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당선소감
“소눈 바라보다 어둠속 스위치 찾은듯”
“소눈 바라보다 어둠속 스위치 찾은듯”
온세상 모든 빛이 내것인양 눈부셔 비바람·폭염에도 춤추듯 살아갈것
정연희씨
소의 눈을 들여다보면 “다 안다, 네 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날 묻고 싶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한참 동안 바라본 소의 눈이 오늘은 내 눈 속에서 “다 안다, 그 맘”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눈을 뜬다고 다 어둠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둠 속을 걸어 나오기 위해 스위치만 찾으려 한 시간들, 세상은 너무 넓어 마음 둘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제 갓 꽃눈을 뜬 여린 풀꽃, 온 세상의 모든 빛이 다 내 것이 된 그 풀꽃같이 눈부신 날입니다. 주름진 시간들에 푸릇한 이파리가 달리면 온갖 춤이 찾아오겠지요.
어디 춤뿐일까요? 온갖 바람의 종류와 비와 폭염이 찾아오겠지요. 그러면 저는 온갖 춤을 배우고 추임새를 준비하겠습니다.
서툰 춤사위에 추임새를 넣어주신 황인숙·함민복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상쾌한 추임새는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세상의 시간들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늦둥이 딸에겐 미안한 시간들이었지만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날입니다. 착하고 묵묵한 <농민신문>에 당선되어 더없이 기쁩니다. 저의 모든 수식어들은 소의 눈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정연희 ▲1958년 전남 보성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경기 용인수지우체국 근무 ▲김유정 기억하기·등대문학상·생명문학상·동서문학상 수상, 김삿갓 전국시낭송대회 우수상 수상 ▲용인문학회·동서문학회 회원