨물고 죽을 힘을 다해 참는)
S#58. 마을길
마리 넋이 나간 사람처럼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S#59. 마리 마당
혜진, 힘없이 마당으로 들어선다.
방쪽으로 오다가 마리의 신발이 없는 것을 알고 놀라서 “마리야! ”부르며 방문을 열어본다.
S#60. 마리방
마리가 누워 있던 이부자리만 있고 텅 비어 있는 방.
혜진, 얼굴이 사색이 된다.
S#61. 마리마당
혜진, 방문을 닫고 마리를 찾기 위해 대문쪽으로 오는데, 태호, 마리의 가방을 들고 서 있다.
태호 : (쑥스러워서 고개도 잘 못 들고) ...말리가 책가방을 안가꼬 가가꼬..
혜진 : (멍해서) 그래, 고맙다. 태호야. (가방을 받아든다)
태호 :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리방쪽을 보다가 꾸벅 인사하고 가려는데)
혜진 : 태호야.
태호 : (돌아보는)
혜진 : (눈물이 그렁해서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다) 마리가 없어졌어. ...나하구 우리 마리 좀 같이 찾아줄래?
태호 : ....(너무 슬퍼보이는 혜진의 표정에 당혹스러운)
혜진 : ...좀 도와줘...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태호 : (고개를 끄덕인다)
S#62. 동네
혜진, 마리를 미친 듯이 부르며 찾는다.
태호, 혜진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며 “말리야!” 부르며 같이 찾아 다닌다.
S#63. 다른 곳
혜진, 마리를 부르며 찾지만, 마리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혜진, 극도의 초조와 불안으로 어쩔 줄 모르는.
태호, “말리야!”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S#64. 냇가 (혁이와 왔던)
마리, 냇가에 앉아 물로 팔과 다리 목등을 열심히 씻는다.
마치 자신의 몸에 있는 병균을 다 씻어내기라도 하려는듯이...
S#65. 동네 어귀
혜진,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얼굴로 허위허위 마리를 찾고 있다.
지나가는 아이들 붙들고, “우리 마리 못봤니? 너 우리 마리 못 봤어?” 하고 애가 타게 묻는.
S#66. 냇가 일각
해질녘. 강 저편으로 노을이 물들고 있다.
혜진, 지친 표정 역력해서 털레털레 걸어온다.
냇가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마리의 뒷모습이 보인다.
혜진의 눈에 눈물이 다시 차오른다.
S#67. 냇가
마리, 멍한 표정으로 냇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혜진 : (e) 마리야.
마리 :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혜진 : (눈물 말끔하게 닦고 마리를 향해 작게 웃어주며 다가온다) 한참 찾았잖아....혁이랑 물고기 잡으러 나왔어?
혁인 어디 갔어? (마리 옆에 앉는데)
마리 : (혜진을 밀어내며 떨어져 앉는다)
혜진 : (당황해서 보고)
마리 : (눈물이 그렁해서) 엄마두 에이즈 걸리면 어떡해? 가까이 오지 마.
혜진 : 마리야. (가슴이 무너진다)
마리 : (엉덩이를 옮겨 혜진에게서 더 떨어진다.)
혜진 : 괜찮아, 마리야...엄마한테 와.
마리 : (고개를 젓는)
혜진 : (일어나서 마리옆으로 가는데)
마리 : (혜진을 마구 때리며 울부짖는) 가! 가란 말이야!! 가!! 가!!
혜진 : (마리를 와락 안으며) 괜찮아. 난 엄마야 마리야...괜찮아. 괜찮아. 에이즈 그렇게 쉽게 옮는 병 아냐. 괜찮아.
마리 : (울음을 터뜨린다) 애들이이...나랑 안 논대. 혁이두 나랑 안 논대에...나보구 서울루 꺼지래에에에.
혜진 : (가슴이 아파 마리를 꼭 끌어안는데)
이때, 냇가 저편에서 마리와 혜진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태호다.
S#68. 마리 부엌
혜진과 마리, 커다란 고무통에 들어가 함께 목욕하고 있다.
혜진, 때수건으로 마리 팔의 때를 밀어준다.
혜진 : 어우, 이 때 좀 봐라...(장난) 잘 모아뒀다 저녁에 칼국수나 끓여 먹어야겠군.
마리 : (멀건히 혜진을 바라보고 있다)
혜진 : 너 태호 욕할 거 하나두 없어. 내가 보기엔 니가 태호보다 한수 위야.
마리 : 정말...같이 목욕해두 돼? 그래두 안 옮아?
혜진 : (가슴 아프지만 밝은 얼굴로) 그럼...괜찮아. 공중 목욕탕에도 가두 되구, 수영장두 가두 되구, 손두 잡아두 되구,
밥도 같이 먹어두 되구...(마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마리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이렇게 뽀뽀두 해두 되구.
마리 : ...(표정이 좀 밝아진다) 근데...혁이는 왜 그래?
혜진 : 닭대가리라 그래...그 자식두 알구 보니까 지아버지 닮아 아주 닭대가리야. 생긴것도 멀금하니 쪼잔해갖구
삶아논 닭같이 생겼잖아. 둘다.
마리 : (그 말에 피식 웃음이 터지며) 혁이 아빠두 닭대가리야?
혜진 : 그러엄...학교 다닐 때 공부도 얼마나 못했었는데? 불쌍해서 내가 시험 답안지도 보여주구 레포트도 대신 써주고...
이건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 그 자식 맨날 에프 학점에다 꼴등만 했어.
마리 : (그 말에 얼굴이 밝아져 푸훗 웃음이 터진다)
혜진 : (마리의 웃는 얼굴 보고 빙긋 웃으며 마리의 얼굴에 물을 뿌려버린다)
마리 : 아우, 하지마. (하며 혜진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서로의 얼굴에 물을 뿌리며 장난치며 즐겁게 웃는 혜진과 마리.
S#69. 마리 학교 운동장 (아침)
한 여선생, 수업을 시작하는 종을 땡땡 울린다.
운동장에 있던 아이들, 종소리 듣고 교실로 열심히 쫓아간다.
S#70. 4-1반 교실
마리, 덩그렇게 혼자 자기 책상에 앉아 있다.
아이들 아무도 등교하지 않았다.
태호모 : (e) 이 년! 이 납뿐 년!!
S#71. 교무실
태호모, 혜진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있고, 민규와 교장, “이러지 마이소” “진정하십시오, 태호 어머니!” 하며 태호모를 말리지만,
태호모의 억센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태호모 : 니가 그라고도 선생이가 이년아! 내 새끼가 팔푸이 등신이라꼬 니꺼지 우습게 봤나, 이년아!!
혜진 : (이를 앙물고 참고 있다)
민규, 있는 힘을 다해 태호모를 떼내고 혜진을 막아선다.
교장, “놓으이소, 이거 놓으이소” 하고 소리치는 태호모를 잡고 있다. 옆에 섰던 사환도 와서 태호모를 잡는다.
민규 : 오해십니다, 태호 어머니...박선생님이 마리를 태호옆에 앉힌 건 태호가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혼자 떨어져 있는게
가엾어서...다만 교사된 마음에 안타깝고 안스러워서...
태호모 : (버럭) 그기 말이가 당나구가?!! 시끄럽다, 고마!! 닌 뭐꼬? 니도 이 년하고 한패가?
교장 : 말씀이 지나치시네예, 태호 어머니! 진정하시이소. 제발 진정 하시이소.
태호모 : 진정 몬함니더, 내는!!...(혜진을 향해) 니 똑똑히 들어라! 만약에 검사해가꼬 우리 태호한테 느그 딸 병 옮앗시모
그날이 니하고 내 제삿날이다. 그날로 니 죽고 내 죽는다꼬, 이년아!!
혜진 : (입술을 깨무는데..피가 난다)
태호모 : (울컥해서) 니 새끼가 귀하모 내 새끼도 귀하다! 아무리 팔푸이 축구 똥포리보다 몬한 놈이라도
우리 태호, 내한테는 금덩어리보다 귀한 자슥이다! 아나, 이 나쁜 년아?!!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혜진 : (끅끅...참으려 해도 쏟아져 나오는 울음)
S#72. 4-1반 교실
아이들 아직도 아무도 등교하지 않았다.
마리, 책상에 앉아 국어책을 꺼내 큰소리로 씩씩하게 읽고 있다.
교실 복도로 난 유리창으로 혜진이 와 서는 모습이 보인다.
S#73. 교실밖 복도
혜진, 무너질듯한 표정으로 교실안의 마리를 본다.
차마 가슴 아파 못보고 시선을 떨구는데, 혜진의 어깨에 얹혀지는 손.
혜진, 고개 들어 보면 민규가 서 있다.
민규 : 혁인 어제 친구집에서 상한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계속 토하구 설사하구 꼼짝을 못해. 그래서 오늘 학교에 못 왔어.
혜진 : .....
민규 : 정말이야.
혜진 : (고개 끄덕인다.)
민규 : (혜진이 안스럽고 가슴 아프다)
혜진 : ...학부형들 설득하러 갈래.
민규 : .....
혜진 : 우리 마리 병, 조심만 하면 전염될 위험 전혀 없다구..그런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구...
(민규를 보며) 정말이야..최선을 다하께.
민규 : 알아..마리 급식 안 시키구 귀찮아도 꼬박꼬박 도시락 싸보내구...굳이 그러지 않아두 되는데...
니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아.
혜진 : (눈빛이 흔들리는)
S#74. 마을길
태호, 염소를 끌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S#75. 미숙집앞
혜진, 대문앞에 서 있다.
잠시후, 대문 열리고 미숙모 나온다.
혜진, 미숙모에게 꾸벅 인사하는데, 미숙모, 당황하며 대문을 닫아버린다.
혜진, 착잡한.
S#75-1. 동네 건강원앞
태호, 염소를 끌고 온다.
입간판에 적혀있는 글씨, 개소주, 흑염소즙 등을 씁쓸하게 보다가 염소앞으로 앉으며 염소를 꽉 끌어안는다. 미안하다, 맴맴아.
S#76. 다른 아이집
혜진, 서 있는데, 대문 열리고 혜진반 아이 나온다.
혜진, 아이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이때, 아이엄마, 대문 열고 나온다.
혜진, 아이 엄마를 향해 꾸벅 인사하는데, 아이 엄마, 쨍하니 흘겨보고 아이의 손을 끌고 들어가 버린다.
혜진, 참담하다.
S#77. 4-1반 교실
마리, 칠판에 빽빽히 산수문제 써놓고 풀고 있다. 마지막 문제까지 풀고 분필을 놓고 돌아선다.
아이들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마리, 힘이 쭉 빠져 자기 책상으로 와 책가방에 책들을 챙겨 담는다.
마리, 가방을 들고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나는데, 이때, 교실 뒷문 열리며 태호, 들어선다.
태호, 달려왔는지 숨가파하며 마리를 향해 수줍게 웃고 자기 자리로 와 앉더니 노트와 책들을 꺼낸다.
마리, 그런 태호를 바라보며 고맙기도 하고...야속하기도 하고...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이 입술을 실룩인다.
S#78. 마리집 외경(밤)
S#79. 마리방
혜진과 마리, 나란히 누워 있다. 전등을 껐지만, 달빛이 낮처럼 밝게 스며들고 있다.
마리 : ...엄마. 나 언제 죽는대?
혜진 : ....(흠칫하며 마리를 보는)
마리 : (혜진쪽으로 고개 돌려 천진한 표정으로) 나...좀 있으면 죽어?
혜진 : (가슴이 무너지는) 그런 말이 어딨어?
마리 : 괜찮아. 어차피 사람은 죽는거잖아. 엄마두 죽구, 아빠두 죽구...혁이두 죽구...나중에 다 죽는거잖아.
혜진 : (마리에게 팔 벼개를 해주며 꼭 끌어안는다) 그래, 맞어. 사람은 다 죽어. 누구나 다 죽는거야.
마리 : ...죽으면 기분이 어떨까? 무서울 거 같애. (혜진의 품을 파고 들며) 무서워, 엄마. 나 죽기 싫어.
혜진 : ...(눈물이 날 것 같아 천장을 보며) 죽는 건 무서운 게 아냐, 최마리...그러니까, 응...그냥 이사가는 거 하구 비슷해.
우리가 처음에 청주에서 서울루 이사가구...서울에서 여기루 이사오구...그러는 거 하구 비슷해.
마리 : ....이사 가는 거랑 비슷하다구?
혜진 : 그래, 이사가듯이 그냥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옮겨가는 거야.
어쩜 거기는 이 세상보다 훨씬 더 근사하구 멋있을지도 몰라.
마리 : ...그래두 무서워. 나 지옥가면 어떡해?
혜진 : 지옥을 왜 가, 니가?
마리 : 엄마가 그랬잖아. 최마린 너무 못돼 처먹어서 지옥에 갈까 걱정된다구 ...그랬잖아!
혜진 : 아니야...그건 엄마가 너 놀리느라구 한 소리지. 우리 마리가 얼마나 착한데...지하철 거지 아저씨한테 초코렛두 주구,
엄마 술 취했을 때 꿀물도 타주구, 엄마 스타킹도 빨아주구...또 뭐가 있나..
마리 : 심태호랑 짝꿍도 해주구.
혜진 : 그래, 심태호랑 짝꿍도 해주구...착한 일 한 거 되게 많네, 뭐.
마리 : 그래두 무서워..무서워...
혜진 : 무서우면 엄마가 따라가 주면 되지...우리 마리 외롭지 않게 심심하지 않게 엄마가 따라가 줄거니까..걱정마.
마리 : (혜진을 꼭 끌어안는다)
혜진 : (마리의 등을 토닥여 주는)
S#80. 마리 마당 (낮)
이삿짐센터 직원들, 이삿짐을 옮겨내 가고 있다.
혜진,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다.
혜진 : 아저씨! 그거 깨지는 거니까 조심하세요...아저씨, 컴퓨터는 다 분해하셨어요?
이때, 민규와 함께 혁이 들어선다.
혜진 : (그들을 향해 맑게 웃으며) 어, 왔니? 혁이두 왔구나?...(민규에게) 직원이 한명 덜 내려와서 일손이 너무 모자라네.
얼른 좀 거들어. (하며 앞치마 주머니에 꽂혀 있던 면장갑을 민규에게 던져준다.)
민규 : (미안하고 착잡하다...애써 표정 감추고 담담하게 웃으며 짐 나르는 것을 거든다.)
혜진 : (이사 직원에게) 아저씨, 짐 이제 거의 다 나왔죠? (하는데)
혁이 : ...(어렵게) 선생님, 마리는 어디 있어요?
혜진 : .....
S#81. 마을 어귀
이삿짐 트럭 서 있고, 마리, 조수석에 타고 있다.
이때, 톡톡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마리, 고개 돌려 보면, 트럭 아래 혁이서 있다.
S#82. 트럭 일각
일꾼들 부지런히 짐을 트럭에 올리고 있고, 한쪽에 마리와 혁이 서 있다.
혁이 : (어색한) 이메일 자주 보낼께...너두 꼭 답장해줘.
마리 : (한결 담담해진 표정, 고개 끄덕인다)
혁이 : ...우리도 내년에 서울로 이사 갈거야. 서울 가서 또 만나자.
마리 : ...(고개 끄덕인다)
혁이 : ...아프지 말구 건강하구.
마리 : 너두...잘 지내.
혁이 : (잠깐 망설이다가 악수 청하며 손을 내민다) 잘가.
마리 : (차마 혁이의 손을 잡지 못한다)
혁이 : (당황하는)
마리 : (그래도 잡지 않고 굳은 듯 서 있다)
S#83. 마을 길/트럭안
마리네 짐을 실은 트럭, 마을을 떠나고 있다.
혜진과 마리, 트럭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운전사 : (운전해 가다가 룸미러를 보고) 어, 저기 누가 쫓아오는 거 같은데요?
마리, 백미러를 본다.
저 멀리서 뭔가를 가슴에 껴안은 태호, 트럭을 향해 “말리야!”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는 모습 보인다.
S#84. 마을길
트럭, 후진해서 태호가 있는 쪽으로 오더니 멈춘다.
차문 열리고, 마리, 내려서서 태호를 본다.
태호, 커다란 상자곽을 가슴에 안고 숨이 턱에 닿아 가픈 숨을 내쉬고 있다.
마리 : ...미안해. 인사두 못하구 떠나서.
태호 : (상자곽을 마리에게 내민다. 흑염소즙이 담긴 상자다) ...이거...무라.
마리 : (의아한 표정으로 상자곽을 받는다.) 이게 뭐야?
태호 : ...이거...묵으몬...안 아푸다...무라.
마리 : (흑염소라고 씌여진 글귀를 읽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는 듯 눈빛 흔들리며) 이거...이거...맴맴이 맞지?
태호 : ....(표정없이 반복하는) 이거...묵으몬 안 아푸다.
마리 : (눈물이 그렁해진다) 왜 그랬어?...맴맴인 니 동생이잖아. 왜 그랬어어? 왜 죽였어어어어...(울음이 쏟아진다)
태호 : (마리가 우는 것 보고 자기도 눈물이 그렁해진다.)
S#85. 트럭안
조수석에 앉아 있던 혜진, 백미러 통해 마리와 태호를 보며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S#86. 마을길
마리, 상자곽을 껴안고, 그동안 참아왔던 울음과 설움을 다 토해 놓으려는 듯 엉엉 큰소리를 내며 운다.
태호도 같이 운다.
마을길 중간에 선 이삿짐 트럭, 그 옆에서 울고 있는 마리와 태호의 모습, 부감으로 높이높이 떠오르며. (엔딩)
S#87. 서울 교육 문화 회관내 갤러리
“전국 장애인 어린이 사생대회” 라는 현수막 걸려 있고, 수상작들 전시되어 있다.
카메라, 장려상, 우수상, 대상받은 그림들을 훑어가다가 최우수상이라고 씌여진 금빛딱지가 붙은 그림 앞에 멈춘다.
소녀와 염소가 푸른 초원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 제목, ‘행복한 최마리’, **초등학교 5학년 1반 심태호.
S#88. 동 소강당
학부모와 학생(장애인) 등 30명 정도가 앉아 있다.
태호,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상을 받기 위해 서 있다.
시상자, 태호에게 상장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객석에서 태호모,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박수를 친다.
S#89. 복도
태호와 태호모, 수상자들과 함께 걸어나온다.
태호모, 태호가 기특한듯 연신 손등으로 태호 얼굴의 땀을 닦아주고, “어이구, 내 강새이” 하며 엉덩이를 톡톡 때린다.
곤혹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던 태호,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딱 멈춘다...상기된 표정.
저 앞으로 혜진(모습이 약간 달라진), 꽃다발을 들고 태호를 향해 웃으며 서 있다.
상기되었던 태호의 얼굴에도 천천히 미소가 떠오른다.
혜진, 꽃다발을 들고 태호앞으로 다가오며 태호모에게 정중하게 인사한다.
태호모, 겸연쩍은 표정으로 짧게 목례한다.
혜진 : (태호에게 꽃다발 주며) 축하해. 태호야.
태호 : (받아들며 쑥스러운 듯 웃는)
혜진 : 우리 마리가 너 축하해주러 꼭 가라 그래서...그래서 왔어.
태호 : (눈빛이 흔들리는)
S#90. 묘지
아래로 강이 보이고, 양지 바른 곳에 단정히 앉아 있는 묘지.
혜진과 태호, 꽃다발과 상장, 그림을 들고 묘지앞으로 와 선다.
묘지옆에 있는 비석엔 ‘작은 천사 최마리 여기 잠들다’ 라고 씌여 있다.
태호, 상을 받았던 그림과 상장과 꽃다발을 마리의 묘지앞에 놓는다.
시간 경과.
태호, 마리의 묘지옆에 편안한 표정으로 몸을 기대고 앉아 있다.
서쪽 하늘엔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간다.
끝.
첫댓글 이경희 작가님이 단편으로 쓰신 이 작품이 MBC 미니시리즈 '고맙습니다'로 만들어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